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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237화 (237/251)

00237  고립과 기다림  =========================================================================

단검을 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상의 오른팔이 시원하게 날아가자 토다베스는 힘주었던 발을 치웠다. 그리곤 몸을 움직여 그곳에서 피했다.

탕!!

태상이 자신의 오른팔을 자른 뒤, 재빨리 단검을 버리고 마나건을 꺼내 토다베스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가 사로나를 살려주는 대가로 오른팔을 자르긴 했지만, 그가 순순히 그녀를 보내 줄 확률이 적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른팔을 자르는 것을 확인했기에 토다베스는 굳이 사로나를 죽이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태상의 아래에 떨어진 오른팔을 갖기 위해 몸을 놀리는 것을 택했다. 그것이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태상도 사로나의 목숨을 취하는 것보다 천계의 심장을 가지러 오는 것을 선택할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사로나가 절규하듯 울음을 터트렸다.

울음은 나약한 감정일 뿐이었지만, 자신 때문에 오른팔을 떼어내버린 태상의 선택에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왜 그랬어!! 왜!!"

그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온 게 아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태상은 그녀에게 대답해줄 정신이 없었다. 오른팔을 노리고 달려오는 토다베스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탕! 탕탕! 탕탕! 탕! 탕!

마나건을 계속해서 쏘아댔지만, 토다베스는 자신의 몸에 상처가 남는 것을 감수했다. 천계의 심장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 모든 것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좀 더 가치 있는 것에 투자를 한 것과 같았다.

태상이 마나건을 은색으로 바꿨다.

팔 하나가 없는 이상, 오른팔을 미끼로 쓰고 마나건으로 계속 싸우거나, 오른팔을 위해 마나건을 버리고 도망을 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태상은 그중 선자를 선택했다.

자신의 발 아래에 떨어져 있는 팔을 갖기 위해서라면 토다베스는 위험을 무릅 쓸 것이다. 그리고 그의 짐작대로 토다베스는 공격을 무시하고 달려오고 있었다.

태상은 그를 없앨 순간이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마나건에 거대한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하고, 그 마나건이 달려오는 토다베스를 향해 거침없이 쏘아졌다. 가뜩이나 험하게 파여 있는 땅을 다시 한 번 밭갈 듯 길을 만들어 움직이고 있었다.

토다베스는 이미 기운을 피하기엔 늦은 상태였다. 그의 몸이 태상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오고 있었고, 오른팔을 갖기 위해 피하지 않겠다 결심을 한 상태였다. 태상이 자신을 일격에 죽이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심이었다.

하지만 그 결심은 잘못 된 판단이었다. 태상이 괜히 은색 마나건을 아껴둔 것이 아니었다. 무력화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그는 철저하게 은색 마나건을 숨겼다.

그에게 궁극기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 토다베스의 몸을 정통으로 맞출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의 몸이 순식간에 마나건에서 나온 기운에 휩싸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뿌연 흙먼지와 바람이 거세게 태상과 사로나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태상은 마나건을 꽂아 자신의 오른팔을 챙기고 사로나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사로나가 다가 온 태상의 가슴에 아프지 않게 주먹질을 했다.

"미친놈!"

"음...어떻게든 다시 붙일 수 있을 거야."

실제로도 다시 붙은 적이 있었다. 경험이 있었기에 자신의 팔을 자르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던 것이기도 했다.

태상은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음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기다려봐. 끝내고 올 테니까."

"뒤에!"

그때, 연기 속에서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태상과 사로나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다.

사로나가 재빨리 태상의 몸을 당긴 덕분에 다치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의 손에 있던 오른팔을 빼앗기고 말았다. 문제는 오른팔이 아니라 그곳에 박혀 있는 천계의 심장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크하하!! 하하하!!!"

토다베스의 몸은 상처로 엉망이었지만, 그는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그의 배가 크게 뻥 뚫려 있고, 입에서는 계속해서 울컥울컥 피가 흘러나오는, 죽기 일보 직전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태상이 재빨리 몸을 제대로 일으켜 토다베스를 바라봤다. 천계의 심장이 놈의 손에 들어갔다.

그가 가장 꺼려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구나!!!"

그는 손바닥에 박힌 천계의 심장을 날카로운 손톱으로 파서 끄집어 내려 했다. 하지만 천계의 심장은 오른팔 자체에 깊게 뿌리를 박아 넣었던 지라 쉽게 꺼내지지 않았다.

쉽게 꺼내졌다면 태상이 벌써 그것을 꺼내고 남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크흐으...!"

토다베스는 무력으로 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힘을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의 몸속에 있는 마계의 심장 힘으로 천계의 심장을 두드렸다.

"막아야 해!"

태상이 외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마계의 심장 힘이 천계의 심장을 깨우는 열쇠였는 듯 그의 오른팔에 잠들어 있던 심장에서 강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악!

주변이 오색깔 빛으로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태상이 천계의 심장을 피로 깨웠을 때, 주변을 색색깔로 바꿨을 때와 같은 현상이었다.

태상이 비틀거리며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오른팔을 잘라낸 고통과 많은 피를 흘린 탓에 그의 몸은 머리를 따라가질 못했다. 사로나도 복부에 상처를 입어 상태가 마찬가지이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물고 일어나 자신의 검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망설이지 않고 빛 속으로 뛰어들었다.

"사로나!!!!"

딱 봐도 쉬이 돌아오지 못할 곳이었다. 하지만 이 일은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태상이 부상을 입은 지금, 자신이 그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환한 빛을 희열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던 토다베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신의 힘이 천계의 심장한테 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천계의 심장을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의 힘이 다른 곳에 쓰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래에 박힌 검을 바라봤다.

사로나가 피를 한웅큼 뱉어내면서도 독한 표정으로 그의 복부에 검을 박아 넣은 후 상처를 더욱 크게 만들기 위해 검을 비틀고 있었다.

"어...떻게? 커헉..!"

주변에 넘실거리는 그의 기운들이 섣불리 누군가의 접근을 허락할 리 없었다. 그런데 사로나는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앞뒤 따지지 않고 그를 죽이기 위해 밀고 들어 온 것이다.

가뜩이나 태상이 만들어 준 상처로 몸 상태가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토다베스였다. 거기에 사로나의 결정적인 공격을 받은 그의 몸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의 몸에서 천계의 심장을 흡수하려 했던 마계의 심장이 힘을 돌려 몸의 주인을 살리기 위해 힘을 분산하기 시작했다.

안 돼!

힘을 모두 쏟아내야만 천계의 심장을 흡수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힘이 분산 되면 그는 도리어 천계의 심장에게 먹히고 말 것이다!

토다베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그의 몸은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사로나 또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는지 그의 몸 위로 쓰러졌고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천계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더 강해졌다. 토다베스가 두 갈래로 찢어지려는 마계의 심장 힘을 억지로 천계의 심장에 박아 넣으려 했고, 그로인해 천계의 심장에 실금이 가졌기 때문이었다.

토다베스가 그렇게 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살기 위해서였다.

천계의 심장을 흡수하면 자신은 살아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건 도리어 그의 명을 재촉하는 짓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가 한 행동 때문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천계의 심장 안에 담겨 있는 힘과, 토다베스의 힘인 마계의 심장이 강하게 충돌해버린 바람에 말이다.

한편, 악마들과 싸우고 있던 일행들에게도 폭발 소리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라 폭발의 여파 또한 그들을 덮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

"아악! 내 다리!!!"

어디선가 날아 온 정체를 알 수 없는 파편이 다리에 박혀 일행 한 명의 다리를 뭉개버렸다. 쩌저적 갈라지기 시작한 땅과 거세게 부는 바람이 힘겹지만 제법 순조롭게 전투를 하던 일행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악마들이 휘청거리다가 갈라지는 땅 속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건 일행들도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악마와 싸울 때가 아니라 자신들도 도망쳐야 하는 때였다.

"도망쳐!!"

"젠장!"

다들 옆에 있는 동료를 챙기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악마들도 더 이상 일행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럴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카살라는 그나마 하늘 위에 있어서 상황을 파악하기 쉬웠다. 그는 일행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 그들을 도와야 하나 생각하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

그들보다 더 걱정되는 이들이 폭발이 일어난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혼비백산 해서 피하는 곳을 향해 카살라는 망설임 없이 날개를 움직였다.

그에게는 할 일이 있었다. 태상과 사로나의 생사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 말이다. 땅이 쩍쩍 갈라질 만큼의 어마어마한 폭발이 있었는데, 그런 폭발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확률이 너무 적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이런 폭발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으나 카살라는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그들의 생존을 말이다.

한 번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운이 채 완전히 소멸되지 않아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화산이 터진 것마냥 열기를 내뿜는 그곳은 화산이라도 폭발한 것마냥 연기가 계속해서 뿜어지고 있었다.

치이익-

카살라는 날개 한 쪽에 불이 붙은 것을 깨닫고 날개를 펄럭여 그것을 끄고, 아래로 내려갔다.

열기가 그의 몸을 태울 듯 위협하고 있었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태상님!!! 태상님!!!"

치이이익-

"사로나!"

치익- 치이이이이익-

카살라는 눈을 자꾸만 뿌옇게 만드는 연기를 손으로 휘휘 저으면서 계속해서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 연기가 진정이 되기 전에는 태상과 사로나의 생사를 확인하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쿨럭!"

그리고 연기가 나오는 곳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숨이 막히고 있었다. 카살라는 자신의 한계가 이것까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 계속 무작정 밀고 들어가면, 기절을 해서 오히려 짐이 되고 말 것이다.

카살라는 입술을 깨물고 다시 한 번 애처롭게 태상과 사로나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말에 대답해주는 이는 없었다. 결국 그는 날개를 다시 꺼내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날개에서 떨어진 흰 깃털이 연기가 올라오고 있는 거친 땅으로 하늘거리며 떨어졌다.

============================ 작품 후기 ============================

암덩어리 전개라 죄송합니다 ㅜㅜ 후딱 끝 볼게요.

다음편은 17분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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