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22화 (22/265)

제22화

서로를 죽일 거라 경고한 무리와 개인이 서로를 노려본다.

“….”

누구 한 명이라도 움직이면 침묵은 깨질 것이었다.

날이 선 상황에서, 아더의 감각에 무언가 걸렸다.

“…?”

고개를 돌린 아더가, 하제스를 바라보았다.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는 하제스의 머리가 빛나고 있었다.

그 기이한 빛을 바라보던 아더는 홀로 중얼거렸다.

‘저 주문…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고민하던 아더는 옛 기억을 떠올리고서 탄성을 터트렸다.

‘아… 저거 황군 마법사분들이 쓰던 주문이네. 칸 마드리드. 그분 곁에 있던 마법사의 주문이랑 똑같아.’

그런데 뒷골목 마법사인 하제스가 어떻게 저 주문을 쓰는 거지?

‘같은 마법이라서 그런 걸까?’

아더는 고개를 저었다.

마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 골자 정도는 알고 있다.

제 얕은 지식에 의하면 마법사의 주문은 모두 달랐다.

간단한 예로 같은 파이어 볼을 시전해도 어떤 마법사가 시전하냐에 따라 그 주문이 달라졌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주문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지. 그래서 이상하네···.’

냉정히 말해 눈앞의 하제스는 그렇게 썩 뛰어난 마법사가 아니었다.

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진짜’ 마법사라 불리는 황군 마법사에 비하면 말이다.

그 탓에 아더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뭔가 큰 사건에 얽힌 것 같네.”

생각을 끝마친 아더가 검을 늘어트린다.

그 후 예고 없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

난데없는 도약에 아더를 둘러싸던 아레스 패밀리가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뒤늦게 각자의 무기를 들어 올려 방어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어?”

권총을 쥐고 있던 아레스 패밀리의 간부 중 한 명이 탄성을 내지른다.

그와 동시에 권총을 쥐고 있던 손목이 잘려 나간다.

덩달아 떨어져 나간 권총을 집어 든 아더가 고개를 까닥 숙인다.

“잠시 빌릴게요.”

이 말과 함께 아더가 빼앗은 권총의 방아쇠를 연달아 갈겨버렸다.

타타탕-!

울려 퍼지는 총성과 함께 아레스 패밀리들 몇 명이 총상을 입고 쓰러졌다.

욕설과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 탄창을 싹 비운 아더가 중얼거렸다.

‘인원이 많으니까 굳이 조준할 필요가 없어서 좋네.’

생각과 함께 다시 움직인다.

이번 목표도 역시나 총을 들고 있는 간부였다.

아무리 혈통 능력까지 사용해 육체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총은 까다로운 무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 사람들한테도 까다롭지.’

판단과 함께 또다시 권총을 빼앗은 아더가 방아쇠를 당겼다.

그 결과 40명 정도의 아레스 패밀리의 숫자가 30명으로 줄어드는 데 걸린 시간은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그 참상에 아레스 패밀리가 소리쳤다.

“씨발 막아-!”

“뭘 멍하니 보고 있어!”

“쥐새끼 한 놈 못 잡아서 다 죽을 거냐!”

외침과 함께 몇몇 이들의 몸에서 푸르스름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마나를 이용한 육체 강화.

놀랍게도 아레스 패밀리 몇몇은 하나의 고리를 이루고 있었다.

‘오···. 뭐야? 평범한 갱단이 아니라고?’

감탄과 함께 아더가 몸을 돌렸다.

동시에 육체 강화를 끝마친 아레스 패밀리들이 무식하게 몸을 들이박는다.

‘운디네.’

[네!]

아더의 부름에 운디네가 능력을 일으켰다.

그 순간 기세 좋게 달려들던 아레스 패밀리들의 중심이 기울었다.

“어, 어?”

갑작스레 생겨난 물웅덩이.

평소라면 이런 물웅덩이 때문에 넘어질 리 없을 테지만 아더에게 온 신경이 쏠려 있던 아레스 패밀리들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실수는 목이 잘려 나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서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피 분수.

그 광경에 아레스 패밀리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X발···. 루키라더니, 윌렛 씨네 용병은 루키도 괴물인 거냐?”

누군가의 중얼거림과 함께, 아레스 패밀리들이 돌격을 멈추고 간을 보기 시작했다.

원을 그리며 포위망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더는 시선을 돌렸다.

‘하제스는 뭐 하고 있지?’

생각과 함께 하제스를 찾은 아더는 눈을 치켜떴다.

그의 몸 주위로 피어오르는 정전기.

휘몰아치는 마력.

그 심상치 않은 이변에 아더가 본능적으로 자리를 굴렀다.

쾅!

그 순간 내려친 낙뢰가 조금 전 아더가 서 있던 자리를 까맣게 태워 버린다.

그 광경에 아더도 살짝 놀라 탄성을 질렀고, 아레스 패밀리도 입을 벌렸다.

“우리 쪽 마법사가 더하네.”

“마른하늘에 벼락쯤은 불러내야 진짜 마법사지.”

중얼거림과 함께 아레스 패밀리들이 눈빛을 빛냈다.

동시에 꺾였던 기세가 살짝 올라간다.

윌렛이 보낸 정체불명의 용병이 엄청난 실력자였지만, 낙뢰를 내려치는 마법사가 뒤에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아더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음···. 이건 별로 안 좋은데. 기껏 기세를 꺾어놨더니.”

아무리 프라킬의 혈통 덕에 육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긴 했지만, 장시간 전투가 부담되는 건 여전했다.

‘변수가 발생하기 전에, 하제스 씨 목을 따야겠어.’

결론을 내린 아더가 자리에서 뛰쳐나간다.

“X발 막아-!”

“어떻게든 마법사님이 마법을 발현할 시간을 벌어!”

“그럼 우리의 승리다! 몸으로라도 막아라 이 새끼들아!”

아레스 패밀리들이, 아더를 향해 각자의 무기를 휘두른다.

그것을 지켜보던 아더는 가장 앞에서 달려오는 하제스 패밀리 중 한 명을 향해 큰 폭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서걱.

기이한 소리와 함께 인간이었던 것이 인/간으로 분리된다.

허리가 양단되어 버린 동료의 모습에 하제스 패밀리들 전원이 멈칫거렸다.

“…어?”

누군가 내뱉은 탄성과 함께 아더의 검이 다시 움직인다.

여전히 자비가 없는 일격이었는데, 조금 전과는 뭔가 달랐다.

하제스의 마법이 발현되기 전에는 목만 잘랐다면, 지금은 손속을 두지 않고 과격하게 신체를 도륙했다.

“……!”

그 탓에 터져 나온 내장과 피 분수.

그리고 드러나는 연골과 뼈의 근육에 아레스 패밀리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다.

뒷골목 생활을 한다고 하지만, 이런 장면을 보는 건 흔치 않았다.

그 덕에 올라갔던 기세가 다시 꺾였을 때였다.

쾅-!

터지는 폭음과 함께 낙뢰가 내려친다.

미리 반응하고 있던 아더는 그 일격을 피해냈지만, 아레스 패밀리들은 그러지 못했다.

“으아아악!”

비명과 함께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맣게 타 버린 아레스 패밀리 몇몇이 그 자리에서 졸도한다.

그 광경에 마법사를 위해 몸을 던지던 아레스 패밀리들이 다급히 소리쳤다.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마법사님!”

“닥치고 포위망 좁혀! 한두 놈 희생해서 저놈 잡으면 이득이야!”

이 말에 아레스 패밀리들이 표정이 굳어진다.

반대로 아더는 감탄을 터트렸다.

‘하제스 저 사람 화끈하네.’

그때 날이 선 감각에 무언가 걸린다.

눈을 치켜뜬 아더가 반사적으로 허리를 꺾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쿠르르쾅!

발밑에서부터 솟구친 낙뢰가 코앞에 다가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더가 입을 벌린 순간, 난데없이 나타난 노움이 능력을 일으킨다.

쾅!

폭음과 함께 자욱한 연기가 퍼진다.

아더가 눈을 끔뻑이며, 흙을 이용해 장막을 펼친 노움을 바라본다.

“오… 노움 씨. 이런 능력도 가지고 계셨어요?”

[…….]

“있으면 진작 알려 주셨어야죠. 그럼 전투가 더 편했을 텐데.”

노움이 경악해 입을 벌린다.

[…….]

그 반응에 아더가 싱긋 미소지으며 속삭였다.

“그래도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네요. 아무리 프라킬 씨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저런 걸 맞으면 위험할 뻔했는데.”

노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숨어든다.

그 속에서 시선을 돌린 아더가 하제스를 바라본다.

“시, 시X···.”

조금 전 이 일격이 비장의 무기였는지, 그의 안색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것이 비단 착각은 아닌 듯 휘몰아치던 마력은 어느 사이엔가 없어진 상태였다.

거기다 아레스 패밀리들은 조금 전 하제스의 만행 탓에 모두 도망친 상태고.

전투가 끝났음을 느낀 아더가 질문한다.

“끝인가요? 하제스 씨?”

대머리 마법사의 눈이 치켜떠진다.

그리고 눈치를 보다,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허나 그 얄팍한 도주를 봐줄 아더가 아니었다.

아레스 패밀리들이 버리고 간 무기 중 하나를 집어 들어 그대로 던져버렸다.

“끄아아악!”

비명과 함께 바닥을 뒹군 하제스가 발작한다.

노린 것인지 우연인지 모르겠는데, 아더가 집어던진 도끼가 척추에 명중한 탓이었다.

그사이 다가온 아더가 그런 그의 등을 꾸욱 짓눌렀다.

“지금부터 질문할 건데, 대답해주실 수 있죠?”

“무, 물론! 뭐든 대답할게, 뭐든!!”

아더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다.

그 후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제가 여기로 올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죠?”

“레, 레스터 패밀리에 심어 둔 첩자한테 들었다! 윌렛이라는 브로커에게 의뢰를 부탁했고 때마침 여기로 온다고!”

“저를 특정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요?”

“그, 그렇게 대놓고 이쪽 거리 사람이 아닌 복장을 하고 있는데 못 알아볼 병신이 어딨어!?”

아더가 작은 탄성을 내질렀다.

‘생각해 보니 그렇네. 이건 좀 고려해야겠어.’

중얼거림과 함께 아더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때마다 하제스는 욕설이 섞이긴 했지만, 착실히 대답했다.

“납치한 애들은 이쪽 골목을 따라 나오면 창고에 모두 가둬 놨어!”

“납치한 이유가 뭐냐고? X발···. 뭐긴 뭐야… 걔네들 장기 팔아먹으려고 그랬지!”

“애들의 장기는 아주 유용하다고···. 암흑가의 수장이건 정치계건 의료계건···. 모두가 원하는 게 싱싱한 장기인데···.”

그의 대답에 아더가 턱을 쓰다듬었다.

뭔가 그럴듯하면서도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아더는 그를 조금 더 떠보기로 했다.

“이건 좀 다른 질문인데, 하제스 씨. 혹시 황군 쪽 사람이세요?”

질문에 하제스의 발작이 멈춘다.

동시에 눈을 치켜뜬 그가, 피를 뚝뚝 흘리며 중얼거린다.

“뭐···? 그걸 어떻게?”

“당신이 쓰는 주문이, 황군 쪽 마법사님이 쓰던 주문이랑 똑같아서요. 그런데 실력은 또 황군 마법사님과 비교하면 떨어지시더라고요.”

“….”

“무슨 관계인지 대답해주실 수 있나요? 무척 궁금하거든요.”

대답에 하제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씨발···. 황군 마법사의 주문을 알아보는 거물한테, 내가 지금 기습을 시도한 거야?”

이 말에 짐작이 맞았음을 깨달은 아더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내막을 물으려는 찰나, 하제스가 피를 토해냈다.

“어라?”

지켜보던 아더가 움찔 놀라며 손을 움직였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하제스가 잘린 혀를 내밀며,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X발… 이렇게 갈 줄이야….”

말을 흐린 하제스가 숨을 멈춘다.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던 아더가 머리를 긁적였다.

“멋대로 가버리셨네. 생포해 드릴 수도 있었는데. 그리고 듣고 싶은 것도 있었고….”

이 말과 함께 하제스의 눈을 감겨 준 아더가 그의 목을 깔끔히 잘라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하지만 뭐···. 나머지는 윌렛 씨한테 들으면 되니깐. 그럼 슬슬 돌아가 볼까?”

* * *

윌렛은 팔짱을 꼈다.

“여기 말씀하신 마법사의 목입니다.”

그 속에서 아더가 들고 온 포대를 푼다.

장미문양 문신이 새겨진 대머리 남자의 목이 윌렛의 시선에 들어왔다.

“생포해도 되는데 죽였군.”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서요.”

“그래서 하루 만에 의뢰를 끝냈나?”

아더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그 모습을 곁눈질로 지켜보던 윌렛이 포대를 다시 감싸며 대답했다.

“어찌 되었건 내기는 자네가 이겼군. 축하하네.”

“어···. 그럼 저는 윌렛 씨 소속 용병이 된 건가요?”

“내 용병이 아니라, 고용 관계가 된 거지.”

이 말과 함께 윌렛이 서류를 내민다.

그 서류에는 사무소에서 일하는 동안, 어떤 일을 해줄 수 있는지 또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그에 관한 내용이 아주 자세히 적혀 있었다.

“설명이 필요한가?”

“음···. 아뇨. 사인하겠습니다.”

“…독소조항이 들어가 있으면 어쩌려고?”

“그럴 분이면 제가 찾아오지 않았겠죠?”

대답에 윌렛의 눈꼬리가 살짝 떨렸다.

‘정말로 날 아는 건가? 아니면 떠보는 건가?’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윌렛은 여전히 눈앞의 사내인지 소년인지 모를 괴한을 믿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눈앞의 사내이자 소년의 신원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령을 다루고 혈통 능력까지 가진 칼잡이···. 이 정도로 특이 케이스라면 분명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정보가 없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 탓에 까다로운 상황이었다.

이번 임무는 눈앞의 던이라는 남자가 실패할 것을 상정하고 건네준 의뢰였기 때문이다.

‘하제스···. 뒷골목 마법사긴 하지만 패밀리를 거느린 까다로운 놈이었지. 이렇게 쉽게 성공해서는 안 되는 임무인데.’

윌렛이 말을 흐리며 고민할 때였다.

계약서에 사인하던 아더가 입을 연다.

“저 윌렛 어르신?”

“말하게.”

“질문 하나 해도 되나요?”

“계약에 관해 궁금해졌나?”

“아뇨. 이번 테스트에 관해서예요.”

윌렛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미 끝마친 테스트인데 궁금할 게 있나?”

“네. 하제스 이분이 황군 쪽 주문을 쓰더라고요.”

윌렛의 눈이 치켜떠진다.

“…황군 쪽 주문? 황군 마법사의 주문을 말하는 건가?”

“네. 그런데 황군 마법사와 비교하면 실력이 떨어지더라고요. 이런 일은 처음이라 궁금한데···. 괜찮으시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정중한 물음에 윌렛이 입을 다문다.

동시에 아더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조금 전보다 배는 되는 의심, 그리고 경계심이 깃들었다.

허나 소속 용병이 제 의뢰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윌렛은 천천히 입을 열며 설명했다.

“말해 줄 수야 있는데, 들어봐야 좋은 건 없을 거야. 그래도 듣겠나?”

“네.”

“…이 자는 실험체였어.”

“실험체요?”

“마법사들의 실험체. 그래···. 조금 더 자세히 말해주면 황군 쪽 마법사들이 설립한 마탑의 실험체지.”

아더의 눈이 치켜떠진다.

“어···. 황군 쪽 마법사들의 실험체라면···.”

“마법 각인.”

윌렛의 시선이 낮게 가라앉는다.

“생명을 담보로, 마법을 각인시키는 실험체. 하제스는 그 실험체 중 한 명이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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