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105화 (105/265)

제105화

레온의 눈이 치켜떠졌다.

“뱀파이어라고?”

이 말에 옆에 있던 지니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거 동화속에서나 나오는 종족 아니에요?”

“…그 정도의 전설은 아닌데, 보기 드문 종족은 아니긴 하죠.”

그 사이 아더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뱀파이어? 그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

혈통 중에서도 그 피를 아주 진하게 이어받은 혈족들.

그중에서 뱀파이어 혈족은 여러 의미로 유명했다.

‘동화나 소설에서 주로 악당으로 묘사돼서 모르는 사람이 없지.’

그래서 전설이라 치부되는 종족인데, 지금 눈앞의 사내가 자신들을 뱀파이어라 소개한 것이다.

그때 아더에게 목을 잘리거나 사지가 잘린 괴한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젠장! 아프잖아!”

“저 개새끼…! 절대 가만 안 둔다!”

“아니 그것보다는 걍 살려놓고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게 만드는 게 최고야.”

살벌한 협박과 함께 뱀파이어들이 바닥에 떨어진 무기들을 다시 쳐들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더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재밌네. 이거… 흠. 저기 레온 지니?”

아더의 부름에 지니와 레온이 고개를 돌렸다.

아더가 여관의 문을 가리켜며 말했다.

“바깥으로 나가주실래요? 보니깐 좀 거칠게 대해야 할 것 같아서.”

지니와 레온의 눈이 커졌다.

‘거칠게… 대한다고?”

‘아까 전보다 거칠게 대한다면 대체 어느 정도로 하려고?’

잠시 고민하던 그들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더 바이에른이 이 정도로 경고를 할 정도면 그냥 되묻기 보다는 나가는 쪽이 맞았다.

그렇게 두 사람이 아더의 말에 따라 순순히 바깥으로 나간 순간, 여관 주인장이 입을 열었다.

“포기하게.”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네?”

“포기하라고. 자네는 우리를 이길 수 없어.”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 포기. 정말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네요. 그래서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싸움을 포기하란 말씀이죠?”

“그래. 보름달이 뜬 뱀파이어 일족은 누구한테도 지지 않아.”

주인장의 눈빛이 변했다.

그 순간 그의 두터운 입술 사이로 뾰족한 송곳니가 튀어나왔다.

“얌전히 있으면, 금방 눈을 감게 해주겠네.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야.”

아더가 턱을 쓰다듬다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저한테 배려해준다는 분도 오랜만이네요. 흠… 하지만 저도 포기할 생각은 없어서요.”

아더의 손이 비스트를 움켜잡았다.

그 후 총구를 까닥거리며 말했다.

“덤비세요. 이번에는 선공을 양보할게요.”

뱀파이어 일족들 사이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런 개새끼가!”

그 외침과 함께 몇몇 뱀파이어가 아더를 향해 뛰어들었다.

쾅-!

조금 전 아더가 서 있던 자리가 뱀파이어들의 손에 들린 무기로 뒤덮였다.

하지만 뱀파이어들의 원하던 피와 살점은 보이지 않았다.

“이놈 어디 갔어!”

외침과 함께 뱀파이어들이 고개를 돌린 순간 아더가 천장 위에서 중얼거렸다.

“여기요 여러분.”

이 말에 뱀파이어들의 시선이 올라간 순간, 비스트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쾅-!!!

대포가 쏘아져 나간 듯한 총성과 함께 다섯 명의 뱀파이어들이 짓이겨졌다.

당황한 뱀파이어들이 소리쳤다.

“무, 뭐야 저건 또?”

“아티펙트? 아니 마법?”

그 사이 천장에 매달려 있던 아더가 눈빛을 빛냈다.

‘오호… 비스트의 일격에는 재생이 되거나 하지는 않네?’

마검에는 죽지 않던 뱀파이어들이 비스트의 탄환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평범하게 칼로 썰어서는 죽이지 못하고, 비스트의 마탄은 통한다라….’

말을 흐린 아더가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 그때,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이게 뭐야!!”

“저놈들 어디 갔어!”

“서, 설마 죽은 거야!?”

그 외침에 상념에서 벗어난 아더가 천장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

움찔 놀란 뱀파이어들이 일제히 물러섰다.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그 반응 속에서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왜 다들 겁을 먹고 계세요?”

“…….”

“설마 동료가 죽어서 그런 거예요? 흠… 전우애가 그렇게 뛰어나신 분들일 줄 몰랐는데?”

아더의 질문에 여관 주인장이 벌벌 떨며 소리쳤다.

“네 놈 뭐야!! 어떻게 보름달이 뜬 뱀파이어를… 설마 그 아티펙트 때문이냐!”

그 외침에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터져나왔다.

“뱀파이어를 죽이는 무기…?”

“교회에서 나온 건가?”

“교, 교회!? 설마 저건 성물이고…?”

“그, 그럼 말이 돼! 저 놈이 성기사단이고 우리를 토벌하러 온 자들이면….”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다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성기사….”

“저 개새끼 신의 졸개다!”

“…….”

“죽여! 신의 졸개가 감히 이곳에 들어오다니!”

외침과 함께 뱀파이어들이 다시 덤벼들었다.

아더가 머리를 긁적이다, 칼을 치켜들었다.

그 순간 다섯 개, 아니 여섯 개의 고리가 회전하며 찬란한 빛을 토해냈다.

쾅-!

고결한 경지에 오른 칼잡이만이 뿜어낼 수 있는 검기.

그 빛이 발현된 순간 달려오던 뱀파이어들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흩뿌려지는 푸른 빛과 함께 가장 앞장 서 있던 뱀파이어의 목이 잘렸다.

데구르르…

힘없이 굴러간 뱀파이어의 머리가 여관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는 탄성을 터트렸다.

“오 마탄뿐만이 아니라, 검기로 잘라도 안 살아나네요.”

“…….”

“흠… 이정 도는 뭐 나쁘지 않네. 난 또 완전히 불사신인 줄 알았더만.”

이 말과 함께 뚜벅뚜벅 걸어간 아더가 여관 문을 잠갔다.

철컥-!

움찔 놀란 뱀파이어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더가 방긋 웃어 보였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할까요? 참고로 살아남는 사람은, 딱 한 분뿐입니다.”

* * *

지니가 눈도 못감고 죽은 뱀파이어의 얼굴을 요리조리 훑어보며 물었다.

“끝났어요? 레온?”

“음… 아직 덜 끝난 것 같네요. 아직도 비명이 울려 퍼져요.”

“반항이 심한 모양이네요. 다 부질없을 텐데.”

지니의 말에 레온이 힐끔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지니 양. 아더와 무슨 사이입니까?”

“저요?”

“네. 혹시 뭐 따로 연….”

“메이드와 주인님 관계인데요?”

“…!”

레온이 비틀대는 다리를 애써 부여잡으며 대답했다.

“메, 메이드와 주인님 관계요…?”

“네. 뭘 생각하는지 몰라도 일단은 맞아요.”

레온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후우… 놀라운 대답이네요. 최근에 들었던 대답 중에서는 최고라 꼽을 정도로.”

“그럼 저도 질문 하나 해도 돼요?”

“…말씀하세요.”

“레온은 공자님과 무슨 관계에요?”

“아더와 저 말입니까? 흠… 친구 사이?”

지니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도르문트 가문의 사람을 죽이려는 황족과 공작가의 후계자가 친구?’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지금만큼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레온이 탄성을 터트렸다.

“끝났나 보군요. 비명소리가 멈췄습니다.”

이 말에 레온이 걸음을 옮겼고, 지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여관 안으로 들어간 레온이 낮은 탄성을 터트렸다.

“오… 신이시여.”

뒤늦게 여 관안으로 들어온 지니도 입을 벌렸다.

“세상에… 이게 뭐야?”

그때 아더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아 두 사람 왔어요?”

“…….”

“피가 좀 많이 튀었죠? 생각보다 다들 반항이 심해서요.”

아더의 말에 레온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반항이 심해도 그렇지, 무슨 여관을 지옥의 입구처럼 만들어 놔?’

눈앞의 광경만 놓고 보면, 조금 전 열차 안에서 들었던 아더의 별명이 이해가갔다.

‘사신 던… 진짜 말 그대로 사신이군. 죽음의 사신.’

그 사이 아더가 기절한 여관주인의 들쳐메며 말했다.

“여기서 심문하기는 그러니깐, 일단 나가볼까요? 저도 피 냄새는 별로라서.”

문 앞에 있던 지니가 정신을 차리고 앞을 비켜주었다.

그 길을 성큼성큼 걸어간 아더가 들쳐메고 있던 여관 주인을 내려놓았다.

“…컥!”

여관 주인이 피를 토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지니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살아있는 거… 맞죠 공자님?”

“반항 못 하게 사지를 부러트리기는 했는데, 살아있는 건 맞아요.”

이 말과 함께 아더가 쭈그려 앉았다.

시선을 마주친 여관 주인이 겁에 질려 소리쳤다.

“고, 괴물!”

“어라? 아까는 성기사라더니, 이제는 괴물이에요?”

“으아아악!! 저리 가! 이 괴물 자식! 저리 가라고!”

완전히 겁에 질린 여관 주인은 이성을 잃어 있었다.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아더가 레온을 바라보았다.

“오? 내가 나설 차례인가?”

레온이 씩 입꼬리를 올리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

그 순간 비명을 지르던 여관 주인이 입을 다물었다.

그는 조금 전과 달리 어딘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레온을 멍하니 응시했다.

옆에 있던 지니가 탄성을 터트리는 사이, 레온이 말했다.

“심문하게.”

아더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들 [검은 십자가] 소속이죠?”

여관주인의 눈꼬리가 살짝 떨렸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대답은 거부하지 않았다.

“…맞습니다.”

“예니카는 지금 어디 있죠?”

“북쪽… 성지….”

“그 북쪽 성지가 어디예요?”

“모릅니다… 북쪽 성지… 그곳은 교주님만이 알고 있습니다.”

아더가 턱을 쓰다듬었다.

“흠… 그럼 당신들은 여기서 뭘 하고 있었죠?”

“교주님을… 방해하러 가는… 자들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아하. 기차 앞을 가로막은 신도들도 한 패인가요?”

“그렇습니다….”

여관 주인의 눈 끝이 조금 더 거칠게 떨리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레온이 주의를 줬다.

“조금 있으면 깨어날 거야. 빨리 더 물어보게.”

레온의 재촉에 아더가 다시 질문했다.

“예니카가 훔친 게 뭐죠?”

여관 주인이 피를 토하며 대답했다.

“성배… 잊혀진 달의 종족을 다시 태양으로 이끌… 성….”

말을 흐린 여관 주인의 고개가 툭, 옆으로 쓰러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가 고개를 돌렸다.

“레온. 죽었는데요?”

“내 탓이 아니야. 아무래도 내 환각과 상반되는 제약이 걸려 있던 모양이야.”

“아하. 비밀을 누설 못 하게요?”

“맞아. 흠… 생각보다 고난이도 마법이군. 내 환각마저도 이겨낼 정도라니.”

머리를 긁적이던 아더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뭐 아쉽긴 해도, 원하는 정보는 다 얻지 않았어요?”

“그래 보이는군…. 아무래도 내 생각엔, 검은 십자가는.”

레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잊혀진 달의 종족. 뱀파이어. 그들의 후손이 만든 종교 집단인 것 같군.”

옆에 있던 지니가 질문했다.

“이자들이 뱀파이어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음? 그건 아닙니다. 지니양. 뱀파이어가 보기 드문 종족이라 하지만, 이것만으로 뱀파이어를 뜻하는 종교 집단으로 말할 순 없죠.”

“그럼…?”

레온이 진중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성배. 이건… 뱀파이어들의 보물을 뜻합니다.”

지니의 눈이 커졌다.

“뱀파이어들의 보물이요?”

“예. 뱀파이어는 저주받은 일족이라, 낮에는 살아가지 못합니다. 그들은 낮이 물러간 밤밖에 활동할 수 없죠.”

레온의 목소리에 근심이 깃들었다.

“하지만 몇몇 내려오는 전설 속에서 뱀파이어들의 보물인 성배가 있다면, 이 제약이 사라지게 됩니다.”

지니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뱀파이어들이 대낮에 거리를 활보한다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 그것 말고도 몇 개의 전설이 더 있긴 한데, 그건 너무 터무니없으니…

말을 흐린 레온이 입을 다물었다.

지니도 고민에 빠져들었다.

“…….”

그러한 침묵 속에서, 아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레온을 향해 질문했다.

“저기요 레온.”

“응?”

“그럼 그 사람도 뱀파이어일까요?”

레온의 미간이 살며시 모였다.

“…그럴 확률이 높지 않겠나?”

그 대답에 아더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재밌네요.”

이 말과 함께 아더가 시선을 돌렸다.

예니카 헤이즐이 있다는 북쪽이었다.

그곳을 바라보며 아더가 입맛을 다셨다.

“예니카 헤이즐… 어째 피가 맛있다더니, 저보다 더한 흡혈귀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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