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2화
진실은 가혹하다.
‘그래서 믿기지가 않아.’
어째서 아버지의 모습에서 칸 마드리드의 얼굴이 엿보인 걸까.
미래에서 보았던 칸 마드리드는 아버지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왜 지금의 그는 아버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걸까.
‘설마 미래가 뒤틀린 건가?’
고민하던 아더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칸 마드리드와 아버지의 존재만 바뀌었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오히려 칸 마드리드의 진짜 정체가 아버지라 생각하는 편이 옳았다.
‘그럼 왜? 아버지는 왜 그런 짓을 저지른 거지?’
떠오른 의문과 함께 아더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수십 번, 수백 번.
생각 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떠올리면 그 해답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마땅한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 어떤 이유로도 아버지가 저지른 짓은 납득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아더는 포기하고 말았다.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야.’
설령 그게 칸 마드리드에게 조종당해 저지른 짓일지라도.
그가 저지른 죗값은 사라지지 않았다.
‘실험당한 아이들. 전쟁에 희생된 사람들. 아버지의 손에 죽어간 홀란… 레버쿠젠. 대부님까지.’
그들 모두를 죽인 사람이 아버지다.
그 사실을 깨우친 순간 세상이 뒤틀렸다.
그 속에서 나타난 희미한 환청이 속삭였다.
[아더 바이에른… 너는 아버지를 죽일 수 있나?]
환청의 정체는 아버지의 모습을 한 칸 마드리드였다.
[그 어떤 짐승도 범죄자도 악인도… 제 부모를 죽이지는 않는다. 너는 그 원죄를 감당 할 수 있느냐?]
아더는 대답하지 못했다.
부모를 죽인 죄.
하늘이 정해놓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원죄.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은 아더였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아더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가족을 잃는 것이고, 그들이 상처 입는 것이다.
그런데 가족인 아버지를 제 손으로 죽일 수 있냐는 질문은 너무 가혹한 것이었다.
그 때 환청으로 된 칸 마드리드가 다시 한 번 속삭였다.
[차라리 내 손을 잡아라.]
그 속삭임은 너무나도 달콤하고 매력적이었다.
[죽일 수 없다면, 내 손을 잡고 행복해져라 아더 바이에른.]
흔들릴 수밖에 없는 제안.
그것이 설령 철천지원수가 한 제안이라 하여도 아더의 마음은 흔들리고 말았다.
[가족을 건들지 않으마. 네 친구의 신변을 위협하지 않으마 .바이에른을 최고로 만들어주겠다.]
그 빈틈을 환청이 된 칸 마드리드가 날카롭게 파고들어왔다.
[나와 손을 잡는다면… 너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설령 이 세상이라 할지라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아더의 마음으로 파고든 칸 마드리드는 곧 아버지.
레오 바이에른이 되었다.
그 레오 바이에른이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 내 손을 잡거라 아들아. 너와 내가 한 편이 되면… 세상이 아니라 하늘도 거머쥘 수 있다.]
너무나도 천진난만한 미소.
아더는 홀린 듯이 그 미소를 바라보다 순간적으로 손을 뻗으려 할 때였다.
구슬픈 울음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
깜짝 놀란 아더가 뒤로 물러섰다.
그 속에서 주변의 시야가 확장되었다.
-…가주님
-레버쿠젠의 수호신이시여.
-어찌 이리 가십니까… 어찌 이리..
눈물을 흘리는 레버쿠젠의 시민들.
-주인을 잃었다…
-한 평생 모셔온 주인을 지키지 못했어.
-기사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우리는 이제 어찌 살아야 한다 말인가?
피의 맹세를 한 기사들.
그리고.
-할아버지.
홀란 레버쿠젠의 손녀 딸.
엘린 레버쿠젠.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그녀의 목소리가 아더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머리를 거칠게 두들겼다.
그 감각 속에서 아더는 깨달았다.
‘아아… 너무 늦었어.’
아버지 때문에 고통 받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설령 그게 칸 마드리드에게 조종당해 벌인 짓이라도.’
엘린.
하트의 시민들.
카셀.
그 외 그에게 희생당한 수많은 사람들.
그들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원한이 너무나도 컸다.
그 순간 칸 마드리드이자 아버지의 잔상이 사라졌다.
대신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아버지가 남겨준 검.
진실이.
그 검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아더는 검면에 새겨진 글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진실을 목도한 순간, 흔들리지 마라.]
아버지가 남긴 것인지, 아니면 이 검에 원래 새겨진 글귀인지는 몰랐다.
허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새겨진 이 글귀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실에 흔들리면 안 돼.’
아버지가 저지른 수많은 죄.
그 죄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된다.
그랬기에 아더는 결심했다.
‘아버지를 죽이는 천하의 패륜아.’
그 하늘이 노할 죄를 짊어지겠다고.
* * *
아더와 엘린이 나란히 서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
그 미묘한 침묵 속에서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내려앉는 태양을 지켜보던 때, 엘린이 입을 열었다.
“할 말이란 게 뭐야?”
그녀의 질문에 아더가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할 말이라기보다는 사과에요 엘린.”
“사과?”
“네. 듣고 나서 제 사과를 받아들이지 아니면 용서하지 않을 지는 엘린의 몫이에요.”
엘린의 눈이 커졌다.
그 사이 아더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부님… 홀란 레버쿠젠을 죽인 건 제 아버지에요.”
“…!”
“그리고 저는 그 아버지를 죽일 수 있음에도 놓치고 말았어요. 죄송해요 엘린.”
말을 끝마친 아더가 입을 다물었다.
반대로 엘린의 입은 작게 벌어졌다.
“…….”
자연스레 내려앉은 침묵 속에서 엘린이 아더를 바라보았다.
노을이 지고 밤이 찾아오는 평야를 지켜보는 아더의 시선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알 수 없는 표정과 시선을 계속해서 훔쳐보던 엘린이 작게 중얼거렸다.
“…아버지라서 놓친 거야?”
아더가 대답했다.
“네. 아버지라서 놓치고 말았어요.”
“…그 사람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았는데도?”
“미안해요. 하지만 그 때는 죽일 수 없었어요.”
엘린이 입술을 악물며 소리쳤다.
“그래도 죽였어야지!”
아더는 반박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오히려 더 화가 난 엘린이 아더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버지라 해도! 적어도 붙잡아서 내 앞에 대리고 왔어야지!”
그녀의 말에 아더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화가 난 엘린 레버쿠젠이 아더의 가슴을 거세게 두들겼다.
“뭐라고 말 좀 해봐! 아더 바이에른! 아니면 변명이라도 해보라고!”
그 두들김에 아더의 신체가 거칠게 흔들렸다.
허나 아더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전방에 둔 채, 엘린의 손길이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릴 뿐이었다.
입꼬리를 파르르 떤 엘린이 몸을 홱 돌렸다.
“고작 이 따위 이야기를 할 거였으면 부르지를 말던가!”
이 말과 함께 그녀는 그대로 아더를 지나쳐 걸어 나갔다.
“차라리… 차라리… 이런 이야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어. 너는… 말이야 아더 바이에른.”
엘린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렸다.
그 속에서 아더의 입술이 달싹여졌다.
허나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게 엘린이 사라지고 밤이 찾아온 때, 아더가 고개를 들었다.
새까만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아더가 가만히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나오지 그래요 지니?”
“…….”
“숨어 있는 거 다 아는데,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예요?”
이 말에 뾰족한 귀가 반대편 나무에서 드러났다.
지니 데이븐.
엘프의 혈통을 이은 여자이자 마피아.
그리고 바이에른의 집사였다.
그녀가 아더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질문했다.
“어… 눈치채고 있었어요?”
“네. 처음 왔을 때부터요.”
“…그, 훔쳐보려고 딱히 온 건 아니에요 공자님.”
“알아요. 걱정돼서 온 거죠?”
아더의 말에 지니가 머리를 긁적였다.
‘저 말대로기는 한데… 이게 참.’
좋은 의도로 한 일이 이렇게 곤란한 상황이 되어버릴 줄이야.
지니는 화가 난 엘린과 그런 엘린을 지켜보던 아더의 모습을 떠올리다 한숨을 퍽 내쉬었다.
그 때 아더가 중얼거렸다.
“지니.”
“네?”
“저 위로 좀 해줄래요?”
지니가 눈을 끔뻑였다.
그 모습에 아더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괜찮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참… 제 마음대로 안 되네요.”
이 말과 함께 아더가 제 가슴을 가리켰다.
“실연이라는 거… 생각보다 너무 아프네요.”
“…….”
“그러니 위로 좀 해줘요. 저번에 제가 울고 있을 때 위로 해줬던 것처럼.”
아더의 말에 정신을 차린 지니가 숨을 참았다.
“…시, 실연당했는데 그걸 다른 여자한테 위로받고 싶다고요?”
“왜요? 안 돼요?”
“…공자님 머릿속은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싫으면 안 해줘도 되요. 혼자 궁상 떨고 있죠 뭐.”
지니가 미간을 찌푸렸다.
“차라리 협박을 하지 그래요?”
허나 순순히 걸음을 옮겨 아더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 후 잠시 고민하다 아더의 머리칼을 이리저리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눈을 감은 아더가 중얼거렸다.
“첫사랑은 원래 다들 실패하는 거죠?”
이 말에 지니가 대답했다.
“글쎄요. 의외로 첫사랑에 성공한 사람들도 많아요.”
“그 사람들은 정말로 운이 좋은 사람들이네요.”
“…포기하지 마요 공자님.”
지니가 잠시 망설이다 조언했다.
“아직 기회가 있을지 몰라요. 여자의 마음은… 음. 그래요. 갈대 같잖아요?”
이 말에 아더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뇨. 이건 엘린의 문제가 아니에요.”
지니가 눈을 끔뻑였다.
“그럼요?”
“제 문제에요.”
“…공자님 문제요?”
“네. 제가….”
말을 흐린 아더가 다시 제 가슴팍을 가리켰다.
“죄책감을 느껴서 안 되겠어요.”
지니의 눈이 커졌다.
그 사이 아더가 울적한 미소를 숨기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엘린을 볼 낯이 없어요. 그녀의 할아버지가 죽은 건 제 아버지 때문이니깐.”
지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 *
밤하늘에서 별빛이 쏟아졌다.
그 속에서 엘린은 하염없이 눈물을 터트렸다.
그 소리없는 오열은 그녀의 방안으로 갈 때 동안 계속 되었다.
눈물로 범벅이 된 그녀는 조금 전 아더의 얼굴을 떠올렸다.
‘할 말이라기보다는 사과에요 엘린.’
이 말을 하는 아더의 얼굴은 모든 걸 포기하고 있었다.
‘대부님… 홀란 레버쿠젠을 죽인 건 제 아버지에요.’
그 포기란 정의를 뚜렷이 확답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아더 바이에른은 조금 전 엘린 레버쿠젠이란 사람을 포기했다.
그 사람에게 가지고 있던 감정 설렘 사랑.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말로 형용 할 수 없는 슬픔이었다.
그랬기에 엘린은 화가 났다.
‘이해해… 이해한다고.’
이번 전쟁을 주도한 범인이라 지목된 새로운 배후.
레오 바이에른.
몇십 년 전 죽었다 알려진 그가 사실 북부에서의 전쟁을 일으키고 사악한 드래곤.
라 하르칸을 일깨웠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랬기에 원래라면 그를 놓쳐서 안 되었다.
무슨 이유가 있건 붙잡아서 그에 마땅한 죄값을 치르게 해야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아더 바이에른만은 예외였다.
그는 그 사람의 아들이었고, 그랬기에 그를 죽일 수 없었을 것이다.
붙잡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엘린은 그래서 아더를 탓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라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을 거니깐.
하지만 조금 전 아더가 보인 표정만큼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었다.
‘포기했어. 포기했다고….’
현실이 무거웠던 탓일까.
아니면 가지고 있던 죄책감이 너무 컸던 것일까.
조금 전 아더 바이에른은 엘린 레버쿠젠이란 사람을 포기했다.
그 탓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거리감이 아더에게서 느껴졌다.
공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더 바이에른이 다른 사람 같이 보였다.
그 사실을 엘린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왜… 왜… 날 그런 눈빛을 바라보는 거야. 왜….’
하지만 차마 이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그녀 또 한 현실에 짓눌렀기 때문이다.
아더 바이에른의 아버지는 홀란 레버쿠젠을 죽인 원수다.
그 원수의 아들에게 매달리면 수많은 레버쿠젠 사람들이 그녀에게 실망할 것이다.
‘가주님의 원수를 갚는다.’
‘반드시 이 원한을 갚으리라.’
‘죽어서도 그분의 넋을 달랠 것이다.’
지금도 그들의 원한이 귀에 생생히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랬기에 엘린은 아더를 붙잡지 못했다.
그녀는 현재 레버쿠젠의 수장.
주인을 잃은 가문을 책임지는 직책을 맡고 있었다.
그 무거운 짐이 아더를 붙잡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그 사실에 엘린은 눈물을 하염없이 쏟았다.
‘아아….’
첫사랑.
그 감정이 가슴을 두들기고 또 두들겼다.
그녀는 오랜만에 맛보는 이 아픔 속에서 눈이 퉁퉁 불때까지 오열했다.
그렇게 보름달이 떠올랐을 때였다.
창밖너머로 푸른 빛 비늘이 넘실거렸다.
[나의 기사야.]
엘린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푸른 빛 비늘의 드래곤이 어느사이엔가 자신을 바라보고 잇었다.
그 모습에 엘린이 울먹이며 중얼거렸다.
“존재시여….”
푸른 빛 비늘의 드래곤이 빙그레 웃었다.
[아무 말 마라. 난 인간의 감정에 대해 모르지만 지금 너의 기분은 알 수 있겠구나.]
창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떠오른 엘린의 신체가 두둥실 드래곤의 곁으로 날아갔다.
[슬픔, 애도, 비애… 그리고 후회. 지금의 너에겐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라 시간이겠구나.]
엘린이 오열했다.
“너무 힘듭니다….”
[너는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제게 남은 건 뭐가 있을까요?”
[나와 너. 그리고 너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남아있다.]
엘린이 고개를 숙여 드래곤을 끌어안았다.
드래곤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사랑을 할 수 있기에 인간이다.]
그 속삭임에 엘린은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기회가 올 것이다. 너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사람. 그 인연은 반드시 찾아 올 것이야.]
그런 사랑이 와도 두 번다시는 이런 감정을 맛보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입을 열어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드래곤의 이 서툰 위로와 배려를 존중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엘린은 깨달았다.
‘아….’
첫사랑이 끝이 났다.
봄이 끝나고 아련한 겨울이 온 것처럼.
그 날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와 모든 것이 끝이 난 것이다.
그 사실은 무거우면서도 너무 아팠다.
* * *
어두운 방안.
거대한 권좌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자글자글 진 주름살에 내려앉은 눈덩이는 그의 나이를 짐작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남자, 아니 노인은 점점 힘에 부치는 호흡을 억지로 끌어나가며 중얼거렸다.
‘아직이다… 조금은 더 살아야 해.’
생각과 함께 노인은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대문이 열리고 어둠이 갈라졌다.
그 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인이 반쯤 감긴 눈을 치켜떴다.
“오셨습니까….”
이 말에 어둠에 잠긴 남자가 중얼거렸다.
“…그래. 할 일을 다 마치고 왔다.”
“이제 때가 온 것입니까?”
“그래. 때가 왔지. 세상을 변혁시킬 때가.”
노인, 제국의 52대 황제.
알폰스 마드리드는 그 순간 권좌에서 내려와 허리를 굽혔다.
“때가 왔으니 이제 자리를 비켜드리겠습니다….”
이 말과 함께 남자가 비어있는 권좌로 향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알폰스 마드리드가 중얼거렸다.
“권좌에 오르소서. 진짜 주인이시여.”
알폰스 마드리드의 말에 남자.
레오 바이에른이 권자에 앉으며 웃었다.
“천 년만인가. 다시 이 자리에 앉는 것이.".
새로운 황제가 탄생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