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122화 (122/212)

122화 클라우비체의 검 (4)

[칼레시우스 창뢰검술(A랭크)의 이해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칼레시우스 창뢰검술(A랭크)의 성장과 함께 영구 귀속이 진행됩니다.]

[칼레시우스 창뢰검술(S랭크)의 영구 귀속이 완료되었습니다.]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이 다음 단계로 진화했다는 메시지를 보면서, 문득 나는 소설의 내용을 떠올렸다.

작중에서 슈라이에르 가문과의 싸움은 지금보다 훨씬 처절했다.

클라우비체는 온갖 책략으로 아카데미를 흔들었고, 주인공들은 매번 불리한 상황에서 싸워야 했다.

많은 희생 끝에 주인공들은 클라우비체 앞에 도달하지만, 클라우비체는 슈라이에르 비격검술로 무자비한 폭격을 했다.

슈미츠와 비올라가 먼저 쓰러졌고, 이어서 클로에가 쓰러졌으며, 세리느조차 쓰러졌다.

그리고 홀로 남은 주인공 아칸델을 비웃으며 클라우비체가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 했을 때.

아칸델은 그동안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기술을 펼쳐 클라우비체에게 맞선다.

그 기술이 바로… 칼레시우스 창뢰검술 제7식, 창뢰비강(蒼雷飛鋼)이었다.

‘창뢰비강은… 이름대로 검강을 날리는 기술.’

비검술(飛劍術)은 기본적으로 마력이 부여되지 않은 검을 날리는 것이다.

마력이 부여된 검, 즉 검기가 전개된 검을 날리려면 클라우비체처럼 절정급에 도달해야 한다.

절정급이 아니라면 손에서 벗어나는 순간 검기가 흩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뢰비강이라면 절정급이 아니어도 마력이 부여된 검을 날릴 수 있다.

검강으로 마력을 칼날에 단단히 고정한 다음에 날리기 때문이다.

‘이거면… 슈라이에르 비격검술을 정면에서 깨부술 수 있다!’

클라우비체가 10할의 힘을 사용한 슈라이에르 비격검술은 엄청난 위력을 지닌 원거리 공격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검기를 날리는 것에 불과하다.

검강을 날리는 창뢰비강에 대항할 수는 없다.

“……!”

허공에서 두 개의 검이 충돌했다.

클라우비체의 슈라이에르 비격검술이라면 충돌로 인해 궤도가 틀어지더라도 어검술로 다시 나를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될 일은 없다.

내 진철검에 전개된 검강이, 클라우비체의 검에 전개된 검기를 깨부수고… 칼날까지 분쇄했으니까.

“아니……?!”

창뢰비강은 클라우비체의 검을 완전히 파괴한 뒤 그대로 클라우비체를 향해 질주했다.

경악한 클라우비체가 다른 검을 날려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다급히 날린 검조차 분쇄하면서, 창뢰비강이 쇄도했다.

허공에 그린 푸른 궤적이 마침내 클라우비체에게 닿았다.

“크윽……!”

콰앙!

폭발음에 가까운 소리가 울려 퍼졌고.

클라우비체의 몸에서 피가 솟구쳤다.

* * *

“크아아악……!”

클라우비체는 비명을 질렀다.

에르나스가 시도한 정체불명의 비검술은 클라우비체의 슈라이에르 비격검술을 거침없이 돌파했다.

그리고 호신기까지 뚫어 버린 뒤, 클라우비체의 왼쪽 팔을 완전히 파괴했다.

만약 클라우비체의 몸에 정통으로 꽂혔다면 아예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이건 살바토레의 진철검이다!’

에르나스는 살바토레를 쓰러뜨린 뒤 진철검을 빼앗은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진철검이라 해도 이 위력은 비정상적이었다.

‘방금 칼날에 푸른색 검기가 전개되어 있었다! 에르나스의 실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일 텐데……!’

검기를 전개한 채 비검술을 펼치는 건 절정급에 도달해야만 가능하다.

에르나스가 벌써 절정급에 도달했을 리가 없는데, 대체 어떻게 검기를 날린 것일까.

‘아니, 설마 검기가 아닌 건가?’

그러고 보니 에르나스가 사용하는 푸른 검기는 일반적인 검기와 달라 보였다.

거리가 멀어 자세히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일반적인 검기보다 훨씬 견고해 보였다.

‘마력을… 칼날에 고정한 건가!’

클라우비체는 숨을 삼켰다.

마력을 칼날 위에 단단히 고정한다면 일반적인 검기보다 훨씬 견고해질 것이다.

검기가 유지된 상태로 비검술을 펼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저런 애송이가 그런 기술을……!’

이론상으로는 가능할지도 모르나, 그걸 실제로 펼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검의 이치를 깊게 이해하여 깨달음을 얻은 다음에야 가능하다.

에르나스는 이미 그 정도 깨달음을 얻었다는 얘기인가?

‘무슨… 검술의 천재라도 된다는 말이냐?!’

콰앙!

에르나스가 무너진 성벽을 박차고 이쪽을 향해 돌진해 왔다.

그 몸에는 여전히 푸른색 기운이 전개되어 있는 상태였다.

‘더 이상 접근을 막을 수 없다……!’

슈라이에르 비격검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클라우비체는 다급히 허리에서 레이피어를 뽑아 들었다.

어차피 거리가 가까워지면 슈라이에르 비격검술은 비효율적이기에, 슈라이에르 천검술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들 뭐 하고 있느냐!”

레이피어를 들고 자세를 취하며, 클라우비체는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나스를 막아라……!”

“네……!”

클라우비체와 에르나스의 격전을 지켜보고 있던 부하들이 다급히 움직였다.

하지만 에르나스의 돌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쓸모없는 것들……!’

어차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에르나스의 주의를 끌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루클레치아!”

“네!”

클라우비체의 부름에 측근인 루클레치아가 호응했다.

루클레치아라면 자세히 명령하지 않아도 클라우비체의 뜻을 알아줄 것이다.

“죽여 주마, 에르나스 란즈슈타인……!”

그렇게 소리치며, 클라우비체는 에르나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 * *

촤악!

나에게 덤벼들던 중년 그래듀에이트를 일도양단한 직후, 클라우비체의 모습이 보였다.

나와 정면 대결을 하려는 것처럼 일직선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 손에 들려 있는 건 베리스리제가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레이피어였다.

찌르기 위주의 검술인 슈라이에르 천검술로 나를 해치우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소량의 마력을 주위에 퍼뜨렸다.

이걸로 이쪽으로 달려오는 클라우비체의 마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건 미끼!’

정면에서 오는 클라우비체는 클라우비체 본인이 아니다.

위장 마법에 능한 루클레치아가 일시적으로 모습을 위장한 것이다.

진짜 클라우비체는 지금… 내 우측에서 접근하고 있다.

우측에서 달려드는 몸집 큰 그래듀에이트의 배후에 숨어서.

‘그렇다면……!’

나는 아이오니아 신속검술로 전환했다.

우측으로 몸을 날려 몸집 큰 그래듀에이트를 베어 버린 뒤, 그 뒤에 모습을 숨기고 있던 클라우비체를 향해 쇄도했다.

“……!”

아이오니아 신속검술은 발을 멈추는 일 없이 빠르게 움직이며 적을 베어 버리는 검술.

여기에 창뢰신기를 조합하면, 클라우비체의 허를 찌르는 것도 가능하다.

“윽……!”

파앙!

클라우비체의 레이피어가 내 공격을 막아 냈다.

하지만 완벽한 방어는 아니었다. 주춤하는 클라우비체를 향해 다시 한번 검을 휘두르려 했다.

“멈춰라!”

그때 배후에서 루클레치아가 덤벼들었다.

클라우비체로 위장한 모습이 아니라,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제법 날카로운 공격이었지만 나한테는 통하지 않았다.

“아악……!”

창뢰검강에 당한 루클레치아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새 클라우비체는 뒤로 물러서면서 자세를 바로 할 수 있었다.

“뭣들 하느냐! 에르나스를 더 몰아치…….”

“이제 너를 도와줄 놈들도 없다, 클라우비체.”

“……!”

클라우비체가 흠칫 놀라며 주위를 살폈다.

성벽 위에 있던 클라우비체의 측근들은 전부 다 죽거나 부상을 입어 쓰러진 상태였다.

남아 있는 건 성벽을 지키던 일반 병사들뿐이었다.

“너희들! 이리 와서 이놈을 공격해라!”

“가, 가주님……!”

클라우비체의 명령에 병사들이 당혹스러워했다.

그래듀에이트, 그것도 절정급과 상급의 대결에 끼어든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클라우비체, 성이나 제대로 지키라고 명령하는 편이 나을 거다.”

“뭐라고?!”

“바깥쪽을 살펴봐라.”

“……!”

지금 성 바깥에서는 아카데미가 슈라이에르 가문의 군세를 몰아세우고 있는 중이었다.

이건 전적으로 클라우비체가 나를 상대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클라우비체가 쏟아붓던 슈라이에르 비격검술이 멈추니, 절정급의 지도 교수들이 앞장서서 반격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클라우비체, 너는 베리스리제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

“아카데미가 주춤한 타이밍에 화평을 제안했다면, 슈라이에르 가문에 유리한 조건으로 이 전쟁을 종결할 수 있었을 거다.”

클라우비체는 자존심이 너무 강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 방법이 가장 리스크가 적다는 걸 알 수 있었을 텐데, 결국 마지막까지 싸우는 길을 택했다.

“그동안 너는 줄곧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했지.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바람에, 너 자신과 슈라이에르 가문을 멸망으로 몰아넣은 거다.”

“웃기지 마라, 에르나스……!”

클라우비체가 눈을 부릅떴다.

“여기서 너를 죽이고, 아카데미 놈들까지 다 쓸어버리면 되는 거다!”

“이제 불가능해졌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클라우비체.”

지금 클라우비체는 심한 부상을 입은 상태다.

마력으로 출혈을 틀어막고 있지만, 이런 몸으로 아카데미의 절정급 지도 교수 네 명을 상대할 수 있을 리 없다.

슈라이에르 비격검술로 접근을 차단하는 전법도 불가능할 것이다.

“닥쳐라……!”

클라우비체가 고함을 지르면서 나한테 달려들었다.

부상을 입은 상태라고 하나, 슈라이에르 천검술을 사용한 찌르기는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현란한 연속 찌르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내 빈틈을 파고들려 했다.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 역시 절정급의 검사인가.’

사실 클라우비체의 접근전 실력은 매우 뛰어나다는 설정이다.

만약 처음부터 클라우비체와 접근전으로 붙었다면 내가 패배했을 것이다.

하지만 클라우비체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거리전을 고집했고, 그 결과 큰 부상을 입고 체력과 마력도 소비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도 승산이 생겼다.

“흐읍…….”

클라우비체가 몸을 크게 비틀었다.

마력을 칼끝에 집중해, 전력을 다한 찌르기를 펼치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소설에서 묘사되었던 돌진 공격을 시도할 생각일 것이다.

‘소설 묘사대로라면,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는 관통력의 짜르기…….’

데들리 페너트레이터.

슈라이에르 천검술의 필살기라 할 수 있는 기술이다.

클라우비체는 나를 쓰러뜨리기 위해 모든 힘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하압……!”

쿵!

클라우비체가 바닥을 박찬 순간, 성벽이 무너져 버렸다.

너무 강하게 바닥을 찼기 때문에 충격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 정도로 클라우비체의 돌진은 엄청난 속도였다.

‘마지막 힘까지 쥐어짠, 극강의 돌진기……!’

클라우비체는 나를 쓰러뜨린 뒤 아카데미의 지도 교수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도 잊은 상태일 것이다.

여력을 남기지 않고, 모든 힘을 쥐어짜서 필살의 일격을 날렸다.

이것이라면 나를 반드시 해치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면서.

하지만… 나에게는 대항할 수단이 있다.

‘파천검강……!’

내 진은검의 은백색 칼날이 금색으로 물들었다.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을 펼치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극강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검강.

내가 발트펠트 금강검술을 토대로 이 검강을 개발한 건, 처음부터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다.

“……!”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돌진해 오는 클라우비체.

그 찌르기와 정면에서 충돌하면서도 파천검강은 밀리지 않았다.

클라우비체의 검기를 부수고, 그 아래에 있던 칼날을 부수고, 칼자루를 쥐고 있던 클라우비체의 손과 팔을 부수고… 클라우비체의 가슴에 꽂혔다.

“아…….”

입에서 허무한 신음 소리를 흘리면서.

클라우비체가 무너지는 성벽과 함께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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