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4 기자회견, 그리고.... =========================================================================
“저희들은 대비를 해야 합니다. 앞으로 언제 악마가 이 땅을 침략할지 모릅니다. 그들이 모든 정비를 맞췄을 땐, 지금처럼 한 두 마리가 나타나 저희들을 위협하지 않을 겁니다. 천사들처럼 이곳을 악마에게 빼앗기기 전에 저희들도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많은 숫자의 악마들이 쳐들어 올 것이다.
인간계는 순식간에 그들에게 이곳을 내어줄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러니 그 전에 계약자들은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태상은 전 세계에 현재 상황을 알린 거였다.
“하지만 막막하실 겁니다. 이 얘기를 듣는다 해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시겠죠.”
악마들의 침략에 대비해야 한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들은 악마의 심장으로 계약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고, 그것으로 현재의 계약자들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당연히 막막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기자회견의 본론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악마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많은 계약자들과 강한 힘이 필요합니다.”
기자들은 너무나도 엄청난 정보가 우수수 쏟아져 도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그들은 태상이 자신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한 가지는 알았다.
이 정보를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널리 전달하는 것이다. 이 세상이 위험하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는 것 말이다.
한국 만의 일이 아니었다. 모두가 알아야 할 정보였다. 정말 악마들이 천계를 접수하고, 이젠 인간계를 노리고 있다면 전 세계가 이 일에 대비를 해야 했다.
“저희들은 연구를 통해 계약자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또 다시 경악스러운 발표가 이어졌다. 천사들이 악마에게 패배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기사거리는 이미 충분했다. 허나 그들을 경악시킨 것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태상은 경악적인 말을 내뱉으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해서 앞으로 저희 회사에서는 신분이 확실하고, 범죄이력이 없는 분들에 한하여 계약자로 만들어드리는 서비스를 하게 될 예정입니다.”
"!!!!"
"말도 안 돼...어떻게 계약자를..?"
“계약자가 될 수 있다고? 일반인이?”
내가 계약자가 된다. 그건 모두가 원하던 일이었다. 계약자가 되고 싶어하는 일반인은 엄청나게 많았다. 힘이 있어야 살아남은 세상이 되었기에 더욱 그랬다. 태상은 뒤로 많은 금액을 받고 하던 일을 이제 정면에서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기에 발표를 한 것이었다.
“또한 기존에 있던 계약자들의 힘을 영구적으로 증가시켜 주는 물약을 판매할 예정입니다.”
악마의 심장이 그 모든 기능을 한다는 것을 알린다면 혼란스러워 질 것이다.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은 조금 후에 해야 할 일이었다.
계약자들을 생성시키고, 그것에 적응을 마친 후에 심장에 대한 사실을 밝힐 거다. 또한 아무나 계약자가 되는 현상 또한 막아야 했다. 그렇게 되면 그 힘을 나쁜 쪽에 쓰는 이들도 계약자가 되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그들이 가진 힘은 일반인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었다.
범죄 기록이 없는 이들과 신분이 확실한 이들에 한하여 계약자로 만들어주겠다고 한 것도 범죄자 계약자를 만들지 않기 위함이었다. 태상은 이 발표가 가질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기에 완급조절을 해야 했다.
아직은 모든 것을 알릴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심장에 대한 정보는 그리 오랫동안 감춰지지 않을 것이다. 우선 계약자들을 만든 후에, 그걸 사람들이 감당해낼 수 있을 때 알릴 것이다.
"......"
"......"
태상이 말을 끝내고 난 후, 소름끼치는 침묵이 기자회견을 맴돌았다. CMC 사장이 나선 것도 놀라운 특종인데, 그가 내뱉은 말은 더 특종이었다. 그들은 범람하는 특종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그때, 혜연이 침묵을 뚫고 말했다.
“이제부터 질문을 받겠습니다.”
드디어 기자들이 바라던 질문 시간이 온 것이다.
모든 이들이 일제이 손을 들어올렸다.
혜연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 척 하며 자신이 미리 심어둔 기자를 콕 찍어 발언권을 넘겨주었다.
“안녕하십니까. Y잡지사 기자 황석정입니다. 방금 전, 계약자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하겠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정확히 그 대상이 어떤 분들인지가 무척 궁금합니다.”
미리 혜연에게 이 질문이 나올 것을 알고 있었기에 태상이 매끄럽게 대답했다.
“신분이 확실하며, 범죄 이력이 없는 이들에 한하여 무료 서비스 될 예정입니다. 또한 미성년자는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며, 심각한 질환이 있는 분들 또한 불가능합니다. 조건은 신분이 확실한 범죄이력이 없는 만19세 이상 40세 미만의 신체 건강한 남녀가 되겠군요. 그리고 계약자가 된 후에는 일정기간 힘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게 될 겁니다. 교육은 반드시 받아야 하는 의무이며, 수료한다면 저희 CMC 회사 소속 계약자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계약자들을 만드는 것까지 굳이 돈을 받을 필요 없었다. 그것 외에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었다. 사람들은 힘에 현혹되어 계약자가 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결국 자신들이 군대로 들어오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그들은 계약자가 된 순간부터 악마와 싸울 의무가 생긴다. 물론 아직은 자각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태상의 답이 끝나자 기자들이 또 다시 일제히 손을 들어올렸다.
혜연이 이번에는 미리 심어놓지 않은 다른 기자를 지목해 발언권을 주었다.
“KBT 기자 서정은입니다. 어떻게 일반인을 계약자로 만들 수 있는 건지 방법을 밝혀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리고 계약자를 만드는 과정에 위험성이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방법은 아직 밝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후자 질문은 답해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후자 질문은 제가 꼭 말씀 드리고 싶었던 거라서요."
태상이 싱긋 웃으며 여기자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이내 전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위험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무척 중요한 문제입니다. 해서 전 거짓말 하지 않고 분명히 밝히겠습니다. 만19살 이상 신체 건강한 성인만이 가능하다고 한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계약자로 만드는 과정이 자칫 몸이 좋지 않은 이들에겐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신체에 큰 이상이 없는 분들은 상관이 없겠지만, 혹여 자신의 병명을 숨기고 계약자가 되려 한다면 목숨을 잃으실 수 있습니다.”
악마의 심장을 감당해내야 했다.
태상이 사비를 들여 그들의 건강 검진을 자체 시행하는 봉사까지 해줄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만약 일부러 자신의 병명을 숨기고 계약자가 되려 한다면 죽는 이가 나올 수 있었다. 이 문제는 숨긴다고 좋은 일이 아니었다.
분명하게 밝혀서 책임을 CMC회사가 아니라 위험성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받으려 하는 이들에게 전가해야 했다.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히겠습니다. 계약자가 되는 과정은 분명히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계약자가 되기 위해 난리를 칠 것이다. 그 정도의 위험성을 감수할 만큼 계약자라는 존재가 그들에겐 매력적일 테니 말이다.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무료로 서비스를 해주겠다고 하시는 거죠?!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닙니까? 좀 더 안정성을 검증시킨 후에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때, 기자 한 명이 발언권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워낙 뚜렷하게 들려 태상은 기자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태상의 시선을 받은 기자가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안전성......제가 분명히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안전하다고 말입니다. 저희는 그 부분에 대한 실험을 이미 마친 후입니다. 실제로 현재 그 과정을 통해 계약자가 된 사람이 있습니다. 그분은 저희 CMC 회사 소속 계약자가 되어 다른 계약자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웅성웅성
용우는 분명 일반인이었다가 우연히 악마의 심장을 먹었고, 그걸 태상에게 들켰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도 문제없이 아주 잘 지내고 있었다.
"제가 말한 위험성은 지병이 있는 분들에게 위험성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제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계약자가 되겠다고 온 사람들에게 전부 건강검진이라도 해줘야 하는 겁니까? 그리고 그렇게 안정성 따지다가 악마한테 다 죽으면 누가 책임져야 하죠? 기자님이 책임지실 겁니까?”
“.....”
태상의 말에 기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저희 회사가 무료로 계약자로 만들어 주는 게 무척 마음에 안 드시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기자님은 특별히 제외시켜 드리겠습니다. 혼자서 안전하게 아주 잘 사시면 될 것 같네요.”
태상의 말에 기자는 저도 모르게 변명을 하려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지만 태상이 싸늘한 목소리로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라는 말을 뱉어 다른 이들에게 기회를 빼앗기고 말았다.
기자는 울상을 지었다.
“쯧쯧, 멍청하긴. 상황을 보고 저런 말을 해야지...”
누군가가 그를 비웃었다. 오늘 한 발표로 CMC 회사가 어떤 곳이 될지 조금만 생각해도 저런 공격적인 질문은 해선 안 됐다. 기자는 자신이 이름도 밝히지 않았는데 정말 저 말을 지킬까 싶었다.
하지만 미래에 그는 불행히도 진짜 CMC회사 로비에서 단호하게 계약자가 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아야 했다.
**
“고생 많았지?”
집으로 돌아 온 태상을 걱정 어린 얼굴로 가족이 맞았다.
태상은 송이의 몸을 조심스럽게 껴안은 후, 깊게 한숨을 쉬었다.
"봤어?"
그의 말에 송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봤지. TV에서 하루 종일 네 얼굴만 나오더라."
송이의 말에 태상이 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뒤에서 그들이 껴안고 있는 것을 본 세연이 질투반 장난반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얘네는 시도때도 없이 끌어안고 있어?"
"어머!"
송이가 화들짝 놀라 그의 품에서 떨어져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태상은 그녀의 어깨를 꽉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내가 내 마누라 끌어 안겠다는 데 방해하지 마."
태상이 그러며 어깨를 잡지 않은 손으로 세연을 향해 훠이훠이 가라는 듯 손짓했다.
"정말 내 자식 맞아? 누굴 닮아서 저렇게 팔불출이야?"
세연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 아빠인 태진은 닮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그 말을 송이에게 했다면 그녀는 단호하게 그녀에게 태상은 태진을 닮은 거라고 말 할 것이다.
가족과 다 함께 살면서 송이는 태진이 세연을 은근히 챙기는 모습을 많이 봤다.
거래처 사장이 줬다며 세연에게 불쑥불쑥 무언가를 내밀기도 하는 태진이었던 것이다. 세연은 그것이 정말 거래처 사장이 준 것으로 알고 있으나 송이는 태진이 굉장히 당황하며 영수증을 -아무래도 깜빡하고 영수증을 선물 든 상자에서 빼지 않은 모양이었다.- 몰래 버리는 걸 본 이후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략결혼 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지내는 걸 보면 태상은 분명 태진을 닮은 게 확실했다.
송이를 안고 충분한 충전을 한 태상이 씻고나서 TV를 틀었다.
사람들 반응이 어떨지 그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밥은?"
"먹고 왔어."
그의 얼굴이 뉴스에 떡하니 나오며 기자회견 장면이 나왔다. 뉴스에도 나왔고, 별의 별 채널에서 그의 말에 대해 떠들어댔다.
오늘 그의 기자회견이 앞으로 사회에 미칠 파장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 각종 박사니 뭐니 그런 것들을 딴 지식인들이 모여 떠들고 있는 곳도 있었다.
태상은 TV를 보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송이는 일이 잘못 되어서 저렇게 심각한가 싶어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뭐 일이 잘 안 돼?"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선 그는 당당했고, 멋있었다. 제 눈에 콩깍지면 좋겠으나 태상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은 모두 갖춘 완벽한 남자였다. 자기 여자를 끔찍이 사랑해주며, 돈도 많고, 심지어 얼굴도 잘생겼다. 요즘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강한 힘 또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고 말이다.
자신에게 어쩌다 이런 남자가 굴러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 오늘 기자 회견에서 멋있었는데, 왜 이렇게 심각해."
송이의 말에 태상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를 털어놓았다.
"멋있기는! 나 왜 저렇게 화면발이 안 받지? 화면이랑 지금 내 얼굴이랑 너무 다르지 않아?"
"으응?"
송이가 당황스러워하며 눈을 깜빡였다.
"지금 심각한 게 네 얼굴이 화면발 안 받아서 그런 거였어?"
태상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TV에 엄청 많이 나올 텐데, 신경 좀 써야겠어."
송이는 잠시 침묵하다가 어쩐지 무척이나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당신이 화면발을 따져?"
"응?"
송이가 태상을 째려보다가 소파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태상은 도대체 송이가 왜 저러는가 싶어 눈을 깜빡였다.
가뜩이나 그가 멋있어서 여자들이 수작을 부릴까봐 심난해 죽겠는데, 태상은 화면발 얘기나 하고 있으니 당연히 화가 난 것이다. 본판이 잘생기기도 했고 몸도 좋은 그와는 달리 송이는 임신 때문에 살도 찌고 몸매도 망가진 터라 더욱 예민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태상은 그날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송이가 왜 삐졌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가끔 도저히 이유가 알 수 없는 걸로 삐지는 여자들을 이해 못하겠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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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시기 전에.....(수줍) 추천좀...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