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귀환
서울시 마포구 중동의 어느 주택가 골목. 새카만 어둠에 깜박거리는 가로등이 간신히 저항하고 있었다.
그때 골목의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던 맨홀의 뚜껑이 열렸다.
사람이 나왔다.
검고 묵직한 망토 밑에는 갑옷을 입고 발에는 카우보이 부츠, 머리에는 금빛 관을 썼다. 왼손 다섯 손가락 모두에는 반지, 오른팔에는 팔찌 셋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오른손에는 사슬 장갑을 끼고 있었다.
누가 봐도 과도한 장신구를 차 기괴하다 못해 수상한 그 복장의 화룡점정을 찍는 것은 허리에 찬 칼 두 자루였다. 21세기의 서울에서 칼이라니! 그것도 한 자루는 로마 군단병이나 썼을 법한 글라디우스, 다른 한 자루는 동양식 청동제 도검이었다.
그 정체불명의 남자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이 뜬 서울의 하늘을 갈색의 깊은 눈동자로 한참 동안이나 응시하던 그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었다.
맨홀에서 완전히 기어 나와 지면에 선 그는 비틀거리며 벽에 몸을 기대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다시 한 번 한숨을 토해내더니 외쳤다.
“돌아왔다!”
남자의 이름은 김인수.
그가 서울에, 한국에, 지구에 돌아온 것은 10년 만의 일이었다.
*
12년 전.
김인수가 좁디좁은 취업 문을 간신히 통과해, 비정규직으로나마 취직에 성공한 해의 일이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동생, 인규는 끈질기고 집요한 괴롭힘을 당했다. 처음에는 그 괴롭힘의 대상은 인규가 아니었지만, 괴롭힘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타깃이 바뀌었다.
인규는 1년 이상을 견뎠다. 잘 견딘 편이고, 대처도 잘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가족의 대처가 늦었다.
어머니는 인규의 일을 뒤늦게 눈치챘다. 어머니도 직장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늦게 눈치챈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것에 대해 심하게 자책감을 느꼈다. 인규 자신도 잘 숨겨오다 들킨 것에 대해 크게 낙담하고 부끄러워했다.
어머니는 그 일을 즉각 공론화하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인규를 괴롭혔던 주동자는 박기범, 김전훈, 오원추라는 놈들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주도적이고 악랄한 놈이 박기범이었다. 학교 측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박기범에게는 사흘간의 정학 처분을 내렸다.
그것으로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박기범의 부모가 바로 다음 날 학교에 나타나서 항의했다.
결국 학교는 박기범의 정학을 철회했다. 박기범이 반성도 했을 테니 이걸로 이야기를 끝내자는 뜻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기범은 반성하지 않았다. 바로 그날, 인규의 갈비뼈가 부러졌다. 어머니는 박기범을 폭행죄로 신고했고, 박기범은 소년 법원에 섰다.
일이 이상해지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다. 소년 법원은 박기범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 본인인 인규의 증언은 무시당했고, 인규가 혼자 넘어져서 갈비뼈가 부러진 게 되었다. 어머니는 당연히 항의했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에게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조용히 하지 않으면 큰일 날 줄 아시오.”
전화의 내용은 그게 전부였다. 목소리는 변조되었으며, 통화 기록은 남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조용히 하지 않았다. 이 이상한 사건을 즉각 언론에 제보했다. 협박 전화 녹취 기록도 당연히 남겨서 함께 제보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이 이 사건의 보도를 거부하고, 작은 인터넷 신문에만 어떻게든 기사를 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그럭저럭 화제가 되었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인터넷 게시판에 기사가 퍼 날라지기 시작했고, 박기범이나 김전훈 등의 이름도 댓글로 올라왔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기사는 사라졌다. 연예인의 가십 기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교통사고였다. 범인은 뺑소니범이었고 결국 잡히지 않았다. 사용한 차량은 대포차에, 사고 현장에 브레이크 자국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의 죽음을 다룬 언론은 존재하지 않았다.
뭔가가 크게 잘못되었다. 김인수가 그렇게 느낀 건 그날이었다.
인규는 심하게 자책했다. 어머니가 자기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김인수와 아버지는 그렇지 않다고 인규를 설득했지만, 결국 그날 밤, 인규는 목을 매었다. 집단 괴롭힘에도 견디던 아이가, 어머니의 죽음은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것이다.
며칠 후, 전화가 걸려왔다. 아내와 아들의 초상을 같이 치러야 했던 남자가 그 전화를 받았다.
“조용히 사시오.”
아버지는 어머니가 받았던 그 전화와 같은 인물이 건 전화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조용히 했다. 그 누구도 모르게 아내와 아들의 원수에 대해 수면 밑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정답에 근접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딴판으로 박기범이나 김전훈, 오원추와는 관계가 없는 인물이 튀어나왔다. 그 이름은 진가규, WF 그룹 부회장이었다. 그는 박기범의 동급생인 진현우의 할아버지이기도 했다.
“인수야, 네 엄마는 살해당한 거야.”
그것이 아버지의 유언이 되고 말았다. 결국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차가 없었지만 렌터카 안에서 연탄을 피웠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사에서 자살 이유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서, 라고 적고 있었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는 김인수의 아버지를 씹어대었다. 왜 렌터카로 자살하냐, 민폐 아니냐, 개념이 없어서 저런다, 그런 소릴 지껄여 대었다. 마치 보란 듯이.
아버지는 살해당했다. 자살당했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지도 모른다.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김인수는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전화가 또 걸려왔다.
“쉿.”
침묵을 강요하는 그 전화는 이제 더 이상 길지 않았다.
상대는 너무나도 거대했다. 그들에게는 거대한 자본이 있었으며, 이 나라에서 자본은 곧 힘이었다. 국가는 그들을 편들었으며, 그렇기에 그들은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상대였다.
그에 비해 김인수는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비정규직이었다. 내년에 당장 직장을 잃을지도 모르는 형편이었다. 집안에는 돈이 없었다. 학연이나 지연에도 기댈 구석도 없었다.
철저하게 무방비한 그는 그저 유린당하는 한 마리 초식동물이나 다름없었다. 사바나에서 어머니가, 아버지가, 동생이 잡아먹혀도 나는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그 자리에서 풀을 뜯는 한 마리의 영양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무기력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던 김인수에게도 사건이 일어났다.
납치당했다.
“미안하구만, 청년. 조용히 살고 있는데 말이야.”
불구대천의 원수, 진가규의 얼굴을 직접 보는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역시 일은 깔끔하게 처리해야지. 자네만 살려둔다는 건 영 찜찜해서……. 아주 만약에 말이야, 자네가 출세라도 하면 일이 꼬이니 말일세. 물론 출세를 못 하게 막으면 되는 일이긴 하지만 자네한테 계속 신경 쓰기도 피곤한 일 아니겠는가?”
“저, 저도 죽일 겁니까?!”
그때, 자신의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을 김인수는 아직도 기억한다. 겁에 질린 비굴한 짐승. 그게 자신이었다고 그는 그때 깨달았다.
“아니, 자네 어머니와 아버지를 처리하고 그 뒤를 무마시키는 데 꽤 돈을 써서. 너무 지출이 많아지는 건 좋지 않지. 아무리 부자라도 절약할 필요는 있는 법이라네. 게다가… 자네에게는 특별히 시키고 싶은 일이 있네.”
진가규는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실험에 동참해 주게나.”
김인수는 그날 차원 균열이라는 것을 처음 보았다. 싱크홀이 수직으로 서 있는 것 같다는 표현이 적절할까. 입을 쩍 벌린 그 구멍 속은 끝없이 이어진 것만 같았다.
들어가면 죽는다고 김인수는 직감했다. 그리고 진가규가 그걸 바라고 있을 거라는 것 또한.
“저 문 너머에 뭐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네. 안에 가서 뭐가 있는지 보고 돌아오면 좀 알려주게. 뭐… 못 돌아올 가능성이 더 클 테지만 말일세.”
살려주십시오, 하고 김인수는 빌었다. 진가규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무기력한 초식동물에 불과한 그는 육식동물에 의해 차원 균열 너머로 던져졌다.
“음, 역시 못 돌아오는군.”
진가규는 김인수의 허리에 매어둔 로프가 절단되었음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럽게.
*
차원 균열의 안은 어두웠다.
좌우, 위아래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그 공간에서 김인수는 다수의 기척을 느꼈다. 인기척은 아니었다. 또한 그 기척들은 도저히 호의적이라고 여길 수 없었다.
잡아먹힌다.
그의 본능이 그렇게 부르짖고 있었다. 기척의 주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안광, 그것은 분명 사냥감을 노리는 짐승의 눈빛이었다.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
하지만 그의 몸은 얼어붙어 움직일 줄을 몰랐다. 그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보고서 그런 것일까.
기척들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가오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그는 이 이상 없을 정도의 궁지에 몰렸다.
그때였다.
[힘을 원하는가.]
그 목소리는 그가 모르는 언어로 발음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그는 그게 언어조차, 목소리조차 아님을 나중에 알았다. 그에게 그 목소리는 구원자의 것처럼 들렸다. 강렬한 마력과 설득력을 띤 그 목소리에, 그는 지금이라도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다.
[힘을 원한다면 계약하라!]
계약.
그 단어가 그로 하여금 정신을 차리게 했다. 계약은 양자 간에 이뤄지는 것. 한쪽에서 다른 쪽에 뭔가를 일방적으로 베푸는 데 계약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즉 이 목소리는 내게 원하는 것이 있다.’
섣불리 잘못 계약하면 이 목소리가 그것을 홀랑 집어먹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생명일 수도 있었다.
“내, 내게서 원하는 게 뭐지?”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물었다. 그렇게 물을 수 있었던 건 기적과도 같았다.
[네 존재.]
만약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면 그는 그 자신의 존재 그 자체를 잃었으리라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소름 돋는 제안이었다.
“안 돼. 다른 것을…….”
[네가 대가로서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바쳐라.]
그러자 목소리는 다른 소리를 했다.
[그리하면 원하는 힘을 주리라.]
냉정하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기척들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지금 당장에라도 죽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힘과 그 대신 내놓을 대가를 머릿속으로 그렸지만, 그것을 제대로 언어화할 수는 없었다. 날카로운 이빨이 그를 노리고 있었다. 파박, 하는 소리와 함께 그것이 달려들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이 마수였음을 그가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계약하겠, 다!!”
어떤 식으로 대가를 내놓고 어떤 힘을 받겠다고는 말하지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계약하겠다고 외친 이상, 계약은 그가 생각한 대로 맺어졌다.
그렇게 그는 힘을 얻었고, 대가를 내놓았다.
그가 바친 대가란 그의 전 재산.
사실 전 재산이라고 해봐야 통장에 남은 그의 월급 34만 원과 지갑의 3만 원, 중고차와 그가 자리를 비우고 있는 동안 녹아 없어질 월세 집의 보증금 정도였다.
그는 이 정도면 나름 약삭빠르게 대처했다고 생각했지만, 계약이 이루어지자 일단 지갑이 없어졌다. 지갑에 있던 가족사진과 함께. 의외의 타격이었다.
그 대가로 얻은 그의 능력은 대단히 약했다. 내놓은 것이 적었다. 능력이 약한 것에 불만을 품을 수는 없었다. 만약 계약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그 자리에서 마수들에게 온몸을 뜯어 먹히며 극도의 고통과 공포 속에 절명했으리라.
그렇게 김인수는 그의 목숨을 노리고 달려드는 마수들을 어찌어찌 따돌리고 살아남아 차원 균열 안의 공간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살아남았다고 기뻐하기에는 아직 조금 일렀다.
차원 균열 너머의 세계는 김인수가 살던 세계가 아닌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처음에는 자신이 들어온 곳이 다른 세계인 줄도 몰랐다. 그러나 돌아갈 길은 막혔고, 눈앞에는 끝없는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마수들이 득시글대는 동굴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기에 그는 동굴 밖으로 빠져나와야 했다.
그는 그저 살기 위해 걸었다. 평범한 한국인인 그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한 환경이었다. 뜨거운 모래가 그의 발을 태웠고, 뙤약볕을 피할 곳은 없었다. 곧 한계에 도달한 그는 쓰러지고 말았다.
그대로 사막의 미라가 되어 죽었어야 할 그의 목숨을 살린 것은 한 무리의 카라반이었다. 그런데 그 카라반에 인간은 없었다. 얼굴 전체가 비늘로 덮인, 두 발로 걷는 도마뱀들의 모습에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도마뱀들은 결코 호의로 그를 구한 것은 아니었다. 이 세계에서는 특이한 생명체였던 그는 사막의 제왕에게 선물로 바쳐졌고, 제왕은 그를 제물로 삼았다.
바로 차원 균열에 바치기 위한 제물이었다.
이 도마뱀 인간들에게도 차원 균열은 위협적인 존재인 듯했다. 차원 균열은 주기적으로 혹은 기습적으로 마수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사막의 제왕은 제물을 차원 균열 안에 밀어 넣으면 마수가 덜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간신히 차원 균열을 통과해 온 김인수의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처사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시절의 그는 오로지 살아남기만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계약으로 얻은 작은 힘이 그나마 그의 버팀목이 되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싸웠고 살아남았다. 그는 어찌어찌 차원 균열을 닫는 데 성공했고, 그 보상으로 더 큰 힘을 얻었다.
제왕은 흡족해하며 그를 다음 차원 균열에 밀어 넣었다. 그는 다시 싸워야 했다. 그 싸움 속에서 목숨이 위험한 순간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싸움에 지쳐서 적에게 자신의 목을 내주고 싶었던 적이 더욱 많았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싸웠다.
“반드시 돌아가겠어!”
그에게는 할 일이 있었다. 지구에 돌아가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돌아가면 꼭 복수하겠어!!”
목숨을 버려서라도.
김인수는 맹세했다.
복수에 버릴 목숨이다. 이런 곳에서 버릴 수야 없었다.
그것이 그의 강렬한 동기가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했다.
원수 앞에서 목숨을 빈 적조차 있는 김인수다.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처음 그는 사막의 제왕이 부리는 노예로서 시작했지만, 굴욕과 수치를 견디고 살아남아 적들을 구슬리고 세력을 모으고 힘을 쌓아 강해졌다.
이윽고 그의 힘은 시골의 야만인 집단에서 제왕을 자칭하고 있었던 머저리를 능가하기에 이르렀다. 그 자칭 사막의 제왕은 딱히 김인수의 보복에 의해 죽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판 함정에 스스로 걸려들었다고밖에 할 말이 없는 방식으로 죽고 말았다.
그렇게 그는 차기 ‘자칭 사막의 제왕’이 되었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롭게 발돋움하는 세력은 주변의 견제를 받게 마련이다. 몰려오는 적들을 물리치고, 그에게 손을 내미는 자들의 손을 맞잡으며 동맹을 늘리고 적을 줄여나갔다.
그렇게 세력을 규합하고 대내외의 관계를 정리한 김인수는 폐허가 된 북부 지역의 마수들을 전부 토벌해 내고 차원 균열을 완전히 닫아 이 세계의 위기를 완전히 종결시켰다.
그 과정에서 김인수는 차원 균열을 닫는 전문 조직인 ‘어스름’의 수장이자 마법사 교육기관인 ‘상아탑’의 현자로서 그는 남부 제국마저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성장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는 세계를 구원한 대마법사라는 칭호를 손에 넣었다. 서부 고원의 무뢰한들인 하이랜더들과 동부 도시국가 연합의 왕과 귀족들은 그에게 경의를 바쳤다.
그렇게 누구나가 인정하는 세계의 영웅이 된 그는 자신의 능력과 인맥을 모두 동원해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강구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손에 넣었다.
자아, 마지막 선택이 남았다. 이 세계에서 부와 명예, 권력을 구가하며 사느냐, 지구로 돌아가느냐. 그 두 가지 중, 그는 미련 없이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대마법사로서의 지위와 부, 명예를 모두 버리고 구차하게 외면했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복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