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3화
견과 아더가 대치했다.
“…….”
낮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무거운 긴장감이 옅돌았다.
주위에 있던 반군도 수색경찰도.
그 분위기에 짓눌러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 씩 물러났다.
덕분에 견과 아더 사이로 거대한 원형 공간이 생성됐다.
그렇게 무대까지 갖추어지자 견이 중얼거렸다.
“그래… 네 이름이 들린 뒤로 항상 궁금했었다.”
견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말이죠?”
“네 놈의 정체. 어떤 이들은 네 놈을 두고 전설의 용병이라 부르고 어떤 놈들은 아더 바이에른이라 부르더군.”
아더가 살짝 미소지었다.
“흐음… 둘 중에 뭐 같으세요?”
“뭐든 좋지 않겠나?”
견이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네 놈이 전설의 용병이면, 저 반군 놈들의 기세를 꺾어 놓을 수 있어서 좋고 아더 바이에른이라면 케인 도르문트 각하에게 받칠 공물이 생겨서 좋고.”
“오… 그런가요? 그럼 둘 다면 어떤가요?”
“둘 다라고? 그럼….”
견이 3개의 머리에 달린 3개의 주둥이를 벌렸다.
그 순간 검은 색 불꽃이 견의 3개의 주둥이에서 쏘아져 나왔다.
깜짝 놀란 아더가 자리를 피한 그 떄, 불꽃을 쏘아낸 견이 소리쳤다.
“그냥 좋은 거지 시발! 뭘 그런 걸 묻고 있어!”
그 외침과 함께 불꽃을 피해낸 아더가 눈길을 좁혔다.
불꽃에 추적 마법이라도 달아놨는지, 자리를 떴음에도 꼬리를 물며 쫓아오고 있었다.
잠시 고민한 아더가 미리 챙겨두었던 검은색 탄환을 꺼내들었다.
철컥-!
비스트에게 죽은 사람들의 영혼과 시체가 모여 만들어진 아주 특수한 탄.
그 탄을 장전한 아더가 견이 쏘아낸 불꽃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쾅-!
허공에서 두 불꽃이 격돌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견의 눈이 커졌다.
‘뭐? 고작 권총 따위가, 내 겁화를 막아냈다고?’
그 때 낯선 인기척이 뒤에서 느껴졌다.
깜짝 놀란 견이 고개를 돌리니, 어느사이엔가 다가온 아더 바이에른이 보였다.
견은 온몸을 비틀어, 제 목을 노리고 쇄도하는 피의 검에 제 건틀릿을 꽂아넣었다.
쾅-!
울려 퍼지는 폭음과 함께 아더의 신체가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슬며시 시선을 돌리니 부르르 떨리고 있는 제 손이 보였다.
‘오… 힘이 장난 아닌데?’
거기다 견 또한 5서클 이상의 칼잡이인 모양인지 건틀릿에 검기를 두르고 있었다.
‘칼이 아니라 건틀릿이라… 그럼 권사인가?’
흔치 않은 무도가들 중에서는 칼잡이들 마냥 검기를 주먹에 두를 수 있는 자들이 있다고 했다.
그 사실을 떠올린 아더가 턱을 쓰다듬었다.
‘흠… 까다롭게 됐네 이거.’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은 했지만, 설마 5서클이상의 권사라니.
아더는 슬며시 고개를 숙여, 제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조금 지하감옥 전투의 여파로, 슬슬 마나가 고갈되어 가고 있었다.
물론 마나가 떨어졌다 하여, 싸우지 못 할 것은 아니지만 아더는 이번 전투를 단순한 승리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윌렛 어르신의 복수. 그걸 생각하면 견을 완벽하게 제압해야 하는데….’
말을 흐린 아더가 고민에 빠졌다.
허나 곧 입꼬리를 올리고서 중얼거렸다.
‘전투를 길게 끌지 말고, 단번에 제압하면 되지 않을까?’
나쁘지 않은 가정이다.
그렇게 되면 마나의 소모도 막을 수 있고, 윌렛 어르신의 복수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먹은 아더가 고개를 든 그 때, 견이 눈꼬리를 씰룩이며 소리쳤다.
“시발! 웃어?”
견의 말에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어라? 웃으면 안 되는 건가요?”
“…그럼 웃으면 안 되지! 고작 내 불꽃 하나 막았다고, 여유를 부리는 거냐?”
“그건 아닌데… 흠.”
아더가 손에 들린 피의 검을 휘리릭 돌렸다.
“사실 당신을 어떻게 죽일지 고민했거든요. 그랬더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나봐요.”
견의 눈이 커졌다.
“하? 아직도 그 딴 개소리를 씨부리는 거냐?”
“개소리가 아니라 진심인데요?”
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와 동시에 그의 신체가 사라졌다.
“…!”
놀란 아더가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아더가 서 있던 자리에 견의 주먹이 박혔다.
쾅-!
지진이라도 난 것 같은 진동과 함께 지면이 부서진다.
그 괴력에 아더의 입에서 낮은 탄성이 흘러나왔을 때, 견이 본격적으로 덤벼들어왔다.
후후훅-!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견의 주먹이 쇄도했다.
잔상이 일정도로 빠르고 정확한 일격에 아더의 몸도 그에 맞추어 반응했다.
그 모습에 눈썹을 꿈틀거린 견이 점점 더 속도를 올렸다.
후우우욱~!
공기가 갈라지고 돌풍이 일었다.
그 결과 조금 전까지 한 대도 맞추지 못하던 견의 주먹이 조금씩 아더의 신체를 스치기 시작했다.
느껴지는 타격감에 씩 입꼬리를 올린 견이 속도를 더 높이려는 순간, 아더가 중얼거렸다.
“흠… 솜씨가 좋네요.”
“…?”
“역시 시간을 오래 끌어서 좋을 게 없어 보이네요. 뭐, 어느 싸움이건 길게 가서 좋을 건 없지만.”
견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 새끼… 아직도 허세를 부려?”
“허세가 아니에요 견 씨.”
“그럼 뭔데 이 씨발 놈아!”
그의 말에 아더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당신을 인정하다는 거죠.”
“이 새끼가 끝….”
“그러니 저도 최선을 다할게요. 견 씨.”
이 말과 함께 아더가 피의 검을 높게 쳐올렸다.
아더를 몰아붙이던 견이 그 일격에 주르륵 밀려났다.
“…!”
설마 자신이 밀려날 줄 몰랐던 견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그 속에서 피의 검을 휘리릭 돌려 잡은 아더가 경고했다.
“죽지만 말아주세요 견 씨. 당신은 편하게 죽어서는 안 되거든요.”
그 경고와 함께 아더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켜보던 견이 눈이 살짝 커진 그때, 달빛이 터져 나왔다.
놀란 견이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나며 중얼거렸다.
‘뭐지? 저건?’
갑자기 왜 검에서 달빛이 뿜어져 나오지?
‘설마 검기인가? 아니면 마법?’
검기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법처럼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혈통인가?’
그것처럼도 보이지 않았다.
그 탓에 견의 시선이 가늘어진 순간, 불현듯 한 장면이 떠올랐다.
한 사내가 달빛을 두른 검을 휘두르는 장면이었다.
그 기억을 떠올린 견의 입이 순간적으로 벌어졌다.
“…소드마스터?’
이 말과 함께 달빛이 쇄도했다.
깜짝 놀란 견이 자리를 떠서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화악-!
솟구치는 피분수와 함께 무언가 떨어져 내렸다.
입을 벌린 견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
건틀릿을 두른 제 양팔이 바닥에서 막 건져낸 생선처럼 헐떡이고 있었다.
그 광경을 잠시 지켜보던 견이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시발.”
일이 잘못 되어가고 있다.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화아아악-!
분노한 소드 마스터의 검이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다.
* * *
아더가 칼을 휘둘렀다.
그 일격에 맞추어, 견이 꼴사납게 자리를 뒹굴었다.
“깨개갱-!”
3개의 입에서 터져나온 정체불명의 울음소리와 함께 견이 다급히 소리쳤다.
“그, 그만 그만!”
하지만 아더는 칼질을 멈추지 않았다.
무표정으로 휘두르는 칼질에 견의 몸에서 상처가 또 다시 늘어났다.
칼로 베였다기보다는 잘려나갔다는 표현이 옳은 것 같은 상처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견이 그 상처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소리쳤다.
‘어떻게… 어떻게… 저 녀석이 소드마스터의 검강을 두르고 있단 말인가!’
검에 둘린 달빛.
그것은 선택받은 칼잡이들만이 두를 수 있는 검강의 증거.
그런데 그 검강을 놀랍게도 저 칼잡이가 두르고 있었다.
‘저 녀석이 소드마스터라고? 대륙에 단 10명밖에 없는 소드마스터?’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그 10명의 소드마스터는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됐으니깐.
‘그렇다면, 저 녀석이 새로운 소드마스터라고?’
견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놀랍게도 이 말도 안 되는 가정이 맞는 듯했다.
저런 달빛을 두른 칼잡이는 이 세상에서 소드마스터라고 불리는 자들 밖에 없으니.
그 탓에 오랜만에 두려움이란 감정이 전신을 지배했다.
‘소드마스터를 만난 칼잡이들에게 기다리는 건 죽음 뿐.’
그 사실을 떠올린 순간, 아더의 검이 쇄도했다.
깜짝 놀란 견이 다시 한 번 바닥을 굴렀다.
허나 분명 피한 일격에 가슴팍에서 피가 솟구쳐 나왔다.
그 피분수를 멍하니 바라보던 견이 중얼거렸다.
‘조금만 깊었어도… 죽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비린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칼을 휘두르려던 아더가 잠시 멈칫했다.
“…?”
뭐지? 어디서 이런 냄새가 나는 거지?
이건 피비린내가 아니라 누가 오줌을 지린 건데?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더가 눈을 치켜떴다.
“…오?”
놀랍게도 견의 바지에서 노란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 광경에 아더가 웃음을 터트렸다.
“혹시 겁 먹었나요 견 씨? 개처럼 지리셨네요.”
견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아더가 피의 칼을 휘리릭 돌렸다.
화악-!
한 바퀴를 돈 피의 칼에 따라 달빛도 흩뿌려졌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견은 오히려 두려움을 느꼈다.
저 빛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저 빛에 의해 죽을 것이다.
부들부들 몸을 떨던 견이 이를 악물고서 중얼거렸다.
“…안 돼.”
“…?”
“안 된다고!!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수 없다고!”
거칠게 소리친 견의 모습이 변했다.
우드드득-!
아더의 칼질에 의해 상처 입은 그의 육체가, 거친 털로 뒤덮였다.
그와 동시에 잘려나간 그의 양팔에서 짐승의 발이 솟아나고 지린 그의 바지에서는 흉측한 꼬리가 자라났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더가 놀라 중얼거렸다.
“어라? 진짜 개가 됐네요?’
이 말과 함께 3개의 머리가 가진 거대한 맹수로 변한 견이 울부짖었다.
[커커커컹-!]
그 울부짖음에 둘의 싸움에 넋이 나가있던 사람들이 고막을 틀어쥐었다.
“…으아아악!”
“이, 이게 뭐야…!”
“귀에서 피가!”
그 광경에 아더가 눈을 치켜뜨고서 중얼거렸다.
‘흠… 저주파인가? 독특한데?’
그 때 변신을 끝낸 견의 입에서 떨어져 나온 침이 바닥을 녹였다.
아더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어우. 왜 그렇게 더럽게 침을 질질 흘리세요. 턱관절이 약하신가.”
[…커커컹-!]
거칠게 소리친 견이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아더가 그에 맞추어, 검을 휘둘렀다.
화아악-!
쇄도한 달빛이 견을 향해 나아갔다.
그 순간 견의 육체가 3개로 분열되었다.
[커커커컹-!]
3명으로 나누어진 견 중 한명이 아더의 달빛에 의해 사라졌다.
그 광경에 아더가 눈을 치켜떴다.
‘오. 저 한명을 제물로 삼아 일격을 피했잖아?’
그 사이 남은 두 명의 견이 아더에게 달려들었다.
정신을 차린 아더가 다시 한 번 칼을 휘둘렀다.
촤악-!
흩뿌려진 달빛이 두 명의 견 중 한명의 목을 낚아챘다.
허나 기어코 살아남은 남은 한 명의 견이 아더의 목덜미를 물었다.
콰직-!
솟구치는 피분수.
그와 동시에 멍하니 두 사람의 전투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놀라 입을 벌렸다.
“목을… 물렸어?”
“아,안돼!”
“저 어금니에 물리면 끝이야!”
“무엇이든 녹여버리는 어금니라고!”
시민들의 외침과 함께 아더의 목이 정말로 녹아내렸다.
그 광경에 견이 두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케케케켁-!]
“…….”
[결국 승자는 나다! 소드마스터건 뭐건! 결국 살아남는 놈이 이기는 거야!]
그 외침과 함께 견이 아더를 쓰러트리려는 순간이었다.
잠시 머리를 긁적인 아더가 견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
깜짝 놀란 견이 발버둥 쳤다.
하지만 말 그대로 발버둥이었을 뿐, 아더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붙잡은 뒷덜미로부터 느껴지는 미묘한 고통이 온몸의 힘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그 탓에 견이 입을 벌려 경악을 감추지 못할 때, 아더가 씩 미소 지었다.
“역시 개 맞네요. 뒷덜미를 잡으니 얌전해 지셨네.”
그 미소에 견이 부들부들 떨며 중얼거렸다.
[너… 어떻게 살아있어?]
“저요?”
[그, 그래! 분명 목덜미를 물었는데….]
말을 흐리는 견의 모습에 아더가 손가락으로 제 목덜미를 툭툭 건드렸다.
시선을 돌린 견이 그 목덜미를 확인하고서 눈을 치켜떴다.
[…….]
놀랍게도 조금 전까지 흉측하게 녹아내리던 아더의 목덜미가 어느 사이엔가 완벽히 치유되어 있었다.
그 광경에 견이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시발. 이놈도 괴물이었네.]
이 말과 함께 아더가 견을 하늘로 집어 던졌다.
“…!”
집채만 한 늑대가 하늘로 솟구치는 광경에 시민들의 입이 벌어졌다.
그 사이 아더의 검에 둘린 달빛이 더욱 강해졌다.
화아아악-!
광장을 뒤덮는 찬란한 빛.
그 빛 속에서 아더가 중얼거렸다.
“이제 그만 편히 쉬세요, 견 씨. 다음에는 개가 아니라 사람으로 태어나고.”
이 말과 함께 아더가 검을 쳐올렸다.
그 순간 아더의 검에 둘린 달빛이 폭발했다.
쏴악-!
쏘아져 나간 달빛이 견을 집어삼켰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달빛에 삼켜진 견의 숨통이 그대로 끊겼다
하지만 견을 죽인 달빛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하늘로 올라갔다.
그 광경에 아케인의 시민들의 시선도 하늘로 올라갔다.
그건 잠시 싸움을 멈추고 아더 바이에른을 지켜보던 놀스 교수도 다르지 않았다.
“…어?”
입을 벌린 놀스 교수가 탄성을 터트렸다.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 하늘.
그 하늘에 달빛이 닿은 순간, 하늘을 수놓은 뭉게구름이 놀랍게도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그 장엄한 광경을 지켜보던 놀스 교수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하늘이… 갈라졌어?’
혹여 잘못본 건가 싶어, 눈을 감았다 떴지만 아니었다.
치솟아 올라간 달빛이 하늘을 갈랐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놀스 교수의 머릿속으로 한 전설이 떠올랐다.
‘칼을 끝에 선 자들. 그 자들은 하늘을 가를 수 있다.’
전설과도 같은 그 구전을 떠올린 놀스 교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아… 소드마스터(Sword Master).”
놀스 교수가 벅차오르는 심정을 숨기지 않은 그 때, 한 소녀도 눈물을 흘렸다.
“아아….”
말을 흐린 쥴리가 입을 막았다.
그녀의 앞에는 흉측한 괴물이 양단되어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지난 5년간 아케인을 망가트린 총독 도르문트 견.
그가 마침내 죽은 것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인 순간 그녀의 틀어막은 입에서 오열이 터져나왔다.
그 소리 없는 슬픔이 밝아오는 새벽과 함께 잔잔히 퍼져나간 그 때, 뒤늦게 현장에 도착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지니가 빙그레 미소지었다.
“…역시 공자님이네.”
이 말과 함께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지니가 시선을 돌렸다.
달빛을 두른 채 우뚝 선 아더 바이에른이 보였다.
“또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내셨어….”
그 때 도르문트를 상징하는 장미문양 깃발이 하늘 너머로 날아갔다.
“…!”
저 하늘 너머로 날아가는 깃발을 바라보던 지니는 마침내 받아들일 수 있었다.
“…끝났구나. 드디어.”
긴 밤이 끝이 나고, 새로운 내일이 마침내 다가왔다.
도르문트의 손아귀에서 7년 만에 아케인이 해방된 것이다.
그 사실에 지니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훔친 순간, 거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와아아아아아-!!!”
깜짝 놀란 그녀가 고개를 돌리니, 아케인 시민들이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짖고 있었다.
“던! 던! 던!”
“전설의 용병 던--!!!”
“그가 도르문트를 무찔렀다-!!!”
아케인을 구원한, 한 남자의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