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MW기획사.
“그런데, 미영아 MW엔터에서 이번에 여자 아이돌 데뷔하는 거랑 이번 오디션에서 남자, 여자 다 뽑을 예정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
“아! 그건 내가 서울에서 실용음악학원 다닐 때 알게 된 언니가 페북으로 연락을 해줬어, 같이 학원 다녔던 사람들끼리는 카톡으로 다 연락을 하는데 그 언니가 이번 4월에 데뷔할 것 같다고 연락을 하면서 오디션 정보를 알려줬어.
이제 자기들 8인조 데뷔하고 나면 다음 데뷔 조를 바로 뽑을 예정이니깐 지금 오디션으로 들어오면 늦어도 2년 정도 후엔 데뷔할 수 있다고 오디션을 이번에 꼭 보라고 강력추천하더라고.”
“오~ 미영이 말대로라면 그 언니가 어떻게 준비하라고 미리 이야기해줬을 것 같은데, 맞지? 빨리 우리한테도 이야기해줘!”
“오디션 준비는 다 똑같지 뭐, 빠른 팝송이랑 빠른 가요 각각 한 곡 준비하고, 느린 팝송이랑 느린 가요 각각 한 곡씩 준비하는 게 전부지.
거기에 댄스 포지션이면 댄스 타임에 출 댄스 2개 버전 정도 준비하는 게 전부지, 그런데 경태 넌 랩이잖아, 너랑 나는 준비가 달라.
근데, 소원이는 모델 쪽으로 간다고 한 거 같은데, 아이돌로 완전히 전향한 거야?
진욱이는 키가 커서 모델 쪽도 좋지만, 배우 한다고 해서 아이돌로 데뷔 노리는 거 같던데, 너도 같은 테크 타는 거야?“
“나도 내가 뭘 어떻게 할지 잘 몰라 하하.
사실 오늘은 그냥 구경삼아 가는 거야.
모델 쪽 에이전시들은 군대 문제 때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바로 올라가야 하는 조건이 있어서 부모님이 허락을 안 해 주시거든.
그래서, 그냥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 가서 모델이나 배우 쪽으로 가려고.”
“요즘 아이돌 데뷔 나이가 20대 초반을 넘으면 데뷔 어려운 거 알지?
걸스나잇에 소현언니처럼 대학교 졸업하고 25살 넘어서 데뷔해서 성공한 건 진짜 잘 없는 케이스야.
거기다 보컬학원이나 연기학원도 안 다니던데, 그러다 20살에 시작하면 너무 늦을 건데..”
“미영아! 그만~! 소원이라는 친구도, 소원이 부모님도 다 사정이 있는 거야. 그리고 인생에 느리고, 빠른 것도 없는것이고.
아빠가 늘 긍정적인 이야기만 해라고 했지?
다 잘된다고 생각하면 잘 되니깐 ‘하쿠나마타타’ 다들 세 번씩 외쳐!“
“하쿠나마타타” “하쿠나마타타” “하쿠나마타타”
미영이 아버님의 긍정론에 힘입어 다들 하쿠나마타타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미영이 아버지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미영이의 말이 맞는 말이었다.
초등학생 멤버로만 만들어진 걸그룹도 있을 정도고, 대부분 16살, 17살에 데뷔를 하는 현실에서 대학교에 간 이후로 데뷔준비를 하겠다는 내 말은 현실적으로 데뷔할 확률이 거의 없게 들리긴 했다.
무조건 어린 나이에 시작하는 것이 장점인 이 바닥의 현실이었다.
차에서 내려 MW엔터테인먼트 앞 건물로 가며 미영이가 카카오톡으로 MW엔터에서 데뷔준비 한다는 언니에게 연락을 했다.
건물 앞에서 아는 언니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이 오디션 날인데도 이상할 정도로 오디션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서울에 올라올 때 내 생각으로는 수십 명이 줄을 서서 오디션을 기다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오디션을 본다는 사람이 없었다.
“미영아! 오늘이 오디션 날짜 맞아??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거야? 이러면 오디션이 망한 거 아니야?”
“헐, 윤소원 진짜 하나도 아는 게 없네.
기획사 오디션이나 대부분의 오디션은 먼저 동영상이나 사진, 서류를 보내서 예선, 예심을 통과해야 실제 본선인 현장 오디션을 볼 수 있어.
동영상을 보내서 예선을 통과 못 하면 아예 본선인 오디션을 볼 기회도 없어. 그런 예선을 통과한 사람은 시간 배분을 해서 본선을 보러 오니깐 사람이 없는 게 당연한 거지.
그래서, 예선이라도 통과해서 실제로 기획사 사람들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서 돈 들여가면서 학원에 다니고, 트레이닝을 받는 거야.
그러니깐 네가 20살 넘어서 준비한다고 하는 것에 걱정되는 것이고.”
“그래, 그러네···. 내가 너무 쉽게 연예계를 생각한 것 같다. 고민을 한번 해봐야겠네.”
그렇게 내가 가진 연예계와 아이돌 오디션에 대한 무지함에 친구들에게 잔소리를 듣고, 양념으로 욕까지 들으며 교육을 받았다.
한참을 기다리자 미영이와 같이 학원에 다녔다는 언니가 우리 또래의 다른 여자아이와 같이 왔는데, 역시 내 기억대로 이번에 데뷔한다는 여자 그룹이 ‘오뷰티걸’이 맞았다.
“시호 언니! 오랜만이에요. 진짜 언니가 연락해줘서 고마웠어요. 그런데 언니 이번 달 말에 데뷔한다는데, 이렇게 나와도 돼요?
그러고 보니 언니 진짜 살 많이 빠져서 마르고, 언니 뒈박~! 예뻐졌어요.
대박! 대박!! 다리 이쁜 게 장난 아니다. 우와~! 진짜 제 친구들도 보고 벌써 입덕할 것 같아요!”
오버하듯이 난리를 치는 미영이의 말처럼 이번 달 4월 말에 데뷔한다고 다이어트를 엄청 한 것인지 내가 미래에서 기억하는 모습보다 훨씬 더 야위어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과 실물로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어서 텔레비전이 살찌게 나온다더니 그게 맞는 말인 것 같았다.
“미영이 너도 예뻐졌네, 내가 회사에 추천 안 했어도 네 실력이면 충분히 예선통과 되었을 거야. 오디션 걱정하지 말고. 학원에서 연습하던 대로만 하면 될 거야.
아! 그리고 부산에서 99년생인 너랑 친구들이 올라온다고 하니깐, 우리 팀 막내도 같이 나오고 싶다고 해서 같이 나왔어. 해운대 사는 애들이라고 어쩌면 같은 중학교 출신이거나 같은 동네라서 얼굴을 알 수도 있다고 해서 같이 왔어.
이름은 최여원인데, 활동명은 ‘애린’이야. 다들 99년생 맞지?”
“아, 어쩐지 어디서 본 거 같다고 했는데, 해운대 신상중 나온 거 맞재?”
“난 3학년 3반 같은 반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하지?”
같이 온 진욱이와 경태는 애린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중학교 동창인 것 같은데, 신기했다.
미영이는 중학교 3학년 때 서울에서 부모님 직장으로 인해 부산으로 내려온 아이라 애린이를 몰랐고, 난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 나도 기억한다. 진욱이랑 소원이 맞재? 진욱이는 같은 반이었고, 너는 얼굴은 알겠는데 이름이 잘 기억이 안 난다. 미안.”
“괜찮다. 같은 반도 아니었는데 뭐, 경태다 김경태. 그런데, 너 대단하다. 우린 이제 오디션 보러 다니는데, 넌 이번 달에 데뷔라니 부럽다.”
그렇게 데뷔 이야길 하면서 어떤 노래로 데뷔하는지, 준비하는 거 안 힘드는지에 대해서 서로 물어보고, 신상중학교 나온 아이들의 근황에 관해서 서로 이야길 했다.
오뷰티걸은 데뷔 때는 그리 크게 뜨지 못하다가 2년 차부터 크게 성공하는 걸그룹이 되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지만, 애린이는 과연 데뷔해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확신을 못 하고 걱정이 많은 것 같았다.
“애린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밝은 미래만 상상해야지 진짜 이루어질 거야.
노래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분명 성공할 거니깐 데뷔전에는 무조건 좋은 생각만 해라.
안 그래도,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얼굴형인데 고민이 많으면 더 표정이 안 나오니깐 효정 리더 보면서 표정 연습 많이 하고.”
“어, 소원이 너 우리 효리다 언니 어떻게 아는 거야? 그리고, 윤소원 너! 중학생 때 나 데뷔 못 할 거라고 디스 했었잖아!!”
“헉, 효리다 아는건....그건 그렇고, 진짜? 내가 진짜로 너 데뷔 못 할 거라고 디스를 했었어?”
나중에 오뷰티걸이 데뷔하고 나서 언제나 잘 웃는 것으로 유명했던 효리다 효정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이름을 말해버렸기에 말을 급하게 돌렸다.
“그래, 네가 내 허벅지 굵다고 ‘돼끼리’라고 돼지 코끼리라고 놀리고 디스 했잖아!!”
“내..내....내가 진짜 그랬어? 미안하다. 이렇게 이쁘게 될지 몰라본 내 눈이 잘못된 거다. 미안하다. 내 잘못했다. 사과할게.”
사과를 하며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효리다의 이름을 말한 건 얼버무리며 넘어가야 했다.
“괜찮아, 그땐 뭐 다 서로 디스했으니깐, 헤헤헤. 나도 너 엄청나게 디스 했었어. 그런데 넌 그런게 기억이 안 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난 기억이 안 나네. 그건 이제 그냥 넘어가자. 내가 미안해다. 이제는 칭찬만 할게!”
“알았다, 알았다. 서로 디스했었으니깐 넘어갈게. 헤헤.”
중학교 동창들 간에 이야기하다 미영이의 오디션 시간이 되어서 미영이와 시호 누나와 애린이는 건물 위로 올라가고, 우린 미영이 아버지와 1층 로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1시간여를 기다렸다. 지루함에 의자에 앉아서 잠이라도 잘까 고민하던 때였다.
애린이가 웬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들 3명과 같이 내려왔는데, 나와 진욱, 경태를 따로 불렀다.
“우리 회사에 일 때문에 오신 방송국 작가님들인데, 너희 이야기하니깐 보시고 싶다고 해서 같이 내려왔어.
이 작가 언니들 케이블방송 Nnet에 근무하시는 작가님들이니깐 잘 보여야 한다.”
눈치가 빠른 경태가 먼저 인사를 하고 눈도장을 받으려고 헤헤거리며 웃기 시작하자 진욱이도 큰 키에 허리를 굽신거렸다.
“안녕! 셋 다 99년생이지?
우리 방송국에서 연습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그거 때문에 MW엔터에 연습생들을 만나보고 가려는데, 애린이가 소속사는 없는데 멋진 동창들이 있다고 해서 내려왔어. 너희들 보니깐 우리가 내려오길 잘했네. 근데, 왜 3명 다 소속사가 없는 거야?”
“아, 저는 힙합 쪽이라 ‘쇼 미더 달러’에서 먼저 인정받은 후에 회사에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쪽에 소원이는 모델 쪽 회사랑 계약하기 직전에 부모님이 반대해서 못 들어갔고요.
진욱이는 배우 쪽도 같이 노리고 있어서 맞는 회사가 잘 없어서 초이스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혹시 쇼 미더 달러 작가님들이세요? 이번 시즌 4부터 쇼 미더 달러 PD님이랑 작가님이 여자분으로 변경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설마, 쇼 미더 달러의 이번 시즌이 연습생 래퍼들의 전쟁인가요?
소속사 없으면 못 나가는 건가요??”
“애석하게도 우린 ‘쇼 미더 달러’ 작가가 아니야. 이번 시즌부터는 너도 알다시피 PD랑 작가가 여자로 변경된 게 맞지만, 포맷은 그대로 갈 거야. 다른 정보는 우리도 잘 몰라.
우리 프로그램은 아이돌 오디션 관련 프로그램인데 각 기획사에 있는 연습생들을 경쟁시켜서 데뷔시켜 주는 프로그램인데, 너희들도 한번 출연해 볼래?”
‘응? 연습생들끼리 경쟁 붙여서 데뷔해주는 프로그램이면 ‘프로듀서 101’인데, 그건 여자연습생들부터잖아.
아, 먼저 남자연습생으로 준비하다가 섭외가 안 되어서 여자연습생으로 프로그램 포맷이 변경되는 건가 보다.’
“저기...작가누나! 혹시 MW엔터에 와서 연습생 섭외가 잘 안 된 건가요??”
“어머, 너 눈치 빠르구나.
MW도 그렇고, 대형 기획사들은 다들 연습생을 내놓지 않으니 섭외가 잘 안 되네.
최종 결정 후 만들어진 팀으로 2년간 의무활동을 하는 걸 기획사들은 좋아하질 않아서 난관이 있어.
기획사에서는 연습생들도 방송에 내보내서 인지도를 쌓게 해주고 싶어 하는데, 2년 의무활동이 문제야.
그래서, 그런데 너희들 개인연습생 자격으로 출연해 보지 않을래?”
“작가님! 이게 힙합을 하든 남자든 여자든 아무 상관 없이 지원할 수 있는 건가요? 이건 출연이 결정되면 언제 방송이 되는가요? 이것도 시즌제예요?
쇼 미더 달러랑 출연이 겹쳐도 되는 거예요? 헤헤”
“이번엔 남자연습생만 하는 거고 힙합이든 사물놀이든 다 오케이야.
세명 다 출연해 볼래? 여기 이종이 적어서 주면 일단 서류심사는 통과야!
실제 방송편성은 아마도 내년 2016년 연초에 될 것 같고, 녹화는 올해 9월부터니깐 미리미리 연습하고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거야.
너희가 열심히 해서 남자연습생들로 프로그램이 잘되면 다음 시즌에 ‘언프리티 힙합스타’처럼 여자연습생 버전도 만들어질 수도 있고.”
자세한 속사정이야 모르지만, 남자연습생들로 시작해서 섭외문제 때문에 실제 방송은 여자 아이돌 연습생으로 편성이 되고, 1년 의무활동으로 활동 기간을 줄이게 되는 것 같았다.
실제 방송에서도 기획사 소속이 아닌, 개인연습생 출신이 몇 명 나왔던 걸 기억하니 섭외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았다.
남자연습생이 아닌 여자연습생으로 방송된다는 걸 난 알고 있었기에 서류를 적어도 안 될 것이 뻔했지만 그래도 서류를 성심성의껏 적어냈다.
‘응? 가족, 친척, 친구 중에 연예계종사자가 있으면 적는 칸인데, 같은 중학교에 서로 디스한 사이니깐 애린이를 적어도 되겠지?’
세 명의 서류를 모아서 작가 누나들이 확인하고 잘못된 부분을 다시 적고 있을 때 오디션을 본 미영이가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