3. 나 나래 아빠 맞다니까?
3. 나 진짜 나래 아빠 맞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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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억울했다.
예로부터 분명 첫째는 아빠를 닮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나래는 엄마인 한빛나의 붕어빵이었다.
나래가 그를 닮은 거라고는 눈, 코, 입이 성히 달려 있다는 거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억울함은 금방 사라졌다.
오히려 감사하고 있었다.
‘그래, 엄마를 닮은 걸 감사하게 여겨야지. 만에 하나라도 나를 닮았었으면······.’
지금이 아닌, 옛날의 자신을 닮은 나래를 생각하던 강하온은 몸서리쳤다.
그도 그럴 게 강하온은 바디 체인지, 무협에서 나오는 환골탈태를 10번이나 겪었다.
그래서 지금 그의 외모는 딱 봐도 미남이라고 할 정도로 잘 생겼지만, 과거의 그는 아니었다.
진짜 잘해줘야 훈······, 흔남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나저나 뭐라고 말하지?’
나래가 앞에서 의심 가득한 눈으로 보고 있었는데, 강하온은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안돼! 나랑 거리가 멀어졌어!’
그사이 나래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강하온에게는 그 모습이 꼭 둘 사이의 관계가 멀어지는 것 같았다.
‘성형했다고 할까? 등신 같은 놈······, 어린 나래가 그걸 이해할 리가 없잖아. 아,······진짜 어떻게 하지?’
강하온은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지금 어린 나래를 이해시킬 말이나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이 불편한 상황을 벗어날 일이 생겼다.
문제는 그 상황이 조금 과격하긴 했다.
“이봐요! 당신 누군데 여기 있는 겁니까!”
검은 수녀복을 입은 금발의 백인이 강하온에게 달려들며 소리쳤고, 손에 들린 기다린 봉으로는 강하온을 찌르고 있었다.
수녀의 이름은 유리아.
희망 보육원 소속으로 그녀가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는 요새 전국적으로 보육원에 숨어들어 아이를 납치하는 범죄자들 때문이다. 실제로 한 달 전 희망 보육원에는 아동 납치범이 침입했다가 잡힌 전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강하온한테는 무례한 행동일 뿐이었다.
‘나한테 다짜고짜 공격이라······.’
강하온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만약 이곳이 판게아였다면, 이미 유리아는 신의 품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게 투신 강하온, 판게아에서 그의 다른 별명은 무적이었다. 그 이유는 그를 적대한 사람 중 살아남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지구였고, 이곳은 나래를 보호해준 보육원이었다.
강하온은 반사적으로 올라갔던 손을 내리고, 옆으로 몸을 피했다.
‘오호, 그 상황에서 바로 연계를?’
강하온은 제법 놀랐다. 봉을 찌른 수녀는 자신이 피한 것을 확인하고, 그대로 봉을 멈춘 채 바로 옆으로 휘둘렀기 때문이다.
강한 근력과 순발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러한 수녀의 모습에 강하온의 머릿속에는 의심이 생겼다.
‘······여기 지구가 맞긴 한 건가? 은순이 그 녀석, 나를 다른 곳으로 보낸 거 아니야?’
지금 수녀가 보여준 행동은 판게아에서도 중급 기사 이상은 돼야 보여줄 수 있는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피하자.’
강하온은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고, 수녀의 옆으로 물러났다.
“나래야, 괜찮니?”
수녀는 강하온이 옆으로 물러선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나래를 향해서 달려갔다.
“유리아 수녀님!”
“그래, 나래야. 어디 다친 데는 없어?”
나래는 환하게 웃으며 달려들었고, 유리아는 나래를 안고서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곳저곳을 살폈다.
“휴······, 그냥 피하길 잘했네.”
강하온을 그 모습을 보고, 제압하지 않고 피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환하게 웃으면 안길 정도라면 나래가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한데, 그런 사람을 제압하기 위해 힘을 사용했다가는 미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응! 나래 아야 한 거 없어요!”
“너 진짜! ······다행이야.”
유리아는 나래 입에서 다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고 나서야 안도했다.
“이봐요! 그쪽 대체 누구죠!”
유리아는 잔뜩 화가 난 어조로 강하온에게 말했다.
“나? 누구냐고? 나래 아빤데?”
“······뭐라고요?”
유리아 수녀는 멈칫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나래 아빠라니까.”
“거짓말하지 말아요.”
유리아 수녀는 절대 믿지 않는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아니, 진짜라니까?”
강하온은 답답함에 살짝 짜증이 올라왔다.
이곳이 나래를 보살펴준 보육원이라 참고 있었기는 했지만,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는, 아니 않으려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짜증은 한 유리아 수녀의 한 마디에 억울함으로 바뀌었다.
“나래 아버지 사진 본 적 있습니다.”
“아니 그건······, 하······.”
강하온은 이번에도 반박하지 못했다. 솔직히 자신이 봐도 과거 자신과 지금을 보면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기 힘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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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답답하고 억울했다.
분명 나래는 자신의 딸이 맞았지만, 당장에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과거와 현재의 자신은 지금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런 말도 없이, 몰래 보육원으로 들어왔으니 더 의심을 받을 만했다.
‘어렵네······.’
강하온은 이곳이 판게아가 아니라 지구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가 50년간 투쟁하며 살아온 판게아는 힘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단순히 힘이면 모든 것이 해결됐다.
하지만 이곳은 지구라 그럴 수가 없었다.
‘그냥 강제로 나래만 데려갈까?’
순간 강하온의 머릿속에 든 생각이었지만, 바로 포기했다.
그 어떤 방법보다 쉬운 방법이었지만.
‘그랬다가는 나래가 싫어하겠지?’
강하온은 나래한테 미움을 받는 게 무서웠다.
이러한 이유도 있었지만, 그에게 보육원은 은인이나 다름 없는데 예의 없게 행동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무섭다라······.”
생각하던 강하온은 실소를 터트렸다.
마신룡 헬디아크조차 무서워하지 않았던 자신이, 어린 여자아이 하나한테 미움을 받는 게 무서워하는 꼴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네.”
그래도 강하온은 이 감정이 싫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1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래가 자신에게 그만큼 소중한 사람으로 자리 잡았다는 거였으니까.
“전부 대비하세요! 움직임을 보니까 헌터였습니다!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그때, 나래를 보호하고 있는 유리아 수녀가 소리쳤다.
‘그나저나 헌터라······, 아까 나래가 말했던 헌떠가 저 말이었나? 왜 나를 보고 헌터라고 부르는 거지?’
강하온은 자신을 헌터라고 부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혹시 납치범을 부르는 은어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지.’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까 나래가 자신이 보여준 마법을 보고 신기한 눈으로 봤었다.
나래가 납치법을 보고 신기한 눈으로 볼 리는 없었다.
‘진짜 많이 달라졌네.’
강하온은 자신이 사라졌던 시점에서 5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세상이 생각보다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하나······, 분위기를 보니 그냥 넘어갈 거 같지는 않은데······.’
강하온은 주변 상황을 보고는 고민하다 결정을 내렸다.
“반항 같은 거 할 생각 없으니까, 전부 눈에 힘 좀 풉시다. 꼭 내가 나쁜 놈 같잖아.”
강하온은 조용히 잡혀가기로 했다. 나래가 머문 곳에서 소란을 피우기 싫었기 때문이다.
조금은 늦더라도, 나래에게 좋은 모습으로만 보이고 싶었다.
무엇보다 당장 한빛나에 관해서 물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이런, 의심도 많으시네. 뭐, 이렇게라도 하면 되려나?”
강하온은 여전히 경계하는 수녀들을 보며, 전혀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양팔을 들었다.
그제야 수녀들은 조금은 믿음이 갔는지, 강하온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여전히 무기인 봉은 들이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수녀들 사이로 누군가 튀어나와서 강하온의 앞을 막아섰다.
“안 돼요!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에요!”
그의 앞을 막아선 것은 바로 나래였다.
“나래야, 아빠를 위해서······.”
강하온은 나래의 행동에 감동했다.
“강나래! 지금 뭐 하는 거야! 위험하니까 빨리 이쪽으로 오렴.”
유리아 수녀가 갑작스러운 나래에 행동에 놀라 소리쳤다.
“그치만······,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닌데······.”
나래는 유리아의 목소리에 겁을 먹어 살짝 떨었지만, 그대로 강하온의 앞에 꿋꿋이 서 있었다.
강하온은 그런 나래가 대견하면서고 귀여웠다.
그리고 지금까지 있던 약간의 섭섭함, 짜증이 전부 확 사라졌다.
“얼굴만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성격도 판박이네······.”
강하온은 아련한 눈으로 나래의 뒷모습을 봤다.
자신의 아내, 한빛나를 보는 거 같았기 때문이다.
“빛나도 그때 그랬었는데······.”
한빛나 역시 과거에 저런 적이 있었다.
자신을 때리는 일진들 앞을 막아섰다.
당시 빛나도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몸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빛나를 보고도, 뒤에 숨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다.
다행히 선생님이 오는 덕분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뒤에 숨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것은 강하온 평생의 후회였다.
“이번에도 그때 같이 등신처럼 있을 수는 없지.”
하지만 강하온은 이번에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는 나래의 앞으로 가서 얼굴을 마주 봤다.
“이런, 많이 무서웠구나.”
나래는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그리고 울음을 참으려는 건지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나래야. 그런데 아빠는 진짜 괜찮아, 그러니까 사탕 좀 먹고 기다리고 있어요.”
강하온은 나래를 살짝 안아주고는 아공간에서 사탕을 꺼냈다.
‘사탕이 마음에 들었나 보네.’
나래는 울먹이면서도 사탕을 작은 입에 넣었다.
‘웃으면 안 돼, 강하온.’
그 모습에 웃으면 안 되는 것을 아는데도, 강하온은 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크흠.”
그는 괜히 웃었다가 나래한테 미움을 받을까, 헛기침하며 빨리 일어나 등을 돌렸다.
“저기 믿기 힘든 거 이해하는데, 저 진짜 나래 아빠 맞습니다.”
강하온은 지금까지와 다르게 진지하게 말했다. 어색한 존댓말까지 하면서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는 진심으로 호소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장에 증명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수 없기는 한데······.”
“증명할 필요 없습니다.”
강하온이 말하고 있는 그때, 뒤쪽에서 늙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됐다.
그곳에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수녀가 있었다.
“하긴 그렇지······.”
강하온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갑자기 나타나서 아빠라고 주장하는데, 증명조차 못 하는 데 호의적으로 보는 게 비정상이었다.
“아니요, 증명은 천천히 하자는 말입니다.”
하지만 늙은 수녀에게서 나온 대답은 그의 예상과 달랐다.
“네?”
강하온은 오히려 당황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답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갑자기 나래 아빠라고 하는 게 믿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은 알겠네요. 나래가 아무한테나 저런 행동을 할 아이는 아니니까요.”
늙은 수녀는 천천히 강하온에게 다가오며,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 그러니, 나래야?”
“응! 마가렛 원장님.”
나래는 보육원의 원장인 마가렛 수녀의 품에 달려들어 안겼다.
“우리 나래 무서웠을 텐데, 아주 씩씩하게 잘했어요.”
마가렛 수녀는 나래를 안아서 달랬고, 나래는 그제야 마음이 안정됐는지 얼굴이 편안해졌다.
“진짜 아빠인지는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저는 믿고 있답니다. 진짜 아빠가 아니면 아이를 그렇게 사랑스러운 눈으로 볼 수 없을 테니까요.”
마가렛 수녀는 강하온을 보고 말했고, 강하온은 마가렛 수녀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황제는 물론, 드래곤까지.
그 누구한테도 고개를 숙이지 않던 강하온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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