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장 전초전 + 신경전(누가 그랬을까?)@@]
대군이 이동 중이다.
처음과 끝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늘어선 긴 줄처럼 보인다. 그들이 모두 병사들이다. 병사들이 신속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그 중심에 거대한 마차가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마차의 크기는 일반적인 집보다 더 컸다. 마차를 끄는 말의 수도 족히 20마리가 되었다.
마차의 중앙에는 코카 제국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져 있다. 문양은 크고 넓으며 힘찬 기상을 담은 드래곤이었다. 코카 제국의 전설에 의하면 건국 초기 드래곤이 유희를 하며 후손을 남겨 지금의 제국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진위여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속설에 의하면 카이로만 대제의 놀라운 업적에 대응하기 위해서 일부러 만들었었다는 말이 떠돌았다. 양 제국의 자존심상 서로에게 지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무르카인 황제가 마차 안에 타고 있었다. 이번 전쟁에 사활을 걸었다는 뜻이다. 황제가 직접 친정하는 전쟁에서 패한다면 나라의 명운이 흔들린다. 또한 반대로 말하면 절대로 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무르카인 황제가 타고 있는 마차 안에는 여인이 존재하지 않았다. 여인을 데려올 만큼 무르카인 황제는 나태한 황제가 아니었다. 제국을 이끌어 가는 황제였으며, 이번 전쟁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었다."
여인을 데리고 와서 연회를 벌이거나, 술판을 벌이는 것이 전쟁의 사기를 얼마나 저해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여인 대신에 무르카인은 이동 중에도 작전회의를 할 수 있도록 회의장을 놓았다. 작전회의를 하기 위해서 휼턴 재상이 옆에 있었다. 전쟁의 지휘권을 4개로 나누고, 각 공작과 마스터에게 지휘권을 넘긴 상태였다.
따라서 이곳에 마련된 통신구로 각 공작들과의 유기적인 연합을 이루어지도록 했다.
“전쟁이 임박했군.”
“그렇습니다. 황제 폐하! 이미 헥토르 왕국에서 출발을 한 상태입니다.”
“알았을 땐 이미 늦었겠지.”
“설마 동맹국이 배신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더군다나 놈들은 원조를 하는 줄 알 것입니다. 카이로만 제국에서 알았다고 해도 딱히 손을 쓰기 힘듭니다. 결국 혼란만 조장하게 될 것입니다.”
카이로만 제국에서 헥토르 왕국에도 원군을 보내라고 명을 내렸다. 이에 따라 헥토르 왕국에서 군대를 몰고 발렌타인 성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헥토르 왕국에서 먼저 시작하고, 카이로만 제국에서 위급 상황을 파악됐을 때는 코카 제국 연맹이 움직일 것이다.
카이로만 제국으로서는 앞뒤로 공격을 받는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유도하기 위해서 코카 제국이 여러모로 힘을 써야 했다.
“병력의 이동상황은?”
“제국 병력의 절반인 150만은 이미 전방에 배치가 되었습니다. 또한 각 왕국의 원군도 발렌타인 성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놈들의 병력도 이곳으로 다 모이겠군.”
“그렇습니다. 카이로만 제국도 병력에서는 우리와 비슷합니다.”
무르카인 황제의 눈가에 짙은 살기가 방출되었다. 매번 당했던 전쟁에서의 굴욕을 이번 전쟁으로 한 번에 갚아주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번에야말로 놈들을 기필코 무너뜨리겠다!”
“황제 폐하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무르카인 황제의 친정에 대한 일은 카이로만 제국에서도 알고 있었다. 상대 제국의 황제가 친정하는 상황이지만 카이만 제국에서는 황제가 나갈 수 없었다. 노안이 든 황제였다. 아무리 굳센 의지를 불태운다고 해도 친정은 무리였다.
자칫 코스트너 황제가 쓰러지게 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었다.
코스트너 황제에게는 다 자란 황자들이 있었다. 다음 대 황제가 될 황자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견이 나왔다.
타이가라 공작 진영의 뜻이었다. 황제가 나갈 수 없다면 황자들이 나가서 황실의 위엄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황자들에게 전쟁이 위험할 수 있으나 황자들에게 전쟁의 경험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황궁회의에서 코스트너 황제가 황자들을 각 군대에 파견하라고 뜻을 전했다.
1황자 러쉬 카이로만은 파스트론 공작과 발리스타 공작의 진영으로, 2황자 지니언 카이로만은 네벨리언 공작 진영, 3황자 다마트 카이로만은 타이가라 공작 진영으로 결정이 되었다. 각 진영은 황자들을 밀고 있는 공작들 진영으로 구색이 맞추어져 있었다. 물론 결정권은 공작들의 아래였다. 미숙한 황자들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내세우게 했다가는 전쟁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코스트너 황제가 황자들을 불렀다.
“나는 너희들을 믿는다. 이번 전쟁에서 노련한 공작들의 전쟁경험을 익히고, 제국의 황자들로서의 자질을 보여라.”
“예! 황제 폐하!”
아버지가 아닌 황제로서의 모습. 아들이 아닌 황자로서의 모습이었다.
1황자와 2황자 모두 열의를 불태웠다.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를 올리겠다고 다짐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그에 비해 3황자 다마트는 달랐다. 그는 시종일관 무관심한 듯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 속에 어떤 생각이 담겨져 있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발키리 영지는 조용했다.
겉으로는 평화롭게 농사를 짓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발키리 영지뿐 아니라 카이로만 제국의 영지들 모두 전쟁에 대한 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였다.
대륙이 카이로만 제국과 코카 제국의 전운으로 시끄럽다. 영지민들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 다만 발키리 영지의 경우 전쟁의 후방이었고, 안전하다고 생각하기에 묵묵히 농사일에 전념할 뿐이었다.
그에 반해 발키리 영지의 영주저택.
가르딘을 비롯한 영주의 수뇌부들을 부산스러웠다.
코카 제국의 황제 친정으로 인해 카이로만 제국의 황자들이 전쟁에 참여한다고 전해졌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전쟁이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말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전쟁은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지막까지 침착해야 한다. 마지막에 중압감을 못 이기고 실수를 하는 경우, 그것이 최악의 실수로 다가올 수 있었다.
“마지막 점검을 해야겠지. 파멜라 바로 출발하자.”
“예, 영주님!”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파멜라의 진법이었다. 며칠 전에 진법에 대한 것을 모두 마무리 지었다. 파멜라는 진법이 설치되는 시간 동안 밤잠을 자지 않고 열중했다. 상당히 피곤한 모습이어야 정상이지만 파멜라의 피부는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가르딘이 그녀를 위해서 오러 볼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오러 볼은 그녀에게 준 것이 마지막이었다.
가르딘은 파멜라뿐만 아니라 필리언, 갈라, 유타, 스필언, 미토스와도 같이 움직였다. 전쟁을 수행할 때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략에 대한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
무턱대고 스스로 의견을 내는 것은 위험성이 따른다. 큰 전략을 알고 작은 전술을 상황에 따라 움직여야 효율적인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
“헥토르 왕국에 보낸 정보원들이 말하는데, 이미 군대를 움직일 준비가 완벽해졌다고 한다.”
“그렇겠지.”
필리언이 전한 내용은 헥토르 왕국의 각 영지에서 군대를 파견해서 한군데로 모았다는 뜻을 의미했다.
“그런데 정말 올까? 그저 원군일 수도 있잖아.”
“이곳으로 온다면 문제가 되겠지. 발렌타인 성으로 가는 길은 단파인 왕국을 지나는 것이 훨씬 빨라. 그런데도 이곳으로 온다면 우군이 아니라 적군이라는 말이지.”
군대의 이동속도는 전력과 일치한다.
속도도 전쟁의 중요한 핵심 중에 하나이며, 속도가 느릴 경우 그 만큼의 군비가 소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빠른 길을 놔두고, 돌아서 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것도 아군의 진영에서 말이다. 만약 적군의 진영일 경우 함정이 있을 수 있기에 돌아서 간다고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스필언과 미토스는 전략회의에서 거의 배제가 되었었다. 그들은 기사들과 병사들의 훈련에만 집중했었다. 그동안 갑작스럽게 집중적인 훈련을 하는 게 이상하게 여겨졌었다. 몬스터와 마수들의 습격이 거의 사라진 시점에서의 훈련치고는 너무 과했다."
그런데 갑자기 헥토르 왕국의 습격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가르딘의 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분위기 자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헥토르 왕국이 쳐들어온다는 말씀입니까?”
미토스와 스필언의 물음은 당연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바로 공작가와 황성에 전해야 했다. 이것은 제국의 사활이 걸린 일이었다.
가르딘이 지금까지 스필언과 미토스에게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유는 그들이 파스트론 공작가와 발리스타 공작가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은 그저 가르딘의 생각일 뿐이다.
정황적 증거만 보면 확실하지만 사실이라고 할 만한 증거가 없었다.무턱대고 헥토르 왕국을 의심했다가 나중에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제국 동맹의 기틀이 무너질 수 있었다.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었다. 만약 카이로만 제국이 우방국을 의심한다는 말이 돌게 된다면 겉으로는 아니라고 생각은 하겠지만 점차적으로 동맹의 내실이 흔들릴 수 있었다.
“모르지?”
“예? 영주님! 이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나라와 나라의 일이다. 또한 나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내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이 뭐라고 생각하나.”
“만약 헥토르 왕국이 침입한다면 막아낼 수 있는 것입니까?”
스필언과 미토스는 가르딘이 말하는 뜻을 금세 파악했다. 역시 머리 좋은 놈들이었다.
사실이 아닌 경우에는 가르딘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사실을 숨긴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그것도 위험했다. 발키리 영지의 군대로는 절대 헥토르 왕국의 전력을 막아낼 수 없다. 객관적으로 전력의 약세가 너무 뚜렷했다.
“있다.”
“발키리 영지의 병력은 고작해야 3만입니다. 그 정도 수로 30만에 달하는 병력을 막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더군다나 헥토르 왕국의 병기들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단순히 1명당 10명을 이기면 된다! 라고 말을 하기에는 병력의 규모가 너무 컸다. 단순 비교가 불가능한 숫자였다.
“지금부터 그 방법을 보러 가는 거니까. 따라와라.”
미토스와 스필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가르딘의 말을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말을 한 것도 가르딘이 걱정되기에 한 것이었다.
가르딘이 생각하기에 미토스와 스필언은 중요한 전력이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고, 황궁에서 연락이 올 것이라 보고 있었다.
시간싸움이었다. 중요한 전력을 먼저 사용한다면 황궁으로 시간싸움이었다. 중요한 전력을 먼저 사용한다면 황궁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 반면에 그전에 부른다면 어쩔 수 없이 전력을 내주어야 한다.
가르딘의 뒤를 영지에서 제법 먼 거리까지 나왔다.
허허벌판.
눈으로 봐도 땅, 나무, 풀, 숲, 돌, 바위 정도가 전부였다. 일반적인 길가와 별다른 차이가 전혀 없었다. 이런 곳에서 정면대결로 30만 대군과 싸웠다가는 바로 전멸이었다. 그냥 전진하는 30만 대군에 3만을 깔아 놓은 형상이 될 것이다.
미토스와 스필언의 잘 돌아가는 머리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차라리 공성전을 하는 것이 그나마 나았다. 이런 곳에서는 절대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영주님! 이런 허허벌판에서는 어떤 전략도 승산이 없습니다.”
“흠!”
가르딘은 걱정 어린 스필언과 미토스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가르딘은 그들의 시선을 배제하고 파멜라를 보았다.
“파멜라야, 너는 어떠냐?”
“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진법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몇 번이나 검토를 하고, 현장에서 확인을 마쳤다. 자신감이 없다면 그건 스스로에게 자부심이 없는 자일 수 있었다.
스필언과 미토스는 어리둥절했다. 그들이 보기에 파멜라의 자신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여기서 승산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전략과 전술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장담하지 못하는 곳이었다.
‘그녀가 이런 여인이 아닐 텐데!’
스필언은 파멜라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녀가 일을 처리하는 능력은 스필언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확하고, 날카로웠다. 직면한 일을 대하는 분석력에서는 대륙제일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다.
그런 그녀가 저런 말을 함부로 했을까!
그녀를 아는 스필언으로서는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 겪어 봐야 알겠지. 우선은 시범적으로 한번 실행해 볼까.”
파멜라에게 진법을 한번 실행해 보라고 했다. 그 시험 대상으로 스필언과 미토스를 선택했다. 가르딘이 스필언과 미토스를 데리고 온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오러 마스터에 이른 기사들이다. 또한 머리도 뛰어나다.
경험이 부족한 게 약간 흠이지만 가장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그럼 가볍게 1단계를 실행해 보겠습니다. 스필언 경, 미토스 경은 제 앞으로 20미터 정도 가주시겠습니까?”
파멜라의 말에 스필언과 미토스가 가르딘을 바라보았다. 가르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가르딘의 뜻대로 움직였다. 파멜라가 원래부터 있을 것 같은 바위와 풀숲 사이로 걸어가서 방위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겼다.
가르딘과 필리언, 갈라, 유타가 상황을 지켜보았다.
“제일 처음은 조화진입니다.”
조화진은 주변 환경과 일치되는 진법이다. 진법을 발휘하기 전까지는 주변 환경과 같지만 일단 발휘가 되고, 적이 움직이게 되면 진법의 흐름이 아주 미세하게 변화가 이루어진다.
변화는 너무 미세하고 작아서 느낄 수가 없다.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결국에는 완전하게 진법에 빠지게 된다. 완벽한 조화진은 전혀 낌새를 느낄 수도 없는 사이에 진법에 걸리게 된다.
일정한 간격과 간격 사이에 이질적으로 변화하는 조화진의 능력으로 인해 바로 앞에 사물이 조금 전의 사물과 같아지게 된다. 결국 허상을 보게 된다는 말이다. 미로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필언과 미토스가 한 걸음을 움직였다. 어떤 변화도 없었다. 자신들의 앞으로 가르딘이 보였다. 무엇을 보여준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스필언과 미토스는 무언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감각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각에 잡히지 않는다. 말없이 10미터를 걸어갔다.
“응?”
조금 전까지는 똑바로 간다고 생각했는데, 가르딘을 비롯한 사람들의 모습이 자꾸 옆으로 보인다. 또한 더 멀어진 것 같았다.
“아니?”
“너도 느꼈냐!”
거리 감각이 무뎌졌다. 10미터 바로 앞을 똑바로 가지 못한다. 일반적인 사람도 아닌 오러 마스터가 방향감각을 잃는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확인을 하기 위해서 미토스와 스필언이 방위를 잡고, 한 방으로 움직여 나갔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방향감각을 잃었다. 점점 더 방향이 틀어진다. 이런 경우는 생전 처음이었다. 마법진일 수 있다는 생각에 오러를 끌어올려 주변을 탐색했지만 마나의 느낌은 전혀 없었다. 이상한 것은 대기 중에 흐르는 오러의 기운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럴 수가!”
“도대체 어떻게?”
스필언과 미토스가 극성으로 항마멸사신공을 끌어올렸다. 감각을 극대화하여 방향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필리언, 갈라, 유타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저놈들이 왜 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보고 있자니 그 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르딘! 저놈들이 왜 저러는 거야?”
“글쎄, 파멜라에게 물어봐라.”
가르딘의 말에 파멜라가 설명을 해주었다.
“조화진은 주변 환경과 다르지 않아요. 다만 시각적인 착시현상을 유발하는 역할을 해요. 그렇지만 일단 마법사를 비롯한 오러 마스터의 경우 마나나 오러의 감각을 끌어올려 미세한 흐름을 파악하게 되면 빠져나올 수도 있어요. 물론 세밀한 기운을 파악하려면 경지가 대단해야 할 거예요. 보통 기사들은 어림도 없지요.”
파멜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필언과 미토스가 방향을 잡고 조화진에서 빠져나왔다. 빠져나온 스필언과 미토스의 몸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약간은 창백한 모습이었다. 무리하게 기운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허억! 허억!”
호흡을 다시 가다듬은 스필언과 미토스는 놀랐다. 그것은 필리언, 갈라, 유타도 마찬가지였다. 오러 마스터가 힘들어할 정도면 대단하다 평가할 수 있었다. 가르딘도 흡족하게 미소를 지었다.
‘진의 구축이 제대로 되었어.
’파멜라는 역시 천재였다. 진법에 관해서는 이미 가르딘을 한참이나 뛰어넘었다.
“잘했구나, 다른 진법도 살펴 보자꾸나.”
“예, 영주님!”
파멜라를 따라 가르딘이 진법을 샅샅이 살폈다. 그 뒤를 말없이 스필언과 미토스가 따랐다. 그들은 경험했다. 그저 한가지의 진법이었다. 하나를 돌파하기도 힘든데 진법은 하나가 아닌 것 같았다.
‘만약 이런 것에 걸린다면 절대 승산을 장담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군의 경우 통할까.’
실전에서 제대로만 되어진다면 승산은 있을 것처럼 보인다. 역시 가르딘이 아무런 대비도 없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다.
가르딘은 진법을 다 둘러보고 난 후 영지로 발을 돌렸다. 이제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기다리면 되었다. 가르딘의 예상대로 될지 아니면 헥토르 왕국이 다른 곳으로 갈지는 하늘에 달렸다.
헥토르 왕국.
코카 제국과 카이로만 제국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30만 대군을 움직였다. 이번 전쟁에 사활을 건 것은 헥토르 왕국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카이로만 제국과는 돌아설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사이너스 국왕이 직접 대군을 이끌었다. 30만 대군은 헥토르 왕국의 모든 전력이나 마찬가지였다.
30만 대군의 앞에 선 사이너스 국왕이 선언했다.
“오늘 이후로 우리는 대륙의 중심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숨죽이고 있던 것은 모두 오늘의 이날을 위해서다. 짐이 그대들과 함께 이 전쟁을 치러 반드시 승리를 쟁취할 것이다! 우리의 앞에 승리만이 있을 것이다!”
마법사의 확성 마법에 의해서 사이너스 국왕의 말이 모두에게 퍼져나갔다.
“와아아아아아!”
일순간에 30만 대군의 함성이 울려 펴졌다. 하늘과 땅이 모두 함성으로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모두 진군하라!”
두두두두둥!
척! 척! 척! 척!
30만 대군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병력의 이동과 더불어 군수물자. 전투병기도 모두 도열해서 차례로 움직였다.
그 중심에 헥토르 왕국의 국왕 사이너스가 있었다.
“발키리 영지까지 얼마나 걸리나?”
“7일 정도 걸릴 것입니다.”
사이너스 국왕은 카이로만 제국의 후방의 영지들을 모두 제압할 욕심을 드러냈다. 카이로만 제국의 병력은 모두 코카 제국의 접경선에 위치해 있을 것이다. 발키리 영지를 포함한 영지들 대부분이 무방비나 마찬가지였다.
“쉬지 않고 진군해서 빠른 시일 내에 발키리 영지에 도착한다.”
“예, 국왕 폐하!”
헥토르 왕국은 코카 제국과의 협상에서 먼저 공격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헥토르 왕국이 전쟁을 시작하고 카이로만 제국의 후방을 흔들면, 코카 제국이 발렌타인 성을 시작으로 전쟁으로 하기로 말이다. 양동작전으로 적을 흔들고, 분쇄시키는 전략이었다. 관건은 헥토르 왕국의 빠른 진격이었다. 시일을 맞추어서 진군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군대의 움직임을 파악한 가르딘이었다.
통신을 통해 헥토르 왕국의 군대 이동경로를 확인했다. 동맹국이라서 아니길 빌었지만 군대의 이동 동선이 발키리 영지였다.
“결국 동맹을 깬 건가!”
동맹을 깼다면 이제부터 사정 봐줄 필요가 없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을 막아내면 되었다. 적에게 베푸는 아량 따위는 배운 적도 없는 가르딘이었다. 전쟁은 비정하다. 살아남은 자들만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필리언! 계획대로 실행해라.”
“알겠다.”
“또한 주변 영지를 통해서 황성으로 통신을 보내. 헥토르 왕국이 배신했다고 말이야!”
헥토르 왕국의 진군을 먼저 막아내는 게 먼저였다. 통신을 보낸다고 해도 정보를 입수하고 여기로 군대를 보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각 영지에서 군대를 모두 발렌타인 성에 파견해서 군대라고 해봐야 별로 없을 것이 분명했다.
시간싸움이었다.
가르딘은 최대한 헥토르 왕국의 발목을 잡아끌 생각이었다. 정면 대결은 절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치사하게 남의 뒤통수나 치는 놈들에게는 치사함이 무엇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주는 것이 나았다.
발키리 영지와는 3일 정도의 거리에 헥토르 왕국의 군대가 도착했다.
여기까지 물을 보충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헥토르 왕국과 발키리 영지 사이에는 넓고 긴 황야가 펼쳐진다. 그 황야를 지나가야 발키리 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황야를 지나 물길이 하나 존재한다.
물길은 다크 랜드에서 흘러나오는 물길 중에 하나로 유일하게 물을 보충하고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헥토르 왕국의 군대도 여기에서 야영을 하며 물을 보충해야 했다. 전쟁을 하기 전에 쉬어 갈 수 있는 장소로 선택을 한 것이다. 헥토르 왕국에서 조사를 여러 번 해서 안전성을 파악한 상태였다.
칼슈타인 공작이 마법사들에게 냇가의 물이 안전한지 다시 한 번 파악하도록 명령했다.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었다. 냇가의 물이 오염되었을 경우 대군이 병균에 감염되어 이동에 차질을 빗을 수 있다. 병력이동에 가장 민감한 것이 식량과 물이었다.
둘 중 어느 것 하나가 잘못되어도 심각한 일을 초래할 수 있다.
마법사들이 물을 점검해 보았다.
분석 마법을 사용해서 물에 독성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물속에 들어 있는 것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치명적으로 위험한 것들에 대해서는 파악할 수 있었다.
헥토르 왕국의 6서클 마법사 싱클레어가 힐링 마법을 사용해 보았다. 물을 한통 떠서 힐링 마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힐링 마법과 반응하는지를 파악해 보려는 의도였다. 반응한다면 먹어서는 안 되었다. 또한 큐어 포이즌(독해제) 마법을 사용해 보았다.
두 가지 마법을 사용하여 분석을 끝냈다.
“별다른 이상은 없군.”
싱클레어는 이상이 없음을 칼슈테인 공작에게 전했다. 그제야 칼슈테인 공작이 물을 보충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발키리 영지까지 가는 동안 필요한 물을 보충하고 난 후, 이후에는 발키리 영지에서 보충하면 되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이고! 아이고!”
박! 박! 박!"
헥토르 왕국의 병사들 중의 3분지 1일인 10만에 달하는 병력이 몸이 가려워서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었다.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았고, 신경을 미세하게 찌르는 듯한 통증을 호소했다.
병사들의 아우성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사이너스 국왕이 칼슈타인 공작을 불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어제 물을 마신 병사들이 모두 가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뭐야? 그까짓 가려움 때문에 움직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사이너스 국왕의 호통은 당연했다.
전쟁을 하면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것이 기본이었다. 고작 가려움 때문에 헥토르 왕국의 정예군이 몸을 움직이지 못하다니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이너스 국왕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었다.
큰 고통은 정신과 몸을 마비시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반면에 가려움은 우습게 여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단 지속적이고,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가려움은 정신까지 파괴시켜 버릴 정도로 무서운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물이 이상한 것 같습니다.”
“마법사들이 점검을 하지 않았나.”
“어제 마법사를 비롯한 기사들도 물을 마셨습니다. 그렇지만 이상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마나와 오러를 수행한 마법사, 기사들과는 다르게 일반병사들에게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물이 이상해서 병사들이 가려움을 호소한다. 물론 이것은 별다른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진군이 늦어진다는 것에 있었다.
가려움이야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겠지만 그 시간 동안 기다려 줄 수 없었다.
사이너스 국왕의 막사에 궁정마법사 멜버른이 들어왔다.
“국왕 폐하! 아무래도 독인 것 같습니다.”
“독이라고? 전날 점검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너무 소량이었고, 독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효과라 찾아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자연적으로 생겨난 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곳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다크 랜드와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다크 랜드의 몬스터, 마수의 영향으로 물에 약간의 독기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크음!”
사이너스 국왕이 침음성을 터뜨렸다. 시작부터 안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시를 다투는 상황에서 시간 지체는 말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는 빠른 시간 안에 치료를 하고 출발해야 했다.
“치료는 가능한가?”
“큐어 포이즌을 사용하면 치료가 가능합니다. 시범적으로 병사들 10명을 치료했습니다.”
“그럼 바로 시행하게.”
멜버른 궁정마법사가 약간은 머뭇거렸다. 한두 명이 아니라 10만에 달하는 병력을 치료해야 한다. 아무리 저 서클의 마법이라고 해도 마법력에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소모한 마법력이 많을수록 다시 채우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마법사의 수가 30명입니다. 30명으로 10만의 병사를 치료하면 마법력이 급격하게 소모됩니다. 한동안 마법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게 됩니다.”
전투에서 마법사는 핵심전력 중에 하나다. 빠질 수 없는 전력이라는 뜻이다. 사이너스 국왕도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전쟁은 시간싸움이었다. 병력의 이동이 늦어질수록 불리해진다. 자칫 카이로만 제국에서 알아버리는 날에는 만사가 다 물거품이 되어 버릴 수 있었다.
“치료하게.”
“알겠습니다.”
사이너스 국왕의 허가가 떨어지자 그 즉시 멜버른이 마법사를 이끌고, 병사들을 치료에 나섰다. 큐어 포이즌은 3서클 마법이었다. 상당히 어중간한 마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저서클과 고서클의 마법적인 경계 사이에 위치한 애매한 마법이라는 뜻이다.
물론 고서클의 마법사에게는 그다지 힘든 마법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양이 많다는 데에서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10만의 병사들에게 치료마법을 걸고 나자 멜버른을 비롯한 마법사들 모두 급격한 마법력 소모를 겪어야 했다. 한동안은 마법을 사용하기도 힘들었다.
병사들이 모두 치료가 된 후 사이너스 국왕이 진군명령을 내렸다. 예상보다 시간 지체가 많이 되었다. 그렇기에 진군을 서두르라고 했다. 진군을 멈추지 않고 진행한 후 발키리 영지에 두르라고 했다. 진군을 멈추지 않고 진행한 후 발키리 영지에 거의 다 오게 되었다. 발키리 영지 외곽의 서부지역에 다다른 것이다.
사이너스 국왕은 발키리 영지에 다가올수록 가슴이 두근거렸다. 대륙의 지배자인 대제국을 넘보는 일이었다. 두근거리지 않을 리 없었다.
‘드디어 시작이군.’
사이너스 국왕이 야심을 불태울 때 전방에 거대한 표지판이 보였다. 집채만 한 크기의 표지판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글씨가 써져 있었다.
보통의 표지판이라면 모른 체 지나갈 수 있겠지만 안에 적혀 있는 내용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었다.
대군의 중앙에 위치한 사이너스 국왕이 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표지판이었다. 글을 보자마자 읽어버렸다.
<헥토르 국왕 보아라
나는 대카이로만 제국의 발키리 영지를 지배하는 가르딘 카이로스라고 한다. 제국의 하인주제에 버릇없이 주인의 집을 넘보다니 네가 정녕 겁을 상실했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길을 돌려 돌아간다면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고이 보내주겠다. 하지만 내 말을 끝내 무시한다면 너의 생사는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부들! 부들!
사이너스 국왕의 얼굴에서 힘줄이 튀어나왔다. 온몸이 분노로 인해 떨리고 있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들이었다. 감히 제국의 황제도 아니고 고작 백작이 왕에게 반말을 하며 ‘너’라고 지칭하고 있었다.
저 글을 보고 화가 나지 않는 왕이 있다면 그건 왕이 아니었다.
“감히 백작 따위가 짐을 농락한단 말인가!”
“고정하시옵소서! 놈들이 국왕 폐하의 심기를 어지럽히기 위해 술책을 부리는 것입니다.”
“짐도 안다. 하지만 건방진 저놈을 그냥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알지만 화가 난다.
신분이 높을수록 유치하지만 저런 말을 참을 수 없게 된다.
“어서 진군하라! 그놈의 면상을 내 앞에 데려오너라! 그 말을 내 앞에서도 할 수 있는지 보겠다!”“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국왕 폐하!”
칼슈타인 공작은 발키리 영지의 영주가 헥토르 왕국의 군대 이동을 파악했다고 단정했다. 저런 표지판을 써놓은 이유는 알고 있다는 뜻을 내비춰 시간을 벌려는 의도로 보았다. 헥토르 왕국의 진군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또 앞에 표지판이 나타났다.
표지판의 내용은 더욱더 가관이었다.
기어이 넘어 왔구나! 헥토르 왕!
겁을 정녕 밑구멍으로 처먹었나 보구나! 더 이상 넘어오면 너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 돌아가랄 때 가라 어! 이 개만도 못한 놈아!
사람의 원초적인 화를 부르는 말들을 서슴없이 쓰고 있었다. 과연 가르딘이 귀족인가를 의심하게 하는 문구들이었다.
사이너스 국왕과 공작들의 심기가 점점 불편해졌다. 보고 있는 다른 귀족들과 병사들도 화가 나고 있었다. 자신들의 국왕을 함부로 부르는 포만무례한 발키리 영주를 응징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 찼다. 당연히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군대의 이동이 더 빨랐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내 말을 계속 씹는구나! 좋다! 이 사실을 알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알려주마! 너희들이 이곳으로 올 때 병사들이 가려웠을 것이다. 그거 누가 그랬을까? 왜 물을 먹자마자 가려웠을까?
“이… 놈!”
결국 참지 못한 사이너스 국왕이 노성을 터뜨렸다. 어찌나 화가 나는지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철저하게 농락한 것이 아닌가! 농락당했다고 느껴진 사이너스 국왕은 뒤를 보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가르딘을 잡아서 사지를 잘라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당장 진군해서 놈을 잡아라!”
“예, 국왕 전하!”
화를 풀기 위해서는 가르딘이라는 제물이 반드시 필요했다. 놈을 죽임과 동시에 카이로만 제국을 흔들어 버릴 것이다.
그 시각 가르딘은 전투준비를 모두 마치고, 발키리 영지의 외곽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었다. 병사들은 이곳까지 나오는 동안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이곳에 나와서야 전쟁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가르딘은 병사들에게 말해 주었다.
“지금부터 전쟁을 치를 것이다. 상대는 우리보다 족히 10배는 많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것인가! 우리의 뒤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곳이다! 이곳을 저 무도한 배신자들에게 넘겨주고 싶은가! 나는 아니다! 나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곳을 지킬 것이다! 그대들을 어떤가!”
오러 마스터이자 귀족인 가르딘이 먼저 선두에 나서서 그들에게 말을 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지킨다는 그 말이 와 닿았던가! 병사들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들이 지켜야 하는 것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들의 영지였다.
가족들이 뒤에 있었다. 절대 비켜줄 수 없다는 확고한 마음이 자리 잡았다.
“불안해할 필요 없다. 그대들은 그대들이 익힌 것을 제대로만 발휘해 주면 된다. 승산 없는 전쟁이란 없다! 이긴다는 마음과 준비만 있다면 어떤 전쟁이든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알겠는가!”
“우아아아아!”
가르딘과 필리언, 갈라, 유타가 진영을 이곳에서 갖추고 전략 회의를 열었다. 임시적인 막사를 이곳에 설치한 것이다.
“지금쯤 봤겠지?”
“그렇겠지.”
“열 받았을까.”
“너 같으면 안 받았겠냐!”
“확 뒤집어졌으면 좋겠다. 뭐! 눈이 완전히 돌아버리면 금상첨화겠지.”
「가르딘 전기」5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