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132화 (132/265)

제132화

운석이 코앞에 다가온 순간, 아더는 생각했다.

‘잘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

그 느낌은 착각이 아니었다.

아무리 트롤과 뱀파이어 혈통을 가졌다 하더라도, 저런 돌덩이에 맞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는데, 뭔가 방법이 없나?’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지켜야 할 약속도 많았고.

그래서 아더는 고민했고, 곧 어렵지 않게 답을 떠올렸다.

‘뱀파이어 로드. 이 혈통의 힘을 사용하면?’

예니카는 이 혈통의 힘으로 제 신체를 피로 뒤바꾸었다.

뱀파이어 로드는 예니카의 혈통보다 상위 혈통이니 어렵지 않게 그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저 떨어지는 운석을 피해, 일단 피로 변하면 살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고민하던 아더는 눈빛을 번뜩였다.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이 최선의 수처럼 보였다.

결심이 서자, 곧바로 몸속에 잠들어 있던 뱀파이어 로드의 혈통이 깨어났다.

그 순간 아더의 몸이 피로 변했다.

……쾅-!

그와 동시에 떨어져 내린 운석이 모든 걸 집어삼켰다.

세계의 종말이라도 온 것 같은 거친 여명 속에서 아더는 의식이 날아가는 걸 느꼈다.

‘아… 지금 기절하면 안 되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 번 끊어진 정신줄은 쉽사리 다시 이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기절을 하고서 다시 깨어난 지금.

아더는 눈을 끔뻑였다.

“오?”

탄성을 흘린 아더가 아무것도 없는 백색 공간에 입을 벌렸다.

“이게… 뭐지?”

조금 전까지 회색빛 건물이 즐비하던 지하도시 대신, 모든 것이 새하얀 공간이 보였다.

‘내가 기절한 사이에, 세상이 바뀌기라도 했나?’

그 때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끼룩!]

고개를 돌리니 악마로 변한 흰 수염이 있었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했다.

[끼룩!]

혀를 내민 그가 괴상한 표정을 지은 채 괴상한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아더가 눈을 끔뻑이며 중얼거렸다.

“…뭐지? 흰 수염 씨, 그 짧은 사이에 미치기라도 하셨나?’

어딘가 이상한 사람이기는 했지만, 지금 꼴만 보면 정신이 나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탓에 잠시 고민한 아더였지만 곧 어깨를 으쓱였다.

“흠…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은걸?”

운석을 피해 피로 변화했던 몸은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거기다 죽여야 할 흰 수염도 코앞에 있었다.

‘지금의 내게 있어 이거면 충분하지.’

생각을 끝마친 아더가 허리 춤에 차여진 마검을 뽑아들었다.

새빨간 검신이, 모든 것이 새하얀 백색 공간에 오점을 남겼다.

그 속에서 입꼬리를 올린 아더가 입을 열었다.

“흰 수염 씨. 이번에는 결착을 맺죠.”

* * *

흰 수염이 웃음을 터트렸다.

[끼룩!, 끼룩!, 끼룩!, 끼룩!]

어딘가 정신이 나간 듯한 그 웃음소리와 함께 흰 수염이 입을 벌렸다.

그 순간 묽은 침이 그의 수염으로 뚝뚝 떨어졌다.

지켜보던 아더는 탄식을 터트렸다.

“저런… 나이가 드셔서 턱관절이 약해졌나.”

그때 흰 수염의 입에서 떨어지던 침이, 불현듯 쏘아졌다.

“…!”

깜짝 놀란 아더가 마검을 쳐들고 그 침을 쳐냈다.

허나 쳐내기만 했을 뿐, 마검이 녹아내리는 것 까지는 막지 못했다.

[……!]

마검이 고통에 몸부림치 듯, 사르르 떨렸다.

아더가 입을 벌려 중얼거렸다.

“…세상에. 침이 산성으로 되어있다고?’

[끼루루룩!]

그사이 흰 수염이 이쪽을 향해 뛰어들었다.

흰자위가 돌아간 것이, 맛이 가도 한참 맛이 간 듯했다.

혀를 찬 아더가 가볍게 뛰어올랐다.

아슬아슬하게 아더를 놓친 흰 수염이 괴성을 질렀다.

[크에에엑-!]

그 괴성이 곧, 저주파가 되어 아더의 고막을 터트렸다.

“윽!”

신음을 흘린 아더가 그대로, 다시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 틈을 흰 수염은 놓치지 않았다.

[끼룩!]

섬뜩한 웃음소리와 함께 아더의 위로 올라탄 흰 수염이 혀를 내밀었다.

몸을 부르르 떤 아더가 다급히 비스트를 정조준했다.

탕-!

울려퍼진 총성과 함께 흰 수염의 고개가 꺾였다.

그 사이 몸을 굴러 빠져나온 아더가 입맛을 다셨다.

“…비스트의 탄환이 제대로 들어갔는데 상처 하나 없네?”

이유는 금방 드러났다.

몸전체를 뒤덮던 검은색 털이, 어느사이엔가 그의 얼굴조차 덮고 있었다.

그 어딘가 낯선 외형에 아더가 떠올렸다.

‘여기 오기 전 벽화 속에 등장하는 악마랑 똑 닮았어.’

악마.

천사가 타락해, 변한 괴물.

잠시 고민한 아더가 마검을 치켜들었다.

‘시간을 오래 끌어서 좋을 게 없어보이네.’

그 순간 치솟아 오른 검기와 함께 비스트의 탄환도 새롭게 교체했다.

쥴리의 혈통과 뱀파이어 로드의 혈통을 일깨워 마검에 먹였다.

[……!]

기다렸다는 듯 마검이 찌르르-! 울렸다.

그 진동과 함께 조금 전 녹아내린 날이 새롭게 솟아올랐다.

고개를 끄덕인 아더가 흰 수염을 향해 말했다.

“흰 수염 씨. 다시 갈까요?”

이 말에 아더를 빤히 지켜보던 흰 수염이 웃었다.

[끼룩.]

그 웃음소리와 함께 흰 수염과 아더가 다시 격돌했다.

카카캉-!

흰 수염의 마법과 아더의 검기가 맞부딪쳤다.

동시에 터져나온 불씨가 백색 공간을 물들였다.

그 속에서 흰 수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끼룩?]

조금 전과 달라진 아더의 검기에 마치 의문이라도 품듯, 흰 수염이 눈을 끔뻑였다.

허나 곧 폭소를 터트린 흰 수염이 마법을 난사했다.

콰쾅-!

허공에서 쏟아져 나온 그 마법은 이름도 정체도 없었다.

하지만 아더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죽는다.’

아더는 묘기에 가까운 몸놀림으로 그 마법들을 차근차근 피한 뒤 두 눈을 부릅떴다.

그 순간 날아오른 육체가 멀찍이 서 있는 흰 수염과 가까워졌다.

탕-!

비스트의 검은 탄환이 멋지게 흰 수염의 콧등에 명중했다.

[끼에에에엑-!]

비명을 지른 흰 수염이 마구 잡이로 양팔을 휘둘렀다.

허나 그런 눈먼 공격에 맞아줄 아더가 아니었다.

가볍게 그 몸부림을 피한 아더가 검기가 둘린 마검으로 흰 수염의 하반신을 잘라냈다.

서걱.

베어냈다는 감각이 확실히 손끝에 전해졌다.

‘쓰러트렸나?’

약간의 희망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웃고 있는 흰 수염이 보였다.

그 순간 하반신이 잘린 그의 단면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생겨났다.

새로운 허벅지와 다리였다.

“…….”

잠시 침묵한 아더가 머리를 긁적였다.

“진짜 괴물이네요, 흰 수염 씨.”

아더의 말에 흰 수염이 웃었다.

[끼룩.]

* * *

검과 마법이 격돌한다.

캉-!

그 속에서 아더는 생각했다.

‘미래의 내가 지금보다 강한가?’

던져진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수십 년 뒤, 바이에른 혈통 덕에 정신이 나간 미친놈이었던 시절.

그 시절의 자신도 지금보다 강하지 못했다.

‘미래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강해.’

하지만 그런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흰 수염을 압도하지 못했다.

[끼룩!]

괴상한 웃음을 터트리는 흰 수염은 악마 그 자체였다.

“…큭!”

저 새빨간 주둥이에서 터져나온 웃음소리는, 고막을 넘어 뇌를 흔들었고 쏘아져 나오는 마법은 예고가 없었다.

촥-!

덕분에 온몸이 찢어지기를 4번.

트롤의 혈통과 뱀파이어의 혈통이 없었더라면 진작에 죽어도 안 이상 할 부상을 입었다.

허나 그런 부상을 입고도 흰 수염에게는 이렇다 할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다.

‘흰 수염 씨가 마법만 다루었다면, 적어도 승산은 있었을 텐데.’

놀랍게도 흰 수염의 꼬리와 육체는 뱀파이어와 쥴리의 혈통까지 더 얹은 검기를 일순간이지만 막아낼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검기가 칼잡이들의 절기라 불리는 이유는 그 무엇도 베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흰 수염의 육체는 그 무엇도 베어내는 검기를 막아내고 있었다.

‘흰 수염 씨가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악마가 돼서 그런 걸까?’

지금 당장 떠오르는 해답은 이 정도뿐이었다.

그가 이 세상 존재가 아니기에 검기를 막아낼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의 상황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때 갑작스레 터져나온 광음이 세상을 뒤덮었다.

콰콰쾅-!

동시에 흰 수염의 양손으로부터 쇄도한 마법이 검기의 빛을 앗아갔다.

그 이변에 아더가 입을 벌렸다.

‘괴물이 된 이안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조급함을 느낀 아더가 변수를 만들기 위해 비스트를 치켜들었다.

허나 흰 수염의 손에서 또 한번 쏘아져 나간 마법이 이번에는 왼손을 잘라내 버렸다.

그와 동시에 떨어져 내리는 비스트와 함께 흰 수염이 울부짖었다.

[끼룩-!]

그 승리에 찬 환호와 함께 괴물이 다시 쇄도했다.

아더는 급히 자리를 이탈했지만, 공중전에서는 흰 수염이 위였다.

목을 붙잡힌 아더가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

척추가 부서졌는지, 끔찍한 고통이 뇌를 마비시켰다.

아더는 피를 왈칵 토하며 재빨리 몸을 굴렀다.

쾅-!

조금 전 누워있던 자리에 흰 수염의 꼬리가 쇄도했다.

날카로운 창과도 같은 그 일격에 아더의 목울대가 출렁거렸다.

‘이대로 가면, 흰 수염 씨한테 또 당할 것 같은데 뭔가 방법이 없나?’

돌파구가 필요했다.

흰 수염의 마법이건, 저 단단한 육체를 뚫을 새로운 무언가건,

지금 상황을 타파할 새로운 돌파구이자 무기가.

하지만 뚜렷하게 떠오르는 게 없었다.

왼손은 잘렸고, 비스트는 사라졌다.

검기는 빛을 잃어가고 있었고 혈통들도 저 힘 앞에서는 이렇다 할 힘을 내지 못했다.

‘괜히 천년을 산…흑마법사가 아니라 이건가?’

생각과 함께 아더가 살며시 입술을 깨물었을 때였다.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관통했다.

[아더, 이곳은 현실이 아니야.]

‘……!’

깜짝 놀란 아더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백색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이 목소리는 뭐지?’

그 때 다시 한번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곳은 너의 내면 세계. 네가 상상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되는 곳이야.]

벌어졌던 아더의 입이 천천히 다물어졌다.

그 사이 머릿속으로 들려오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조언했다.

[잘 생각해서 떠올려봐. 지금 네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와 동시에 흰 수염이 다시 뛰어들었다.

[끼룩!]

손에 쥔 정체불명의 창이 위협적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넋을 놓고 있던 아더는 정신을 차리고서 눈빛을 번뜩였다.

‘여기가 내 내면 세계라고?’

그리고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라?

잠시 고민한 아더가 입꼬리를 올렸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답은 하나뿐이었다.

‘저 악마를 쫓아갈 속도와….’

저 악마를 죽일 무기.

‘그것만 있으면 돼.’

그 순간, 기적이 펼쳐졌다.

그 기적 속에서 아더의 몸에서 거친 빛이 터져 나왔다.

[……!]

깜짝 놀란 흰 수염이 물러나는 사이, 아더의 등 뒤로부터 무언가 치솟아 올랐다.

“…오?”

새하얀 두 날개.

마치 천사를 연상케 하는 순백색의 날개였다.

* * *

등뒤로 돋아난 새하얀 날개가 퍼덕였다.

동시에 떨어져 내리는 순백색의 깃털을 바라보던 아더가 중얼거렸다.

‘…세상에. 진짜 상상이 현실이 됐잖아?’

악마를 쫓아갈 속도를 떠올리니 날개가 생겨났다.

콰지지직-!

그뿐만이 아닌 마검에는 정체불명의 빛이 깃들어있었다.

아더는 그 빛이 본능적으로 흰 수염을 죽일 수 있는 무기라는 걸 깨달았다.

그 탓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전 목소리 대체 정체가 뭐지?’

들려온 것 그렇다 치고, 어떻게 이곳이 내면세계라는 것과 상상이 현실이 되는 걸 알고 있는 걸까?

아더가 자신도 모르게 고민에 빠져 들 때 흰 수염이 비명을 터트렸다.

[끼룩---!!!]

그 울음소리에 아더가 고개를 돌렸다.

표정이 굳어진 흰 수염이 보였다.

이곳에 와 처음으로 당황한 듯한 그 모습에 아더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한 가지는 확실하네.’

저 악마를 죽일 날개와 무기를 얻었다는 것.

아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검을 치켜들었다.

“악마와 천사. 멋진 대결이지 않아요, 흰 수염 씨?”

아더의 질문에 흰 수염이 울부짖었다.

[끼에에에엑-!]

소음에 가까운 그 비명과 함께 흰 수염이 뛰어들었다.

아더도 물러서지 않고 뛰어들었다.

캉-!

빛에 휩싸인 마검과 어둠에 감긴 꼬리과 부딪치며 불씨가 튀었다.

그 속에서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킨 아더가 흰 수염의 목을 노렸다.

‘육탄전은 내가 위.’

그 일격을 지켜보던 흰 수염의 두 눈에서 광선이 쏟아져나왔다.

깜짝 놀란 아더가 검의 경로를 틀었다.

쾅-!

광선에 얻어 맞은 마검이 빛이 한순간이지만 사그라들었다.

입술을 깨문 아더가 중얼거렸다.

‘빛이 사라지기 전에 죽여야 해.’

흰 수염의 가슴을 박차고 뛰어오른 아더가 다시 한번 쇄도했다.

그 의지에 따라 순백색의 날개가 퍼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흰 수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끼에에엑-!]

괴성을 토해낸 흰 수염이 양손에 마법을 둘렀다.

역시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질적인 마법이었다.

아더는 잠시 고민하다, 그 마법을 향해 뛰어들었다.

콰쾅-!

쏘아져 나간 마법이 아더의 양 날개를 찢었다.

아더는 어깨가 부서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뻗은 검을 멈추지 않았다.

콰직-!

처음으로 흰 수염의 가슴팍에 마검이 찔러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마검에 둘러 있던 빛이 폭발했다.

[끼에에엑-!]

흰 수염이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갑옷 같던 그의 피부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한 발자국이 부족했다.

아더가 가슴 속의 고리를 회전시켰다.

“히얍-!”

검기를 발현시킨 아더가 마침내 흰 수염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끼룩…!]

피를 왈칵 토해낸 흰 수염이 눈빛을 번뜩였다.

그 순간 검기조차 막아낸 꼬리가 아더의 목으로 쇄도했다.

설마 여력이 남아있을 줄 몰랐던 아더는 눈을 치켜떴다.

반대로 흰 수염의 입꼬리는 호선을 그렸다.

[끼룩!]

그때 아더가 중얼거렸다.

“그거 아세요, 흰 수염 씨?”

[…?]

“당신 제자, 프라킬 씨 능력 말이에요.”

이번에는 아더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그 능력, 아직 한 번도 안 썼다는 거?”

이 말과 함께 아더의 피부가 파충류의 갑각질로 뒤덮였다.

동시에 쏘아져 나간 꼬리가 아더의 목을 꿰뚫었다.

콰직-!

아더의 목에서 피가 솟구쳐 나왔다.

하지만 피만 솟구쳐 나왔을 뿐, 치명적인 부상은 입지 않았다.

프라킬의 혈통 능력에 의해, 완벽히 계산해 찔러넣었던 일격에 오차가 생겨난 덕이었다.

그 광경에 흰 수염의 눈이 커진 순간, 아더의 마검이 움직였다.

서걱-!

무언가 베이는 소리와 함께 심장의 고동 소리가 멈추었다.

천년 동안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뛰던 마법사의 심장이었다.

[…]

흰 수염이 털썩 자리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가 중얼거렸다.

“정신이 좀 드셨어요, 흰 수염 씨?”

아더의 말에 흰 수염이 고개를 돌렸다.

“…….”

구멍이 뚫린 제 가슴팍이 보였다.

더 이상 뛰지 않는 심장도 느껴졌다.

흰 수염이 턱을 벌벌 떨며 중얼거렸다.

“내가…죽었어?”

아더가 대답했다.

“그럼 죽었죠.”

이 말과 함께 흰 수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모든 사람은 죽어요, 흰 수염 씨. 그게 설령 천 년을 산 흑마법사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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