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자-116화 (116/251)

00116  결혼식  =========================================================================

"이놈은 지금 당장 내 일을 모두 대신 맡을 거라고 떵떵거렸는데, 그건 어림없는 일이지. 하지만 내 곁에 두고 계속 가르칠 생각이니, 내가 죽으면 아니, 그보다 더 빠른 시일 내에 이놈이 진짜 내 자리를 대신하게 될걸세."

강회장의 눈동자가 매섭게 번쩍였다. 다른 말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듯 단호하고, 힘 있는 눈빛이었다. 그들은 강회장이 후계자로 저 남자를 확실하게 선택했음을 각인시켰다.

앞으로 강호그룹의 후계자는 확실하게 그리고 변함 없이 이명진이라는 남자가 되는 것이다.

강회장이 태상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강명진이다. 그러니 앞으론 그렇게 쓰도록 해라."

본래 양자로 입적 된 순간 써야 했었다. 강회장은 태상이 자신의 성씨가 아닌 다른 성을 쓰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강회장의 단호한 눈빛을 태상이 지지 않고 응시했다.

"강명진이라....."

강태상도, 이명진도 아닌 강명진.

그것이 그가 대외적으로 알릴 새로운 이름이었다.

**

[정말 잘 어울렸어. 그렇지 언니?]

[그러게. 잘 어울리더라.]

아이라가 사로나에게 묻자 그녀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들은 뒤풀이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그곳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해서 둘은 지금 그들이 본 아름다운 결혼식에 한껏 도취되어 있었다.

[난 결혼식이 이렇게 아름다운 건지 처음 알았어. 나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 그럴 순 없겠지만, 나도 이런 결혼식을 할 수 있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

아이라가 몽롱한 눈빛을 했다. 사로나는 그녀에게 왜 못 할거라고 생각하냐며 말했다.

[너도 할 수 있어. 언니가 이만큼 화려하게 해줄게.]

아이라가 사로나의 말에 흥!하고 고개를 돌렸다.

[아마 난 결혼 못 할 거야.]

사로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아이라 때문에 펄쩍 뛰었다.

[네가 왜 결혼을 못해?]

[난 무조건 언니가 결혼을 한 다음에 갈 거거든.]

[뭐? 그런 게 어디있어.]

[난 꼭 그렇게 할 거야.]

언니가 행복해 질때까지 그녀의 옆에서 함께 할 것이다. 그런 아이라의 생각을 알지 못하는 사로나는 기가막혀 아이라에게 장난하는 거지? 하고 물었다. 하지만 아이라는 대답을 하지 않아 그녀가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었다.

그때, 아이라가 대답을 회피하고자 문득 생각난 것을 물었다.

[근데 왜 태상오빠는 계약자가 된 걸까? 혹시 언니는 알아?]

사로나와 아이라는 한글을 모르기에 신랑 신부에 적혀 있는 곳에 신랑 신부의 이름을 읽을 수가 없었다. 다만 태상을 다른 사람들이 명진이라고 부르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쏟아지는 한국어를 구분하기엔 겉핥기로 배운 아이라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혜연은 송이를 측근으로 모셔야 했기에 자연스럽게 그의 사정을 알게 됐지만, 사로나와 아이라는 특별히 그쪽으로 얘기를 할 기회가 없어 모르는 상황이었다.

[글쎄? 물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

[부족한 게 하나도 없잖아. 예쁜 신부에, 부자에, 잘생기기까지 했으니까. 그런 태상 오빠는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계약자가 됐지? 소원은 뭘 빌었을까?]

아이라는 그것이 내심 궁금한 모양이었다.

솔직히 자신이 태상과 같은 입장이었다면 계약자가 돼서 고생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무튼 태상 오빠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아무도 못해낸 일을 혼자서 척척 해나가잖아.]

태상은 다른 이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거침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그것이 본래 그가 걸었어야 할 당연한 길들인 것마냥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엄두조차 내지 못할 모험이었는데도, 태상은 그 길을 걷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능력은 여왕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사기 적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그의 강함을 다 설명할 수 없었다. 천계는 단순히 힘만 믿는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들도 중요했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었다.

모두들 태상처럼 신생길드를 운영할 수 있다면 다들 길드를 만들겠다 생각을 하고 덤볐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에 모두가 대형길드에 드는 추세고, 태상의 능력은 모든 길드들이 엎드려서 데려갈 정도로 강했다.

그는 쉬운 길을 가려 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사로나에게 길드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대형 길드와의 동맹을 스스로의 힘으로 얻어냈고, 이젠 악마의 심장을 통해 강해질 수 있는 방법까지 알아냈다. 사로나는 태상의 성장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그가 하는 업적들도 솔직히 말이 되지 않고 말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성장한다면 후에 어떻게 될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빨리 강해지고 싶어. 그래서 나도 언니한테 도움이 될 거야. 태상 오빠한테도.]

아이라가 의욕을 보였다. 사로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래, 다 함께 강해지자.]

아이라는 자신이 당했던 일을 당하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로나는 앞으로 아이라를 위해서라도 미션을 꾸준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신이 계속 혼자서 다녀서 태상과 만나지 못했다면, 그리고 이 아이가 섣불리 다른 길드에 들었다면......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아이라가 겪었을 것이다.

사로나는 자신이 아이라보다 먼저 계약자가 된 것과 태상을 만난 것에 대해 크게 안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와 아이라의 인생은 지금보다 훨씬 엉망이 되었을 수도 있으니까. 그녀가 생각하는 가장 끔찍한 것은 아이라가 여왕과 똑같은 소원을 비는 거였다.

지금 아이라는 사로나를 지키기 위해 강해지려 할 것이고, 사로나 또한 아이라를 지키기 위해 강해지려 할 것이다.

여전히 아이라가 계약자가 된 것이 걱정이 되긴 했어도, 곁에 있는 일행을 믿었기에 일어나지 않는 일들을 과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계속 살다보면 언젠가 자신도, 그리고 아이라도 태상처럼 행복하게 사는 날이 오지 않을까? 아니,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본 태상의 결혼식은 그녀를 많이 생각 하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식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이 값비싼 돈이 들었기에 그렇게 느껴진 것이 아니었다. 신랑 신부가 아름답게 생겨서도 아니고 말이다. 그들의 사랑이 그녀에게까지 전해졌기에 그렇게 보인 거였다.

사로나가 그 둘의 끈끈한 사랑을 질투할 정도로 말이다.

그녀도 당연히 여자인데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겠는가. 자신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태상과 송이처럼 축복받는 결혼을 하고 싶었다.

물론 아직은 그녀에게 너무도 먼 일이었지만 말이다.

**

“지금 긴장한 거야?”

태상은 송이의 몸 위에 올라탄 상태였다. 모든 결혼식 일정을 마치고,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한 호텔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다. 송이는 그것에 대해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태상은 반드시 후에 제대로 된 여행을 갈 생각이었다.

임신때문에 비행이 꺼려져 가지 못했던 것이다.

송이가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피했다.

“내려와, 뭐하는 거야?”

“어라, 목소리가 좀 떨리는데?”

태상은 짓궂게도 그녀가 지금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언급했다. 송이는 그런 태상이 원망스러운지 그의 가슴을 때렸다.

“장난치지 마.”

“지금 이게 장난치는 상황으로 보여?”

태상이 입었던 상의는 벗겨져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송이의 옷자락은 풀어헤쳐져 있었다. 지금도 태상의 손이 분주하게 송이의 옷을 벗기고 있는 중이었고 말이다.

“...안 돼. 놀랜다고.”

“내가 조사해보니까, 조심스럽게 하면 괜찮대.”

태상이 어림없다는 듯 미리 조사를 해오기까지 했던 사실을 얘기했다.

“....지금 그거 하려고 조사까지 한 거야?”

송이가 어처구니가 없어져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말했다. 솔직히 그의 행동들이 기분 나쁘진 않았다. 자신을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저런 행동들을 보이는 것임을 어찌 모르겠는가. 오히려 그가 그렇게 행동해주는 것이 송이는 고마웠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고는 싶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당황스럽고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새삼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사실 그가 이명진이 아니라 강태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처음으로 하는 잠자리였기 때문이라 답할 것이다.

명진이 아니라 다른 이와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이 아직은 어색했다. 하지만 그런 송이의 마음은 얼마 가지 못했다. 태상이 그녀의 몸을 익숙한 손길로 쓰다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태상의 그런 손길이 마치 송이에게 자신을 낯설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속삭여주는 듯 했다. 긴장으로 인해 뻣뻣하게 굳었던 송이의 몸이 점점 부드럽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옷을 먼저 모두 벗어 던지고, 송이의 옷을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내가 여자 옷을 조심스럽게 벗겨내는 날이 올 줄이야.’

태상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도 지금 이 순간이 다른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송이가 긴장한 것처럼 자신도 조금은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막연하게 어떤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됐을 때, 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짐작만 하던 날들이었다. 정략혼을 하게 되면 그렇게 의무에 파묻혀 살아가겠지 하고 생각하는 게 다였다. 그런 자신이 정말 결혼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송이와 하는 결혼이 정략혼은 아니니 그럼 사랑 때문에 하게 되는 건가?

그런데 정말 자신이 이 여자를 사랑하는 게 맞는 걸까?

태상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슨 상관이랴. 자신이 좋으면 그만이었다. 다른 여자가 있는 것보단 송이가 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이 드니 그것으로 족하다 생각했다.

태상은 복잡한 생각을 하기 보단 송이의 부드러운 가슴에 얼굴을 묻는 걸 택했다.

“아....읏..”

송이가 조금씩 가쁜 숨을 쉬기 시작했다.

태상은 숨을 깊게 쉬며 그녀의 향기를 맡았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몸을 송이의 향기에 흠뻑 적셨다. 그것이 송이의 향기인지 자신의 향기인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잠시 동안 묘한 기분에 휩싸여 송이를 부드럽게 대하던 그의 손놀림이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성기가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가려는데, 송이가 태상의 팔을 잡고 붉어진 두 볼을 한 채 말했다.

“....살살해.”

“아아.”

태상은 잠시 잊었던 것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마터면 너무 본능에만 집중할 뻔 했다. 그는 자신의 성미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그녀의 가슴을 입에 물고 아기처럼 빨기도 하면서 괴롭히기 시작했다.

태상이 손을 움직여 송이의 다리를 들어 올려 좀 더 몸을 그녀에게로 밀착시켰다. 살짝살짝 허리를 움직이며 그녀의 달뜬 얼굴을 지켜봤다.

그녀의 몸은 여자에서 엄마가 되기 위해 점점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태상은 어쩐지 그것이 아쉬웠다. 아직은 좀 더 자신의 여자로 남아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태상은 조금 철이 없게도 그렇게 생각했다.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확실히 그의 성미에 맞지 않은 잠자리였다.

하지만 육체적으로는 맞지 않을지 몰라도 태상은 정신적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었던 잠자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상은 그날 송이를 품에 꼭 껴안고 깊고 편안한 잠에 들었다.

============================ 작품 후기 ============================

씬고자라 죄송합니다.

나가시기 전에 추천 한 번씩만 해주시면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