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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224화 (224/251)

00224  침략  =========================================================================

제임스는 맥콜에게 살의를 담아 검을 휘둘렀다. 맥콜이 몸을 숙이지 않았다면 그의 목이 그대로 그어져서 죽고 말았을 것이다.

“썅! 왜 다들 나한테 지랄인 거야!!!”

맥콜이 억울하다는 듯 외치면서 발로 제임스의 배를 쳤다. 그가 몇 번 뒷걸음질 치다가 균형을 잡고 맥콜을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는 듯 그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퍽!!

쾅!

그때, 맥콜에게 달려들던 제임스의 몸이 무언가에 맞고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저 멀리 나가 떨어졌다. 맥콜의 발에 차일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멀리 쭈욱 밀려 나가 바닥을 뒹굴었다.

맥콜은 제임스를 막아 준 이가 태상이라는 것을 보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리고 재빨리 손을 들어 올려 말했다.

“난 아무 죄 없어! 저 자식이 시비 걸었고, 먼저 칼 뽑아 들었다고!”

태상은 자신의 오른쪽 손바닥 천계의 심장이 찌르르 울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맥콜에게 말했다.

“알아.”

태상은 꿈틀거리면서 여전히 두 눈에 살기를 내뿜는 제임스의 멱살을 들어 올렸다. 그의 눈동자가 탁한 것이 제정신이 아닌 듯 보였다.

“크아아!! 이거 놔!!”

“제임스, 진정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태상은 더욱 더 확신을 얻었다. 이 수작질이 악마 놈들의 짓이라는 것을 말이다.

태상은 제임스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토비도 이렇게 해서 정신을 차렸으니 그에게도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그는 뺨이 퉁퉁 부어서 시퍼렇게 부을 무렵, 그의 정신이 돌아올 수 있었다.

다들 제임스의 과히 미쳤다 생각 될 정도의 행동을 보며 당황스러워 하고 있었다.

요 며칠, 정확히 토비와 비슷한 시기부터 까칠하게 행동하고 과한 폭력성을 보여서 사람을 당황스럽게 하더니, 맥콜이 그를 걱정하듯 잔소리를 하자 갑자기 칼을 빼든 것이다.

이미 토비에게 한 번 시비를 당했던 적이 있었기에 맥콜은 자신이 동네북이 아닌가 싶었다.

“정신 좀 차렸나?”

“으...사장님?”

제임스는 머리를 부여잡고, 온 몸이 안 아픈 곳이 없자 낑낑거렸다.

“이게 무슨...제기랄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악마라도 쳐들어 온 거야?”

또였다.

제임스는 방금 전에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태상은 확실하게 알기 위해 물었다.

“방금 전에 맥콜을 공격했어.”

“누가요? 악마가? 잠깐, 내가 왜 여기에 있죠? 난 정찰하러 움직였었는데....”

제임스는 며칠 전의 일을 방금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자신이 그를 공격했을 거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고 말이다.

“악마가 아니라 제임스 네가 날 공격했어! 기억 안 나는 거냐 아님 안 나는 척 하는 거냐?”

맥콜이 억울해서 못 참겠는지 다가와 물었다. 그의 눈이 다시 정상적이 된 것 같아 보였기에 용기를 낸 것이다. 더욱이 옆에 든든한 태상이 있기도 했고 말이다.

갑자기 자신을 죽이려 한 놈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게 쉬운 결정일 리 없었다.

“내가 맥콜 형님을 공격했다고요?”

둘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표정이 토비와 닮아 있었기에 태상의 눈동자가 날카로워졌다.

‘역시’

태상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짐작대로군.”

“짐작? 사장은 뭔가 알고 있구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지금? 제임스도 그렇고, 토비도 그렇고 하나 같이 안 그러던 놈들이 자꾸 분란을 일으키잖아.”

“맞아. 뭔가 일이 일어나고 있지. 그리고 방금 그거에 대한 확신이 섰고. 더 이상 가만히 서서 당하고 있지 않을 거야.”

맥콜이 그렇다면 어서 알려달라며 재촉을 했다. 우연인지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두 번 연속 피해자(?)에 당첨 된 덕분에 여간 궁금한 게 아니었다.

태상이 이번 일로 확신한 것은, 그날 토비와 함께 정찰을 갔다 왔던 이들에게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제임스도 그때 토비와 함께 정찰을 하러 갔었다.

즉 그날 정찰을 하러 갔던 이들이 이와 비슷한 문제를 일으키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태상은 그걸 사전에 막을 의무가 있었다.

처음은 몰라도 이렇게 사람을 바꿔가면서 문제를 일으켜준다면, 큰 혼란이 올 게 자명했다. 그들이 무슨 수에 당해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아는 것보다 이 일을 일행 전체에 알리고, 대처를 하는 게 옳단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설명을 해주기 전에 일행 전부 모아줘.”

“알겠다.”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고, 오늘 태상은 무언가를 확실하게 확인한 듯 해보였다. 맥콜이 서둘러 일행에게 태상이 모일 것을 말했다 뜻을 전했다.

“무슨 일일까?”

“저번에 처분 미룬다고 했던 토비 일로 부른 거 아니야?”

“그놈 돌아다니는 것만 봐도 역겨웠는데, 잘 됐네.”

일행들은 토비의 일로 태상이 소집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태상은 모두 모인 그들에게 토비가 죄가 없음을, 그리고 소은이 그때 일의 자초지정을 듣고 모두 이해했다는 것을 알렸다.

“그리고 오늘 그 증거로 제임스가 기억을 못하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날 죽이려고 했지.”

맥콜이 태상의 말에 장단을 맞췄다.

“말도 안 돼. 제임스가 그랬다고? 맥콜이 시비 건 거 아니야?”

“넌 날 그런 인간으로 봤냐?!”

맥콜이 싸우려고 하자 태상이 그를 진정시켰다.

“싸움은 금지입니다. 그게 악마들이 원하는 걸 겁니다. 그놈들 수작에 놀아나고 싶습니까? 우선 토비, 제임스랑 함께 정찰을 갔던 사람 앞으로 나오세요.”

“그놈들도 오늘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다른 사람을 공격할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일단 위험분자이니 나오라는 말에 나서긴 했으나 다들 찜찜한 표정이었다.

“난 멀쩡해.”

“맞아. 우린 정상이에요. 그냥 토비랑 제임스가 운이 나빴던 거겠죠.”

그들은 자신들이 토비와 제임스 꼴이 날 거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태상은 그런 불확실한 일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그가 그들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러자 또 다시 오른쪽 손바닥에서 찌르르한 통증이 몰려왔다. 역시나 그들에게도 악마가 수작을 부려 놓은 것이다.

“아무리 사장님이라고 해도 아무 짓도 안 한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면 안 되죠!”

그리고 코너에 몰려서 일까?

천계의 심장이 보내는 신호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맞아! 우리가 악마들이랑 내통이라도 한다는 거야 뭐야?”

“악마들이 우리들한테 뭔가 이상한 짓을 했다는 이유로 버리려는 걸지도 몰라!”

태상은 그들을 버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랬다면 그냥 전부 다 죽여 버리고 끝내면 될 일이었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필요 없이 말이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악마의 기운이 점점 짙어지는 것으로 보아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갈 것 같다 생각 된 태상이 한 명에게 무력화를 사용했다.

단순히 무력화를 사용했을 뿐인데, 갑자기 기절하듯 스르륵 바닥에 쓰러졌다.

남은 두 명이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하며 태상이 우릴 죽이려 한다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기를 꺼내들고 태상을 향해 겨누기까지 했다.

“수작은 가상한데, 미안하지만 안 통할 거다.”

태상이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

“지금 도대체 쟤네들 뭐하는 거야??”

“왜 저래?”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일행들은 이상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흥분하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확실히 과하게 이상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야아아앗!!!”

그들 중 한 명이 태상을 향해 공격을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태상은 나머지 모두에게 무력화를 사용했고, 그들의 몸은 순식간에 스르륵 바닥으로 쓰러졌다.

무력화는 사람을 정신 잃게 만드는 힘이 아니었다.

다만 그 사람에게 걸려 있거나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무(無)로 돌릴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기절을 한다는 것은 100% 그들의 몸에 무언가가 걸려 있었다는 뜻이 됐다.

태상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들의 이상 행동은 일회용인 듯 했다. 저렇게 펑! 하고 터지듯이 문제를 일으켰다가 정신이 들면, 그 일을 아예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후에 또 다시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즉, 태상이 그들에게 무력화를 걸었으니 더 이상의 혼란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만약 그들의 행동이 계속 되어 결국엔 살인으로 이 혼란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면, 꽤나 문제가 심각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고, 그건 무척 운이 좋은 거였다.

천계의 심장 덕분에 미리 이상함을 눈치 채고 토비를 희생시키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은 아주 큰 고비를 넘긴 일이 됐고 말이다.

“으...머리야....”

태상의 무력화에 쓰러졌던 이들이 정신을 찾자 역시나 똑같이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 정찰을 하러 간 후부터 아무런 기억도 하질 못했다.

일행들은 그제야 토비가 했던 일과 제임스의 일까지 모두 다 그들이 원해서 한 일이 아님을 납득할 수 있었다.

소은 또한 이 모든 과정을 봤기에 주먹을 꽉 쥐었다가 종구와 함께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토비에게 다가갔다.

사실 태상에게 자초지정을 들어 머리로 이해는 했어도, 그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곤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게 토비가 원해서 한 게 아니라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자 그에게 달려 가고 싶어졌다.

토비가 눈을 크게 뜨고 자신에게 온 소은을 바라봤다. 그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 눈만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는데, 소은이 손을 크게 휘저어 뺨을 올려붙였다.

짜악!

토비의 얼굴이 거하게 옆으로 돌아갔다. 토비는 입을 벙긋거리며 다시 소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소은이 다시 한 번 그의 뺨을 때렸다.

짜악!

‘으...아프겠다.’

종구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며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때린 대를 또 때렸으니 아픔이 두 배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비는 아픈 소리 한 번을 안 하고 소은이 자신을 때린 것에 대한 원망도 하질 않았다.

오늘따라 여러모로 제임스도 그렇고, 토비도 그렇고 뺨이 남아나질 않는 듯 했다.

“진짜 네가 안 그런 거지?”

소은이 울먹이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토비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한 짓이 아니었다. 그의 기억에 없는 일이다.

소은은 그에게 확답을 받자 그동안 꽁해 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워.”

소은과 토비의 대화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종구가 봉변을 당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소은이 토비의 목을 휘감아 순식간에 그의 입술을 덮쳤기 때문이다. 아직 아이라와 키스에 성공하지 못한 종구에겐 너무 과한 자극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로맨스를 찍고 있을 무렵, 태상은 일행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었다. 토비의 일부터 제임스 그리고 방금 전에 있었던 그들의 이상 태도가 모두 악마의 수작임을 말이다.

"아직까지 악마들이 어떤 수작으로 우리들을 혼란스럽게 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더 이상 저들이 골치아픈 일을 만들어내진 않을 겁니다."

"멍청하게 악마들 수작에 넘어가서 우리 손으로 동료를 죽일 뻔 했다는 거잖아?"

만약 태상이 아니었다면 토비는 죽었을 것이고, 제임스는 살의에 차 맥콜을 죽였을 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분명 제임스도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게 하기 위해 일행이 그를 죽였을 수도 있다.

태상이 아니었다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 었으리라.

일행은 자신들이 무엇을 간과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악마들이 왜 이런 짓을 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그들은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길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일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흉흉해졌을 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끈끈했던 그들의 신뢰가 이렇게나 쉽게 허물어질 수 있었음을, 그들은 이번 일로 확실하게 깨달았다.

============================ 작품 후기 ============================

추천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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