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윌렛이 3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서류를 받아 든 아더는 안에 적힌 내용을 주르륵 읽어 내려갔다.
‘첫 번째는 호위, 두 번째는 현상 수배범, 세 번째는 전투 갱단의 지원이네.’
의뢰를 파악한 아더가 턱을 쓰다듬었다.
세 가지 의뢰 모두 장단점이 뚜렷했고, 그 탓에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첫 번째 호위 임무의 경우 보수는 넉넉했지만, 기간이 길었고 두 번째 의뢰의 경우 현상 수배범의 단서가 너무 적었다.
마지막 의뢰는 전투 갱단과 공동으로 임무를 펼치는 게 꺼려졌다.
‘이성적으로 가장 나은 건···. 호위 임무. 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에는 전투 갱단 의뢰가 가장 나아 보이네.’
시간상으로 가장 빨리 끝나는 임무기도 했고, 무엇보다 상대 쪽 갱단에 제법 쓸 만한 ‘혈통’을 지닌 자가 있었다.
‘공간 도약···. 이런 능력은 흔치 않은데 말이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평균만 해도 만족할 만한 성과가 될 듯했다.
문제는 공동으로 임무를 펼쳐야 하는 자들이 ‘전투 갱단’이라는 점.
여기까지 생각한 아더는 고개를 들어 윌렛을 바라보았다.
“어떤 의뢰로 할지 결정했나?”
“아뇨. 셋 모두 장단점이 뚜렷해서, 고르기가 쉽지 않네요.”
윌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그래도 가장 나은 건 역시나 호위 임무네. 에스카 기업의 달라스 부장을 일주일간 호위하는 것. 보수도 세고, 임무 자체 난이도도 쉬운 편이지. 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는데, 일주일만 눈감고 하면 에스카 기업과의 연줄도 생기고.”
설명에 아더가 손가락을 튕겼다.
“뭐 때문에 호위를 맡기는 거죠?”
“에스카 기업에서 최근 돈이 되는 발명품을 만들어냈나 봐. 그 발명품에 대한 특허 신청을 넣었는데, 승인이 떨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일주일이라 하더군.”
“오···. 그럼 누가 특허품을 빼앗으려 해서 의뢰를 맡긴 건가요?”
“아니.”
“…?”
“그런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는데, 만에 하나 일어날 일을 대비하기 위해 의뢰를 넣었다더군.”
아더가 눈을 끔뻑였다.
그 속에서 윌렛이 설명을 잇는다.
“그래서 이 의뢰를 추천하네. 일주일간 눈감고 달라스 부장을 호위만 하면 돈도 벌고 연줄도 생기고. 지금 자네가 맡을 수 있는 의뢰 중 가장 최선의 선택지지.”
아더가 뒤늦게 감탄한다.
‘역시 윌렛 어르신이네. 이런 말도 안 되는 의뢰를 받아오다니.’
보수에 비해 의뢰의 난이도가 너무 낮았다.
무엇보다 편하기도 했고.
당연하지만 이런 의뢰는 실력이 좋은 브로커가 아닌 이상 받아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나하고는 맞지 않네. 기간도 너무 길고···. 무엇보다 내 목적은 돈이 아니니깐.’
여기까지 생각한 아더가 세 번째 의뢰서를 앞으로 내밀었다.
“…첫 번째 의뢰가 마음에 안 드나?”
“일단 이야기는 들어보고 싶어서요.”
윌렛이 팔짱을 낀다.
“이건 말 그대로 전투 갱단 지원 임무야. 최근 재개발 구역으로 선정된 C-23 구역에서 알력 다툼이 벌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쓸 만한 용병을 보내 달라는 의뢰지.”
“재개발 구역으로 선정됐는데, 왜 싸움이 난 거죠?”
“더 좋은 땅을 먹기 위해서.”
“더 좋은 땅이요?”
윌렛이 파이프를 꺼내 입에 문다.
“좋은 땅은 금보다 값어치가 있지. 특히 이곳 아케인에서는. 그런 땅에는 어떤 걸 세우든 돈이 되니깐 말이야.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의 땅을 빼앗으려 하는 거고.”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케인의 집세가 살인적이긴 하지.’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이 도시의 물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땅과 집에 관련해서는 웬만한 거부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무력 다툼이 벌어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동기도 충분하고, 보수도 확실하고…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네. 전투 갱단하고 공동으로 임무를 펼치는 게 조금 꺼려지긴 하지만···. 뭐,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생각을 끝마친 아더가 3번째 의뢰서를 가리켰다.
“이걸로 할게요, 윌렛 어르신.”
“…진심인가?”
“네.”
윌렛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어떤 의뢰를 선택하건, 자네의 자유네. 하지만 이 의뢰를 선택하게 되면 우리 쪽에서 케어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케어라면요?”
“문제가 생겼을 경우, 자네를 위해 우리 사무소에서 나설 명분이 부족하다는 거지. 이번 의뢰의 주체는 ‘타이탄’ 전투 갱단이지, 우리 쪽 사무소가 아니니깐.”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의뢰를 한 번 거쳐서 받아서, 문제를 책임질 수 없다는 말이네.’
생각과 함께 아더가 입꼬리를 올렸다.
이런 점을 보면, 역시나 윌렛의 사무소에 다시 한번 들어온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고집이 세군.”
“여러모로 따져보았을 때, 저한테는 이게 가장 나은 선택지인 것 같더라고요.”
“어디가 말인가?”
아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윌렛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는 아더 앞으로 내민 서류를 고이 접어 들고서, 다른 서류를 내밀었다.
“이건 자네가 함께할 타이탄 갱단에 대한 분석자료네.”
“오….”
“그리고 이건 자네가 맞붙을 자이언트 갱단에 대한 분석 자료고. 두 갱단 모두 이 바닥에서 꽤나 잔뼈가 굵은 전투 갱단이지. 특히 자이언트 갱단을 이끄는 퓨리스란 자는 자네와 마찬가지로 ‘혈통’을 지닌 자고.”
아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목적이 그 퓨리스가 지닌 ‘혈통’이었으니깐.
그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윌렛이 방 안을 나서려 할 때였다.
“한 가지 쓸데없는 충고를 하지. 갱단을 믿지 마.”
아더가 고개를 든다.
윌렛의 낮게 가라앉은 시선이 보였다.
“그게 적이건 아군이건 말이지. 이놈들은 돈이라면 제 부모도 팔 수 있는 놈들이니깐.”
* * *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진 순간, 아더는 저택을 나섰다.
바이에른 저택으로부터 같이 따라나선 기사들이 불침번을 서고 있었지만, 밖으로 나온 아더를 찾지 못했다.
‘프라킬 씨가 가지고 있던 이 아티팩트, 생각보다 성능이 좋네?’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소리조차 흘리지 않았다.
이 정도 성능이면 부르는 게 값이라 할 수 있을 정도.
‘으음···. 아니지. 이 아티팩트는 원래라면 흰 수염 씨 거니깐, 당연한 결과였네.’
그렇게 저택을 무사히 빠져나온 아더는 C-23 구역으로 향했다.
재개발 구역으로 선정된 곳이라 그런지 몰라도, 세우다 만 건물의 뼈대와 여러 자재가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 토목 건설 현장을 지나니 다른 곳들과 달리 뼈대를 갖춘 건물 앞에서 한 무리가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다.
아더는 본능적으로 그들이 타이탄 갱단임을 알 수 있었다.
그건 타이탄 갱단도 다르지 않았다.
“오… 윌렛 씨가 말씀하신 용병 저기 오는데?”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띤 사내의 말에 40명의 갱단이 고개를 든다.
좋은 말로도 호의적인 시선이라 할 수 없는 그 날선 눈초리 속에서 아더가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윌렛 어르신네 사무소에서 파견 나온 용병입니다.”
“반가워. 초면부터 이런 말 하긴 뭐한데, 패 좀 보여 줄 수 있나?”
아더가 윌렛에게 받은 패 하나를 내밀었다.
그것을 이리저리 뜯어보던 갱단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윌렛 어르신네 용병이 맞네. 어서 와. 이곳 갱단의 대장 보리스라고 해.”
“던이라고 해요.”
보리스가 모닥불로 아더를 안내하며 묻는다.
“듣기로 이번 의뢰가 데뷔전이라면서?”
“데뷔전이요?”
“용병들의 첫 의뢰를 데뷔전이라고 하지 않나?”
보리스의 말에 아더가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각해보니 맞긴 하네요. 일전에 테스트를 치르기는 했지만.”
“그 테스트가 D 구역에서 일어난 소동을 말하는 거지?”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대답하지 않고서, 보리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보리스가 사람 좋은 미소를 입가에 걸고서 손을 내저었다.
“워워 경계하지 마. 이 바닥 소문이라는 게 워낙 빨리 돌거든. 그런 의미에서 자네같이 특이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금방 퍼지기 마련이지.”
“어떤 소문인데요?”
“온몸을 갑옷으로 변질시킬 수 있는 혈통을 지닌 칼잡이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칼잡이가 놀랍게도 모두가 눈치만 보던 D 구역의 소동을 해결했다.”
보리스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이 정도 사건이면 소문은 금세 퍼지기 마련이지. 의뢰 보수가 셌지만 위험해서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의뢰라 더더욱. 그래서 벌써 윌렛 씨네 사무소에 또 하나의 대형 루키가 나타났다고 난리지.”
아더가 머리를 긁적였다.
“음···. 한 일에 비해서 너무 거창한 이야기네요.”
“그러려니 해. 이 바닥은 뭐든 좋아하거든. 그래서 말인데, 윌렛 어르신과는 전속 계약인가?”
“아뇨?”
이 말에 보리스가 제 명함을 꺼내 든다.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끝마치면, 우리 쪽으로 한 번 찾아와봐. 혈통을 지닌 자들은 대게 평균 이상을 하지. 특히 자네같이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자들이라면 더더욱 말이야.”
아더가 그 명함을 받아 들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은 없어요.”
“갈 생각은 없더라도, 연을 맺어두는 건 중요해. 이 바닥 생리가 오늘의 친구가 내일은 적이 되는 곳이라서.”
이 말을 끝으로 보리스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잔뜩 긴장한 타이탄 갱단의 목을 휘감으며 소리쳤다.
“뭘 그렇게 딱딱하게 바라봐!? 설마 저 칼잡이가 우리에게 칼을 들이밀겠어?”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아더는 중얼거렸다.
‘흠… 갱단 대장치고 엄청 독특하네, 저 사람.’
갱단 두목이건 부하건 대부분 그쪽 인간들은 성격이 삐뚤어져 있었다.
용병들도 만만치 않지만, 갱단은 그 경우가 더욱 심했다.
‘용병들은 이름값 때문에 약속을 어기지는 않지만, 갱단… 그중에서 전투 갱단은 돈만 주면 뭐든지 해서 신뢰도가 영 없지.’
그 탓에 똑같이 더러운 일을 하지만, 갱단에 속한 사람의 성격이 더 더러운 경우가 더욱 많았다.
그래서 아더 자신도 이번 의뢰를 받아들일 때 고려했던 것이 갱단의 존재 여부였고.
허나 눈앞에 있는 보리스는 지금껏 아더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성격이 너무 좋은데?… 갱단을 기준으로 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포함해서도.’
스스럼없는 성격에 호감이 가는 외모.
그 탓에 자연스레 묻어나오는 40명의 갱단원들을 강하게 휘어잡고 있었다.
그래서 초면임에도 자신도 모르게 보리스라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낄 때였다.
보리스가 과장되게 양팔을 벌리며 소리친다.
“자 이제 자이언트 놈들이 나타날 시간이 됐군.”
이 말과 함께 보리스가 타이탄 갱단원과 아더를 불러 모았다.
“건네받은 정보로는 이 시간에 놈들이 습격할 예정이야. 오늘이 지나면, 건축 허가가 떨어질 테고 그렇게 되면 예정 받은 돈을 받지 못하거든. 즉, 우리는 날이 샐 때까지 우리 뒤에 있는 저 건물이 무너지지 않게 보호하면 된다는 거지.”
설명을 끝마친 보리스가 시선을 돌린다.
“의뢰 내용하고 똑같지?”
“네 정확히 똑같아요.”
“오케이. 그럼 작전 브리핑할게. 지금부터 우리는 잠복에 해 있다, 놈들이 나타나면 최대한 시간을 끄는 쪽으로 갈 거야. 과정에서 불필요한 살인이 일어나더라도 괜찮아. 이미 위쪽의 허가가 떨어졌거든.”
보리스가 손가락을 튕긴다.
“자이언트 놈들의 숫자는 30명. 그리고 대장인 퓨리스는 혈통을 지닌 축복받은 놈으로, 공간 도약을 하는 3서클 칼잡이. 그 외 나머지는 총과 칼로 무장한 놈들로 별 볼 일 없어. 즉, 퓨리스 그놈만 잡으면 의뢰를 마칠 수 있단 소리지.”
보리스가 다시 시선을 돌린다.
“퓨리스는 윌렛 씨네 사무소에 나온 칼잡이와 내가 맡는다. 여기서 질문 있나?”
모두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보리스가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자자 그럼 다들 움직이자고. 살아남는 놈들은 내가 최고급 양주를 대접할 테니깐, 그렇게들 알고!”
이 말과 함께 갱단원들이 몸을 숨긴다.
건설 현장인 탓에 40명에 달하는 타이탄 갱단은 금방 어둠에 녹아들 수 있었다.
그 속에서 아더는 보리스와 함께 몸을 숨겼다.
그는 전투가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전혀 긴장하지 않은 듯했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깐 가벼운 잡담이나 할까.”
쾌활한 목소리와 함께 보리스는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여자친구는 있나.
가면은 왜 쓰고 있나.
혈통 능력은 뭐냐.
신상을 캐묻는 것들도 있어서 기분 나쁠 법도 했지만, 아더는 민감한 질문을 피한 채 최대한 친절히 대답했다.
그 정도로 보리스란 사람의 매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내가 이런 기분도 다 느끼네. 흐음…잘하면 친구도 될 수 있지 않을까? 갱단 두목이라 해도 이 사람이면 친구가 돼도 나쁠 게 없어 보이는데.’
그렇게 스산한 침묵이 내려앉을 때였다.
보리스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왔다, 놈들이야.”
이 말과 함께 반대편 너머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아더가 자연스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보리스의 말대로, 건장한 체구를 가진 30명의 사내가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접근하고 있었다.
동시에 정찰을 보내두었던 노움과 운디네도 돌아왔다.
두 정령은 아더의 귓가에 대고 무언가를 속닥거렸다.
그 사이 보리스가 다시 한번 명령을 내렸다.
“모두 인기척 내지 말고 숨죽여."
갱단 전원이 몸을 숙인다.
숨소리 하나 내지 않은 체 잠복을 한 그들이 보리스를 바라본다.
“놈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왔을 때 단번에 친다. 절대로 움직이거나 소리 내지···.”
보리스의 말이 끊긴다.
동시에 불쑥 자리에서 일어난 아더가 품속에서 꺼내 든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탕-!
울려 퍼진 소음과 함께 타이탄 갱단도 접근 중이던 자이언트 갱단도 놀라 몸을 숨긴다.
그 속에서 넋을 놓고 있던 보리스가 정신을 차리고서 소리치려 할 때였다.
쾅-!!!!
한 박자 늦게 울려 퍼진 폭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허공에서 일어난다.
그 난데없는 이변에 보리스가 경악하며 중얼거렸다.
“마법? 설마 저놈들 마법사를 고용한 거야?”
보리스가 시선을 돌려 아더를 바라보았다.
“설마 눈치채고 쏜 거야?”
“네.”
“이런 미친···. 마법사가 붙었다고? 저놈들 돈을 얼마나 쓴 거야?”
중얼거림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보리스가 타이탄 갱단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이리로 와! 작전 계획 변경이다! 마법사의 폭격이 이어지기 전에 먼저 쳐야겠어! 모두 움직여!”
외침과 함께 흩어져 있던 타이탄 갱단이 허겁지겁 보리스에게로 다가왔다.
40명에 달하는 갱단이 한곳에 모이자 보리스가 시선을 돌리며 미소 짓는다.
“소문이 과장이 아니었군. 고마워, 던. 그런데 자네 총도 다루었나? 이런 물건은 구하기 쉽······?”
보리스가 입을 다문다.
어느 사이엔가 제 미간에 겨누어진 총구 때문이었다.
서늘한 쇠의 감촉에 그의 눈동자가 떨린다.
그리고 뒤늦게 허리춤에 찬 칼을 잡으며 소리쳤다.
“이게 무슨···!”
탕-!!!
울려 퍼진 총성과 함께 미간에 구멍이 뚫린 보리스가 스스륵 뒤로 넘어진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타이탄 갱단이 눈을 끔뻑였다.
“어…?”
그렇게 낮은 숨소리만이 내려앉은 침묵을 이겨 낼 때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아더가 씁쓸한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사람 좋은 갱단 대장은 없네. 배신자가 나와도 하필 보리스 씨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