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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165화 (164/212)

165화 총본산 공략전 (4)

폴카 대주교는 전신의 혈맥이 불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고통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역시… 나로서는 역부족인가.’

지금 폴카의 가슴에는 마나 하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마나 하트에 있던 마력은 전신의 혈맥에 전개되어 있는 상태다.

마나 하트 없이 마력을 사용했던 마인처럼 육체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마력을 마나 하트에 저장하지 않고, 육체 전체에 마력을 상시 전개하여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상태… 흑천급(黑天級)의 조건 중 하나인 이것조차, 나한테는 너무 버겁다.’

흑천급은 흑천마교가 추구해 온 경지다.

마인처럼 마나 하트 없이 마력을 다루는 육체를 얻어, 절정급을 초월하는 경지에 도달하려 했다.

물론, 마나 하트 없이 마력을 다룰 수 있다고 해서 흑천급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흑천급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데 폴카는 이것조차도 버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애초에 내가 스스로 도달한 경지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육체를 변화시킨 것이니…….’

샤르나드 대주교와 제뉼라 대주교가 사망한 뒤, 알베리히 대주교가 제안했다.

폴카가 원한다면 일시적으로 마인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샤르나드나 제뉼라는 그 정도의 자질이 없었지만, 폴카라면 이성을 유지한 채 잠시나마 마인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듯했다.

폴카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알베리히가 만든 ‘코어’를 체내에 이식했다.

심장 근처에 위치한 코어는 마나 하트를 강제로 해체하고 그 마력을 전신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걸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다면 마력이 폭주하여 괴물이 되어 버리지만, 폴카의 기량이라면 가능할 거라고 했다.

‘잠깐이라도 방심하면 마력이 폭주할 것 같군.’

아마 전투가 끝나도 폴카는 목숨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브랜틀리를 쓰러뜨리고, 아카데미의 다른 놈들까지 최대한 해치워… 시간을 벌 수 있으면 된다.

‘총대주교님이 각성하실 때까지… 내가 시간을 버는 것이다!’

쿠쿠쿵!

전신에서 불꽃 같은 마력을 뿜으며 돌격했다.

이제 더 이상 검은 사용하지 않는다.

애초에 마인은 무기를 들지 않는 종족이었다.

“……!”

브랜틀리가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이 보였다.

경신술을 사용해 공격을 피하려는 것 같았지만, 소용없었다.

초고속으로 접근한 폴카가 주먹을 뻗었다.

불타오르는 마력에 휩싸인 강권(鋼拳)이었다.

“크윽……!”

쿠웅!

브랜틀리가 튕겨져 나갔다.

막강한 위력에 폴카 스스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튕겨져 나간 브랜틀리는 용암에 처박힐 뻔했지만, 가까스로 몸을 비틀어 근처에 착지했다.

“이 힘은……!”

“하하……!”

무심코 웃음을 터뜨렸다.

전신에 힘이 넘쳐흘렀다.

이 정도 힘이라면 브랜틀리 정도는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확신에 휩싸인 채 폴카는 전신의 마력을 더 활성화했다.

“그렇군! 고대의 마인들은 이런 감각을 느끼고 있었던 건가!”

“폴카 대주교……!”

“이래서 무기를 들지 않았던 거군! 육체 자체가 무기니까!”

폴카는 다리를 치켜든 뒤, 땅바닥을 강하게 밟았다.

그 충격에 산이 흔들린 뒤, 곳곳에서 용암이 터져 나왔다.

“윽……!”

급히 피하는 브랜틀리를 보면서 폴카는 웃음을 터뜨렸다.

“철혈검제가 마인들을 몰살시킨 것도 이해가 되는군! 마인들이 남아 있었다면 기껏 만들어 놓은 제국도 언젠가 멸망했을 테니까 말이다!”

“……!”

자신의 힘에 도취한 채 폴카는 몸을 날렸다.

터져 나오는 용암을 뒤집어쓰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브랜틀리를 향해 돌격했다.

“네 한계를 자각해라, 브랜틀리……!”

“큭……!”

그 순간, 브랜틀리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방금 전에 사용했던 아그리파 청월검술을 다시 한번 시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폴카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이번에는 당하지 않는다!”

폴카는 다시 한번 땅바닥에 충격을 가해 용암이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솟구친 용암이 브랜틀리의 시야를 교란시켰고, 그 틈을 이용해 폴카는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지금 폴카는 브랜틀리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음……!”

쿠웅!

브랜틀리의 견고한 검기가 폴카의 강권을 막아 냈다.

하지만 폴카는 물러서지 않고 다시 한번 주먹을 뻗었다.

“윽……!”

또다시 브랜틀리에게 주먹이 꽂혔다.

호신기를 뚫고 브랜틀리의 몸통에 충격이 전해졌다.

갈비뼈가 부서지는 감각을 느끼며 폴카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움직임을 멈췄군.”

“……!”

우우우웅!

어느새 브랜틀리는 아그리파 청월검술을 전개한 상태였다.

다시 한번 공간이 갈라지며 폴카의 육체를 좌우로 찢었다.

“크윽!”

이를 악물고 물러섰다.

우측 쇄골에서 골반까지 잘려 나갔다.

폴카의 육체는 압도적인 마력으로 보호되고 있는 상태였지만, 아그리파 청월검술의 공간 절단은 막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인 것은 아니다.

“흥……!”

절단면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러자 잘려 나간 부위에서 저절로 살이 돋아났다.

옷은 재생되지 않았지만, 육체는 거의 원형대로 회복할 수 있었다.

“…….”

브랜틀리가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다.

“경이로운가, 브랜틀리?”

“놀랍긴 하군.”

의기양양하게 묻는 폴카에게, 브랜틀리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상당히 유익하다.”

“유익하다고?”

“평범한 그래듀에이트들하고만 싸우다가 너희 같은 놈들하고 싸우니… 여러모로 깨닫는 바가 많다.”

“…….”

“너희들과의 전쟁이 끝나면 나는 더욱 성장할 수 있겠지.”

성장.

그 단어를 들은 순간, 폴카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성장? 성장이라고 했나?”

“뭐가 잘못됐나?”

“웃기는군. 너는 이미 그래듀에이트 절정급으로서 한계에 도달한 상태 아닌가?”

브랜틀리가 절정급에 도달한 지 10년도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 정도쯤 되면 그래듀에이트로서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

그래듀에이트 절정급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절정급 이상의 단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정체될 수밖에 없다.

“설령 네가 이 싸움에서 소소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큰 차이 없다. 제대로 벽을 깨지 못한다면 말이다!”

“그럴지도 모르지.”

고개를 끄덕이며 브랜틀리가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그건 지금 여기서 단정할 일이 아니다.”

“정말로… 어리석은 남자군.”

폴카는 전신에서 마력을 방출했다.

흑천칠염검술을 응용하여, 온몸에 7개의 흑색 화룡(火龍)을 둘렀다.

“그렇다면 똑똑히 깨닫게 해 주마. 너는 여기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무의미하게 죽을 것이다.”

“글쎄, 과연 어떨까.”

“흥……!”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폴카의 몸에 전개된 마력의 용이 머리를 치켜들고 브랜틀리를 덮쳤다.

“윽……!”

7개의 머리를 지닌 다두룡(多頭龍)이 덤벼드는 듯한 느낌일 것이다.

브랜틀리는 어떻게든 방어하려고 했지만, 결국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그 모습에 폴카는 흥분을 느꼈다.

“죽어라, 브랜틀리 아그리파……!”

“크윽……!”

제대로 반격도 못 하고 움츠러드는 브랜틀리를 향해, 폴카는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흥분에 사로잡힌 채, 방어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쓰면서.

그렇기에… 검으로 싸울 때는 절대로 드러내지 않았던 빈틈을 보이고 말았다.

“거기인가?”

“……!”

우우우우웅!

브랜틀리가 펼친 아그리파 청월검술이 폴카에게 직격했다.

정확히 가슴에. 그래도 폴카는 딱히 당황하지 않았다.

방금 전처럼 재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르나드 대주교와 제뉼라 대주교는 그 정도 위치에 있더군.”

“위치……?”

“코어의 위치 말이다.”

“……!”

폴카는 고개를 숙였다.

아그리파 청월검술에 의해 갈라진 배 속에서… 자신도 몰랐던 붉은 오브가 두 조각 나 있었다.

“비슷한 적이 나타나면 그 부위를 집중 공격해 보라고 에르나스가 얘기했었지.”

“아…….”

“역시 이번에도 에르나스가 옳았군.”

“아아아!”

코어를 잃은 폴카의 전신에서 마력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 * *

흑천급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해 주겠다.

알베리히 대주교의 제안은 얼핏 듣기에는 그럴듯했다.

확실히 나는 권력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내가 바라는 것은 모든 적을 쓰러뜨릴 수 있는 힘이다.

게다가 지금 나는 그래듀에이트 절정급의 한계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흑천마교에 귀의하여 흑천급의 경지에 도달하면, 이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알베리히 대주교.”

“네, 에르나스.”

“너희가 정답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는 거지?”

“무슨 말이죠?”

나는 알베리히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희는 마인의 특성을 재현하여 흑천급에 도달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있지.”

“네, 맞습니다만…….”

“하지만, 그렇지 않아.”

“……?”

“흑천급은 정답이 아니니까 말이야.”

그렇다.

이 세계의 작가인 나는, 그들이 잘못된 곳에서 답을 찾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흑천급에 도달하면 확실히 그래듀에이트 절정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겠지. 하지만… 진정한 정점에는 도달할 수 없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진정한 정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흑천급이 아니라 다른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는 얘기다.”

“……!”

알베리히가 눈을 크게 떴다.

“알베리히 대주교, 너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아니, 흑천마교 내부의 지식만 알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내린 거지.”

“무, 무슨 소리입니까!”

여유만만하던 알베리히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습니까? 그러는 당신은 대체 무엇을 알고 있기에……!”

“조만간 알게 될 거다, 알베리히 대주교.”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알베리히와 대화하는 동안 나는 계속 철혈검마심법으로 마력을 순환시키고 있었다.

그 덕택에 마나 하트도 혈맥도 정상화된 상태였다.

“그러니 서둘러서 총대주교를 깨우는 게 좋을 거다. 이제 곧 우리가 총본산 내부로 들어갈 테니.”

“에르나스……!”

알베리히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더 이상 말을 계속하지는 못했다.

내가 양손의 진은검과 진철검으로 자뢰검강을 펼쳐서 알베리히를 베어 버렸기 때문이다.

알베리히는 본인이 아니라 분신이 와 있는 거라, 이 정도 공격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에, 에르나스!”

자뢰검강에 갈기갈기 찢기며 알베리히가 소리쳤다.

“대, 대체 뭐란 말입니까! 진정한 정점에 도달하기 위한 경지가 따로 있단 말입니까?! 그런 게 있을 리가……!”

“잘 생각해 봐라, 알베리히 대주교.”

나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천 년 전… 철혈검제는 무슨 힘으로 마인들을 전멸시켰을까?”

“……!”

다시 한번 검을 휘둘러, 알베리히의 분신을 일도양단했다.

“설령 너희가 흑천급에 도달해 우리들을 전멸시키더라도 결국 너희는 이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화산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지금쯤 브랜틀리와 폴카 대주교의 싸움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을 것이다.

이제 곧 총본산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그곳에서 나는… 지금까지하고는 차원이 다른 싸움을 해야 한다.

“진정한 초월자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결국 패배하게 될 테니까.”

이건 나한테도 마찬가지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는 반드시 철혈검제의 경지에 도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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