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자-157화 (157/251)

00157  천사  =========================================================================

“악마들을 인간계로 소환한 것은 계약자 당신들입니다. 그리고 그로인해 악마는 인간계를 통해 천계로 대량의 악마들을 보냈습니다.”

지리적으로 보자면 인간계는 중간에. 그 아래는 마계 그리고 인간계의 위에는 천계가 존재한다. 인간계는 마계와 천계를 가로막아 주는 역할을 하며 밸런스를 맞춰주고 있었는데, 계약자들이 악마의 꾐에 넘어가 그들에게 인간계로 넘어 올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 틈을 통해 악마들은 대거 인간계로 넘어 올 수 있었고, 그들은 인간계를 침략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천계로 이동하는 다리역할이 된 것 뿐이었다.

중간에 몇몇 악마들이 인간계에서 횡포를 부린 것도 단순한 눈속임에 불과했다. 천사들을 방심하게 만드는 것 말이다. 천사들이 마계를 공격했으나 오히려 그 행동이 독이 됐다. 천사들은 그들의 겉을 공격했고, 악마는 천사들의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중심부를 공격했다.

악마는 살을 주고 천사의 뼈를 취했다.

어떻게 보면 천사들이 전쟁에서 진 것은 계약자 때문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악마들은 계약자를 훌륭하게 이용했고, 천사들은 계약자를 이용해 악마의 수작을 막는 것에만 급급했다.

그 결과가 이런 상황을 만들어냈다. 더 이상 천사는 없다.

그 어디에도 말이다.

**

태상은 다음날이 되자 송이가 챙겨 준 몇 가지 옷과 생필품들이 담겨 있는 캐리어를 들고 움직였다. 그는 생각지 못한 사로나의 동행에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알겠다고 했다.

사로나가 있으면 악마를 상대하는 데에 훨씬 편했다. 하지만 굳이 그녀가 동행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기에 그럴 것까지 있나 싶긴 했다.

태상은 예전의 실력이 아니었다. 이미 많은 악마의 심장을 섭취했고, 그의 능력은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혜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매번 걱정하고 걱정했다.

그것 외에는 특별할 게 없었다. 그는 순조롭게 비행기에 탑승하려 했고,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바꾸려는 순간이었다. 그때, 혜연의 전화가 울렸고 그녀는 놀랍게도 뜻밖의 말을 들어야 했다.

“태상님!”

그녀는 서둘러 비행기 계단을 밟고 올라가려는 태상을 불렀다.

“왜?”

“영국에서 전화가 왔어요. 악마는 해결됐다고 오지 않아도 된대요.”

“뭐?”

태상은 뜻밖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새삼 갑자기 강한 계약자가 나타나서 악마를 물리쳤을 리도 없는데 어떻게 악마를 죽였는지 모를 일이었다. 설마 군사를 동원해 해치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럴 생각이었다면 굳이 태상의 회사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군사 무기를 사용하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에 최후의 수단이 아니면 쓰지 않았다. 더욱이 악마가 그것을 막고 죽을 지도 미지수였고 말이다.

“오지 말라는 걸 보면 악마를 죽였다는 건데, 어떻게 악마를 죽였지?”

“그건 말해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조사를 해봐야겠어요.”

“뭐 그런 일로 조사까지 해. 그냥 계약자들끼리 합심해서 죽였나보지. 요새 슬슬 정신을 차린 계약자들이 많아지고 있잖아.”

어찌됐든 일이 이렇게 됐다면 굳이 그가 영국에 갈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사로나와 아이라가 잡는 데 실패했던 악마를 잡으러 바로 움직이면 될 듯싶었다. 영국에서 자체적으로 악마를 죽일 만큼 강한 실력자가 나타난 거라면, 받기로 했던 돈이 아깝긴 하지만 기꺼운 상황이었다.

지금 현재 인간계엔 혼란을 잠재워 줄 실력자들이 많이 있으면 있을수록 좋았다. 태상은 인간계가 악마들 손에 넘어가길 바라지 않았다.

“그럼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래.”

혜연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사로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조했다.

곧 비행기가 떴고, 태상과 사로나는 악마들이 기다리고 있는 나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나라는 바로 러시아였다.

전용기로 움직였기에 가는 동안 전혀 불편할 것이 없었다.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에 도착한 태상은 그들을 반기는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어색한, 하지만 분명한 한국어를 사용하며 말했다.

“러시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태상은 그들이 꽤나 자신들을 기다렸음을 깨달았다. 그는 태상의 일행이 두 명일 거란 생각은 못했는지 그들의 뒤에 아무도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다른 일행 분들은 어디에 계십니까? 저희들은 모두를 수용할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해놓았습니다.”

쓸데없는 짓을 했다. 물론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태상은 그에게 악마를 잡기 위해 온 것이 자신과 사로나 둘 뿐이라는 것을 얘기했다.

“일행은 저희 둘이 답니다.”

“....예?”

그의 말에 세르게이는 당황스러워 했다. 자신이 한국어를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두 명이 다라는 것 같았다.

“지금 저희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부디 장난이라면 양해 부탁드립니다.”

짜증나니까 장난치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숨어 있는 계약자들을 보여 달라는 뜻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모두 그들이 태상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잘 모르는 이들이 보기엔 두 명밖에 안 왔다고 하면 화가 날 만도 했다. 상식적으로 고작 두 명으로 악마를 상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악마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세르게이는 태상의 말에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듯 그를 바라봤다.

“설마 지금 정말 진심으로 두 분이서 악마를 잡겠다는 겁니까?”

자신의 한국어 실력이 자꾸만 의심이 되는 말들을 듣게 되자 세르게이의 표정은 엉망으로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태상은 자꾸만 의심하는 세르게이에게 말했다.

“우린 악마를 죽이고, 러시아는 돈을 주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어떻게 악마를 죽이건 그건 러시아와 상관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쪽이 방법에 터치를 할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태상의 말은 사실이었기에 세르게이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확실히 그들은 CMC 회사에서 악마를 죽여주기만 하면 됐다. 그 방법이 어떻게 되든 상관할 자격은 없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실패한 상황에서 두 분이 온다는 게 솔직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일입니다. 저희들은 더 이상 피해를 막아야 합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쩔 수 없이 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태상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럴 일 없게 만들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당장 악마가 있는 곳으로 우릴 안내하세요.”

“끄응......”

세르게이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는 이내 깊게 한숨을 쉬고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일단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저희 쪽 분들과 대화를 나눠 보시는...."

태상이 세르게이의 말을 딱 잘라 끊었다.

"저희는 악마를 잡으러 왔지 대화를 하러 온 게 아닙니다. 계속 이러시면 저희들끼리 알아서 임무 완수하고 철수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대신 이 일에 대한 보상은 좀 더 하셔야 할 겁니다. 계약서에 분명히 파견 된 계약자의 편의는 이쪽에서 봐줘야 한다는 조건이 들어 있는 건 알고 계시겠죠?"

지금 자신의 말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계약조항을 어긴 것으로 알겠다는 뜻이었다. 세르게이는 자신이 섣불리 그를 건드려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쪽으로 모시겠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 시간을 조금 주셨으면 합니다. 두 분이 오실 거라 생각을 못했기에 저희 쪽도 이 일에 관한 문제를 상의 해 봐야....!”

태상은 세르게이의 말을 모두 듣지 않고 움직였다. 그들이 미리 대기시켜놓았던 헬기를 향해 걸어간 것이다. 졸지에 혼자 남겨진 세르게이는 황급히 태상을 따라 움직였다.

태상이 CMC 사장이라고 한다면 세르게이가 이렇게까지 의심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다. 그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기에 러시아에서 그를 얼마나 귀찮게 하겠는가.

태상은 최대한 조용히 러시아 일을 해결하고 돌아갈 생각이었기에 이런 식으로 행동하기로 마음을 정해놓았다. 저들이야 악마만 죽일 수 있으면 태상이 무슨 짓을 하건 상관이 없을 것이고, 자신도 악마만 죽이고 돌아 오면 계약을 충분히 이행한 것이기에 상관이 없었다.

세르게이는 일단 전혀 미덥지 않지만,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보며 저 남자도 죽고 싶지 않을 테니 다른 수가 있어서 저러는 거겠지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의 옆에 있는 사로나는 이미 한 번 얼굴을 익힌 사이이기에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 남자가 추가되었다고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CMC 회사에서 파견해준 계약자들은 돌발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미 충분히 잡았을 것이다. 그것 하나만 보고 세르게이는 그들에게 악마가 있는 곳을 안내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저들도 뭔가 생각이 있을 테니 진짜 둘이서 악마를 상대하러 가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저들을 데려다 주고, 세르게이는 곧장 상부에 이 사실을 보고할 생각을 했다.

현재 러시아는 그들이 어떻게 악마를 상대하는지 알기 위해 CMC 계약자들의 전투 영상을 찍을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그들은 러시아로 파견 된 CMC 계약자들의 전투 영상을 보고 한국에 있는 계약자들이 특별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이렇게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전술'의 유무에 있었다.

계약자들은 이미 어떻게 악마를 잡는지, 공격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만의 익숙한 공격 방법이 있었고, 그건 많은 계약자들과 협동을 해야 나올 수 있는 공격방법이었다.

그걸 몰랐기에 CMC 회사에서 파견한 계약자보다 많은 계약자들을 붙여 악마를 죽이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실패하고, 사상자가 난 것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방법으로 악마를 죽이려 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각자 다 다른 방법으로 공격을 하니 그게 먹힐 리가 없었다.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도 효과가 미미했다. 하지만 CMC 회사 소속 계약자는 체계적으로 악마를 사냥했고, 그 결과 특별할 것 없는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악마를 죽일 수 있었다.

음....솔직히 한국 계약자들의 실력이 좀 좋긴 했지만 어찌됐든 러시아 계약자들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게 없었다!

러시아는 CMC 회사를 보고 그것을 크게 깨달은 거다.

이번에 악마가 처리 되면 앞으로 계약자들을 위한 법안이 정해지게 될 것이다. 국가에 계약자들을 소속시켜 앞으로 CMC 회사처럼 그들에게 악마를 사냥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천사 계약자와 악마 계약자들끼리 싸우는 일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 가장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해서 다시 한 번 그들이 악마를 어떻게 상대하는지 볼 생각으로 몰래 카메라까지 모두 준비를 해두었는데....

정작 나타난 이가 계약자 두 명이라니!

세르게이는 이동하는 헬기 안에서 깊게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차로 이동하기엔 건물이 길목 길목을 막고 있어 헬기를 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금방 악마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으니 썩 나쁘지 않은 이동수단이었다.

"저기에 있는 놈이 바로 악마입니다. 두 명이서 붙어 움직이고 있어서 전부 철수 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악마는 커다란 몸뚱이를 바닥에 깔고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근처에 내려주시죠.”

태상이 세르게이에게 말했다.

악마들에게 들키면 큰일나기 때문에 헬기는 악마와 거리가 좀 되는 곳에 착지했다.

세르게이는 정말 단 두 명이서 악마 둘을 상대하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목구멍 안에서 삼켜지고 말았다. 태상과 사로나는 세르게이에게 이곳에서 얌전히 기다리라고 하고 무너진 건물 잔해들 속으로 뛰어 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잡을 시간도 주지 않고 둘이서 악마가 있는 곳을 향해 뛰어가버렸다.

세르게이는 계약자가 아니었기에 그들을 따라갈 엄두조차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미리 준비해 둔 카메라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확인을 할 수는 있었다.

그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상황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세르게이가 상황실에 도착하자 여러 화면이 커다란 스크린에 담겨 실시간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세르게이가 도착하자마자 역시나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그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왜 악마를 상대하러 온 계약자가 두 명밖에 되지 않는지에 대한 해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세르게이라고 저들만 데리고 오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CMC에서 파견해준 계약자가 저 둘 뿐이었습니다."

"CMC 회사에 당장 항의 넣으세요!! 너무한 거 아닙니까? 지금 사람 목숨 갖고 장난질 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은 파견 온 두 명의 계약자가 악마를 죽일 거라는 생각을 눈꼽만큼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세르게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추천,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 나가시기 전에 추천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