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의 확률로 알파는 남자, 오메가는 여자로 태어나는 세상.
서규하는 그 확률을 뚫고 남성체 오메가로 태어났지만, 베타처럼 성장한 탓에 본인이 오메가라는 자각이 거의 없다.
여느 때처럼 실컷 마시고 즐기다가 맞이한 주말 아침.
지끈거리는 두통을 안고 깨어났더니,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져 있는데....
[본문 중]
“누가 네 애를 가졌다고 하면 어떡할 거야?”
이차영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뭐? 하고 되묻는 말에, 서규하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말을 이었다.
“누가 네 애를 가졌다면서 갑자기 찾아오면 어쩔 거냐고.”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은근한 긴장감이 차올랐다. 하지만 서규하는 눈을 피하지 않고 이차영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차영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침묵하는 걸 보니 대답을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쿵, 쿵, 심장 박동이 멋대로 조금씩 빨라졌다. 생각 정리를 끝낸 듯 이차영이 픽 웃으며 입술을 움직였다.
“명제부터가 잘못됐어.”
“뭐?”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라고. 피임은 확실하게 하니까.”
확신에 찬 어조였다. 덤덤하게 찻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서 서규하는 속으로 실소를 흘렸다. ‘확실하게’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러니까 만약이라고 하잖아. 만약 몰라?”
목소리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만만치 않은 성질머리에 말발로는 이길 수가 없는 녀석이라서, 떠보는 것도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긴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더 굳건하게 벽을 치는 태도에 조바심이 절로 일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봐도 다른 대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돌직구를 날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서규하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간발의 차로 이차영의 입술이 열린 것이 먼저였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
“지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