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159화 (158/212)

159화 마교 전선 (2)

“저, 저게 대체 뭐야?”

남쪽에서 몰려드는 괴인(怪人)들의 모습에 리히테나워 기사단은 동요했다.

최근까지 그들이 싸워 온 건 평범한 인간 검사들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오크나 오거처럼 변이한 괴인들이 몰려오고 있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요하지 마라!”

그때 제1부대장을 맡고 있는 발렌티아노 교수가 목소리를 높였다.

“몬스터와 똑같다고 생각해라! 우리가 서부에서 사냥했던 그 몬스터들 말이다!”

“……!”

평소 아카데미는 외부 활동으로 몬스터 사냥을 할 때가 많았다.

최근에는 여러 가문들의 검사들과 싸워 왔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몬스터들을 더 많이 상대했던 것이다.

“놈들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마라! 우두머리급 개체에 통솔되는 몬스터라 생각해라!”

“아, 알겠습니다!”

“몰려드는 괴물들을 막을 수 있도록, 진형을 변경한다!”

발렌티아노가 검을 치켜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두머리급 개체는 기사단장과 부단장이 해치워 줄 것이다!”

* * *

리히테나워 기사단을 향해 돌격하는 괴인들의 후방.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두 명의 여성이 몸을 숨기고 있었다.

“역시 알베리히 대주교의 능력은 대단하군요.”

“그래, 역시 흑천마교 최고의 두뇌를 지닌 인물다워.”

젊어 보이는 외모의 여성과 주름살 가득한 여성.

흑천마교의 샤르나드 대주교와 제뉼라 대주교였다.

두 사람은 이번 공격에서 괴인 군단의 지휘관 역할을 맡고 있었다.

“평범한 인간을 괴인으로 만드는 ‘변이약’은 예전부터 흑천마교에 존재했지만… 이렇게까지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건 알베리히 대주교 덕분이지.”

지금 리히테나워 기사단을 향해 돌격 중인 괴인들은 전부 흑천마교의 신도들이다.

납치당해 강제로 귀의한 사람들도 많지만, 어쨌든 전부 평범한 마교도들이었다.

알베리히 대주교는 그들을 한곳에 모은 뒤, 변이약을 섞은 식사를 배급하여 저런 괴인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대부분 마나 하트도 없는 일반인이었지만… 괴인이 되면 최소 그래듀에이트 하급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한다.

“정말로 유능한 인물이야. 그러니… 총대주교님도 알베리히 대주교에게 자신의 육체를 맡기신 거지.”

“네, 그렇죠.”

흑천마교의 수장, 총대주교.

그는 지금 총본산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다.

흑천마교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기 위해… 알베리히 대주교에게 몸을 맡긴 채.

“총대주교님이 잠들어 계신 총본산에 놈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그래, 되도록 여기서 놈들을 격퇴해야겠지.”

리히테나워 기사단에는 현재 4명의 절정급이 있다.

아카데미 교수인 발렌티아노와 안겔라, 아그리파 가문의 브랜틀리, 마지막으로… 에르나스 란즈슈타인이다.

한편 지금 이쪽에는 샤르나드 대주교와 제뉼라 대주교 두 명밖에 없다.

절반밖에 안 되기 때문에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건 검사들의 싸움이 아니라 군단 대 군단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샤르나드 대주교, 그래도 만약…….”

“알고 있습니다, 제뉼라 대주교.”

샤르나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만에 하나 여기서 놈들을 막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무사히 총본산으로 후퇴해야 합니다.”

“그래, 여기서 죽어서는 안 되지.”

최근 1년 사이에 대주교가 세 명이나 죽었다.

샤르나드와 제뉼라까지 죽는다면 총본산의 폴카와 알베리히만 남게 된다.

“어차피 알베리히 대주교가 괴인들을 계속 생산하고 있으니, 상황을 봐서 작전상 후퇴를…….”

제뉼라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을 때.

갑자기 전방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

쿠쿠쿵… 콰앙!

금색의 빛이 여러 번 번쩍하면서, 주위에 충격파가 퍼졌다.

그럴 때마다 엄청난 숫자의 괴인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었다.

“뭐지?”

“이건……!”

제뉼라와 샤르나드는 제어용 오브를 손에 든 채 숨을 삼켰다.

누군가가 강력한 공격으로 괴인들을 몰살하며 일점 돌파를 시도하고 있었다.

“제뉼라 대주교!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괴인들을 지휘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건가!”

그 직후.

숲을 뛰어넘으며 두 개의 그림자가 솟구쳤다.

그 모습을 보고 두 대주교는 경악했다.

“에르나스와 브랜틀리인가!”

리히테나워 기사단의 단장과 부단장.

그들이 엄청난 돌파력으로 괴인들을 뚫고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나머지 괴인들의 상대는 아군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여기 있는 대주교들을 해치우기 위해.

“제뉼라 대주교! 어떻게 해야……!”

“어쩔 수 없다!”

제뉼라가 까득 이를 갈며 소리쳤다.

“응전해라, 샤르나드 대주교! 이렇게 된 이상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가까이 온 상태라면 경신술로 도망쳐 봤자 따라잡힌다.

결국 두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에르나스와 브랜틀리를 상대로 검사로서 싸우는 것밖에 없었다.

* * *

“브랜틀리 부단장, 샤르나드 대주교를 맡기겠습니다.”

“어느 쪽이지?”

“젊어 보이는 쪽입니다.”

“알겠다.”

짤막하게 대답한 뒤, 브랜틀리가 빠르게 움직였다.

브랜틀리는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지시를 잘 따라 주고 있었었다.

자신이 부단장을 맡고 있는 이상, 단장의 명령에는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런 건 확실한 사람이란 말이지.’

나는 앞을 가로막는 대주교들의 부하들을 베어 넘기면서 주름살 가득한 대주교에게 달려들었다.

흑천마교의 재무 담당 대주교인 제뉼라였다.

“에르나스……!”

쿠웅!

내가 휘두른 진철검이 제뉼라의 검에 막혔다.

재무 담당이라고 해도 제뉼라의 검술 솜씨가 다른 대주교들에게 뒤지는 건 아니었다.

그녀 또한 절정급의 그래듀에이트였으니까.

“내가 상대해 주마……!”

제뉼라의 검은 물결치는 형태의 칼날을 지닌 플랑베르주였다.

소설 설정대로라면, 제뉼라는 플랑베르주로 흑천괴리검술(黑天乖離劍術)을 사용할 것이다.

‘흑천괴리검술… 아르테클라스 대주교도 사용할 수 있었던 검술이지.’

흑천괴리검술은 변화무쌍한 서부 검술에 가깝다.

상대방의 눈을 속이기 위한 기술이 많다.

플랑베르주처럼 꾸불꾸불한 검을 사용하는 것도 상대를 현혹하기 위한 술수다.

“하압!”

제뉼라의 칼날이 내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우측 상단을 노리는 척했지만, 어디까지나 눈속임.

실제로는 내 우측 허벅지를 노리고 있었다.

“……!”

쿠웅!

검기와 검기가 충돌하면서 굉음이 발생했다.

내 진철검은 제뉼라의 공격을 완벽히 차단했다.

곧바로 제뉼라가 춤추는 듯한 움직임으로 내 좌측을 노렸지만, 이것도 가로막혔다.

“이 녀석……!”

제뉼라의 기술은 나보다 뛰어났다.

설정상 제뉼라는 절정급에 도달한 지 50년이 넘었다.

큰 깨달음을 얻지 못해 그래듀에이트로서는 정체되어 있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뛰어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제뉼라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 내고 있는 건… 단순히 내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속도를……!”

나는 이미 창뢰신기, 자뢰검기 등 고속 전투를 위한 기술에 익숙해진 상태다.

게다가 마력도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늘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아도 제뉼라를 능가하는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으음……!”

콰앙!

내가 휘두른 검과 제뉼라의 검이 거듭 충돌했다.

결국 제뉼라는 전법을 수정했다. 페이크를 더 많이 섞으면서 내가 치명적인 실수를 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전술에 당할 만큼 미숙하지 않았다.

‘남의 검술을 흉내 내는 것밖에 못 하던 시절하고는 다르니까.’

파파팟!

오히려 제뉼라가 내 연속 공격에 휘말렸다.

왼쪽 어깨에 상처를 입은 제뉼라가 혀를 차면서 후퇴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구나!”

꾸불꾸불한 칼날에서 흉흉한 검기가 일렁였다.

검기의 위력을 극대화해서 나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려는 의도였다.

“내 모든 것을 걸고 네놈을 죽여 주마, 에르나스 란즈슈타인.”

제뉼라가 검기에 모든 힘을 모으는 것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진철검을 두 손으로 잡았다.

“그렇다면, 나도 전력을 다해 상대해 주마.”

“까불지 마라……!”

제뉼라가 거친 검기를 전개하며 나한테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이미 나는 공격 준비를 마쳐 놓은 상태였다.

‘철혈의 마력으로… 파천검강을 펼친다.’

방금 전에도, 나는 괴인들을 돌파하기 위해 파천검강을 사용했다.

그동안 파천검강은 상대방의 검기나 호신기를 파괴해야 할 때만 썼다.

하지만 지금의 마력으로 펼치는 파천검강은… 내 정면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범위 공격이다.

“……!’

쿠쿠쿵!

굉음과 함께 뻗어 나간 금색의 검강.

그것과 충돌한 순간, 플랑베르주의 칼날에 전개되어 있던 검기가 깨져 나갔다.

거의 동시에 칼날 자체도 부서졌고, 그걸 들고 있던 제뉼라도 금색 빛에 휩싸였다.

“아……!”

제뉼라가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마지막에 뭐라고 비명을 지르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파천검강에 휩쓸린 이상,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어려우니까.

“이걸로 끝이다, 제뉼라 대주교.”

“……!”

쿠웅!

파천검강에 땅이 파이고 숲이 무너졌다.

그 정중앙에 있던 제뉼라는 몸에서 막대한 피를 뿜으며 뒤로 쓰러졌다.

그녀가 절정급의 마력으로 호신기를 전개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맨몸이었다면 시체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이걸로… 남아 있는 네 명의 대주교 중 한 명을 해치운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남아있는 셋 중 하나인 샤르나드 대주교를 브랜틀리가 추격하는 중이었다.

* * *

‘제뉼라 대주교가 당한 건가요?!’

샤르나드 대주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존경하는 선배 대주교인 제뉼라가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에르나스에게 쓰러졌기 때문이다.

‘에르나스가 카톨레아스 대주교와 문하이젠 대주교를 쓰러뜨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강했을 줄은……!’

샤르나드는 에르나스가 케르베스트 백화검술을 계승하여 강해진 줄 알았다.

하지만 방금 에르나스가 펼친 건 발트펠트 가문 특유의 금색 검기였다.

그것도 샤르나드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위력이 강했다.

‘마력을 더 압축해서 위력을 끌어올린 것 같은데, 그런 것치고는 공격 범위가 너무 넓어요. 그렇다면 마력량 자체가 카톨레아스 대주교보다 더 많다는 건데…….’

카톨레아스는 알베리히의 실험에도 협조하여 막대한 마력을 손에 넣은 대주교다.

그런 카톨레아스보다 많은 마력을 지니고 있다는 건…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에르나스 란즈슈타인, 저 사람은 설마…….’

샤르나드는 등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생각하기도 싫은 가능성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총대주교님과 마찬가지로… 절정급을 넘어선 경지를 추구하고 있는 건가요?’

절정급을 넘어선 경지.

그것은 어떤 서적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하지만 흑천마교는 절정급의 윗단계가 있다는 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지금 총대주교가 알베리히 대주교에게 몸을 맡기고 있는 것도 그 경지에 돌입하기 위한 것이었다.

총대주교가 그 경지에 도달하면 이 제국의 지배자가 될 자격도 얻게 되니까.

‘그것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자력으로……?’

총대주교조차 혼자서는 불가능해 알베리히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에르나스는 그렇지 않다.

스스로 전장에서 검을 휘두르며 다음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

그 사실에 샤르나드는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어쩌면, 에르나스 란즈슈타인이야말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게속 공격을 주고받던 브랜틀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집중력이 떨어졌군, 대주교.”

“……?!”

빈틈을 교묘하게 파고 들어온 브랜틀리의 칼날이 샤르나드의 어깨를 덮쳤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