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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칼 받으러 온 건데요? (1) (48/204)

#48. 칼 받으러 온 건데요? (1)2021.01.20.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졸다 깨다를 반복하던 난 한참을 가다가 깜짝 놀라 깨어났다. 객실이 다소 소란스러운 게 사람들이 내리고 타는 모양인데……. 그래서 여기가 어디……. 아, 아직 멀었구나. 난 기지개를 켜며 중얼거렸다.

“진짜 머네.”

그때, 뱃속이 요란한 소리를 울린다. 하필 앞자리에 앉아 있던 여대생 정도로 보이는 젊은, 아니 어린 여자들이 킥하고 웃는다. 옆에 앉아 있는 여자도 그렇고. 그렇다. 이들 세 명의 여자들은 동행이었고, 함께 앉아가겠다며 내게 좌석을 좀 돌려도 되겠냐고 무척이나 수줍게 물어왔었더랬다.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당연한 일이다. 이게 뭐 유세 떨 만한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잖은가? 서울역에서의 일이었다. 그런데, 그게 이제 와선 좀 후회가 된다. 생각해보니 밤새 술을 진탕 마시고 그대로 출발한 상황. 샤워는커녕 세수도 제대로 못 했다. 그나마 기차역에서 화장실에 들러 고양이 세수를 한 게 다다. 말할 것도 없이 몰골은 꾀죄죄하다. 옷은 다 구겨져 있고, 머리는 살짝 엉겨 붙은 상황. 냄새나 안 나면 다행이다. 그런 꼴에 이젠 배까지 지랄이다. 아, 그러고 보니 지금껏 밥을 안 먹었구나. 술병이 난 건 아니지만, 숙취로 입맛이 딱 떨어져서 아침을 거른 결과였다. 다행히 기차가 다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전부리와 음료를 파는 카트가 지나갔다.

“잠시만요.”

“아, 뭐 좀 드릴까요?”

“예. 목도 좀 마르고 배도…….”

“그럼 맥주 드릴까요?”

“맥주는 됐습니다. 그냥 달걀하고 사이다로.”

“맥반석이요?”

“네. 그거로 주세요.”

물건들을 받고 계산을 하려다가 여자들을 쳐다보았다. 나 참. 사 먹으려면 사 먹을 것이지. 나만 빤히 쳐다보는 건 뭔지. 설마 돈이 없는 건 아닐 테고. 지들끼리 속닥거리며 까르르거리는 걸 보면, 그냥 지금 상황이 그저 재밌는 모양이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아, 두 줄 주세요.”

세 개가 한 묶음인 달걀을 한 줄만 사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카트가 떠나가고 난 뒤, 난 접이식 테이블을 끌어 올리곤 그 위에 달걀과 사이다를 올려놓았다. 그러곤 달걀 하나를 꺼내 껍질이 튀지 않게 조심스럽게 까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달걀이 하얀 속살을 드러냈고 그걸 또 난 두 손으로 살며시 잡아 반으로 갈랐다. 부욱. 소금이 들어 있는 종이팩 한 귀퉁이를 찢어, 한 손에 들고 있던 달걀 반쪽. 그러니까, 노른자와 흰자가 함께 보이는 단면에 소금을 살살 뿌린 뒤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 움썩 베어 물었다. 쩝쩝거리는 소리까진 아니지만, 입을 다물고 달걀을 씹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린다. 삭삭삭. 그리고 다시 달걀에 소금을 뿌리고, 한입. 삭삭삭. 다시 소금을 뿌린 후 또 한입. 달걀 하나를 먹는데, 소금만 열 번은 뿌린 것 같다. 얼마 되지도 않는 소금인지라 아껴가며 뿌리긴 했지만, 이래선 곧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이렇게 먹는 게 삶은 달걀, 아니 맥반석에 구운 달걀의 백미인데. 그렇게 한참을 걸려 달걀 세 개째를 까먹고 있을 때였다. 옆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속으로 웃는데, 이번엔 앞쪽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내가 쳐다보자, 배에서 소리를 낸 여자가 얼굴이 빨개져서 손으로 부채를 부치고 있다. 피식 웃고는 남은 달걀을 한입에 넣고 씹었다. 따악! 치이이이익! 보통은 달걀을 먹으면서 사이다를 함께 마시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그럼 달걀 본연의 맛이 죽잖아. 그 탓에 목이 좀 메기는 하지만. 꿀꺽꿀꺽. 사이다가 입을 통해 목으로 넘어가며 듣는 것만으로 시원한 소리가 울렸다. 꼴깍! 슬쩍 옆을 보자,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여자가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침을 삼키고 있다. 크크큭. 그러다가 침 떨어지겠다. 탁! 사이다를 테이블에 내려놓곤 숨을 몰아쉬었다.

“후아!”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잘 먹었다. 숙취고 나발이고 방금까지 정말 배가 고팠거든. 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남겨진 달걀 한 줄을 들어 빨간 망을 다시금 풀어헤쳤다. 그물처럼 생긴 망이 풀리고 빛깔 좋게 구워진 달걀이 굴러 나왔다. 그걸 들어 까려는데, 다시금 들려오는 소리들. 아주 난리다. 배에서도, 입에서도. 이젠 눈에서 레이저까지 쏘고 있다. 그럴 줄 알았지.

“먹을래요?”

“아! 그, 그게…….”

옆에 앉은 여자한테 묻자, 어찌할 줄 몰라 한다.

“아깐 배가 너무 고파서 두 줄은 먹을 줄 알았는데, 이젠 더 못 먹겠네. 역시 배고플 땐 장 보는 게 아닌가 봐요.”

“킥!”

“맞아, 맞아. 우리 엄마도 꼭 배고플 때 장 보러 가서 이상한 거 막 사 와선 후회한다니까!”

아직 학생들임이 분명하다. 방금까지 넋이라도 나간 듯 침을 삼키다가 지금은 깔깔거리며 재잘거리는 걸 보면.

“자요. 셋이니까, 하나씩 먹으면 되겠다.”

“아! 감사합니다!”

“야, 그걸 받으면 어떡해?”

“괜찮아요.”

“그, 그럼…….”

“얼른 까 봐.”

“맛있게당!”

달걀 하나씩 쥐고 껍질을 까면서도 연신 입을 쉬질 않는다. 그러다가 서로 돌아가며 소금을 뿌릴 때면 투덕거린다.

“왜 그렇게 많이 뿌려!”

“일부러 그런 거 아니거든!”

“뭐가! 내가 봤는데! 팍팍 뿌리던데?”

“아유, 쪼잔하게! 그래, 좀 뿌렸다. 왜?”

“소금 모자랄까 봐 그러지.”

“웅! 그럼 안 되는데…….”

아까 내가 한 대로 조금씩 뿌려가며 야무지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옆에 앉아 있던 여자…… 단발머리를 한 이가 말한다.

“진짜 맛있게 드시더라고요.”

그야, 직업이 그러다 보니. 먹는 것도 좋아하거든.

“원래 달걀 좋아해요.”

“그러시구나.”

“근데, 학생?”

“예에!”

셋이 동시에 대답한다. 입에는 달걀을 넣고 볼이 부푼 채로. 그게 웃겨서 미소를 머금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나 싶었던지 날 한차례 쳐다보긴 했지만, 이내 먹는데 열중하는 세 사람을 두고 객실을 벗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돌아온 내 손에는 세 개의 사이다가 들려 있었다.

“와 아아!”

“고맙습니다!”

“진짜 목말랐는뎅!”

격한 반응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 그로부터 한참을 더 갔지만, 심심하진 않았다. 세 명의 여학생들이 번갈아 가면서, 아니 서로 말하겠다고 싸워댔으니까. 그렇게 그녀들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는 사이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는데, 여대생들이 창문에 줄줄이 매달려서 손을 흔들고 있다. 개중에 내 옆에 앉아 있던 학생은 눈까지 촉촉해져 있다. 나 참, 순진한 건지 아니면 감수성이 풍부한 건지. 저래서야 이 험한 세상을 잘 살아갈지 모르겠다. 쯧, 지금 남 걱정할 땐가? 난 마주 손을 흔들어주곤 기차가 떠나가는 것까지 보았다. 그녀들 또한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고. 누가 보면, 무슨 이산가족이 헤어지는 줄 알겠다. 혹은 군대 가는 남친 떠나보내는 여자? 아, 반대인가? 아무튼, 기차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뒤 역을 벗어났다.

“겨우 다왔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10시가 다 돼간다. 첫차를 탔는데도 이렇다. 뭐, 그래도 편하게 왔으니까.

“오늘 안에는 돌아갈 수 있겠지.”

하고 중얼거렸지만. 착각이었다. 고생은 이제부터였다. ***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후, 얼마나 걸었더라? 아, 진짜 이놈의 산. 아니 강인가? 야트막한 산부터 높다란 산까지 켜켜이 보이는 가운데, 강물이 흐르고 있다. 꽤 멋진 광경이어서 처음엔 감탄하기도 했지만, 것도 얼마 못 갔다. 이젠 징글징글하다. 두 시간째 밥도 못 먹고 걷다 보니, 강이고 산이고 다 그게 그거 같달까. 그래도 어쩔 수 있나? 그저 걸어야지. 물론 가끔 전화를 거는 건 잊지 않았다. 뚜루루루루루. 신호는 가는데, 왜 받는 거야? 맨 처음 버스에서 내려 전화를 걸었을 땐, 혹시 산골이라서 전화가 안 터지는 게 아닌가 의심도 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냥 안 받는 거다. 대체 뭘 하는지 몰라도 진짜 굼뜨다. 아니면 무신경하거나.

- 누구요?

와, 말투 진짜. 티껍다는 티를 팍팍 낸다. 보이스 피싱 하는 조선족도 흠칫할 법한 말본새. 게다가 저음이라 좀처럼 편하게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것도 몸이 편할 때 얘기지.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헉헉! 말씀하신 대로 왔는데도 정자가 안 보여요.”

- 강을 끼고 온 건 맞나?

대뜸 반말. 하기야, 처음부터 반말이었지.

“네.”

- 그럼 더 걸어.

뚜우, 뚜우. 와씨! 지금 장난하나?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바지가 더러워지는 거? 신경도 안 쓰인다. 이제 곧 겨울인데도 속에서 열불이 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너무 걸어서 체온이 높아진 건지 더워 미치겠다. 입고 있던 점퍼도 벗어버렸다. 그러고도 열기가 식질 않아 상의를 바지에서 꺼내 들썩거렸다.

“아, 진짜! 얼마나 더 가야 하는데?”

결국, 악악거리다가 벌러덩 누워버렸다. 하늘은 높기만 하고, 구름 한 점 없이 햇살만 쏟아지고 있었다. ***

“버스 타지 왜?”

목이 타들어 갈 듯 갈증이 극에 달했을 때, 간신히 찾아낸 가게에서 들은 말이었다.

“예?”

“아니, 총각이 좀 미련…… 큼…… 아우라지 간다며?”

“……예.”

“버스 다녀. 거기.”

“그, 그래요?”

“그래. 산 아래까지 버스 타고 가서, 거기서부터 한 이백 걸음? 그쯤 가면 마을이 있을걸? 그리고 거기서 다시 물어보면…….”

“하아.”

한숨이 나온다. 버스가 다닌단다. 그런데, 왜……. 으득. 진짜, 뭐냐고! 그 아저씨! 만나기만 해봐라.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데, 아줌마가 가게 앞 평상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러곤 후다닥 안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그릇 두 개를 들고 나왔다. 뭐지? 그릇 속을 보니, 국수다. 한데,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뭔가요?”

아줌마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짓더니, 날 위아래로 훑어본다.

“보니까, 점심도 걸렀겠다 싶어서. 안 그래도 나도 밥맛이 없어서 이걸로 한 끼 때우려던 참이거든.”

“그럼……?”

“어서 먹어. 불면 맛없다니까.”

“아, 예. 감사합니다.”

얼떨결에 아줌마가 내민 국수 그릇을 받아 한 젓갈 입에 넣는데……. 어? 이거 뭐지? 맛이 신기하다.

“메밀인가?”

“아이고. 젊은 사람이 혀가 장난이 아니네. 그걸 또 어떻게 알았대? 처음 먹어본 거 같은데?”

“……이건 된장인가요?”

아줌마가 웃으며 말해준다.

“콧등치기.”

“콧……등치기요?”

“호호호. 그렇게 불러.”

“아……!”

“아까 말한 것처럼 메밀국수야. 근데 다른 데선 먹을 수 없을걸? 이게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거거든.”

서글서글한 인상만큼이나 구수하게 설명해주는 아줌마였다. 메밀을 반죽해서 국수를 뽑고, 육수에는 된장을 풀고 깨소금 양념을 한 거라고 하는데, 어찌나 맛이 좋은지…….

“정신없이 빨아들이다 보면 국숫발이 콧등을 친다. 그래서 그렇게 불렀다고 하더라고.”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해 보이곤 젓가락을 내려놓는 아줌마. 내 쪽도 아줌마처럼 그릇이 싹 비어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콧등치기. 그리고 이거.”

얼마를 드려야 할지 몰라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자, 아줌마가 손사래를 치다 못해 날 떠민다. 그렇다고 그냥 음료숫값만 내기엔 정말 미안하고, 또 고맙기도 해서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다 발견했다. 짙은 암청색의 맷돌을.

“어!”

아줌마는 만 원짜리 지폐를 사이에 두고 씨름을 하듯 하다가 내가 소리치자, 뭔가 싶었던지 고개를 돌리더니 씨익 웃는다.

“처음 보나 보지?”

“네. 저런 맷돌은요.”

한차례 고개를 끄덕인 아줌마가 내뱉듯 한마디 한다.

“쑥돌 맷돌이야.”

“쑥돌?”

“그래, 쑥돌. 정선 맷돌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인데, 혹시 압실마을이라고 알아?”

고개를 내젓자, 아줌마가 신명이 났는지 맷돌까지 낑낑거리며 가져와 내 앞에 놓고 설명해준다.

“콩이고 녹두고 어찌나 잘 갈리는지, 여기선 음식 빨리 먹는 사람 있으면 ‘압실 맷돌 콩 먹듯 한다’고 한다니까.”

아……! 그걸로 다 설명된다. 저 맷돌이 얼마나 대단한지. 난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저거 얼마예요?”

“말했다시피 압실마을이란 곳에서 만든 걸 최고로 치는…… 응?”

“얼마냐고요.”

“…….”

“…….”

“사려고?”

“네.”

“글쎄. 파는 건 문제가 안 되는데, 나도 산 지 오래돼서 얼마나 받아야 할지 모르겠네.”

“그럼 이렇게 하죠.”

난 품에서 지갑을 꺼내 오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 내밀었다.

“여기 콧등치기 값.”

“그게 무슨! 국수 한 그릇에…….”

“음료수랑 맷돌은 덤.”

내가 얼른 덧붙이자, 아줌마가 날 멍하니 보다가 갑자기 깔깔 웃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참을 웃다가 돈을 받아들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나온 아줌마는 보자기를 들고 있었다. *** 무겁다. 그냥 무거운 게 아니라 팔이 빠질 것처럼 무겁다. 이놈의 맷돌 더럽게 무겁네. 그래도 혹여 떨어뜨릴까 봐 조심조심.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주의를 기울였다. 덕분에 버스에서 내린 뒤에도 한참이나 걸려 마을에 도착했고, 거기에서도 물어물어 여기까지 올 때까지 또 한 시간. 마침내 도착한 산자락엔 짐승이나 지나다닐 법한 길만 보일 뿐이다. 그러니까, 저길 기어 올라가면 나온다 이거지? 후우. 진짜 미친다. 맷돌을 들고 올라갈 생각을 하니 토가 나올 것 같다. 저걸 보고 있으니, 가겟집 아주머니가 떠오른다. 강원도 사투리를 하나도 안 쓰길래 조심스럽게 물으니 배꼽이 빠져라 웃더라. 그러곤 한다는 말이. 강원도 사람들 표준어 잘 쓴다나? 어찌 되었든 맷돌은 잘 산 거 같았다. 바가지를 쓴 거 같지도 않고. 그래도 이제 와서 저걸 들고 산길을 오를 생각에 눈앞이 캄캄하다.

“별수 있나.”

가야지. 끙! 하고 소리를 내곤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삼십여 분을 맷돌과 산길, 그리고 자꾸만 눈을 찌르려는 나뭇가지들과 씨름한 결과 다다랐다. 제법 그럴싸하게 보이는 커다란 기와집을.

“……산속에 기와집이라.”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그간의 고생도 한몫해서 묘한 기분에 휩싸여 문을 두들기려는데, 삐—걱. 대문이 열린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갑자기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꽝! 무슨 폭탄이라도 터진 줄 알았다. 그래서 쳐다봤는데, 담장 안 건물 중 한 채의 문이 뻐끔 입을 열린 채 그 속을 내보이고 있었다. 거기에선……. 꽝! 중년 남자가 모루 위에 시뻘겋게 달궈진 쇠를 올려두고 거대한 망치를 내리치는 중이었다. 꽝! 그때마다 한껏 부풀어 오른 팔뚝의 근육들이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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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무슨 근육이! 얼마나 단단해 보이는지, 손으로 눌러도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맷돌을 한쪽에 잘 내려놓았다. 그러곤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막말하던 참이었다.

“저, 고윤수 주방장님이…….”

“잡아.”

“예?”

“거기 집게. 얼른 들고 와서 이거 잡으라고.”

형태로 봐선 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벌겋게 달궈진 쇳덩이를 나더러 잡으란다. 집게로.

“아니, 그러니까, 전…….”

쾅!

“뭐해? 잡지 않고?”

“아, 예…….”

후다닥 달려가 남자가 가리킨 집게를 들면서 중얼거렸다.

“끙. 칼 받으러 온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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