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121화 (121/265)

제121화

‘예니카 피… 맛있었지?’

매마른 입술을 혀로 축인 아더가 괴물과의 간격을 쟀다.

그리고 이쪽을 주시하고 있는 운디네와 노움을 향해 소리쳤다.

“잠시만 막아줘 운디네 노움!”

그 외침에 숨죽이고 있던 운디네와 노움이 기다렸다는 듯, 괴물의 앞을 가로막았다.

[끼, 끼끼끽, 끼에에엑!]

괴물이 괴성을 지르며 그런 운디네와 노움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더는 그 틈을 타 예니카를 향해 움직였다.

허나 도중에 느껴지는 현기증에 그만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덕분에 거의 구르다시피해 그녀 앞에 도착한 아더가 일어서지 못하고 바닥에 축 늘어졌다.

넋을 놓고 있던 예니카가 그런 아더를 발견하고 뒤늦게 놀랬다.

“…공자님?”

“안녕하세요, 예니카?”

아더가 방긋 웃으며 부탁했다.

“죄송한데 좀 일으켜주실래요?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서.”

“…….”

아더의 말에 예니카가 잠시 망설이다 손을 뻗었다.

그 손을 붙잡고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난 아더가 투덜거렸다.

“중간고사도 안 치르고,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예요?”

예니카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게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가요?”

“뭐, 딱히 중요하지는 않죠. 저도 예의상 물어본 거예요.”

“…….”

예니카가 혀를 찼다.

‘진짜 한결같네. 이 사람은.’

저런 존재를 보고도, 두려워하기는커녕 평소와 다를 바가 없다니.

그때 괴물이 노움과 운디네를 상대로 괴성을 질렀다.

[끼, 끼끼끽, 끼끼끼끽!]

깜짝 놀란 예니카가 고개를 돌렸다.

괴물이 노움과 운디네를 상대로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피가 노움과 운디네를 거칠게 두들겼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예니카가 중얼거렸다.

‘저건… 뱀파이어의 왕이 아니야.’

성배의 힘을 흡수했지만, 적합한 후계자가 아닌 자가 흡수한 탓에 부작용이 일어난 듯했다.

‘왕이 되다만 괴물… 괴물일 뿐이야.’

성배의 힘을 탐낸 어리석은 자의 끔찍한 말로.

그때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도대체 저거 뭐예요?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이안이 괴물이 되어버렸네.”

아더의 질문에 예니카가 아직 초점이 잡히지 않은 눈동자로 설명했다.

“일족의 힘이죠.”

“일족의 힘이요?”

“달의 주민, 밤의 종족. 그 모두의 왕이라 불리는 존재의 힘.”

아더가 탄성을 터트렸다.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예니카.”

“…….”

“좀 풀어서 말해봐요. 대체 무슨 뜻이에요?”

예나카가 한숨을 내쉬었다.

“…쉽게 말해서 성배 속에 숨겨져 있던 힘을 이안이 탈취해간 거예요. 허나 그 힘을 완벽히 받아들이지 못해 괴물이 되어버린 거고.”

아더의 눈이 커졌다.

‘성배 속에 숨겨진 힘? 아아… 레온이 말하던 그거구나.’

적합한 뱀파이어가 성배를 쥘 경우,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한다.

아더는 레온의 말을 떠올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문제는 뱀파이어도 아닌 이안이 어떻게 그 힘을 가져갔냐는 건데….’

아더는 고민하다 어깨를 으쓱였다.

“재밌네, 이거… 이안을 붙잡아서 물어봐야 할 게 늘어났어.”

바이에른의 비밀부터 시작해, 성배의 비밀까지.

고개를 끄덕인 아더가 예니카를 향해 말했다.

“저기 예니카?”

“네?”

“혹시 피 좀 줄 수 있어요?”

예니카의 눈이 커졌다.

“피… 요?”

그 반응을 지켜보던 아더가 방긋 웃었다.

“그때 약속했던 피 말이에요. 지금 받고 싶은데 주실 수 있죠?”

* * *

예니카의 인상이 왈칵 일그러졌다.

“당신 지금 무슨….”

그때 그녀의 신체가 거칠게 흔들렸다.

지켜보던 아더의 눈이 커졌다.

“예니카?”

예니카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그녀의 입으로부터 무언가 빠져나왔다.

예니카 헤이즐이란 불리는 그녀의 영이자 영혼이었다.

허나 그 정체를 알지 못한 아더는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

“세상에… 이게 뭐야? 왜 예니카 입에서 연기가 나오지?”

그때 그녀의 입에서 나온 영이자 영혼이 어디론가 향했다.

고개를 돌린 아더는 눈을 치켜떴다.

“오호…?”

괴물이 예니카의 입에서 나온 허연 연기를 들이켜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위험한데, 저거?’

날이 선 본능이 경고했다.

연기를 들이켜는 괴물은 정말로 위험하다고.

그래서 더 위험한 무언가로 변하기 전에 죽여놔야 한다고.

그 탓에 아더가 황급히 예니카의 피를 얻기 위해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오?”

혼절한 그녀의 입에서부터 피가 울컥울컥 솟아 나오고 있었다.

탄성을 터트린 아더가 두 손을 모았다.

“잘 먹을게요, 예니카.”

이 말과 함께 그녀의 피를 한 움큼 들이켠 아더는 눈을 치켜떴다.

“…응? 왜 이리 맛이 없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예니카의 피맛이 달라져 있었다.

그 탓에 고개를 갸웃거린 아더였지만,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저런 괴물을 두고 상념에 빠지는 건 사치다.

엉덩이의 먼지를 턴 아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더 조심….]

[으아아악….]

그 사이 괴물을 상대하던 운디네와 노움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정령계로 역소환됐다.

자유롭게 풀려난 괴물이 이제는 이쪽을 주시했다.

그 시선과 마주친 아더가 중얼거렸다.

“흠… 예니카 혈통을 얻는다고 퓨리스 씨 혈통을 지워버렸으니깐 공간 도약은 못 쓰는 거네.”

여태까지 제법 알차게 써왔던 능력이라 제법 아쉬웠다.

허나 곧 잡념을 털어낸 아더가 비스트를 괴물을 향해 겨냥했다.

탕-!

울려 퍼진 총성과 함께 괴물의 어깨가 뚫렸다.

하지만 쏟아져 나온 핏덩이가 금방 상처를 메꿔버렸다.

아더는 당황하지 않고서 그런 괴물에게 뛰어들었다.

캉-!

괴물의 팔과 마검의 검기가 거칠게 부딪쳤다.

아더는 그 상태에서 테이큰의 혈통을 일으켜 놈을 거칠게 밀어붙였다.

괴물이 아더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 발자국 밀려났을 때, 갑자기 아더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어라?”

아더가 눈을 끔뻑였고, 괴물은 웃었다.

[끼끼끽, 끼끼끼끽!]

그 웃음소리와 함께 아더의 사지가 속박당했다.

“윽!”

팔이 뽑힐 것 같은 고통에 아더가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그 사이 괴물의 손에서 무언가 자라났다.

지잉-!

붉은빛이 감도는 거대한 손톱이었다.

지켜보던 아더는 혀를 찼다.

“어우… 아파 보이는데.”

예측은 정확했다.

괴물의 손톱이 아더의 복부를 뚫고 지나갔다.

아더가 왈칵 피를 토해내면서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손톱에 찔린 그 상태로, 마검을 괴물의 정수리에 내려찍었다.

[끼, 끼끼끽, 끼끼에엑!]

이번에는 괴물이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서로에게 한 방을 먹여준 괴물과 아더가 다시 맞붙었다.

캉!

손톱과 검기가 어지럽게 교환됐다.

그렇게 한참을 공방을 펼치던 중 아더의 눈이 커졌다.

“검기?”

이제 와서 보니 돋아난 괴물의 손톱에 회색빛 검기가 둘러 있었다.

‘이래서 안 잘리는 거였구나.’

괴물이 되었지만, 그 본질은 결국 이안.

그의 검기가 괴물의 손톱을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더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까다롭네. 검기도 쓰고 마법도 쓰고…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게 다 있어?’

그때 괴물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흠칫 놀란 아더가 몸을 틀어 피했다.

하지만 쏟아져 나온 피는 그대로 방향을 돌려 아더를 겨냥했다.

그 후 점점 고체로 굳어지더니 그 상태로 사방에서 아더의 몸을 난자했다.

파앗-!

아더의 신체가 크게 흔들렸다.

상처가 난 곳으로부터 대량의 피가 빠져나가 거친 현기증이 머리를 두들겼다.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은 아더가 검은 탄환을 비스트에 장전했다.

그리고 괴물을 향해 쏴버렸다.

쾅-!

울려 퍼진 폭음과 함께 괴물의 상반신이 날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가 중얼거렸다.

“해치웠… 응?”

아더의 탄성과 함께 날아간 괴물의 하반신으로부터 무언가 치솟아 올랐다.

새로운 괴물의 상반신이었다.

아더가 당황해 중얼거렸다.

“…테이큰 씨보다 더한데 저거는?”

이 말과 함께 아더의 신체가 거칠게 뒤로 밀려났다.

“큭!”

그 상태로 제단까지 날아간 아더가 쥐고 있던 비스트와 마검을 놓쳐버렸다.

촤악-!

정확히는 비스트와 마검을 쥐고 있던 손목이 괴물의 피에 의해 잘려 나간 것이었다.

양손을 잃은 아더가 제단 위에서 사지를 속박당했다.

그 사이 괴물이 피를 뚝뚝 흘리며 다가왔다.

“어… 라?”

괴물이 기괴한 웃음을 터트리며 아더의 상반신 위로 올라탔다.

[끼, 끼끼끽, 끼끼끼끽-!]

그 순간 막혀 있던 천장이 뚫리고, 환한 보름달이 보였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광경에 아더가 저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리는 사이, 괴물의 손톱이 아더의 가슴팍을 찔렀다.

“아….”

말을 흐린 아더가 눈을 감았다 떴다.

‘초점이 안 잡혀. 테이큰 씨의 혈통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어.’

그때 시야 너머로 무언가 보였다.

죽음.

이미 한 번 경험한 그것이 손짓하고 있었다.

‘엥? 이렇게 또 죽는다고?’

아더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절대로 죽을 수 없어.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 해.’

아직 못 다한 일이 너무 많았다.

전생에서도 실패한 그 일들을, 이번 생에서도 실패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더는 죽음을 밀어냈다.

‘아직 죽을 수는 없어요. 조금 있다 갈게요 죽음 씨.’

이 말과 함께 아더가 억지로 초점을 맞춰 킬킬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괴물의 팔을 바라보았다.

비스트의 당한 부상이 아직 완벽히 낫지 않았는지,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잠시 고민한 아더가 그런 괴물의 팔을 덥석 물어뜯었다.

예상대로 아직 재생이 덜 된 것인지, 손쉽게 놈의 피와 살점이 뜯겨져 나왔다.

[끼, 끼끼끽, 끼끼끼끽!? 끼끼끼!?]

깜짝 놀란 괴물이 아더의 머리를 후려쳤다.

힘없이 떨어져 나간 아더의 머리가 제단에 부딪혔다.

[끼, 끼끼끽, 끼끼끼끽!]

괴물이 콧김을 내뿜으며, 손톱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축 늘어진 아더의 가슴팍을 향해 다시 한번 손톱을 찌르려는 순간.

아더가 중얼거렸다.

“아… 이 피는 맛있네.”

“…?”

“그렇구나. 예니카의 그 맛있는 피가 여기로 다 옮겨 간 거였어.”

이 말과 함께 아더가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피 좀 더 줄래요, 이안?”

“…….”

“음… 아니다 지금은 괴물이지. 괴물 씨? 피 좀 더 받아갈게요.”

자리에서 일어난 아더가 그대로 괴물의 팔을 뜯어버렸다.

[…!]

깜짝 놀란 괴물이 물러섰다.

그 사이 뜯어낸 괴물의 팔을 부여잡고 흘러내리는 피를 들이켜던 아더는 눈을 치켜떴다.

‘어?’

머릿속으로 흐릿한 무언가가 보여졌다.

‘어린 시절의 예니카?’

학대당하는 그녀.

아직 젊어 보이는 테이큰과 카르페를 만나는 그녀.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가 보였다.

‘오… 이게 뭐지? 혈통을 흡수할 때 이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그때 잔상이 끊기며, 아더의 몸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정확히는 뚫린 천장 위의 달빛이었다.

“…!”

괴물도 깜짝 놀라고, 아더도 깜짝 놀랐다.

그 사이 내리 쬐는 달빛이 그 세기가 더욱 강해지더니 제단 위에 올라선 아더를 뒤덮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괴물이 당황해 소리쳤다.

[끼, 끼끼끽, 끼끼끼끽!?]

그러나 빛에 휩싸인 아더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괴물이 잠시 고민하다 빛에 휩싸인 아더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내리쬐는 달빛이 보호막이 되어 그런 괴물을 튕겨냈다.

[…!]

충격을 받은 괴물이 물러났다.

그 사이 내리쬐던 달빛이 조금 전 아더가 서 있던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달빛뿐만이 아니라 광장 안에 있던 모든 빛이 빨려 들어간다는 점이었다.

화르르륵-!

광장 안을 밝히던 횃불도, 번쩍이는 마검의 빛도 예외는 없었다.

그렇게 모든 빛이 빨려 들어간 순간, 칠흑 같은 어둠이 광장 안을 뒤덮었다.

[…….]

괴물이 마른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순간 칠흑 같은 어둠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오.”

아주 새빨간, 입술이었다.

* * *

괴물의 몸이 벌벌 떨렸다.

분명 어둠은 자신의 무대인데 원인 모를 공포가 느껴졌다.

숨이 막히고 어깨가 벌벌 떨렸다.

그 기이한 현상에 괴물이 자신도 모르게 울부짖을 때 그림자가 일렁였다.

[끼, 끼끼끽, 끼끼끼끽!!!!]

괴성을 토해낸 괴물이 뒷걸음질 쳤다.

어둠에 둥둥 떠다니는 새빨간 입술이 기괴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 입술을 바라보며 괴물은 원초적인 두려움,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괴물은 그 감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가 왜?

나는 밤의 왕인데?

그런 내가 왜 겁을 먹어야 하지?

괴물은 이를 갈며, 거칠게 소리쳤다.

[끼끼끽, 끼끼끼끼끽!]

괴물의 등에서 날개가 돋아났다.

날카로운 손톱도 10개나 새로 생겨났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괴물이 새빨간 입술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 순간 새하얗다 못해 창백해 보이는 손이 어둠을 뚫고 빠져나와 괴물의 목을 붙잡았다.

[…!]

깜짝 놀란 괴물이 발버둥 쳤다.

하지만 목을 붙잡힌 제 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끼, 끼끼끽!]

겁에 질린 괴물이 꼬리를 내린 강아지마냥 벌벌 떨었다.

그 사이 제 목을 붙잡고 있는 손의 주인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어둠에 상반되는 새하얀 피부의 가진 인간이었다.

괴물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뱀… 파… 이… 어… 로드(Lord)?]

괴물의 중얼거림에 아더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아하. 이 혈통 능력 이름이 뱀파이어 로드에요?”

[…….]

“흠…그런데 로드라니. 뭔가 모르게 거창하네. 그래도 뭐….”

말을 흐린 아더가 괴물의 가슴에 푹, 손을 찔러 넣었다.

“나쁘지는 않네요. 힘이 넘쳐흘러서.”

그 순간 괴물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치이이익…

타오르는 연기가 아더의 몸으로 들어갔다.

그 속에서 괴물의 두꺼운 털들이 사라지고, 연한 피부가 드러났다.

길었던 손톱도 연기로 변하여 아더에게 빨려 들어갔고, 등에 돋아났던 날개도 아더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벌거벗겨진 괴물이 이내 이안이 되었다.

“…….”

그는 이 광장 안에 들어와 있을 때와 달리, 폭삭 늙어 있었다.

머리는 새하얀 새치로 뒤덮었고, 날카로웠던 턱선은 주름져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는 이안의 가슴팍에 찔러넣었던 손을 뺐다.

털썩.

이안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옅은 숨소리가 아더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죽어가고 있어, 그 이안이.’

평생을 쫓았던 원수.

모든 것을 앗아간 복수의 대상 중 한 명.

그가 마침내 죽음을 코앞에 둔 것이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아더가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이안. 지금 기분이 어때요?”

아더의 질문에 이안이 시선을 돌렸다.

“…….”

무표정인 아더가 바이에른이 보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이안이 대답했다.

“X같군.”

아더가 웃었다.

“최고의 대답이네요. 그걸 원했어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