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2화 (2/186)

2. 우리 아빠는 엄청 못생겼거든요!

귀환한 투신은 초보 아빠.

2, 내 딸 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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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이름은 강하온, 엄마 이름은 한빛나, 둘 사이에 있는 딸 이름은 강나래.

과연 이런 가정을 꾸린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많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확신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다섯 살 정도 되는 어린 여자아이가 나와 아내인 한빛나의 딸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증거는 조금 전 떠오른 옛 기억에 있었다.

예전에 빛나의 어릴 적 사진을 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 앞에 있는 나래와 판박이였다. 어딘가 낯이 익은 이유가 이거였다.

이 외에도 증거는 있었다.

내가 쓴 마법은 일종의 유전자 추적 장치다. 현재 차원에서 머리카락과 가장 유사한 유전자를 찾는 것이고, 빛나의 머리카락이 나래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나저나 생각하지도 못했던 딸이 있다니······.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오히려 기뻤다.

어릴 적 고아였던 우리 둘은 빨리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가지고 싶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한 것도 있었다.

“······.”

하지만 마냥 기쁘지도 않았다. 뭔가 허탈했다.

가슴 한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난 것처럼 말이다.

머리카락이 빛나가 아닌 나래를 가리켰고. 그 이유는 현재 이 세상에는 한빛나가 없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딸 아이는 보육원에 있었다.

이것만으로 강하온 대충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저씨······.”

손끝에 느껴지는 작은 손에 아래를 보니, 나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래야, 무슨 일이라도 있나?”

“그게······, 아저씨 슬퍼요?”

“······.”

나는 멈칫했다. 나래가 내 마음을 정확히 꿰뚫었기 때문이다.

나래의 말대로 나는 슬펐다.

무려 50년을 찾아온 내 세상은 무너졌으니까.

“······아니,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하지만 내 마음조차 진실로 털어놓을 수 없었다. 지난 50년, 살아남기 위해서 남들에게 속마음을 숨기며 생긴 버릇이었다.

“아저씨가······, 울고 있어서요.”

나래는 머뭇거리더니 내 얼굴을 슬쩍 보고 말했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조금 당황했다.

투신이라 불리던 나였다.

판게아에 떨어지고 1년이 지난 후부터는 눈물을 흘린 기억이 없었다. 정확히는 우는 법을 잊어버렸는지도 몰랐다.

수십 년을 같이 싸운 동료가 죽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내가 눈물을 흘린다고?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게 왜 이러지······.”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급하게 팔을 올려 닦아 봤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마음은 잘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은 그렇지 않은 거 같았다.

“아저씨, 슬플 때는 울어야 해요! 안 그러면 병이 생긴다고 엄마가 그랬어요.”

그때 앞에 있던 나래가 심각한 표정으로 양팔을 크게 벌리고 말했다.

그 순간, 나래의 모습에서 빛나가 보였다.

-힘들 땐 울어, 너 안 그러면 병 생긴다? 특별히 오늘만 이 누나가 넓은 가슴을 빌려줄게.

내가 모든 걸 포기하고 학교 옥상에 있을 때, 처음 나를 봤던 빛나도 나래처럼 그랬다.

“······.”

그리고 나는 빛나의 품에 안겨서 울었던 그 날처럼, 어린 나래의 품에 안겨서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그날, 나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생겼다.

#

어린 나래의 품에서 한참을 운 강하온은 마음속에 생긴 구멍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순간적인 충격으로 굳었던 머리도 맑아졌다.

‘빛나가 살아있을 거야.’

강하온은 한빛나가 죽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왜 한빛나가 지금 지구에 없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천천히 알아보자.’

그는 당장에라도 알고 싶었지만, 물어 볼 수 있는 사람이 나래 뿐이었다.

나래에게 한빛나가 어디 갔냐고 말할 수는 없었다.

“으으······.”

그때였다, 강하온은 나래가 울먹이자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나래야, 무슨 일 있어?”

“나래 옷, 지지······.”

나래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울음을 참으며 자신의 왼쪽 어깨를 가리켰다. 나래의 어깨는 강하온의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돼 있었다.

“휴······.”

강하온은 다행히 큰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었다.

어른스러운 나래 모습을 보고, 혹시 일찍 철이 들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또 지금 같이 옷이 더러워졌다고 울려고 하는 것을 보니 어린아이 같았기 때문이다.

“귀엽네, 하하.”

강하온은 볼을 빵빵하게 불리고 울먹이는 나래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는 왜 아빠들이 딸 바보가 되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아저씨, 나래 옷, 지지······. 우서?”

그때, 숨을 조금씩 들이켜며 말했다.

울음을 참으려고 그러는지 말을 길게 하지 못했다.

‘아저씨가 나래 옷 지지하게 했는데, 왜 웃냐는 건가? 그러고 보니 나 완전 나쁜 놈이네.’

강하온은 나래의 말을 정확히 이해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나래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다.

“계속······, 우서? 흐아아앙!”

강하온이 계속해서 웃자, 나래는 결국 참았던 울음이 터트렸다.

“이런······.”

강하온은 서럽게 우는 나래를 보고 나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어떻게 하지······.”

전투에 필요한 모든 것은 신의 경지에 오른 투신 강하온이었지만, 육아는 전투에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강하온은 자신이 가진 힘으로 나래의 울음을 그치게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평소였으면 빠른 두뇌 회전으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그였지만, 나래가 우는 모습을 보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일단 침착하게 생각하자, 강하온.’

이런 위급한 상황일수록 천천히 생각해야 했다. 강하온은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방법을 생각했다.

“아! 좋아하는 거!”

강하온의 머릿속에 예전 한빛나와 데이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당시에 길을 잃어서 서럽게 우는 아이를 발견했는데, 한빛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공룡 사진을 보여주더니 금세 아이의 울음을 그쳤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나래가 좋아하는 게 뭐지······.”

강하온이 나래를 본 게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아, 사탕!”

순간 그의 머릿속에 아까 전, 나래가 사탕을 맛있게 먹던 상황이 떠올랐다.

“나래야, 사탕 먹을래? 아까 아저씨가 줬던 사탕 말이야.”

강하온은 다급히 서럽게 우는 나래 앞에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사타앙?”

그의 생각이 적중했는지, 나래는 울음을 잠깐 멈추고는 강하온을 쳐다봤다.

‘안 되지 안돼, 여기서 또 웃었다가는 큰일 날 수 있어.’

울음을 참으며 고양이 같은 눈으로 보는 나래를 보자 절로 미소가 지어질 뻔했지만, 강하온은 본능을 억눌렀다.

“그래, 나래가 좋아하는 사탕. 여기!”

그리고 혹시나 나래의 울음이 다시 터질까 걱정하며, 다급하게 아공간에서 사탕을 꺼냈다.

“흐윽, 나래 먹어도 괜찮아요?”

“당연하지.”

“고맙습니다.”

강하온이 주는 사탕을 받은 나래는, 그 와중에도 바로 입에 넣은 것이 아닌 인사부터 했다.

“그래, 맛있게 먹어.”

강하온이 인사를 받아주자, 그제야 작은 입에 사탕을 넣고 오물거렸다.

‘예의도 바르네.’

강하온은 그런 나래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또 우서요?”

“아, 아니야! 안 웃었어.”

강하온은 째려보는 나래를 보고는 다급하게 손을 저으며 변명했다. 꼭 한빛나가 화낼 때 모습을 보는 거 같아서 간담이 서늘해지는 강하온이였다.

‘그나저나 내가 잘못하긴 했네.’

강하온은 맛있게 사탕을 먹고 있는 나래의 어깨를 보고, 자기 잘못을 인정했다.

지저분하게 눈물과 콧물이 범벅되어 있었다.

만약 누군가 자기 어깨에 저런 만행을 저질렀다면, 단칼에 목을 베어버렸을 거다.

그는 일단 나래의 옷부터 깨끗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래야.”

“······왜요?”

나래는 아직 화가 다 풀리지 않았는지 눈을 살짝 흘기며 대답했다.

‘빨리 해결해야겠어.’

강하온은 누군가한테 미움을 받는다는 게 무섭다는 것을 두 번째로 깨달았다. 당연히 첫 번째 대상은 아내인 한빛나였다.

“아저씨, 옷 깨끗하게 해줄 수 있을 거 같은데?”

“나래 옷? 안 지지? 할 수 있어요?”

“안 지지? 깨끗하게 할 수 있냐는 거지? 당연히 가능하지.”

강하온은 나래의 반응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것만 해결하면 나래의 삐진 마음을 풀 수 있었다.

“······으음.”

‘응? 왜 저러지?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

강하온은 금방이라도 알았다고 할 거 같았던 나래가 머뭇거리자 혼란스러웠다.

“나래야, 왜 그러는지 알 수 있을까?”

강하온은 이럴 땐 정공법으로 나가기로 했다. 괜히 혼자 생각하고 이상한 짓을 했다가는 또 한 번 나래의 미움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아닌가?’

이번에는 강하온의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대답해 주면 사탕 또 줄게.”

강하온은 비장의 무기를 꺼냈고, 그 비장의 무기는 제대로 통했다.

하긴 강하온이 준 사탕은 보통 사탕이 아니었다.

오로지 황제만을 위해서 사탕을 만드는 장인.

찰리 웡카가 최고급 꿀을 응고시켜 수천 가닥으로 만든 뒤에 한땀, 한 땀 정성 들여 엮어서 만든, 굳이 말하자면 꿀타래 같은 사탕이었다.

‘고맙다, 찰리.’

강하온은 사탕 장인한테 속으로 감사했다.

“나래 부끄······.”

나래는 몸을 베베 꼬면서 말했다.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처음 보는 아저씨 앞에서 옷을 벗어야 하는 데 당연히 싫지.’

그제야 강하온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저씨가 미안, 나래 생각을 못 했네. 그런데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응?”

나래는 강하온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떻게 저렇게 귀여울 수가 있지?’

강하온은 나래의 모습을 보고 나오는 미소를 참았다.

웃는 것은 일단 나래의 옷부터 깨끗하게 하고 할 생각이었다.

“이얍! 나래 옷이 깨끗해져라!”

강하온은 일부러 과장된 행동을 하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샤라락-!

그의 손에서 마법이 발동했고, 나래의 옷에 있는 더러운 것은 전부 사라졌다. 그뿐만 아니라 옷도 완전히 새 옷처럼 변해 있었다.

“어, 어! 아저씨! 헌떠구나!”

나래는 깨끗해진 옷을 보고는 놀란 토끼 눈이 됐다.

‘헌떠? 그건 또 뭐지?’

강하온은 나래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그냥 나래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았다.

“짜잔! 나래가 걱정하지 않아도 됐지?”

“네! 고맙습니다!”

나래는 다시 또 양손은 앞에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귀찮아도 배워놓길 잘했네.’

강하온은 원래가 전투에 관련된 마법만 배웠었다. 하지만 그때 마법 선생이었던 동료 때문에 보조 마법도 일부 배웠는데, 지금 나래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처음으로 보조 마법을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누구예요? 여기에 아무나 들어오면 안 된다고 했는데······.”

나래는 강하온을 걱정하며 물었다, 여기에 몰래 들어왔다가 혼난 나쁜 아저씨를 본 적이 있는 까닭이었다.

“걱정해주는 거야?”

강하온은 걱정스러운 나래의 표정을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

“······몰라요.”

나래는 환하게 웃으면서 가까이 다가오는 강하온을 보고,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걱정 안 해도 괜찮아. 나는 아무나 아니니까.”

“휴, 다행이다.”

나래는 안도했다.

엄마가 모르는 사람은 나쁜 아저씨일 수도 있으니 항상 조심하라고 했었다.

그런데도 나래가 강하온을 걱정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착한 아저씨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나가 아니라고 했으니, 적어도 저번에 봤던 나쁜 아저씨처럼 혼날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저씨는 누구예요?”

“으음, 아저씨는······.”

강하온은 잠시 고민했다. 과연 여기서 나래에게 자신이 아빠라는 사실을 말해도 괜찮을까 하는 거였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아저씨는 나래 아빠야, 내가 강하온이야.”

어차피 말해야 할 거, 빨리 말하기로 한 것이다.

강하온은 나래에게 아저씨가 아닌, 아빠라는 말이 듣고 싶었다.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면서 안기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원했지만, 그런 일은 당연하게 일어나지 않았다.

“거짓말.”

나래는 미간을 찌푸리며 강하온을 쳐다보고 있었다.

예상은 했던 반응이지만, 너무 예상대로 나오자 마음이 아팠다.

“진짜야! 아빠는 거짓말 못 하는데?”

그래도 강하온은 어차피 헤쳐 나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태연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강하온은 나래의 대답에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거짓말! 우리 아빠는 엄청 못생겼거든요!”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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