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4 태상vs명진 =========================================================================
“근데 정말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사람을 놀래 키려면 마음의 준비는 시켜놓고 해야죠.”
다짜고짜 B등급 악마가 나타나자 자신들끼리 먼저 해보겠다고 나섰던 태상이다.
동맹을 해보겠다고 몸이 달았구나 하는 생각에 베이라는 흔쾌히 그들에게 먼저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넘겨주었던 거였다. 어차피 지금 이곳에 온 이유가 그들의 능력을 확인하러 온 것이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를 황당하게한 것이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렇게 나가서 태연하게 B등급 악마를 자기네끼리 잡아버렸으니 말이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말이다.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보여준 겁니다만. 놀랐을 줄은 몰랐군요.”
“.....”
베이라도 돌리지 않고 말하는 편이었지만 태상의 직설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번 미션은 어찌 보면 그의 능력을 시험하는 자리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니 이번 일은 그의 자존심을 건드는 미션인 것이다. 동물원 동물처럼 그가 얼마나 잘 싸우나 구경 온 거나 다름없었으니말이다. 그런데 그는 그 일을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있었다.
자존심 없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으니, 그의 이런 태도가 베이라를 혼란스럽게 만들어다.
본디 실력이 있는 자들은 프라이드가 높은 법이었다.
그만큼의 대우를 바라기도 하고 말이다.
베이라는 좋은 동맹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한 그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주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미션을 공유해주겠다는 것까지 약속을 한 거였다. 그래야지 그의 자존심이 조금이라도 회복 될 테니 말이다.
“솔직히 레드한테 듣긴 했지만, 너무 믿을 수 없는 말들인지라 섣불리 모든 걸 다 판단할 수 없었어요. 당신 능력이 그만큼 사기적인 거라는 뜻이니 이해해줄 거죠? 한 길드의 길드 마스터로서 신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베이라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상 또한 그녀의 미소에 화답하듯 미소지었다.
“물론 이해 합니다. 앞으로 다시 안 볼사이도 아닌데, 이해해야죠."
베이라는 그가 자존심이 없어서 저렇게 태연한 얼굴을 하는 게 아니라, 길드를 위해 참고 있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본래 길마라면 대의를 위해 참을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그런 점을 보아 강태상이라는 남자, 길마로서도 제법 훌륭한 합격점을 받을 만 했다.
“저야 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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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했다, 라고 명진은 생각하고 있었다.
눈칫밥으로 살아 온 삶인지라 누구보다 눈치 하나는 빠르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명진은 엄마가 아니, 세연이 그를 대하는 태도가 미묘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그리고 미소에 변화가 있었다.
이렇게 된 건 분명 며칠 전부터였다. 납치를 당하고 온 이후부터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태도가 명진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갑자기 납치를 당하게 되어 충격 때문에 그런 거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분명 그녀에게 다른 이유가 있었다.
다른 이들을 대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유독 자신을 대할 때가 이상했다. 어딘가 거북스러워하기도 하고, 그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걸 티내지 않으려 해서 더욱 명진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그녀가 숨기려 한다 해도 그의 예리한 눈치를 피해가긴 어려웠다.
명진은 그녀의 변화를 절대 허투로 놓치지 않았다. 그녀에게 무슨 다른 생각이 생겼다는 것을 말이다. 명진은 그것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그녀에게 일부러 더 다가가 말을 걸었고, 은근슬쩍 어깨를 잡아 스킨십을 해보았다.
그때 세연이 보인 표정을 보고 명진은 비로소 완전히 확신했다.
그녀가 이상하다. 예전의, 아니 불과 일주일 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그때부터 명진은 세연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그녀가 변한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가 그 이유를 알아 낸 것은 우연히 ㅅ연이 하는 통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들! 정말 자꾸 이럴 거야? 그렇게 피한다고 내가 그 앨 못 만날 것 같아?”
세연에게 아들은 자신 뿐 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명진이 제일 잘 알았다. 그런데 그녀는 통화상대를 ‘아들’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자신의 감이 정확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처음 명진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로 착각했다. 하지만 점점 대화를 들을수록 그의 얼굴이 싸늘하게 얼고 있었다.
“그래, 엄마가 다 구해 준다니까? 유모도 알아보고 있었어. 아기 낳는 게 쉬운 일인 줄 아니? 지금부터 준비해야 겨우겨우 산달 맞출 수 있어.”
아기?
아무래도 누군가가 임신을 한 듯 했다. 명진은 좀 더 자세히 듣기 위해 방문에 귀를 좀 더 가까이 가져다댔다.
“엄마가 가서 교육도 좀 시키고, 어떤 앤지 확인도 해야지. 어찌됐든 내 며느리라는 건데, 언제까지 이렇게 내외할 순 없잖니.”
며느리....?
명진은 점점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세연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져갔다. 그때, 세연이 빼도 박도 하지 못할 말을 입에 담았다.
“강태상! 진짜 엄마 말 안 들을 거야?”
“...!!!!”
명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하필이면 그때, 집안일을 하는 고용인이 2층으로 올라오고 있어 더 이상의 통화를 엿 듣고 있을 순 없었다. 하지만 명진은 얻고자 하는 정보를 이미 모두 들은 터라 미련 없이 몸을 움직였다.
“어머, 도련님 계셨어요?”
“수고가 많으시네요.”
명진이 예의바른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고용인은 어머어머 하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예의바르게 인사를 해주는 그가 밉지 않았던 것이다. 태상이 언제 이렇게 살갑게 누군가에게 말을 해준 적이 있었는가.
절대 없었다.
무시하거나, 귀찮아하거나, 성가셔 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인사도 본 척 만 척 하곤 했다. 마치 그녀들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런데, 기억을 잃은 후부터는 인사도 꼬박꼬박 잘하는 예의바른 청년으로 바뀌어 있었다. 해서 요즘 고용인들 사이에서 그의 인기가 제법 높았다.
고용인이 지나쳐 가버리자, 명진의 얼굴이 급속도로 딱딱하게 굳었다. 고용인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태연한 얼굴로 내려가 1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민세연이 진실을 알고 있다. 자신이 그녀의 진짜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더욱이 그녀는 진짜 강태상과 연락을 하고 있었다.
잠깐, 어떻게 진짜 강태상이 몸이 바뀌었다는 걸 알고 있는 거지?
명진은 혼란스러워졌다. 악마가 말하길, 바뀐 대상은 기억을 잃어 자신의 몸이 바뀐 자체도 모를 것이라 했었다. 그런데 진짜 강태상이 저렇게 버젓이 세연과 통화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건 어쩌면 악마의 잘못일 지도 몰랐다.
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악마에게 따져봐야 할 듯 싶었다. 이건 그의 계획에 있는 일이 아니었다.
갑자기 나타난 진짜 강태상이라니...!!
더욱 의심스럽고, 이상했던 것은 그놈이 그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앞에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보통 자신의 몸을 차지한 놈에게 당장 달려와 화를 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놈은 이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었다.
그게 무슨 뜻이겠는가. 그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둘이서 뒤로 다른 공작을 꾸미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명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어떡해야 하지?
이 사실을 아는 게 민세연과 강태상 둘 뿐일까?
어쩌면 이 집안 가족들 모두가 다 알면서도 그를 기만하고 있을 지도 몰랐다.
그는 초조해져 자신의 손톱을 물어 뜯었다.
잠깐, 며느리....?
명진은 잠시 생각하던 머리를 멈췄다. 자신의 몸을 하고 있는 그이니 아내는 분명 송이일 것이다. 그런데 세연에게서 들은 정보에 따르면 그녀가 지금 임신을 하고 있는 상황인 듯 했다.
송이가...그녀가....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거다.
아니, 내 아이가 맞나? 난 이제 강태상인데?
그럼 그녀가 가진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으드득
명진은 저도 모르게 이를 으드득 갈고 주먹을 힘주어 쥐었다. 자신의 것을 빼앗긴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기에 그 자식의 아이까지 임신했단 말인가!!
이건 배신이다.
강태상의 가족은 자신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저러고 있는데, 송이는 지금 그 자식의 아이를 만들었다. 그러니, 이건 그녀가 잘못한 거다.
자신이 선택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명진은 송이를 비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게 그녀의 잘못 같았다.
명진이었을 때도 그랬다. 그녀 때문에 출세 길이 막혔고, 그녀 때문에 그의 인생이 엉망이 됐다. 검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가난했고, 주변 사람들은 고아인 그를 무시하고 비웃었다.
헌데 지금을 봐라.
그녀를 포기하고 얻은 대가는 엄청났다.
모두들 그를 우러러보고, 사랑하고, 부러워했다. 태생부터 고귀해진 그를 누구도 비웃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에겐 늘 콧대를 높이던 놈들이 이 몸을 한 그 앞에선 고개를 조아리고, 몸을 숙였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아무도 수치스러워하지 않았다. 세상이 바로 그런 거다.
몸이 바뀐 후, 그런 꿈같은 현실을 만끽하며 살았기에 절대 누구에게도 지금의 삶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진짜 강태상이 무슨 수를 쓰기 전에 막아야 한다.
그가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얻은 자리였다. 그러니 명진은 가만히 앉아서 당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저번에 시켰던 일, 아직도 못 알아냈나요?”
명진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가 전화를 건 곳은 심부름센터였다. 사람을 찾는 데에 아주 이골이 난 놈들이었기에, 한참 전에 그들에게 일을 맡긴 게 있었던 명진이다.
[아뇨, 알아냈습니다. 어디에서 사는지.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문자 보냈었는데 확인 안 해보셨습니까?]
명진은 그랬었나? 하고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동안 너무 나태해져 있었던 듯싶다.
고귀함에 취해, 권력에 취해 한동안 이 생활을 즐기느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못한 것이다. 그는 지난날을 너무 허투로 보낸 자신을 자책했다. 진작 그놈을 처리할 생각을 가졌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자신의 몸을 스스로 죽이는 것이 꺼림칙해 미뤄왔던 건데, 일이 이렇게까지 꼬일 줄 몰랐다.
그가 자신의 방으로 가 메일을 확인하자 그가 보낸 것이 도착해 있었다.
그 메일에는 임송이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었다.
그녀가 지금 살고 있는 주소까지 말이다.
“송이야.....”
사진에 찍혀 있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행복해보였다. 명진은 그래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거지? 자신이 그녀의 곁에 있을 땐, 저런 미소를 본 적 없었다.
명진은 그녀가 사는 곳이 고급 아파트라는 것도 거슬렸다. 왜 갑자기 이사를 간 걸까? 그리고 어떻게 송이는 이런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을 수 있는 걸까.
자신과 함께 있었을 때엔 꿈도 못 꿨던 보금자리였다.
송이는 저 고급아파트에 눈이 멀어 자신을 배신하고, 그를 사랑한 걸지도 모른다.
“네가 그래선 안 됐어....”
강태상과 임송이.
명진은 두 사람 모두를 죽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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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 나쁜놈.
금요일은 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 연참을 못할 듯 싶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