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자-150화 (150/251)

00150  CMC (Contractors Management Company)  =========================================================================

건물 꼭대기 층에 있는 사장실로 들어 온 혜연의 손에는 여러가지 서류들이 들려 있었다. 태상은 [사장 강 명 진] 이라는 명폐가 적혀 있는 자리에 앉아 그녀를 반겼다. 혜연이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그의 앞에 서류들을 내려놓고 보고를 시작했다.

“이번 주에 들어오는 계약자들이 부쩍 들었어요. 아마 미루고 미루던 악마 계약자들이 들어 온 모양이에요.”

“그래?”

나쁘지 않은 현상이다. 아니, 예상을 했던 결과라고 봐도 좋았다.

회사를 설립한 태상이 천사 계약자로 알려졌기에 악마 계약자들은 선뜻 이곳을 오지 않았다. 그런 현상이 일어날 거라는 건 이미 예상을 했기에 당황하지 않았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나 악마 계약자들은 결국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잘 됐네.”

태상과 비슷한 목적으로 회사를 세우는 곳은 있었다.

하지만 그 회사가 오랫동안 유지되지는 못했다. 이젠 모두가 악마를 죽이면 보석과 비슷하게 생긴 악마의 심장이 나온다는 것을 안다.

사람들은 악마의 심장이 어떤 곳에 이용이 가능할지 궁금해 했고, 지금도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누군가는 후에 더 이상 석유 같은 것들을 쓰지 않고, 에너지원을 악마의 심장이 대체하게 될 수도 있을 거라고 하는데, 그건 아직 두고 봐야 할 일이었다.

아무튼, 결국 심장은 아직까지 정확히 쓰임새가 밝혀지지 않았고 태상의 회사를 따라 세운 그들은 심장을 계속 매입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 다른 곳에 돈이 나올 구멍이 있는 회사였다면 버틸 만도 했겠지만, 악마들의 침략으로 거의 모든 회사가 경제적 타격을 받은 상황이었다.

많은 건물들이 무너졌고, 그로인해 사람들이 죽었다. 일하던 사람과 일하던 곳을 잃은 덕에 그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가 질 수밖에 없었다.

후에 어떻게 쓰일지,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긴 하지만 만약 생각만큼 악마의 심장이 그리 쓸모있는 게 아니라는 게 밝혀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쫄딱 망해버리게 되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현재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고, 여러모로 피해를 받은 상황에서 그런 모험을 할 회사는 몇 되지 않았다.

처음엔 몇몇 회사들이 호기롭게 태상을 따라 시작했다. 그들은 심장을 무한으로 매입을 했고, 후에 이 심장의 값이 배는 뛰게 될 거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계속 이렇게 모아도 되는 건지에 대한 걱정이 쌓여 갔다.

연구는 계속 진행되긴 했지만, 언제 그 성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 하루하루 똥줄을 타며 초조해했다. 결국 있는데로 비싼 값에 사둔 악마의 심장이 애물단지가 되버린 것이다.

해서 그들은 심장 매입을 줄였고, 그에 따라 계약자들은 불만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반면에 태상의 회사는 계속해서 같은 가격에 심장을 매입했고, 심지어 그 양을 줄이기는커녕 늘려갔다.

초반에 악마의 심장 가격이 폭등했을 때에도 태상의 회사에서는 흔들리지 않고 같은 가격에 매입을 했다. 당연히 초반에야 파는 사람들이 아예 없을 정도로 파리를 날렸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 모두가 태상의 회사로 모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자금 상태는 어때?”

“이번 달은 흑자일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렇게 심장을 무한으로 매입하는 돈은 도대체 어디서 구하느냐.

그건 바로 계약자들을 이용해서 챙긴 이익에서 창출해냈다.

태상은 계약자들을 다른 나라에 파견시키거나, 개인 경호로 돈을 벌어들였다. 처음에는 강회장이 갖고 있는 자금력으로 회사가 돌아갔으나 이젠 흑자를 보는 데까지 성공했다. 순수 계약자들을 이용해서 번 돈만 생각했을 때 말이다.

다른 나라는 한국처럼 계약자들을 묶지 못했다. 악마 계약자와 천사 계약자들은 서로 반목하며 싸웠고, 그로인해 계약자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게 됐다.

며칠 동안 공격이 없었던 악마들은 그들이 방심이라도 하길 기다린 것마냥 다시 침략을 시작했고, 그 침략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악마를 죽이려면 계약자가 필요한데, 정작 계약자들은 서로 싸우며 수를 줄이고 있었으니 나라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결국 태상의 회사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국에서 또 최대한 빨리 계약자들을 파견해 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면서 자꾸 재촉을 넣더라고요.”

파견 요청이 들어오면 조사단이 꾸려지고, 직접 그 나라에 가서 악마를 확인한다. 악마 등급이 측정되면 그 악마를 죽일 정도의 계약자들 수가 추려지고 그에 따른 비용을 나라에 요청한다.

하지만 지금 현재 파견요청을 한 나라가 너무 많아서 일손이 부족해 저렇게 손가락만 빨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나라가 많았다.

돈을 좀 더 줄 테니 자신의 나라부터 먼저 와달라는 요청 또한 많았고 말이다.

“영국은 순서가 좀 뒤쪽에 있지 않아?”

“굉장히 강한가 봐요. 영국 쪽 계약자들이 버텨내지 못하고 있대요. 저희 쪽에서 제시한 금액의 두 배를 주겠다고 해요.”

“두 배라....”

태상은 그들이 뇌물을 주는 것을 굳이 막지 않았다. 만약 뇌물을 받지 않았다면 이 회사는 절대 흑자를 볼 수가 없었다.

태상은 오랜만에 용돈이나 벌러 갈까 하는 생각으로 혜연에게 말했다.

“거기에 100만 달러 더 달라고 해. 그럼 내일 당장이라도 처리해준다고 하고.”

“직접 가시게요?”

혜연이 눈치를 채고 말했다.

계약자들을 보내면 하루 만에 절대 해결 할 수가 없었다. 사람 여럿이 모여야 하는 일이니 당연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태상이 직접 움직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 혼자만 움직이면 간단하게 모든 게 해결 되기 때문이다.

“연구자금이 모자라다고 찡찡거리잖아. 용돈이라도 벌어서 줘야지.”

악마의 심장이 평범한 사람을 계약자로 만들어주며, 강하게 만들어주기까지 한다는 비밀을 알고 있는 태상이기에 심장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태상은 누구보다도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과학자들을 초빙해 심장을 연구하고 있었다.

드디어 회사가 흑자로 돌아섰는데, 그 돈으로 연구자금을 대려고 하니 아까워져 그것 대신 용돈을 벌어 올 생각이었다.

“그럼 그렇게 조정해보도록 할게요.”

“그래.”

태상이 돈을 버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아주 은밀하게 거금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방법이 또 있었다.

바로 계약자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돈이 많은 이들은 계약자처럼 특별한 능력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이 사업은 양지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었다. 음지에서 아주 은밀하게 거금의 돈을 받고, 계약자들에게 사들인 악마의 심장으로 그들을 계약자로 만들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들이 갖게 된 힘은 미미했다.

한용우를 관찰하고, 동물 실험을 하는 등의 조사를 한 결과, 천사나 악마와 계약을 통해 계약자가 된 게 아니라 심장을 통해 계약자가 된 이들은 그리 강한 힘을 내지 못했다. 한 마디로 질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물론 그 질을 높이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악마의 심장을 계속해서 흡수하게 되면 강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태상은 그들을 계약자로 만든 것이 악마의 심장을 통해서라는 것을 알리지 않았으며, 또한 강해지려면 그에게 또 다시 거금의 돈을 내야 하도록 만들어 두었다.

계약자가 되는 과정에 굉장한 고통이 따르기에 몸을 마취시킨 뒤 흡수하게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그 방법은 드러나지 않고, 태상의 든든한 뒷주머니가 되어 주고 있었다.

계약자들은 계속해서 악마와의 싸움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접속이 되지 않게 된 이후, 계약을 통해 계약자가 되는 이들이 없기에 태상의 사업이 계속 이어지려면 계약자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은밀하게 일을 진행시키긴 해도 결국은 나라를 위한 일이었다.

이 사업은 결국 언젠가 악마의 심장이 계약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밝혀지면 접어야 하는 일이었다. 해서 가볍게 치고 빠질 수 있는 준비를 모두 끝내놓은 상태였다.

결국 태상은 지금 계약자들의 수요와 공급 두 가지를 모두 손에 쥐고 있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많은 돈들이 하루에도 수백억씩 쌓이고, 사라지고, 또 다시 쌓이고 있었다. 태상은 이 사업들을 통해 자신의 자산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구체적인 숫자를 확인 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이렇게 숨을 쉬고 있는 와중에도 수십억들이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 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태상은 강회장이 쌓아 올린 것을 빠른 속도로 따라 잡고 있었다.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알아주는 회사로 널리 알려지고 있었고 말이다.

그 위치에 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년도 걸리지 않았기에 의미는 더욱 컸다. 계약자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악마들이 침략을 해오지 않게 된다면 망하게 되긴 하겠지만, 일단 지금 상황을 봤을 땐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취재요청이 또 들어왔어요.”

“그냥 알릴 필요 없이 바로바로 거절해버리라고 했잖아.”

태상은 새삼 그녀가 갑자기 취재요청을 얘기 꺼내자 의아한 표정을 했다. 그러자 혜연이 한숨을 포옥 쉬더니 말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막무가내로 사장님이랑 친분이 많다면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큰일 날 수 있다고 난리를 피워서요.”

“난리를 피웠다고?”

태상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지금도 사장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리겠다면서 아침부터 와 있다고 해요. 강제로 끌어내려고 해도 손 대면 고소할 거라고 소리를 질러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나랑 아는 사이? 난 아는 기자 없는데?”

그를 인터뷰하고 싶어 하는 기자들은 많았다. 계속해서 나오는 막대한 자금력과, 천사 계약자와 악마 계약자들을 공존할 수 있게 만든 비결, 범죄자 계약자에게 건 현상금 등등....

그의 이해할 수 없는 횡보들을 취재하기만 하면 그 기자는 대박을 잡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도대체 나랑 친분이 있다는 거짓말을 한 간 큰 기자가 누구인지 궁금하네.”

그와 친분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누구라도 선뜻 쫓아내지 못할 것이다. 만약 잘못했다간 일자리를 잃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오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테고, 그럼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런 베짱을 부렸는지 모르겠다.

그것을 이용한 만큼 정말 그녀가 뱉은 말이 사실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을 흐지부지 해결하면 후에 또 같은 일이 생기게 될 것이다.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절대 대충 넘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태상이 혜연을 데리고 기자가 있다는 곳으로 움직여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을 열었다. 그의 기분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쾅 하고 열리는 문소리를 듣고 기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상은 기자의 정체를 확인하고 와락 얼굴을 찌푸렸다.

“뭐야, 너였냐?”

태상이 삐딱하게 물었다. 확실히 그와 친분이 있는 건 맞았다.

“오랜만이야.”

그의 앞에 있는 여자, 민아가 싱긋 웃으며 그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태상은 혜연에게 됐다고 손짓을 하고 소파에 앉았다.

"차 준비해오겠습니다."

"어."

태상이 혜연에게 차 심부름을 시키는 것을 본 민아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방금 나간 여자 정혜연씨 아니야?"

"맞는데?"

너무나도 태연하게 대답하는 모습에 민아가 말했다.

"정혜연씨가 어떤 사람인데 저렇게 부려먹어? 무슨 약점이라도 잡아 논 게 있는 거야??"

태상도 안다. 혜연이 그동안 TV에서 자주 나오게 되면서 인기 연예인처럼 몸값이 높아졌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가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싸인을 해달라는 요청도 자주 받곤 했다.

혜연의 값이 높아지는 만큼 회사 이미지도 높아지는 것이기에 태상은 적극적으로 그녀의 TV 출연을 권장하고 있었다.

"그거야 네가 알 것 없고. 진짜 취재한다고 온 거냐?? 네가 기자였어?"

태상이 소파에 깊숙히 몸을 기대고, 한 쪽 다리를 꼬고 앉아 거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얘기했다.

"맞아. 나 기자야."

몰랐던 일이지만 어찌됐든 태상이 본론을 꺼냈다.

"나랑 친분이 있다고 여기서 안 나가고 버티고 있었던 것 같은데, 다음부터는 씨알도 안 먹힐 테니까 그렇게 알아라. 난 취재같은 거 안 한다."

태상의 서늘한 눈동자가 민아에게 쏟아졌다. 그녀는 태상의 싸늘한 태도에 지지 않으며 말했다.

"왜 취재를 계속 거부하는 거야? 늘 정혜연씨를 내세우고 뒤로 빠져 있는 이유말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이 회사가 정혜연씨 거인 줄 아는 사람도 있어. 당신 회사잖아. 그런데 왜 당당하게 나서질 않아?"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그에 대한 뜬소문들이 굉장히 많았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17분에 올라옵니다.

이름수정 있습니다. 강호 매니지먼트 ->CMC (Contractors Management Company)로 바꾸었습니다. 아이디어를 주신 코리아책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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