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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22화 (22/251)

00022  C등급 미션  =========================================================================

이번 승리의 주역은 당연하게도 다니엘이었다.

다니엘의 공격이 메로메로에게 먹혀 들어가 준 덕분에 놈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치료를 받고 온 안나가 다니엘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걸쳤다.

“뭐야, 공헌도 탐내더니 정말 혼자서 다 가져갔잖아?”

다니엘은 자신의 공격이 그렇게나 메로메로에게 잘 먹혀들어 갈 거라 생각 못했기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 했어!”

태상은 다니엘이 정말 강해서 메로메로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 자신의 능력이 먹혀 그의 공격이 가능했던 건지 정확히 알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다니엘이 얼마나 강한 능력자인지 알지 못했기에 그랬다. 다니엘과 반이하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기에 태상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악마 계약자 잡아 왔습니다!!”

그때, 악마 계약자 뒤를 따라갔던 능력자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악마 계약자 목에 알 수 없는 쇠사슬 비슷한 것을 묶고 그를 끌고 오고 있었다. 악마 계약자라는 자의 모습이 엉망이었다. 오는 과정이 험난했는지 많은 구타를 당한 듯싶었다.

온 몸에 피칠 갑을 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해 질질 끌려오는 악마 계약자를 본 사람들의 얼굴이 증오로 가득했다.

“저 개자식...!!”

“아는 놈이야?”

“알아! 예전에 내 친구 죽인 놈이거든. 똑똑히 기억해!”

서로 싸우는 관계이기에 이런 식의 원한은 누구나 갖고 있었다. 보통 이런 식으로 원한이 있는 자들의 화풀이를 위해 악마의 계약자를 일부러 생포해 온 거였다.

“자, 이놈은 그럼 너한테 넘기마. 죽이던 고문을 하던 마음대로 하라고.”

“절대 쉽겐 못 죽이지. 고통 속에서 천천히 죽여 줄 거니까.”

“해 넘기진 말고. 그러다 놓칠라.”

“알았어.”

악마 쪽에서도 접속이 가능한 시간이 넘어가면 강제적으로 이곳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러면 놈을 영영 놓치게 되는 것이다. 놈의 계약 악마가 죽었기에 그는 다시 이 세계로 들어오지 못한다. 아니, 그러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놈을 고문하는 것도 그가 현실에서 깨어나기 전에 끝내고 죽여야 했다.

계약자를 넘겨받은 이가 헉헉대는 놈의 머리를 잡아끌었다. 덕분에 온 몸이 피투성이인 그가 악악거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하도 비명을 질러서 인지 놈의 목이 거의 쉰 상태였다. 하지만 누구도 놈을 동정하지 않았다.

“사, 살려줘!! 흐아아아아악!”

나무가 우거진 숲 속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멀리서 살려달라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레베카가 그 비명소리를 듣고 몸을 움찔하더니 이내 귀를 막았다.

살려달라는 끔찍한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의 안색이 창백했다.

“괜찮아?”

안나가 걱정스레 그녀를 챙겼다.

전투가 끝났기에 이제부턴 공헌도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게 된다. 악마가 죽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천사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천사다!”

천사는 하늘 위에서 나타났기에 누구나 그를 볼 수 있었다. 은은한 후광이 천사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긴 금발의 머리카락과 라마스와 마찬가지로 난 뿔이 태상의 시야를 사로잡았다.

천사는 능력자들을 한 번 쭉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대들 덕분에 이곳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당신들의 노고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천사는 환하게 웃으며 그들의 희생을 치하했다.

다들 곧 얻게 될 보상에 설레어했다.

천사는 C등급 악마에게서 나온 악마심장을 손짓으로 움직여 가진 뒤, 죽이는 데에 가장 큰 공헌도를 한 사람에게 다가갔다. 천사가 흰 날개를 펄럭이며 땅으로 내려왔다. 모두들 천사가 다니엘에게 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가 화살을 날려주지 않았다면 메로메로를 이렇게 쉽게 잡을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천사는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다른 곳에 내려앉았다.

바로 태상의 앞이었다.

웅성웅성

왜 천사가 그의 앞에 섰는지 다들 이해하지 못해 수군댔다.

“그대의 공헌도가 아주 컸습니다. 감사 인사드립니다.”

태상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로서 확실해 진 것이다. 다니엘의 화살이 박힐 수 있었던 건 그의 실력 때문이 아니라 태상이 사용한 ‘무력화’ 때문이었음을 말이다.

“저 사람은 공격 한 번 날린 적 없는데 도대체 왜 공헌도가 1위인 거야??”

당연하게도 이해할 수 없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천사는 친절하게 그들에게 태상이 왜 1위인지에 대한 것을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대신 태상이 1위를 할 만한 충분한 일을 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공헌도 1위를 할 만큼 가장 큰 일을 해주셨습니다. 큰 피해 없이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분 덕분이죠. 해서 저는 보답으로 이걸 드리겠습니다.”

천사가 태상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태상의 얼굴만한 손이 그의 앞에 펼쳐지며 황금색으로 빛나는 상자가 보였다.

“이게 뭐야?”

“드시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능력을 사용하실 수 있게 되실 겁니다.”

“설마 저거 인드고의 눈물 아냐?”

인드고의 눈물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기에 태상은 받으면서도 이게 좋은 것이라는 걸 실감하지 못했다. 때문에 덤덤하게 천사에게서 그것을 받은 태상과는 달리 주변에서는 난리가 났다.

“C등급 미션 보상인데 저런 걸 준다고?”

“젠장, 진작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할 걸...!”

다른 이들이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태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반을 바라봤다. 다니엘은 괜스레 자신의 것을 빼앗긴 느낌이 들어 표정이 좋질 못했다.

“정말 착오가 없이 태상이 공헌도 1위가 맞습니까?”

반이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천사에게 물었다. 천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했다.

“틀림없는 진실입니다.”

“천사가 태상이 공헌도 1위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런데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인정할 수 없는 사람이 있으면 지금 얘기해.”

다들 반신반의하는 얼굴이었지만 반의 말에 손을 드는 이는 없었다. 반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그럼 두 번 다시 이 문제로 떠드는 사람이 없는 거라고 알겠다.”

“......”

반도 태상에게 분명 무슨 짓도 하지 말라는 조건을 달아 옆에 데리고 온 것인데, 이런 일이 생긴 거였다. 당연히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그를 먼저 믿고 이렇게 편을 들어주니 태상으로서는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반은 한 손을 다니엘의 어깨에 올린 뒤 주물러주었다. 비록 1위는 하지 못했지만 그가 이번 일에 어떤 활약을 보여주었는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그래서 혹여 다니엘이 서운하진 않을까 싶어 그를 달래준 것이다.

다니엘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분들의 보상은 계약자인 천사에게 돌아가면 지급 되어져 있을 겁니다.”

천사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너나 할 것 없이 방금 전 일을 의심스러워하며 떠들었다. 반은 그들의 입까지 모두 막을 순 없었기에 듣지 못한 척 하며 태상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녀석,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공헌도 1위가 된 거야?”

태상은 천사에게서 받은 상자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게 뭔데 저런 반응이야?”

“인드고의 눈물은 다양한 효과가 있지. 만병통치약이라고도 할 수 있고, 우리들한테는 능력 을 높이게 해주는 약이라고도 할 수 있어. 그걸 마시면 몸에 있는 모든 악한 기운은 사라져. 장애가 있으면 장애가 사라지고, 죽을병에 걸려도 마시는 순간 씻은 듯이 낫는 거야. 만약에 병이 없다면 그 효과는 네 능력치를 훨씬 높여주고. 그러니 인기가 없을 수가 없어. 누구나 부러워할 보상인 거다.”

“그렇게 좋은 거였어?”

“점수로도 구할 수가 없어서, 만약 네가 그걸 판다면 점수 보따리 들고 올 이들이 적지 않지. 근데 절대 팔지 말고 아껴둬라. 그게 네 목숨을 구해줄 수도 있을 테니까.”

지금 당장 팔아서 점수로 이득을 챙길 수 있지만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목숨이 오가는 이곳에서 가장 아끼고 중요시 여겨야 하는 게 바로 목숨이다.

인드고의 눈물이 자신의 목숨 값인데, 수요는 많고 물건은 몇 개 없으니 그 값이 얼마나 어마어마할지 짐작도 못할 것이다.

“그런 일화도 있죠. 인드고의 눈물을 갖고 있던 어떤 능력자가 너무 아까워서 못 쓰다가 결국 죽었던 일화. 그만큼 엄청나게 비싸다는 거에요.”

반은 팔지 말고 아껴두라고 했지만 안나는 그의 말을 반대하며 태상에게 말했다. 그녀는 아무래도 인드고의 눈물이 탐이 다는 듯 했다.

“지금 그 시기 때에는 한참 점수 모자라지 않아요? 그냥 팔아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얻은 점수로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을 테니까. 만약에 점수 필요하면 나한테 얘기해요. 내가 원하는 만큼 주고 그거 살 테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줄 자신 있어요.”

안나가 그렇게 말했으나 태상은 전혀 흔드리지 않았다. 이미 이번 C등급 미션으로 점수를 많이 벌어놨으니 당장 점수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강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진짜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전쟁터가 필요했다.

“점수 필요 없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중에라도 필요해지면 연락하지.”

태상의 얄미운 말에 안나가 흥! 하고 도도하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괜스레 옆에 있던 다니엘의 배를 팔꿈치로 때렸다.

“윽! 난 왜?”

가만히 있다가 맞은 다니엘이 어이없다는 듯 묻자 안나는 답도 않고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행동이 꼭 왜 네가 1등을 놓친 거냐는 원망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반이 더 이상 그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했기에 대놓고 말을 할 수 없어 안나가 다니엘에게 화풀이를 한 것이다.

1등도 뺏기고, 괜스레 맞은 다니엘만 억울하게 된 상황이었다.

“정말 우리 길드에 들어 올 생각 없는 거냐?”

반은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그에게 집요하게 어떻게 한 것인지 묻지 않았다. 반의 배려 덕분에 태상은 자신의 능력을 굳이 설명하지 않을 수 있었다. 태상이 머리를 긁적이며 선뜻 답을 하지 못하자 반이 한숨을 작게 쉬며 말했다.

“인연이 된다면 다시 이어지겠지. 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면 매력 없지?”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래. 그러자.”

사람들이 속속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태상도 이곳에서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라마스를 불러 몸을 이동시켰다.

라마스는 태상이 공헌도 1위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그가 어서 연락을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와중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제가 분명 위험하니 뒤로 물러나 있으라고 했잖습니까. 그런데 공헌도 1위라니....?!”

라마스의 호들갑에 태상이 손을 휘휘 저었다.

“나도 몰라. 그냥 놈한테 내 능력이 통할까 싶어서 한 번 써봤는데 먹히잖아. 그것 때문인지 공헌도 1위가 되버렸어.”

“그게 무슨...무력화가 메로메로한테 통했다고요?”

“나도 내 목숨 아까운 줄 알거든? 공격은 한 번도 안 했어. 그런데도 공헌도 1위라는 건 내가 쓴 능력 때문에 악마가 죽은 거라는 뜻이잖아. 무력화 그거 한 번 써본 것 빼곤 정말 한 게 없거든.”

태상이 정말 결백하다는 듯이 말했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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