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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203화 (20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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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 말을 그렇게 태연하게 하는 게 어디 있어요!”

저 멀리 팀원들이 모여서 건물밖으로 나오고 있는 게 보였다. 아이라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느끼며 빠른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종구가 사장님 대신 예쁜 외국인 여자를 데려오자 놀라 물었다.

“뭐야? 이 분은 누구셔?”

“어? 아이라네.”

그들 중 아이라를 알아보는 이들도 있었다. 아이라는 자신도 함께 마계로 가는 인원 중 한명이라고 소개하며 여러분들과 안면을 익히고 싶어서 부득이하게 회식에 끼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가 실례가 될까요?"

무려 한국어도 잘하는 예쁜 여자였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휴~ 오히려 감사하죠! 환영합니다. 환영해요~!"

0%의 반대를 얻어내며 아이라는 매끄럽게 회식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제가 이건 말 안했는데...사장님 무적카드도 갖고 왔어요! 그러니까 고로 오늘 회식은 제대로 된 걸 먹어도 된다는 말씀! 어디로 갈까요?"

아이라의 손에 들린 사장님 카드에 팀원들이 아낌없이 환호를 보냈다. 아이라는 한도없는 카드라며 마음껏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왔다고 말하므로써 한 차례 박수까지 받을 정도였다.

CMC 전투조에 들어 온 이상 많은 월급을 받기에 돈에 크게 구애받지 않긴 했지만, 원래 남의 돈으로 먹는 게 더 맛있는 법이었다.

종구는 그런 아이라를 졸졸 따라다니며 태상이 했던 ‘그녀를 챙겨라’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사장님이랑 개인적인 친분이 있을 줄 몰랐는데, 대단하네."

"1세대 계약자는 다들 그렇게 강한 거야?"

팀원들은 아이라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아무래도 태상에게 묻는 것보다 예쁘장하고 귀엽게 생긴 아이라에게 묻는 게 훨씬 편했다. 아이라는 태상 얘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였다.

"오빠가 좀 특별하시죠. 오빠처럼 강하면 악마들은 벌써 벌벌 떨고 다 도망쳤을 걸요? 그런 계약자는 아마 이 세상에 오빠빼곤 없을 거에요."

"하긴, 그렇겠지? 욕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그분 능력 보고 있으면 진짜 괴물 같다는 생각이 들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 강해질 수 있을까 싶고."

"책임감이 아마도 오빠를 이렇게 강하게 만든 거 아닐까요? 원래 기본적으로 능력이 좀 특별하긴 한데, 그 능력만 있다고 신체능력이 강해지진 않잖아요. 그게 다 재능과 노력을 겸비한 덕분인거죠. 아, 근데 사장님 원래 보조능력자인거 아세요?"

""뭐어!?""

아이라의 폭탄 발언에 다들 어처구니없어 소리쳤다.

"사장님이 보조능력자라고?"

"말도 안 돼!"

무슨 보조능력자가 그렇게 강하단 말인가. 다들 그가 원거리 능력자라고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근거리 능력이 뛰어난 태상을 괴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조 능력자였다고?

"....도대체 얼마나 어마어마한 거야?"

"근데 그 보조능력도 되게 쌔요. 우리 오빠 보조능력 한 번 당하면 A등급 악마도 다 나 죽었소~한다니까요?"

아이라가 친오빠를 자랑하는 것마냥 으스댔다. 회식자리가 무르익자,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이 사람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신나게 태상에 대한 자랑을 줄줄이 늘어 놓던 그녀는 정신이 들었는지 자신이 너무 마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뒤늦게 취기를 날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가게 밖으로 나와 제법 쌀쌀해진 공기를 마셨다.

딸랑-

그때, 문이 또 다시 열리며 누군가가 아이라의 옆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당연하게도 그는 종구였다. 아이라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너무 재밌어서 저도 모르게 과음을 해서 술 좀 깨려고 나온 거에요. 기분 좋게 마신 거라서 괜찮아요. 근데 종구씨는 왜 술을 안 마셔요? 한 잔도 안 마셨죠?”

다들 종구에게는 딱히 술을 권하지 않았다. 아이라가 묻자 종구가 머쓱한지 또 다시 습관처럼 머리를 긁적였다.

“제가 술을 한 잔만 마셔도 맛이 가거든요. 몸이 술을 못 받아서요. 다른 분들도 한 번 쓰러지고 나선 안 권하세요.”

아아~

하긴, 그들도 사람 잡고 싶진 않을 테니 기절까지 한 사람에게 무리하게 술을 먹이지 않았나 보다. 하지만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분위기를 따라갈 수가 없다.

“힘들겠다.”

해서 술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회식을 힘들어 하는 거다. 단지 술 하나를 못 먹는 것뿐인데, 사람들이 취기가 오르면 맨 정신인 사람이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들 좋은 분들이라서 힘들진 않아요. 다 이해해주시니까.”

“그래도 원래 그런 거 힘든 거잖아요.”

사로나가 계약자가 되기 전, 아이라의 병원비를 책임지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일이 힘든 것도 문제였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신적인 문제가 그녀를 많이 힘들게 했다.

아이라는 아닌 척 하지만 사로나의 그런 사정을 모르는 척 하면서도 다 알고 있었기에 종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종구는 그녀의 말 속에서 느껴지는 고운 마음 씀씀이에 감동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처음엔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했지만, 종구는 이제 그녀의 마음이 얼굴보다 더 예쁘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제가 어리석었네요.”

“네?”

“전 아이라씨가 참 아름다우셔서 좋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내가 이제 안 예쁘다는 건가?

아이라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는데, 종구가 말을 이었다.

“아이라씨는 외모보다 마음씨가 훨씬 아름다우시다는 걸 방금 깨달았거든요.”

“.....으읏!”

아이라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이 남자,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얼굴 예쁘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봤고, 남자가 호감을 표하는 것도 많이 봐왔다. 하지만 마음씨가 예쁘다고 저렇게 진심어린 눈동자로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

더욱이 지금 그의 가슴이 크게 쿵쿵 뛰고 있는 것이 그녀의 귀에 너무 선명하게 들려와서, 아이라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두근두근

아이라의 심장도 종구의 심장을 따라하고 싶었는지, 저도 모르는 사이 그와 함께 빠르게 뛰고 있었다.

“집까지 좀 바래다주실 수 있나요?”

아이라가 저도 모르게 종구에게 물었다. 그냥 대리운전을 부르면 될 일이었는데, 이상하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종구는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영광이죠.”

아이라가 붉어진 얼굴을 그에게 들킬 것 같아 푹 숙였다.

종구와 처음으로 만났을 때, 그가 자신에게 불렀던 여신님이라는 뜻이 아름다운 여성에게 붙이는 거라는 걸 찾아봐서 알게 됐다. 그가 이미 자신의 외모를 보고 반했다는 것을 알았기에 크게 감흥이 있진 않았다.

정말 처음에는 종구에 대한 마음이 신경 쓰여 온 것이 아니라 전투조 팀원들과 친분을 만들고 싶어서 온 것이 이유가 더 컸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라는 힐끔 종구를 쳐다봤다.

‘몰랐는데 좀 잘생긴 것 같기도 하고....’

아이라의 눈에 콩깍지에 씌었다.

**

“종구 너 요새 핸드폰 자주한다? 훈련시간에 집주 못하는 것도 저거랑 연관있지?”

“윽! 죄, 죄송합니다.”

종구가 놀라며 사과를 했다. 그에게 한소리 했던 계약자는 종구의 핸드폰을 빼앗아버리며 말했다.

“요새 너 수상하다고. 혹시 연애 하냐?”

“아앗! 돌려주세요!”

핸드폰 화면에는 메신저 창이 떠 있었다. 그는 딱 걸렸다고 생각이 됐는지 종구가 빼앗지 못하게 손을 이리저리 피하며 창을 확인했다.

“아 달라고요!!!”

종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헉.”

그제야 그는 종구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화가 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는지 메신저를 하는 대상이 여신님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봤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주지 않으면 한대 때릴 기세였던 지라 그가 종구에게 재빨리 핸드폰을 건넸다.

“미, 미안하다. 난 그냥 장난으로....”

“형 때문에 아이라한테 답장 늦게 했잖아요!”

응?

“아이씨...”

종구가 핸드폰 메신저를 열심히 두드렸다. 아무래도 여신님이라고 저장되어 있는 여자에게 답장을 보내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쟤 화내는 포인트가 좀 이상하지 않았나?

“근데 아이라라면...회식 때 왔던 그 예쁜 외국인 아가씨 아냐?”

“네.”

종구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종구가 더 이상 화내는 표정이 아니자 그의 어깨에 손을 걸쳤다.

“그때 꼬신 거야? 와~ 이놈 멸치같이 생겨서 제법 능력 있네.”

“....꼬신 거 아니에요.”

우린 그냥 운명처럼 서로를 한 번에 알아 본거거든요?

종구는 뒷말을 삼켰다.

그는 아이라가 떠올랐는지 얼굴에 미소를 피어내고 있었다. 그런 종구의 얼굴을 보던 남자는 어쩐지 자신의 왼쪽 옆구리가 무척이나 시려져 저도 모르게 허리를 숙였다.

“괜히 참견한 것 같다. 커플지옥 솔로천국!”

그가 옆구리를 부여잡고 엉덩이를 익살스럽게 씰룩거리며 가자 종구는 눈 썩었다는 듯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다가 이내 핸드폰을 다시 바라봤다.

새 메시지가 왔다는 것을 확인한 종구가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핸드폰을 놓지 못했다.

잠깐씩 생기는 휴식시간 때마다 종구는 핸드폰을 들고 살았다. 자신은 여전히 아무것도 아닌데, 여신님과 이렇게 연락을 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이 현실이고, 여신님이 자신의 말에 꼬박꼬박 답장을 보내주는 것은 기적이 아니라 일상이 됐다.

종구는 때때로 감격해서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였다. 심지어 그는 아이라와 오빠 동생사이가 됐다!

“그러고 보니.....아이라도 마계에 가는 인원 중 한 명이라고 했지?”

종구는 핸드폰에 넋을 잃는 것을 본 형이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거냐며 물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아이라가 마계에 가는 거라면, 이런 식으로 해선 안 된다.

아무리 그녀와 연락하는 게 좋다 해도, 공과 사는 구분하는 게 옳았다. 그게 생명이 달린 일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종구가 굳은 결심을 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훈련해야 해서 몇 시간 동안 연락을 하지 못할 것 같아.]

결심을 하고 그렇게 보낸 종구는 그 후로 10분동안 더 그녀와 연락을 하며 끝을 내지 못하다가 결국 훈련이 시작되자 끝내야 했다.

훈련은 늘 빡세고, 마계는 훈련보다 훨씬 빡셀 것임을 대비해야 했다.

종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여신님과 함께 하지 못했을 때에도 노력했던 종구지만 지금 그의 눈빛은 예전과 어마어마하게 달랐다.

마치 모든 것을 씹어 먹어 버릴 듯한 독기가 서렸다.

‘내 여자는 내가 지켜!’

우리 사장님만큼 강해지진 못하더라도 그의 발뒤꿈치는 따라가야 그녀의 옆에 설 자격이 되지 않겠는가!

더욱이 이젠 하루일과에서 아이라와의 데이트 시간을 훈련 시간에서 빼야 했기에 좀 더 촉박해진 상황이었다. 그녀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훈련을 받는 시간동안 양이 아니라 질을 높여야 하는 상황 인 거다.

독기가 서린 상태로 임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결국 사랑하는 여신님을 못 지킨다.

종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렇게는 절대 못하지!

그런 사정을 모르는 태상은 요즘 종구의 훈련 태도가 부쩍 좋아졌다며 흡족해했다. 그의 눈에 서린 독기가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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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각지 못한 서평에 놀랐어요. 감사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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