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든 프린트-100화 (100/315)

100화

전생에 목수였습니다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목재가구들의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수많은 메이저 가구회사에서 나오는 기성품들부터 시작해서.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조립식 D.I.Y(do-it-yourself)가구들까지.

하지만 그 다양한 가구들의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인데, 특히 목수들이 만든 수제 원목 가구들의 가격은 나무에 금칠이라도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싼 경우가 많다.

값싼 D.I.Y가구들과 비교한다면, 열 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비싼 가격의 원인이, 나무에 금칠을 해서는 아니다.

물론 자재로 들어간 목재 품질 차이의 영향도 크지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목수의 정성과 땀이 깃든 무형적 가치였으니까.

그만큼 수제가구에 들어가는 목수들의 노력은, 생각보다 엄청난 것이었다.

“재엽이 형.”

“응?”

“고급스런 수제가구의 가장 큰 특징이 뭔 줄 알아요?”

“음……. 그게 뭔데?”

“사람의 손이 닿거나 시선이 닿는 부분에, 못이 박힌 자국이나 철제 질감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는 것.”

“으음……?”

“그러니까 예를 들어 책상을 만든다고 칠 때, 책상다리와 상판이 만나려면 보통 못을 박는다고 생각하잖아요?”

“응.”

“그럼 자국이 남겠죠?”

“그렇겠지?”

“그런 자국들이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거예요.”

“뭐? 어떻게?”

일반적으로 목재와 목재를 이어 붙일 때, 보통 사람들은 당연히 망치로 못을 박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목공 실력이 뛰어난 목수들은 수제가구를 제작할 때, 못이나 타카 같은 재료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무와 나무를 어떻게 이어 붙이느냐?

“그럼 본드로 붙여?”

“목공 본드를 쓰긴 하지만, 그거로만 붙일 순 없죠.”

“그럼?”

“이렇게 이어붙일 구조목(構造木)의 이음새를 따로 설계해서…….”

지이이잉-!

드르르르륵-!

“마치 퍼즐 맞추듯, 끼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겁니다.”

지금 우진이 보여주는 목공은, 일반적으로 ‘짜임목공’ 이라고 부르는 공법이었다.

가구를 구성하는 모든 목재에 짜임새를 설계하고 만들어서, 못을 박지 않고 오로지 나무만으로 튼튼하고 고급스러운 가구를 만들어내는 작업.

불가피하게 못질을 해야 한다고 할지라도 나무를 깎아 만든 나무못을 박아 철제의 사용을 최소화하면.

오히려 가구의 내구성도 올라가고 외부에서 보이는 고급감도 확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우, 우와……!”

그리고 지금 우진이 출연진 앞에서 보여준 것은, 가장 기본적인 짜임목공 기술 중 하나인 ‘이방연귀’*[사방탁자 등, 각재를 사용해 제작하는 가구에서. 마감부분에 삼면이 만날 때, 적용할 수 있는 짜임구조.]작업이었다.

“수하 누나, 리아 누나. 이쪽으로 와 봐요.”

“으응?”

“여기 각자 모서리를 잡고 이렇게 딱 끼우면…….”

툭-!

“오오!”

“대박!”

“딱 맞아떨어지죠?”

“와, 이거 진짜 신기하다.”

출연진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제각각 촐싹댔다.

제대로 된 목공작업을 처음 보는 그들로서는, 우진이 보여주는 기술들이 신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방연귀는 탁자처럼 구조체 위에 판재를 또 올릴 때 많이 사용해요. 위에 이렇게 네모나게 파인 이음새를, 판재로 가릴 수 있으니까요. 아예 판재에 홈까지 파서 끼우거나.”

이방연귀의 기법으로 세 축을 연결하면, 아래에서 위쪽으로 끼운 부분의 이음새가 드러난다.

우진은 이 부분을 말하는 것이었지만, 출연진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야, 이 정도 드러나면 어때.”

“완전 깔끔하고 예쁜데, 이것보다 더 깔끔할 수가 있다고?”

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물론이죠. 그러려고 삼방연귀 공법이 있는 건데요.”

“삼방연귀? 그런 것도 있어?”

수하의 질문에, 우진은 대답 대신 직접 이음새를 파내기 시작하였다.

드륵- 드르륵-!

마치 두부 썰 듯 슥슥 나무를 파내며, 정교한 구조체를 뚝딱 만들어내는 우진의 모습.

출연진을 비롯해 촬영 팀들까지도 모두 홀리기라도 한 듯 그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고.

그렇게 만들어진 세 축의 목재를, 우진은 그 자리에서 끼워 보였다.

탁-!

이어서 세 목재가 이어져 만들어진 각진 모서리는, 놀랍게도 이음새가 외부로 전혀 드러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어붙인 자리에 대각선으로 남은, 실선 정도만 살짝 보이는 정도.

“진짜 대박.”

“와, 난 그냥 본드로 붙이면 되는 건 줄 알았어.”

“가구 제작이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그리고 제각각 감탄하는 출연진들을 향해, 우진이 웃으며 설명을 더 했다.

“그렇다고 삼방연귀가 꼭 더 좋은 건 아니에요. 결구(結句)*[모서리 마감]의 흔적이 없는 대신, 다른 결구 방식보다 덜 튼튼하거든요.”

이어서 씨익 웃은 우진은, 각재를 하나씩 내밀었다.

사실 목공에 대해 설명하려면 끝도 없이 더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 이상 설명이 길어지면 지루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세 분도 하나씩 받으세요.”

“응?”

“왜……?”

“제가 하는 것 보셨으니, 이제 직접 만들어 봐야죠.”

“헉……!”

우진의 말에 세 출연진들은 경악한 표정이 되었다.

오밀조밀 정교한 이음새의 모습은 찰흙을 빚어 만들라고 해도 어려워 보이는 형태였는데.

나무를 직접 가공하여 그것을 만들라니, 기겁을 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우진은 지난번 유통시장에서 매입했던 목재 대신, 공방에 굴러다니던 각목을 몇 개 주웠다.

우진이 유통시장에서 샀던 목재들은 하드 우드이기 때문에 가공난이도가 더 어려웠고.

그래서 더 싸고 가공이 쉬운 목재를 골라 연습용으로 준 것이다.

“반장님! 이거 좀 써도 되죠?”

“그려, 뭐 그쯤이야.”

공방의 주인인 고재성의 허락까지 떨어지자, 우진의 본격적인 목공 강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우진이 정말 세 사람에게 여기서 제대로 된 목공을 가르칠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우진 혼자서 다 하는 그림보다 출연진들이 열정적으로 배워서 함께하는 그림이 예능에선 더 좋을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공PD가 미리 부탁을 했던 것이다.

‘뭐, 대충 그럴듯한 그림만 뽑아내고,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면 되겠지.’

하지만 이음새 작업을 위한 목공장비 작동법을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

우진은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야, 우진아. 여기서 이 부분 이렇게 사선으로 자르면 되는 거지?”

“네. 맞아요.”

“나도 좀 봐줘. 여기는 홈 이렇게 파면 돼?”

“어……. 그게. 맞기는 한 데…….”

재엽은 물론 수하와 리아까지, 생각보다 너무 열심히 실습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아닌 데…….’

오늘 예능 촬영을 온 건지, 목공 실습을 온 건지.

카메라가 찍고 있다는 사실은 잊어버린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열정적으로 연장을 두들기기 시작한 세 사람.

그래서 조금 당황한 우진은, 고개를 슬쩍 돌려 공PD를 응시했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물었다.

‘이래도 되는 거예요?’

그가 생각할 땐 이렇게 촬영하다가는, 정말 오늘 새벽까지 촬영만 해야 할 것 같았으니 말이다.

제대로 목공을 가르치며 모든 작업 과정을 다 보여주면, 우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진도가 느려질 터.

하지만 공PD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입을 뻐끔거릴 뿐이었다.

‘괜찮아요.’

“…….”

공방 벽에 걸린 시계를 슬쩍 본 우진은, 저도 모르게 작게 한숨을 쉬었다.

“휴우.”

공PD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오늘 촬영은 마라톤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 * *

목공 실습으로 하나가 된 출연진들이, 무아지경으로 나무를 썰고 있던 그때.

공PD를 비롯한 촬영팀은, 바쁘게 그 주변을 움직이고 있었다.

“감독님! 앵글 뒤로 좀 더 빼주시고요.”

“약간 다큐 찍듯이 관조하는 느낌으로다가……!”

“혜영씨 카메라는 우진 씨 계속 따라붙고.”

“좋아요. 이 구도로 제가 싸인 낼 때까지 진행!”

너무 당연한 얘기겠지만.

처음 우진에게 대략적인 작업계획에 대해 브리핑받았을 때, 공PD는 나름대로 촬영 계획을 세워 뒀었다.

‘전문성이 돋보이는 목공 기술들 위주로 편집하고……. 우진 씨가 만든 자재들로 가구 조립하는 씬에서 출연진들의 역할 비중을 보여주면, 전반적으로 괜찮게 그림이 나오겠지.’

하지만 그런 그녀의 계획은, 촬영이 시작된 지 30분이 지났을 시점부터 조금씩 틀어지지 시작했다.

갑자기 수하가 벤으로 뛰어가서 허름한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오던, 바로 그 시점부터 말이다.

‘응? 굳이 저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온 수하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목공 노가다를 시작했으며.

그런 그녀에게 자극받았는지, 재엽과 리아도 더욱 열심히 연장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우진이 난이도 높은 목공작업을 보여주는 초반 촬영 부분에서는 출연진의 비중을 줄일 생각이었는데.

대충 봐도 어려워 보이는 이 작업을, 세 사람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할 줄은 공진영도 몰랐던 것이다.

‘음……. 이렇게 되면 다 편집해 버리기 너무 아까운데…….’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예능이다.

하지만 공진영이 생각하는 <우리 집에 왜 왔니>는, 단순히 단발성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이 아니었다.

물론 단발성 재미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기획한 <우리 집에 왜 왔니>만의 색깔을 살리기 위해선, ‘인테리어’라는 컨텐츠를 더욱 심도 있게 다룰 필요도 있었다.

우리네 생활에 그 어떤 컨텐츠보다 밀접한 영향을 주는 주거.

그 친근함 속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유용하고 신기한 컨텐츠들.

출연진들을 빌어 이 정보들을 전달하고, 또 그 과정 속에서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유발하는 것이.

공PD가 생각하는 <우리 집에 왜 왔니>만의, 특별한 색깔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는 바로 이 측면에서.

연예인 출연진들의 적극적인 목공 참여는, 아주 바람직한 전개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우진이 보여주는 놀라운 퍼포먼스와 목공 기술들도 흥미를 끌어 줄 만한 요소였지만.

시청자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은, 우진보단 다른 연예인들이었으니까.

우진의 목공작업이 단순히 전문가가 보여주는 신기한 기술이라면.

‘목공’ 분야에서만큼은 시청자들과 다를 바 없는 일반인인 세 연예인들의 작업 과정은, 더 현실적으로 와 닿고 몰입할 수 있는 컨텐츠가 되는 것이다.

‘최대한 지루하지 않게 편집하는 건 내 역량이고……. 일단 통짜로 찍어서 편집실로 들고 가 봐야지.’

물론 이런 작업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인 만큼, 세 연예인들의 목공은 실수의 연속이었다.

“으앗!”

“모서리 깨졌어! 어떡해!”

“괜찮아요, 누나. 어차피 이건 연습용 자재야.”

“아으. 그래도 잘 만들 수 있었는데……. 아깝다.”

하지만 그런 장면들도 공PD의 눈에는 충분히 재밌게 느껴졌고, 그녀는 자신의 감을 믿기로 하였다.

‘원래대로라면 오늘 촬영분으로 딱 한 편만 만들려고 했었는데……. 쪼개서 다음 편까지 이어봐?’

그리고 촬영이 이어질수록, 공PD는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다큐라도 찍을 생각인지 작업에만 몰입했던 출연진들이, 슬슬 입담도 살려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야, 우진아. 방금 내가 만든 나무 혼합물은 아무래도 연습용 목재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괜찮아요, 형. 형 출연료로 메꾸면 돼.”

“야이 씨. 나쁜 놈아!”

게다가 한 가지 더.

생각지도 못했던 포인트에서, 임수하의 캐릭터가 살아나고 있었다.

“누나! 아까 잘라낸 피스 있죠?”

“응, 있지.”

“그거 세 개만 만들어서 갖다 줘요.”

“알겠어! 맡겨만 달라구!”

이제까지는 아무래도 재엽이나 리아에 묻히는 느낌이 있던 수하의 캐릭터가, 생각지도 못했던 포인트에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수하는 진짜 우진이 수하 같은데?”

“응……? 그게 무슨 말?”

“왜 있잖아. 무협지나 사극 보면, 아랫사람들을 수하라고 그러잖아.”

“하아아…….”

“아, 진짜. 오빠 제발……. 아재 개그 좀 어떻게 해봐!”

“내추럴 본 아재인데 어떡함.”

촬영 초반만 해도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여성스러운 여배우였던 수하가.

남자인 재엽보다도 오히려 놀라운 실력을 발휘하며, 우진의 조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시작한 것.

때문에 오늘도 촬영의 흐름은 무척이나 순조로웠고.

가장 고무적인 것은, 촬영에 임하는 출연진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촬영 중이라는 것이었다.

예상보다 길어진 촬영 시간 덕에 다들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누구 한 사람 불평 없는 즐거운 촬영.

그래서 공PD는 웃을 수 있었다.

오늘 촬영분을 가지고 편집실에 들어가면, 몇 날 밤을 통째로 갈아 넣어야 할 게 눈에 훤히 보였음에도 말이다.

‘괜찮아. 시청률만 유지할 수 있다면……!’

잠시 편집에 대한 생각을 하던 공PD의 시선이, 문득 촬영장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건, 이 모든 상황을 제안하고, 또 만들어낸 장본인인 우진.

그를 응시하는 공PD의 입가엔, 어느새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골든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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