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무지 부담스럽습니다만. (1)2021.01.13.
순간 당황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다음엔 왜? 란 의문이 들었고. 또 그다음엔……. 아, 몰라 몰라.
“지금 말씀이십니까?”
- 아직 지하철 아닌가?
어라?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뭔가 알 수 없는 불쾌감을 느끼며 미간을 구겼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설마 미행하는……. 하아, 영화를 너무 많이 봤다. 혀를 찰 뻔한 걸 간신히 삼키며 대답했다. 아니, 질문인가?
“그렇긴 한데…… 무슨 일이신데요?”
- 호호호호. 내가 이래서 서 셰프를 좋아한다니까.
“…….”
- 봐요, 서 셰프. 대한민국 땅에서 나한테 그렇게 물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거 같아요?
내가 대답하지 못하자, 김진숙 회장은 까르르 웃었다. 그러더니 다시 물어왔다.
- 퇴근할 거죠?
“……예.”
- 집으로 가는 건가?
아직 내가 어디 사는지는 모르는 모양이군. 하긴, 무슨 일로 보자는 건지는 몰라도, 설마 거기까지 파고들 정도로 내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아무튼…….
“지금은 좀 그렇네요. 제가 좀 피곤해서요.”
- 아, 그렇기도 하겠다. 근데, 내가 내일부터 출장이라서 시간이 없어요. 서 셰프가 좀 봐줘.
“시간은 저도 없는데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이대로 돌아가도 8시는 돼야 도착할 테고, 잠시 이하연과 통화하고…… 아, 외숙모하고도 통화해야 하니까, 씻고 잠들 때면 10시는 넘어 있을 터. 내일 새벽 4시까지 잔다고 해도 6시간밖에 자지 못한다. 설사 5시까지 잔다고 해도 7시간 잘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딴짓이라곤 일절 안 한다는 전제하에 내려진 결론이었다.
- 그래요. 내가 보기에도 서 셰프는 부지런해 보여요. 그럼 이러면 어때? 내가 그 시간 사는 거로.
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난 입을 살짝 벌리고 핸드폰을 귀에서 떼어냈다. 그러곤 핸드폰 화면 위에 떠 있는 전화번호가 김진숙 회장이라도 되듯 멍하니 쳐다보았다. 뭐야, 이 상황은? 하도 얼척이 없어서 한숨을 푹 내쉬곤 고개까지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런 뒤에야 다시금 핸드폰을 귀로 가져갔다.
“저기요.”
- 응? 저, 저기……? 호호호호호호호호호!
하아, 진짜 뭐냐고. 지금 어느 부분이 웃긴 건데?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최대한 공손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회장님 바쁘신 것도 알겠고요, 저하곤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분이란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게도 생활이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불쑥 전화하셔서…….”
음? 근데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대? 의아해져서 잠시 말을 멈췄다가 문뜩 정신을 차리곤 다시 말을 이어갔다.
“큼……. 아무튼,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 그래요. 그 점은 사과할게요. 제가 너무 욕심이 앞섰네요.
그래도 경우는 있으신 분이셨네. 자칫하면 목소리가 커질 뻔했는데……. 다행이란 생각에 막 인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얼른 끊고서 지하철을 타려는 생각에.
- 근데 궁금하진 않은가 봐?
“예? 뭐가?”
- 내가 왜 전화…… 아니, 만나자고 하는지?
궁금하긴 하지. 한데, 궁금해하면 안 될 거 같다고나 할까. 농담이 아니라 그랬다간 꽤 귀찮은 일이 벌어질 듯한 예감이었다. 그러니 내가 할 말은 하나였다.
“아뇨. 궁금하지 않은데요?”
요즘처럼 더없이 만족스러운, 그러면서도 평화롭기 그지없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그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길 바랐으니까.
- 서 셰프, 그렇게 안 봤는데 매정하네.
“분명한 거라고 해주시면 좋겠네요.”
- 호호호. 분명한 성격인 건 확실하네요.
“그럼 이만…….”
- 아, 잠깐만.
“…….”
- 내가 그쪽한테 관심이 많다고 하면 어쩔 건가요?”
멈칫. 설마 김진숙 회장이 말하는 관심이 그 관심은 아니겠지? 나이는 좀 있지만, 미혼이라고 하던데. 에이, 아니겠지. 마른 침을 삼키며 되물었다.
“뎌, 저야 영광입니다만.”
아씨, 혀 깨물었네.
“솔직히 말씀드려, 부담스럽기는 하네요.”
- 아유, 솔직하기도 하지. 이래서 내가 요즘 푹 빠져 있는 건가? 서 셰프, 자기도 알지?
“머, 뭐가 말입니까?”
- 자기, 나쁜 남자인 거?
아, 진짜 뭐래? 지금 밀당하는 것도 아니고.
“저 좋은 남자인데요?”
대꾸하는 나는 또 뭐고.
- 쿱! 서 셰프랑은 대화는 맛이 있어, 맛이.
그러시군요. 그럼 어지간히 맛보셨으면 이만 전화 끊어주시죠.
- 이런 통화도 즐겁긴 하지만,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서 셰프.
아, 진짜…… 무섭게, 왜 그렇게 그윽하게 부르는 건데? 난 침을 꼴깍 삼키며 대답했다.
“예.”
- 내 밑에서 일해볼 생각 없어요?
“…….”
- …….
“…….”
- 왜 대답이 없어요?
귀에 이명이 들린다.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고 멍해졌다. 누가 누구 밑에서 일을 해? 아니, 아니……. 이렇게 말하면 꼭 기분 나쁜 거 같잖아. ……헐! 지금 스카우트 당한 거야, 나? ---- 뚜르르르르르. 지금 열차가 들어서고 있으니……. 지하철이 들어서려는지 방송이 들려왔다. 덕분에 허공만 멀뚱히 쳐다보고 있던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후웁! 크게 숨을 들이 마신 후에야 말문을 열 수 있었다.
“절, 뭘 보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물음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얘기에 김진숙 회장은 한동안 대꾸하지 않았다. 침묵이 길어지며 괜스레 속이 탔다. 이러다가 놓치는 거…… 어! 순간 머리가 띵했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지? 머릿속에 많은 이들이 스쳐 갔다. 고윤수 주방장님, 김진호 셰프, 준석이 형 그리고 강형식의 얼굴이 차례로 떠올랐다. 심지어 평소에 눈총을 팍팍 주면서 구박 아닌 구박을 하던 안성댁과 순박 그 자체인 혜순이 누나까지 떠올린 걸 보면, 내가 어지간히 그 주방을 좋아하라 하는구나 싶었다. 마구니다, 마구니! 더 좋은 직장, 좀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유혹. 은근히 들려오는 달콤한 목소리. 차라리 오늘부터 1일을 하자고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닐 터였다. 김진숙 회장……. 무섭네, 진짜. 머리를 흔들어 유혹의 근원을 털어내면서 곧바로 ‘NO’를 외치려던 순간이었다.
- 오늘 류승렬이 울었다죠?
머릿속에서 뭔가가 꽝하고 터지는 듯했다. ---- 뚜르르르르르르. 지금 지하철이 들어섭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
방송 소리와 함께 철로가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앞쪽으로 우르르 움직이는 걸 보면서 난 오히려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아셨죠?”
- 글쎄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근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것보다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비빔밥 맛이 어땠길래 그 성격 더럽다고 소문난 류승렬이 눈물까지 흘렸을까? 이러니 내가 탐이 나, 안 나?
“후우.”
난 저쪽이 들을 정도로 크게 숨을 몰아쉬곤, 최대한 담담하고 그러면서도 결례가 되지 않도록 애쓰며 얘기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강형식이 연락했을 때 오늘 일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 테니까.
“회장님, 제안은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 배울 게 많아서요. 안타깝지만, 그저 마음만 받겠습니다.”
- ……그래요.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서 셰프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마음 넓은 내가 물러나야겠죠? 내가 진짜 어지간하면 안 그러는데, 그렇게 진지하게 얘기하니까 마음이 약해지잖……. 아, 그럼 자기 나한테 하나 빚진 거다?
“예에?”
- 아냐?
하아, 진짜 어지간하다. 이거야말로 사슴한테 활을 겨눴다가 쏘지 않고 보내주면서 자기 덕택에 산 줄 알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지 않은가? 그렇긴 한데, 이젠 귀찮다. 얼른 끝내고 집에 가고만 싶다.
“예, 예. 그렇다고 치죠.”
- 쿡! 그래요. 그렇다고 쳐요.
“끙.”
- 그럼, 이만.
뚝. 와! 칼같이 끊어버리네. 재벌들은 다 이런가? 이런 이들을 상대로 나름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강형식을 다시 한번 측은하게 생각하며 전화를 바지에 찔러 넣었다. *** 세상엔 두 가지 부류의 여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마음을 흔드는 여자. 나머진 소나 닭처럼 보이는 여자. 후자야 눈만 돌리며 사방천지에 깔려 있고, 전자로 말하자면 이하연 정도 되겠다. 근데 오늘 한 명이 더 생겼다. 김진숙 회장. 아, 물론 연애 감정은 1은커녕 0.1도 없다. 다만, 이하연과는 다른 의미에서 내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었다고나 할까. 자칫했으면 넘어갈 뻔했고. 뭐, 결국엔 어느 시점에서 정신 차리고 진짜로 넘어갔을 거 같진 않지만, 어찌 되었든 마음이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참내,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큰소리 뻥뻥 치고 다녔는데, 나도 참 헛방이네. 겨우 이 정도로 흔들리고. 어찌 되었든 힐링이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했다. 그래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 오빠!
걸자마자 받는 건 뭐임? 그리고 외숙모한테 걸었는데, 수아가 받네?
“수아구나.”
- 응응.
“아직 안 잤어?”
- 아직 8시밖에 안 됐는걸.
“아, 그런가? 근데, 외숙모는 어디 가시고 네가 받아?”
그렇게 물었을 때, 수화기 너머에서 외숙모의 웃음소리로 들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와 동시에 수연이 누나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 이 무심한 놈아! 뭐긴 뭐겠냐? 계속 기다린 거지!
응? 기다려? 뭘……. 아, 그런 건가?
“미안. 바로 전화하려고 했는데…….”
- 지랄. 네가 퍽도 그랬겠다.
- 오빠아아아. 연예인 누구 나왔어?
“진짜로 내가 전화하려고……. 응? 한진석이랑 류승렬.”
- 꺄아아아아악!
- 야, 이수아! 뛰지 말라니까! 밑엣집에서 뭐라 하면 어쩌려고 그래?
- 호호호호. 우리 수아 좋겠네? 오빠가 연예인이랑 촬영도 하고.
- 응응. 내일 학교 가서 인석이한테 얘기해 줄 거야. 씨이, 내가 우리 오빠, 방송 출연한다고 말했는데도 안 믿잖아!
- 바보야. 증거 대라고 하면 어쩌려고?
- 웅? 즈, 증거?
킥.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수화기 너머의 상황이 눈에 본 듯이 그려져서.
“사진 보내줄까?”
- 어, 뭐야? 너 사진까지 찍었어? 누구랑? 류승렬?
- 꺄아아아아아아! 보내줘! 보내줘!
크크큭. 난 핸드폰에서 앨범을 뒤져 사진 한 장을 톡으로 보냈다. 이래서 여기가 최고라니까. 와이파이가 빵빵 터지잖아. 여기서라면 사진 아니라 동영상을 보내도 데이터 걱정 따윈 할 필요가 없다.
“갔어?”
- 아니, 아직…….
까똑.
- 어! 왔다!
- 보여줘! 얼르으으은.
- 어머, 진짜 한진석이네?
- 헐! 류승렬이랑 어깨동무까지 했어?
- 히히힛! 최인석! 주겄어!
반응 참 핫하네. 근데 외숙모랑 사촌들 반응이 좀 갈리네. 혹시 외숙모가 한진석 팬인가?
“싸인 받아다 드릴까요?”
- 어? 너……. 그, 그럴 수 있어? 나…… 류승……렬.
- 나도, 나…….
- 어머! 진짜? 그럼 부탁해도 될까? 한진석한테.
- 대박! 엄마, 한진석 팬이었어?
- ……나도 싸인. 류승렬 거 갖고 싶은데.
“다음에 만나면 다 받아다 줄게. 아, 수아야. 하츠라고 알아? 요즘 되게 핫한 여가수라고 하던데.”
- 응! 알아. 우리 반 애들도 다 알걸?
- 넌 어떻게 변하는 게 없냐? 어떻게 하츠도 몰라?
“요즘 가수들을 내가 어떻게 알아?”
- 하아, 너 진짜…….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라. 하츠가 데뷔한 게 5년 전인가? 6년 전인가? 그쯤 됐을 거다. 뜨긴 한참 후에 떴지만. 근데, 어떻게 그런 스타를 몰라?
혀를 차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을 수연이 누나를 머릿속에 그리며 다시 한차례 미소 지었다.
“다음다음 주에 촬영할 때 게스트로 온다고 하더라. 그때, 하츠한테도 싸인 받아올게.”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늘만 벌써 몇 번째 저런 소리를 내지르는지. 그중에서도 이번 게 가장 뜨거운 거로 봐선 하츠라는 가수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 일도 좋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고. 항상 건강 조심해야 한다?
누가 보면 비명이라도 지른다고 오해할 정도로 높은 데시벨의 수아 목소리와 시끄럽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치고 있는 수연이 누나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외숙모가 염려 가득한 당부를 했다.
“그럴게요. 걱정 마세요.”
- 그래. 믿을게.
“예. 그럼. 주무시고요. 아, 외삼촌한텐 제가 내일 따로 전화 드릴게요.”
아직 퇴근을 안 하시고 한창 근무 중이실 테니, 지금 전화하는 건 좀 그렇고. 내일 점심때쯤 연락드려야겠고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좋을까?”
지금도 좁디좁은 거실을 뛰어다니며 비명을 지르고 있을 수아를 떠올리곤 웃으면서 톡을 확인……. 헉!
- 촬영 끝났죠?
- 뭐양? 왜 답이 없엉.
- 이상하다.
- 끝나지 않았어요?
- 앙! 대답해라, 오바!
- 여기는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 오바!
- 아앙. 뭐에요!
- 끝난 거 다 알거든?
- 서진영!
- 서진영!
- 서진영!
- 얼른 톡을 확인해라, 오바!
외삼촌 댁 식구들 덕분에 입가에 머금었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그러다가 킥킥댔다. 그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오바!’라고 외쳐대는 이하연의 예쁜 얼굴이 떠올라서. 그러는 동안에도 내 손은 이미 부재중 통화에 남겨진 이하연의 번호를 터치하고 있었다.
- 아아앙! 뭐양! 왜 이제 전화하는 건뎅!
뭐야? 요즘은 전화하면 신호가 가기도 전에 받는 게 유행인가? 아님……. 어? 핸드폰 고장 난 거 아냐? 그럼 곤란한데? 요새 부쩍 통장이 두둑해졌다지만, 그래도 핸드폰을 바꿀 정도로 형편이 핀 건 아닌데.
“마, 많이 기다렸어요?”
- 아, 진짜! 뭐에요? 얼마나 기다렸는데.
“미안해요. 어쩌다 보니 좀 늦었네요.”
- 솔직히 말해요. 딴 여자랑 통화했죠?
헐, 귀신이 따로 없네. 우연의 일치겠지만, 아닌 게 아니라 지금껏 통화한 사람들이 전부 여자다. 아, 형식이도 있구나. 형식아, 네가 날 살렸다.
“아뇨. 형식이가 전화를 걸어와서……. 그리고 외숙모랑…….”
- 그럼, 뭐 됐어요. 근데, 어땠어요?
태세 전환, 참 빠르네.
“별거 있나요? 촬영이란 게 뻔하죠.”
짐짓 허세 한번 떨어주고, 통화를 이어갔다. 그런데 정말 몰랐다. 통화가 그렇게 길어질 줄은. 한참 동안 촬영 얘기와 더불어 가끔 삼천포로 빠져 간간이 잡담 비슷한 얘기까지 곁들이며 통화하다가 이하연의 하품 소리에 정신을 차리곤 전화를 끊었을 때 놀라고 말았다.
“뭐야? 벌써 9시야?”
외숙모랑 통화한 게 10분이 채 안 됐으니까, 무려 1시간가량을 통화한 셈. 그런데……. 요즘 피곤한가? 뻑하면 밤샘하는 거로 아는데. 이하연의 걱정이 살짝 들어 눈썹을 일그러뜨리고 있을 때였다.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응? 누구지? 이 밤에 여길 찾아올 사람이……. 아, 형식이인가?
“야, 넌 지금이 몇 신줄 알고……. 어? 주, 주방장님?”
강형식인 줄 알고 벌컥 열어버린 문 너머로 고윤수 주방장님이 서 계셨다.
“아새끼래, 내래 기렇게 반갑네?”
뒷짐을 진 채 방안으로 들어서는 주방장님이셨다. 그런 주방장님을 따라 돌아서는데……. 주방장님이 돌아보지 않은 채 물으셨다.
“니래, 김진숙 회장이랑은 어찌 아는 사이네?”
어? 이건 또 무슨…….
“아는 사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그 에미나이래 오늘 연락하지 않았음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