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149화 (149/265)

제149화

아더의 말에 마시우스가 눈을 끔뻑였다.

‘…정말로 혼자 왔다고?’

믿기 힘든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위에 있는 수색경찰만 몇이던가?

‘최소 500… 그 중에는 검기를 다룰 줄 아는 칼잡이까지 있다.’

그 인원과 수준을 고려하면, 최소 기사단장급의 칼잡이가 와야 단독으로 지하 감옥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저 새파란 애송이가 기사단장급의 칼잡이라고?’

마시우스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됐다.

저 젊은 나이에 기사단장급 칼잡이라면, 역사에 손이 꼽힐 천재란 소리 아닌가?

그 때, 아더가 탄성을 터트리며 중얼거렸다.

“오. 윌렛 어르신의 향기가 앞에서 나네요.”

“……?”

“제대로 찾아왔나 보군요. 그런 의미에서 비켜주실 수 있나요 여러분?’

아더의 제안에 마시우스가 눈을 끔뻑였다.

“…지금 우리 보고 비켜달라 한건가?”

“네.”

“지하 감옥안에 불법으로 침입한 자네를?”

“네. 혹시 안 되는 건가요?”

마시우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네… 어디 머리가 아픈가?”

아더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프지는 않고, 한때 이상했던 적은 있죠.”

“…….”

“물론 지금은 정상이니깐,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래서 비켜주실 건가요? 해적 씨?”

마시우스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보기엔 지금도 이상하군.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의사한테 가야 할 것 같은데?”

마시우스의 말에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 비켜주신다는 말씀이시죠?”

“당연하지. 그걸 질문이라 하나?”

마시우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더가 비스트를 치켜들었다.

탕-!

예고 없이 쏘아낸 탄환에 마시우스가 깜짝 놀랐다.

하지만 몸은 정직하게 움직였다.

채앵-!

그의 허리춤에 달려있던 아주 독특한 모양의 시미터(Scimitar)가 뽑혀 나와 정면을 갈랐다.

그 순간 마시우스의 코앞에서 작은 불빛이 번쩍였다.

그 이변에 눈을 치켜뜬 마시우스가 중얼거렸다.

‘저 작은 권총에서 이런 힘이 나온다고?’

검기를 일으키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7서클 칼잡이의 일격에 반발하는 총알이라니?

경악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그였지만, 결국 비스트의 탄환을 반으로 갈라내기는 했다.

툭.

떨어져 내린 검은 색 탄환이 검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마시우스가 짜릿한 손아귀의 통증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비스트를 치켜든 아더가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오… 비스트의 탄환을 잘라내다니, 당신 엄청난 사람이었군요.”

“…….”

“해적의 간부신가요?”

마시우스가 짜릿한 손아귀의 통증을 애써 숨기며 말했다.

“아케인에서 날 모르는 사람도 있군. 경찰청장 마시우스네.”

마시우스의 소개에 아더가 끔뻑이던 눈을 치켜떴다.

“흐음? 당신이 그 해적의 캡틴이군요.”

“자네는 그 전설의 용병, 던 인가?”

“네. 하지만 전설의 용병은 아니에요. 그렇게 거창한 호칭으로 불릴 만한 일을 한 적이 없거든요.”

이 말과 함께 아더가 손을 들었다.

그 순간 손아귀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하나의 칼이 되었다.

그 광경에 마시우스와 아더의 대화를 숨죽여 지켜보던 수색경찰들이 입을 벌렸다.

“…저게 뭐야?”

“피, 피로 칼을 만들었다고?”

“마검사였어?”

그 수군거림 속에서, 칠황의 이목.

히트란이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저 꼬라지를 보니, 바란스를 죽인 게 우연은 아니군.”

자리에서 일어난 히트란이 마시우스를 향해 말했다.

“언제까지 우리를 가둬둘 셈이냐 마시우스. 이제 슬슬 내보내주라고. 난 저 녀석에게 빚이 있으니깐.”

“…….”

히트란의 제안에 마시우스가 중얼거렸다.

‘뭔가 꺼림칙하다.’

전설의 용병 던.

저자하고는 조금 전 히트란처럼 여러모로 인연이 깊었다.

불현듯 나타나 프라임 왕국의 세자빈을 중간에 강탈한 용병.

덕분에 엄청난 돈과 노력, 시간을 쏟아부은 프라임 왕국의 반란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고, 해적의 명성에 엄청난 금이 가고 말았다.

‘그래서 반드시 죽여야 하는 인간이지만… 이상해.’

이 정도 인원.

경찰청장이라는 제 명성.

한눈에 보아도 위험해 보이는 특 A급 범죄자들.

그런 이들을 앞에 둔 사람치고 눈앞의 칼잡이는 흔들림이 보이지 않았다.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 실력을 나는 조금 전 보았지.’

단순한 총알이 7서클 칼잡이인 제 손목에 통증을 주었다.

저 손에 들린 권총이 특수한 아티펙트라 해도, 뭔가 한 수를 숨기고 있단 소리.

그 탓에 고민하던 마시우스가 결국 결정을 내리고 명령했다.

“철창문을 열어라.”

“…!”

“저자들이 원하는 무기를 쥐어주고, 뒤에서 엄호한다. 모두 준비하도록.”

마시우스의 말에 수색경찰들이 불안한 듯 특 A급 범죄자들을 힐끔힐끔 바라보았지만 결국 명령에 따랐다.

챙…!

감옥문이 열리고, 네 명의 특A급 범죄자들이 걸어나왔다.

황홀감에 젖은 범죄자들이 중얼거렸다.

“와아… 바깥이다.”

“캬캬캬캬! 이제 여자! 여자가 필요해!”

“난 술… 술이 먹고 싶어.”

마지막으로 걸어나온 히트란도 감동 받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좋군. 정신이 나갈 정도로 기분이 좋아. 고작 감옥 바깥의 공기만으로 이런 기분을 느끼다니.”

이 말과 함께 4명의 특 A급 범죄자들이 아더 앞에 섰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마시우스는 팔짱을 낀 채 중얼거렸다.

‘이놈들이 미치광이라 하지만 실력 하나는 모두 뛰어난 놈들이다.’

저 자가 전설의 용병이라 하더라도 쉽게 당하지는 않을 터.

‘오히려 쉽게 안당해주면 좋겠군… 그래야, 이 범죄자 새끼들하고 같이 처리할 테니깐.’

씩, 입꼬리를 올린 마시우스가 아더를 향해 말했다.

“전설의 용병은 아니라면, 이 자리가 버거울 텐데 괜찮겠나?’

마시우스의 이죽거림에 아더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네. 상관없어 보이네요.”

“자신감이 넘쳐서 좋군. 그럼…….”

마시우스가 눈빛을 빛냈다.

“어디 한 번 살아남아 보게. 자네가 그 전설의 용병이라면, 뭐든 보여주겠지.”

* * *

아더는 제 앞을 가로막은 백 명의 수색경찰과, 4명의 범죄자들.

그리고 캡틴 마시우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흠… 까다롭네.’

뒤에 선 백 명 정도 되는 수색경찰은 그러려니 했지만, 4명의 범죄자들과 마시우스는 생각보다 수준 높은 실력자였다.

‘특히 캡틴 마시우스와 저 외팔이 노인분. 엄청나게 강하신 분인데?’

흉흉하게 뿜어져 나오는 살기며, 은연중에 느껴지는 마나의 고리까지.

흔하게 볼 수 없는 수준 높은 칼잡이었다.

‘어쩌면 마나의 양만 따지고 보면 나보다 더 강할지도?’

하지만 딱히 긴장감은 들지 않았다.

그저 흔하게 볼 수 없다, 수준이 높다.

딱 이 정도 감상만 들 뿐.

‘소드마스터가 된 뒤로 패배라는 단어가 잘 생각 나지 않네.’

기분 좋은 감각이 아닐 수 없었다.

저런 강자들을 상대로도 패배를 떠올리지 않게 되었다는 거니.

‘성장. 7년이란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거네.’

살며시 입꼬리를 올린 아더가 피로 된 검을 휘리릭 돌렸다.

적당히 긴장을 한 몸 상태가 매우 좋았다.

그 최상의 컨디션에서 아더가 제안했다.

“제가 갈까요? 여러분이 올래요?’

마시우스가 턱짓했다.

“우리 쪽에서 가지.”

이 말과 함께 수십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타타탕-!

수 십정의 총구에서 수십 개의 탄환이 쏘아져나갔다.

하지만 이미 자리에서 뛰어오른 아더였다.

그 광경에 수색경찰 간부가 소리쳤다.

“쏴라-! 절대 놓치지 마!”

그 외침과 함께 총구의 방향이 바뀌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가 쥴리의 혈통을 일깨웠다.

파앗-!

번쩍이는 두 개의 번개가 아더의 손에 쥐어졌다.

그 이변에 마시우스의 눈이 커졌다.

“…뭐? 번개라고?”

마시우스의 탄성과 함께 아더가 두 개의 번개를 쏘아냈다.

그 순간 타오르는 전류가 감옥 안을 지배했다.

“…으아아아악!”

“모, 몸이…!”

“저놈…! 마법사였다고?”

마나를 가지지 못한 수색경찰들 수십 명이 비명을 지르며 절명했다.

그 사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린 아더가 피로 된 칼을 휘둘렀다.

쏴악-!

채찍처럼 휘둘러진 피의 칼이 또 다시 수십 명의 수색경찰의 가슴팍을 베어냈다.

하지만 아더는 거기서 멈추지 다시 한번 칼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수색경찰들의 목이 이번에도 낙엽이 떨어지듯 후두둑 쓰러졌다.

칼질 한 번에 10개의 목이 달아나는 그 비현실적인 상황에 수색경찰들이 입을 벌린 채 중얼거렸다.

“저게 뭐… 야?”

“마법이야? 칼질이야?”

“뭔데… 사람이 목이 종이 자르듯 잘려 나가?”

그때 잠자고 기다리던 3명의 특A급 범죄자들이 아더를 덮쳤다.

“…!”

눈을 치켜뜬 아더가 허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칼 하나를 피해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창이 찔러 들어왔다.

이번에도 한 걸음을 빼는 것으로 그 일격을 피해냈다.

그 모습에 3명의 특 A급 범죄자들이 소리쳤다.

“캬캬캬-!”

“죽여 죽여!”

“죄송해요! 하지만 죽여야겠어요!”

마약 여자 술.

종류는 다르지만, 뭔가에 미쳐 정신이 나간 것은 똑같은 특A급 범죄자들이 제 무기들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그 숨 막힐 듯한 일격들 사이에서 아더의 검이 현란하게 춤을 췄다.

찌르면 피하고, 들어오면 흘리고 베어내려 하면 튕겨냈다.

눈 한번 감을 시간 동안, 수십 합의 교환한 4명의 무인들이 만족하지 않고 속도를 올렸다.

채채챙-!

허공이 갈라지고 공기가 비명을 질렀다.

그 숨 막힐 듯한 연격 속에서 아더가 중얼거렸다.

“흠… 여러분들 상대로 힘을 빼고 싶지는 않네요.”

“…?”

“그러니 죄송하지만 빨리 좀 처리할게요.”

이 말에 약에 찌든 마약중독자가 눈을 끔뻑였다.

“당신이 절 죽일 수 있다고요?”

“네.”

“어떻게요?”

“이렇게요.”

아더가 숨겨두었던 비스트를 꺼내 들어, 마약 중독자의 머리를 날렸다.

“…!”

깜짝 놀란 두 명의 범죄자들이 뒤로 물러났다.

“권총-!”

“비겁한 놈이다!”

강간범과 알콜중독자가 각기 소리치며, 아더에게 다시 덤벼들었다.

그 순간 새파란 무언가가 타올랐다.

검기.

고결한 경지에 오른 칼잡이들만이 두를 수 있는 절기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더는 조금 전 죽인 마약중독자의 피를 이용했다.

“…!”

발밑에서 솟구친 마약 중독자의 피가, 두 범죄자의 발목을 묶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더는 성장한 쥴리의 혈통 능력을 이용했다.

파지직-!

타오르는 전류가 피를 타고 그들의 움직임에 빈틈을 만들었다.

그 탓에 강간범과 알콜 중독자의 눈이 커졌다.

“어… 뭐지?”

“이럼 안 되는데?

그들의 중얼거림과 함께 검을 휘두른 아더가 두 범죄자의 목을 취했다.

툭.

가볍게 잘라낸 3명의 범죄자들의 목이 바닥을 데구르르 굴렀다.

그 광경에 수색경찰들이 입을 다물었다.

“…….”

숨막힐 듯한 침묵이 현장에 내려앉았다.

그 분위기 속에서 숨을 죽여 아더의 전투를 바라보던 히트란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생각보다 더한 괴물이군.”

그의 중얼거림에 정신을 차린 마시우스도 목울대를 출렁였다.

‘…미치겠군. 저런 놈이 대체 어디에서 등장한 거야?’

비장의 패로 숨겨둔 범죄자들을 장난감 가지고 놀듯 죽여버리다니?

자신이라 할지라도 저 특 A급 범죄자들을 상대로 저렇게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 탓에 마시우스의 손이 긴장감으로 축축해질 때, 히트란이 제안했다.

“…마시우스.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거냐?”

“…?”

“기껏 감옥 바깥으로 나왔는데, 죽기 싫다. 이번만큼은 손을 좀 잡지.”

마시우스의 눈이 커졌다.

설마 저 히트란이 같이 싸우자는 제안을 해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납득하고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만큼 저 사내가 위험하다 느꼈단 거겠지.’

잠시 고민한 마시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목이나 잡지 마시오.”

“네 녀석이나 내 발목을 잡지마라.”

이 말과 함께 마시우스가 그의 상징과도 같은 시미터를 꺼내들었다.

히트란도 하나뿐인 손으로 칼을 크게 휘저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수색경찰들의 눈이 커졌다.

“처, 청장님께서 나왔다!”

“해적의 전설! 캡틴 마시우스!”

“그 옆에는 칠황이었던 히트란도 있어!”

지금 자리에 있는 수색경차들은 모두 낭만이 살아있던 시절, 뒷거리에서 칼밥을 먹은 자들.

그 탓에 지금 눈앞의 광경에 두근거림을 숨기지 못했다.

무려 칠황의 이인자인 히트란과 해적의 캡틴이 손을 잡은 진귀한 광경이지 않은가?

그건 아더도 다르지 않았다.

“오호. 해적과 칠황의 연합이라니, 신선하네요.”

아더의 말에 히트란이 이죽거렸다.

“괴물을 때려잡는 데 적과 아군이 어딨어? 안 그래?”

아더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맞는 소리인데, 그 정도로 되겠어요?”

“뭐?”

“고작 둘이서 절 잡을 수 있겠냐고요.”

히트란의 눈이 커졌다.

마시우스의 표정도 살짝 흔들렸다.

“자네… 자신감이 과하군?”

마시우스의 말에 아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들고 있던 비스트를 품속에 넣고서, 피로 된 칼을 두 손으로 맞잡았다.

그 순간 공기의 흐름이 변했다.

휘잉-!

불어오는 바람.

그와 동시에 휘몰아치는 마나의 격동.

그 변화에 마시우스와 히트란의 눈이 커졌다.

‘뭐지… 이 감각은?’

‘아주 섬뜩한 무언가가….’

본능적으로 위기를 눈치챈 히트란과 마시우스가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검기를 발현시킨 뒤, 아더를 향해 뛰어들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파앗-!

아더의 손에 쥔 피로 된 칼에 검기가 사라지고 더 찬란한 무언가가 빛을 뿜어냈다.

그 광경에 히트란과 마시우스가 경악해 소리쳤다.

“거, 검강-!”

5서클 칼잡이들의 검기.

그 검기를 벗어난 무의 정점에 선 자들만이 뿜어낼 수 있는 절기 중의 절기.

역사의 한 페이지에 능히 이름을 남길 시대에 선택받은 칼잡이.

소드마스터.

그 지고한 경지의 검강이 놀랍게도 눈앞의 칼잡이의 칼에서 발현된 것이다.

“무,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마시우스의 외침과 함께 아더가 고개를 들었다.

시선을 마주친 마시우스가 흠칫 몸을 떨었다.

‘죽는다!’

본능이 보내오는 감각을 마시우스는 무시하지 않았다.

그대로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아더의 검이 먼저였다.

파앗-!

검강이 어린 달빛이 세상을 베어냈다.

그 순간 마시우스와 히트란의 목에서 피분수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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