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147화 (147/265)

그 전투로 인해 부상을 입은 치즈이 교수와 놀스 교수가 나란히 병동에 입원했다.

평소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던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허허… 거참… 신기하지 않습니까? 놀스 교수?”

치즈이 교수의 질문에 놀스 교수가 대답했다.

“아더 바이에른. 그 아이 말씀이시군요.”

“네… 맞습니다… 7년 전 사라졌던 그 학생이 이렇게… 갑자기 등장 할 줄이야…,”

그의 말에 놀스 교수가 고민에 잠겼다.

‘신가하다라… 아니, 이거 신기하다 해야 할까?’

7년 전에 사라진 공작가의 후계자 아더 바이에른.

그 아이가 갑자기 나타나 위기에 빠진 반군과 아케인 교수들을 구해낸 것은 분명 놀랍고 신기한 일이었다.

자신만 해도 아더 바이에른이 나타났을 때, 피를 너무 많이 흘려 환청이 보였다 생각 할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 직후, 아더 바이에른의 등장보다 더 놀라운 일을 경험한 놀스 교수였다.

바로 7년만에 나타난 아더 바이에른이 검기를 깨부순 일이었다.

‘검기는 그 무엇도 자를 수 있다… 그런데 그 검기를 깨부쉈다는 건 그보다 더 상위 경지에 있는 무언가가 발현되었다는 것.’

그리고 검기 위, 상위의 경지는 딱 하나 밖에 없다.

수만명의 칼잡이들 중 단 한명만이 달성 있는 경지.

소드 마스터의 검강.

‘아더 바이에른은 수색경찰의 검기를 잘라냈다는 건, 그 초월자의 경지인 ‘소드마스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탓에 놀스 교수는 이해 할 수 없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어떻게 아더 바이에른이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지?’

원래 비범한 재능을 보이던 소년이긴 했지만, 어떻게 7년만에 소드 마스터가 된다는 말인가?

수많은 역사를 뒤져보아도 이토록 젊은 나이, 그리고 단기간에 소드마스터가 되었던 칼잡이는 단 한명도 없엇다.

‘천재나 이런 말로 수식 될 수 있는게 아니야…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놀스 교수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고 내심 믿고 있었다.

최근 7년 동안 고생을 너무 한 나머지, 눈이 침침해진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오히려 말이 됐다.

‘흠흠…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돼. 아무리 아더 바이에른이 천재라 해도 소드마스터는 과하다!’

그렇게 놀스 교수가 판단을 내렸을 때, 치즈이 교수가 중얼거렸다.

“흠… 그래서 아더 바이에른 학생하고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시간이 잘 안나는군요.”

그의 말에 상념에서 빠져나온 놀스 교수가 질문했다.

“꽤 사이가 두터우셨던 모양입니다?”

“허허… 그렇습니다.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7년 전에 내심 제 학문을 이어줄… 후계자로 점찍고 있었습니다.”

“…!”

놀스 교수의 입이 벌어졌다.

“후, 후계자로 말씀이십니까?”

“허허허… 그렇게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저 혼자만의 생각이니… 하지만 또 모르지 않습니까?”

치즈이 교수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아더 바이에른 학생이 원한다면… 충분히 학자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 충분히 제 후계자가 될 수도 있지요.”

놀스 교수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내가 아무리 치즈이 교수 이 친구를 존경한다지만, 아더 바이에른 같은 뛰어난 칼잡이에게 학문?’

천성 칼잡이인 그로서는 도저히 납득 할 수 없었다.

아니, 납득해서는 안 됐다.

아더 바이에른 같은 칼잡이가 학문에게 눈을 돌린다는 것은 무인의 세계를 넘어 인류의 손실이었다.

‘이 친구가 헛된 바람 넣기 전에 내가 막아야겠군.’

생각을 정리한 놀스 교수가 입을 열어 반박했다.

“흠흠! 치즈이 교수. 미안하지만, 아더 바이에른 학생은 학문에 전혀 관심이 없을 겁니다.”

치즈이 교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놀스… 교수?”

“아더 바이에른은 학생은 천성 칼잡이입니다. 학문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소리지요.”

이번에는 치즈이 교수가 인상을 팍 일그러트렸다.

“…미안하지만, 놀스… 교수. 당신이야 말로 잘못 본겁니다. 아더 바이에른은… 학자로서의 재능이 더 뛰어납니다.”

“그러니깐 그게 잘못 본거라니깐!”

“허허… 당신이야 말로 잘못 본거요!”

“답답한 친구구만 정말! 그러니깐 아더 바이에른…,”

그렇게 갑자기 시작된 토론 속에서, 팽팽하게 의견을 주고 받을 때였다.

병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안젤리나 베이비.

아케인 전시장이었다.

그녀의 등장에 놀스 교수와 치즈이 교수가 시선을 돌려 소리쳤다.

“시장님!”

“…?”

“아더 바이에른… 학생! 어디에… 있습니까!”

두 연료한 교수의 외침에 안젤리나가 눈을 끔뻑이며 대답했다.

“…아더 바이에른 공자는 왜 갑자기 찾으시는 건데요?”

“물어볼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안젤리나가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두 교수의 눈이 커졌다.

“자, 자리를 비웠다고요? 설마 또 사라진 것입니까?”

놀스 교수의 질문에 안젤리나가 잠시 주변을 둘러본 후 속삭였다.

“아케인 감옥.”

“…?”

“그곳에 갇힌 윌렛 크레스톨을 구출하러 갔습니다.”

“…!”

안젤리나의 설명에 두 교수가 경악해 입을 벌렸다.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시장님! 갑자기 아더 바이에른 공자가 아케인의 지하감옥으로 가다니요!”

안젤리나가 대답하는 대신 신문 한 장을 건네주었다

천천히 그 내용을 읽어내려 가던 두 교수의 눈이 커졌다.

“이, 이건!”

“윌렛 크레스톨의 처형…!”

그 반응을 확인한 안젤리나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교수님들. 펜이 아니라 진짜 칼을 들 결전의 시간이.”

두 교수의 목울대가 출렁거렸다.

* * *

밤이 내려앉은 아케인의 정경.

그 풍경은 감탄이 절로 터져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빙그레 미소지은 아더가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여기는 변하지 않았네.”

7년이란 시간 동안 모든 것이 변했지만, 다행히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 사실이 마음에 든 아더가 콧노래를 흥얼거릴 때, 지니가 다가왔다.

“공자님. 준비 끝났어요.”

그녀의 말에 아더가 고개를 돌렸다.

“그럼 이제 아케인 감옥으로 가는 건가요?”

“네. 공자님 부탁대로, 그냥 저희 둘이서 가면 될 듯해요.”

지니의 말에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흠. 그래 주면 저야 좋긴 한데, 왠지 모르게 이상하네요.”

“뭐가요?”

“지니 반응이요. 옛날에는 이런 일 하자하면 귀를 쫑긋 거렸잖아요?”

아더의 대답에 지니가 눈을 끔뻑이다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제가 공자님하고 몇 번이나 본 사인데, 이런 거에 일일이 놀라면 섭섭하죠.”

그녀의 대답에 아더의 눈이 커졌다.

동시에 짜릿한 고통이 일었다.

안젤리나 베이비.

그녀의 혈통 능력이 발동된 것이다.

‘오… 진실인데?’

안젤리나의 설명에 의하면 두 눈에서 고통이 느껴진 순간, 진실이라 했으니 조금 전 지니의 말은 진짜라는 거였다.

잠시 턱을 쓰다듬은 아더가 새삼스러운 눈길로 지니를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내가 뭘 하자고 할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랬는데 지니 씨도 성장했다는 거구나.’

그 탓에 아더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지니 같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성장했다는 건 아주 좋은 신호였으니.

기분이 좋아진 아더가 올라타 있던 난간에서 폴짝 뛰어내리며 소리쳤다.

“그럼 망설일 필요가 없겠네요. 바로 가볼까요?”

아더의 말에 지니가 눈빛을 빛냈다.

“잠복, 위장? 둘 중 어떤 걸 선택 할 거에요 공자님? 어떤 방법을 택하 건, 보조해드릴게요.”

지니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지니?”

“네?”

“굳이 번거롭게 왜 숨어서 들어가요?”

“…?”

이번에는 지니가 눈을 끔뻑였다.

그 사이 아더가 품속에 든 비스트를 재장전하며 설명했다.

“수색경찰분들이 바보도 아니고 함정을 파놨겠죠. 숨어 들어가면 분명 그 함정에 빠질 텐데 왜 사서 고생 할 생각을 해요 지니?”

지니가 당황해 질문했다.

“어, 어… 그럼 어떻게 윌렛 어르신을 구출하실 건데요?”

아더가 씩 웃어보였다.

“정면으로 들어가서 다 때려부셔야죠.”

“…!”

“입구부터 시작해서 아케인 감옥 전체를 박살 내놓으면, 함정에도 안 빠지고 윌렛 어르신도 확실히 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니의 입이 벌어졌다.

“지, 진심이세요 공자님?”

“그럼 진심이죠.”

“…….”

지니가 벌어진 입을 다물며 생각했다.

‘…이해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아더 바이에른은 항상 상식을 뛰어넘는다.

그 사실을 지니가 다시 한 번 상기하는 사이, 아더가 고개를 돌려 어둠에 잠긴 아케인을 바라보았다.

그 풍경을 잠시 지켜본 아더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윌렛 어르신 조금만 기다리세요. 지금 구출해드릴 테니깐.”

* * *

아케인의 지하 감옥.

도르문트 지배전에도, 지하 감옥의 흉흉함은 소문이 나 있었지만 지금은 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으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살려주지 않을 거라면… 제발 죽여줘.”

비명과 고성.

그리고 피비린내가 가득한 지하 감옥안에는 죽음의 기운이 연신 맴돌았다.

도르문트의 식민지 지배가 시작된 이후, 지하 감옥의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혹독한 감옥생활만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엄청난 강도의 고문들도 동반되었다.

덕분에 아케인 지하감옥에 갇힌 반군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수십 명씩 죽어나갔다.

그 사실을 떠올리며, 아케인 지하감옥의 경비대.

동시에 해적의 일원인 아트란은 입을 벌려 하품했다.

‘아니… 이런 곳에 대체 누가 습격하겠냐고.’

워낙에 흉흉한 악명 때문일까.

이제는 길거리의 고양이들 조차 아케인 지하감옥을 피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이곳을 누군가 습격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 할수도 없는 일.

허나 도르문트에서 보내온 새로운 통치자님께서는 이 지하감옥의 경비를 수십번 강조했다.

덕분에 꽤 많은 해적의 인원들이 지하감옥의 경비를 서고 있었고, 아트란은 그 사실이 불만이었다.

‘하… 길거리 순찰하면서 삥쫌 뜯어야하는데.’

그렇게 얻은 용돈으로 술한잔 사먹고, 여자랑 합석도 하고.

그것이 그가 해적이자 수색경찰이 된 이유 아니던가?

그런데 이번 달 제비뽑기를 실패해, 지하감옥의 경비를 서게 된 것이 너무나도 억울한 그였다.

피비린내와 비명이 난무하는 이 지하감옥 앞에서 멍하니 근무를 서는 것은 다른 의미로 지옥 같았으니깐.

가리챔을 캭-! 하고 뱉은 아트란이 투덜거렸다.

“…시발. 차라리 사건이라도 터졌으면 좋겠네, 퉷.”

이 말과 함께 그가 등받이를 비슴드히 벽면에 기대었다.

불편하지만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선 채로 잠이라도 자기 위해서였다.

최대한 편한 자세를 취한 아트란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걸고서, 눈을 감으려는 순간이었다.

낯선 목소리가 귓가로 울려퍼졌다.

“똑똑.”

“…?”

“안녕하세요? 아더 바이에른입니다.”

깜짝 놀란 아트란이 감고 있던 눈을 치켜떴다.

그 순간, 어느사이엔가 다가온 낯선 사내가 보였다.

아틀란이 손에 쥔 장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누, 누구냐! 소속과 신분을 밝혀라!”

아틀란의 질문에 마침내 지하감옥을 방문한 아더가 활짝 웃었다.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뭐?”

“제 이름. 아더 바이에른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아더의 말에 아틀란이 눈을 끔뻑였다.

‘뭐지 이건…?”

아더 바이에른이라고?

그런데 어떻게 이 낯선 남자가 철통 같은 아케인 지하 감옥의 검문을 뚫고 제 앞에 서 있는거지?

이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저 앞에 있는 도르문트 군대의 이중검문을 뚫고 들어와야 하는데?

‘검문은 절대로 뚫릴 리 없고. 그렇다면…,’

말을 흐린 아틀란의 눈이커졌다.

갑자기 나타나 소속 대신 제 이름을 당당히 밝히는 경우가 생각해보니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감, 감찰! 감찰을 나온 거구나!’

생각을 끝마친 아틀란이 황급히 허리를 숙이며 소리쳤다.

“도, 도르문트 총독부에서 오신 분이셨군요!”

“…?”

“가, 감찰을 나온 줄 모르고 무례를 저질러 죄송합니다!”

그의 말에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도르… 문트 총독부요?”

“그, 그렇습니다!”

“…흠.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예?”

“오… 두 눈에서 통증이 이네요.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구나.”

“…….”

“신기하네요. 만나는 해적분들 마다 저를 도르문트라 의심하는 데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요?”

아틀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또 무슨 말이지?’

놀랍게도 조금 전 대화를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 아틀란이었다.

허나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기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 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뭐 그럼, 어쩔 수 없죠.”

어깨를 으쓱인 아더가 품속에 손을 넣으며 질문했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지하감옥이 맞기는 하죠 경비병 씨?”

아틀란이 마침내 아더의 말을 이해하고서 미소지었다.

“그렇습니다! 이 곳이 바로 그 아케인의 지하감옥입니다!”

“오. 친절한 대답 감사해요. 좋은 저녁 되세요.”

아더가 인사했고, 아틀란도 그 인사에 기분 좋게 허리를 숙였다.

‘감찰을 나온 걸 이렇게 피할 줄이야!’

뭔가 상황이 이상하기는 햇지만, 운이 좋은 날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아틀란이 숙였던 허리를 들어올렸을 때엿다.

품속에 넣어둔 손을 꺼내든 아더가 비스트의 방아쇠를 당겼다.

쾅-!!

울려퍼지는 폭음과 함께 지하감옥의 입구가 박살났다.

그 광경에 아틀란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천천히 사라졌다.

“…?”

그 사이 아더가 유유자작하게 걸음을 옮겨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아틀란이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서 소리쳤다.

“…침입자가 침입자!!!”

단 한 번도 외부인의 침입을 허용한 적이 없는 아케인 지하감옥.

그 철옹성의 요새가 너무나도 어이없게 뚫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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