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아카데미에 천재가 있었다-62화 (62/212)

62화 거물 사냥 (4)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에르나스가 펼치는 금색 검기를 보면서, 테오도라는 눈을 의심했다.

저 금색 검기는 발트펠트 가문 특유의 검기였기 때문이다.

테오도라가 사용하는 발트펠트 패검술, 테오도라의 오빠가 사용하는 발트펠트 금강검술도 저런 금색 검기를 쓴다.

‘란즈슈타인 가문의 후계자가 어떻게……!’

게다가 지금 에르나스는 발트펠트 패검술의 기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지금 테오도라가 취한 것과 완전히 똑같은 자세다.

심지어 금색 검기까지 전개하고 있으니, 누가 보면 에르나스가 발트펠트 가문의 후계자인 줄 알 것이다.

‘발트펠트 가문의 누군가가 유출한 건가? 배신자가 있었나?’

발트펠트 패검술은 발트펠트 가문의 독문 검술이다.

가문 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 발트펠트 패검술을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체 누가 가문을 배신하고 발트펠트 패검술을 유출한 걸까.

“에르나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는 걸 느끼며, 테오도라는 에르나스를 다그쳤다.

“대체 누구에게 발트펠트 패검술을 배운 것이냐! 어서 대답해라!”

“누구에게 배운 것인지 궁금한가?”

에르나스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아까 테오도라에게 예의를 차리던 것하고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한테서 배웠다만.”

“뭐, 뭐라고?”

눈앞에 있는 사람.

그건 테오도라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테오도라는 에르나스에게 가르쳐 준 적이 없다.

“잠깐, 설마…….”

아까 대미궁 바깥에서 에르나스를 시험했던 걸 얘기하는 걸까.

그때 에르나스를 제압하면서 발트펠트 패검술을 사용하긴 했다.

“그렇다면, 그때 내 자세를 흉내 내고 있을 뿐이라는 건가?”

누군가가 유출한 게 아니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에르나스는 발트펠트 패검술의 진수를 모른 채, 겉모습만 흉내 내고 있을 뿐이다.

‘아니, 그래도… 자세가 너무 완벽한데.’

지금 에르나스가 취하고 있는 자세는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다.

에르나스는 테오도라의 자세를 딱 한 번 봤을 뿐이다.

그걸 저렇게 완벽하게 재현한다는 것이 가능한 얘기일까.

‘검술 천재가 아니고서야…….’

검술 천재.

그 단어를 떠올린 순간, 테오도라는 소름이 돋았다.

‘잠깐, 검기가 더 문제야!’

에르나스는 발트펠트 가문의 금색 검기를 전개한 상태다.

저것도 테오도라의 검기를 한 번 보고 재현했단 말인가?

‘세상에 그런 천재가 있을 리 없어……!’

그냥 색깔만 흉내 낸 것도 아니다.

발트펠트 가문의 방식대로 검기를 조정하여, 상대방의 검기를 파괴할 수 있도록 강화되어 있다.

저걸 딱 한 번 보고 재현한다는 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저 검기는 최소 그래듀에이트 중급 이상이어야만 가능하단 말이다!’

에르나스는 그래듀에이트 하급이었다.

아까 대미궁 바깥에서 펼친 검기도 그래듀에이트 하급 수준이 분명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래듀에이트 중급 수준의 검기를 펼치고 있다.

‘그동안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그럴 리가……!’

지금까지 아카데미에서 보급받았을 엘릭시르의 양을 생각하면, 그래듀에이트 하급도 매우 우수한 것이다.

매번 엘릭시르의 마력을 100% 흡수했다고 해도 그래듀에이트 중급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아카데미 입학 전부터 마력을 축적해 왔단 말인가?

‘지하로 추락하면서 갑자기 마력이 늘어났을 리도 없고…….’

모르겠다.

눈앞에 있는 에르나스라는 애송이가, 대체 어떻게 돼먹은 존재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마음이 혼란스러워진 탓에, 테오도라의 검기조차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윽……!”

이래서는 안 된다.

테오도라는 입술을 깨물면서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그래, 에르나스가 어떻게 발트펠트 가문의 힘을 쓰는지는 중요치 않아……!’

어차피 에르나스는 여기서 죽을 녀석이다.

온갖 의문은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 봐도 된다.

‘에르나스가 아무리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내가 그래듀에이트 상급의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된다!’

테오도라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바로 공격에 나섰다.

“에르나스……!”

쿠웅!

땅을 박차며 돌진했다.

지금 테오도라가 펼치려는 기술은 발트펠트 패검술의 대표적 공격기인 ‘그랜드 스매시’였다.

‘설령 에르나스가 그래듀에이트 중급 수준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발트펠트 패검술끼리의 싸움이라면, 결국 힘과 힘의 대결이 된다.

에르나스는 그래듀에이트 중급, 테오도라는 그래듀에이트 상급.

검기의 위력은 테오도라가 더 강할 수밖에 없다.

결과는 뻔했다. 의심할 여지조차 없었다.

“하압……!”

육중한 일격이 뻗어 나갔다.

이 정도 검기라면, 에르나스의 검을 부러뜨리고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것이다.

테오도라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

꽈앙!

공격이 빗나갔다.

에르나스가 절묘하게 받아 내었다.

아니, 절묘하게 흘려 내었다.

테오도라의 공격은 에르나스를 다치게 하는 일 없이, 허공을 갈랐을 뿐이다.

‘뭐지?!’

그 순간 테오도라는 깨달았다.

에르나스가 언제부터인가 다른 검술로 전환하여, 테오도라의 그랜드 스매시를 흘려 보냈다는 것을.

‘이건, 파르티잔 심판검술?!’

발트펠트 패검술로 받아칠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파르티잔 심판검술로 바뀌었다.

에르나스는 파르티잔 심판검술로 테오도라의 공격을 흘려 보낸 것이다.

‘아니, 더더욱 말이 안 된다!’

파르티잔 심판검술은 뛰어난 방어 기술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그래듀에이트 상급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는 방어력을 부여해 주지는 않는다.

‘대체 어떻게 내 공격을 막아 낸 거냐?!’

혼란에 빠진 채, 테오도라는 다음 공격을 펼쳤다.

* * *

‘내가 어떻게 공격을 막아 냈는지 궁금해하고 있겠지.’

나는 테오도라의 눈빛을 살폈다.

테오도라는 명백히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그 덕택에 다음 공격의 궤적도 쉽게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윽……!”

또다시 공격을 막아 냈다.

테오도라는 나에게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했다.

그녀의 공격을 정확히 이해하여, 다른 방향으로 흘려 보냈기 때문이다.

나는 테오도라와 동일한 수준으로 발트펠트 패검술을 이해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테오도라가 어떤 기술을 펼치려고 하는지뿐만 아니라, 그 기술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특정 검술의 이해도를 활용하여, 그 검술을 방어하는 기술을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다.

‘힘과 힘의 대결로는 이길 수 없어. 그러니… 힘과 기술의 대결로 가야지.’

나는 파르티잔 심판검술을 활용하여 발트펠트 패검술을 방어하는 기술을 만들어 냈다.

그 기술로 테오도라의 공격을 흘려 보내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계속 이걸로 대처해서는 안 되겠지.’

시간이 흐르면 테오도라도 내 기술에 익숙해질 것이다.

나보다 높은 경지에 있는 그래듀에이트니, 타개책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기 전에, 승부를 내야 한다.

‘반격이다.’

휘익!

나는 검을 앞으로 뻗었다.

테오도라의 빈틈을 노린 것이다.

“윽……!”

하지만, 조금 부족했다.

테오도라가 다급히 몸을 틀었기 때문에 내 공격은 허공을 찌를 뿐이었다.

“이 녀석……!”

그래도 테오도라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빈틈을 공략당했다는 것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해하기 힘들겠지, 테오도라.’

지금 나는 테오도라의 발트펠트 패검술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테오도라가 어떤 빈틈을 보이는지,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다.

‘몇 시간 전이었다면, 빈틈을 꿰뚫어 볼 수 있다고 해도 제대로 파고들지 못했겠지만…….’

현재 나는 흑영초의 마력을 상당히 흡수한 상태다.

그 결과, 나는 그래듀에이트 중급 수준의 마력을 얻게 되었고, 마나 하트도 성장했다.

아직 익숙지 않아 호신기를 펼칠 수는 없지만… 검기를 강화하거나 육체 능력을 증폭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금의 나라면…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테오도라의 빈틈을 찾아 검을 뻗었다.

그녀도 다급히 검을 휘둘렀고, 양자의 검기가 충돌하려 했다.

“……!”

파앗!

검을 비스듬하게 움직여 테오도라와의 정면충돌을 피했다.

빈틈을 파고들면서 테오도라의 오른팔 외측을 노렸다.

테오도라는 즉각 대응했고, 검기와 검기가 충돌했다.

꽈앙! 굉음이 발생했지만, 나에게는 큰 충격이 전해지지 않았다.

테오도라의 자세가 불완전했던 탓이다.

‘흐트러지고 있군.’

나는 정면 승부를 하지 않았다.

정면에서 부딪치면 마력에서 앞서는 테오도라가 유리하다.

가뜩이나 테오도라는 발트펠트 패검술을 사용한다. 그 금색 검기에 정면으로 부딪치면 내 검기가 무너져 내린다.

“에르나스……!”

테오도라가 조급한 공격을 펼쳤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한 탓에, 베테랑 그래듀에이트답지 않게 혼란에 빠져 있었다.

“도대체 너는 뭐냐?!”

파앗!

테오도라의 황금색 검기가 아슬아슬하게 빛나갔다.

그 순간을 노려, 나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대로 발라하일 중검술의 공격 기술을 펼쳤다.

“……?!”

파앙!

공격은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테오도라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에는 성공했다.

“어떻게 이런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다양한 기술을 펼치면서 계속해서 테오도라를 몰아세웠다.

테오도라는 베테랑 그래듀에이트니, 내가 여러 검술을 자유자재로 전환하면서 싸운다는 걸 쉽게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에 당혹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테오도라를 한계까지 몰아세워야 한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테오도라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막 그래듀에이트 중급 수준의 마력을 획득한 내가, 그래듀에이트 상급인 테오도라를 상대로 우세를 점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내가 테오도라를 몰아세우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심리적으로 몰아세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해.’

콰앙!

검기와 검기가 부딪쳤다.

귀를 울리는 굉음 속에서 테오도라가 눈을 치켜떴다.

내 한쪽 발이 호수에 빠져, 일시적으로 자세가 흐트러진 것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에르나스……!”

테오도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내가 자세를 바로하려는 순간을 노려, 필살의 일격을 날렸다.

하지만 이건 테오도라의 실수였다.

‘한계까지 궁지에 몰린 탓에, 겨우 눈에 보인 기회에 성급하게 손을 뻗은 거지.’

테오도라의 성급한 반응 덕분에, 이쪽도 기회를 잡았다.

지금 테오도라가 펼친 공격을 정면에서 파훼할 수 있다면, 테오도라의 몸통에 치명적인 공격을 꽂아 넣을 수 있다.

물론, 그래듀에이트 중급에 불과한 내가 그래듀에이트 상급의 공격을 정면에서 파훼하는 것은 어렵다.

방법은… 단 한 가지.

“……!”

전력을 다해, 마력을 끌어올렸다.

칼날에 전개되어 있던 금색 검기에 푸른색 스파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발트펠트 패검술에, 칼레시우스 창뢰검술을 조합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테오도라를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상대방의 검기조차 파괴하는 위력을 지닌 발트펠트 패검술.

순간적으로 힘을 끌어올려 격상의 상대와 맞설 수 있게 해 주는 칼레시우스 창뢰검술.

두 검술을 조합하여 만든 기술에, 흑영초에서 얻어 낸 막대한 마력을 싣는다.

“……!”

테오도라가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콰쾅!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뻗어 나간 공격이 테오도라의 검기를 분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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