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6화 〉 [425화]시네마틱
* * *
그렇게 도미닉 경은 모션 캡쳐도 완료하고, 스킬셋도 구성할 수 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도미닉 경의 스킬 [시네마틱]은 별문제없이 통과되었다.
다른 이들의 궁극기가 위기의 상황을 뒤집는 것이라면 도미닉 경의 스킬은 이득을 본 상태에서 그 이득을 굳히는 방향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제 모션과 스킬 문제를 해결했으니, 남은 일은 없는거나 다름없었다.
남은 일이라고 해봤자 고작 출시일을 기다리는 정도였다.
"아마 출시일은 일주일 뒤, 혹은 이주일 뒤가 될 겁니다."
"그렇소?"
도미닉 경은 감독의 말에 반문했다.
"아무래도 히메씨를 섭외해서 언찬트 삼인방으로 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 같으니까요."
"과연."
도미닉 경은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트레일러도 그때쯤 나오는 거요?"
"그렇지요."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면서 1층 로비에서 밖으로 나왔다.
"집까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음. 그렇다면 사양않겠소."
도미닉 경은 굳이 태워주겠다는 감독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이미 30시간 이상을 깨어 있었기에 피곤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감독은 도미닉 경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럼, 출시가 되는 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꼭 한번 해 보시길 바라죠."
"그러겠소."
도미닉 경은 감독과 악수를 나눴다.
...
"돌아왔네?"
도미니카 경이 도미닉 경에게 인사를 건넸다.
"도미닉 경 왔어?"
앨리스 백작 영애도 질 수 없다는 듯 도미닉 경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그저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방으로들어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만큼, 도미닉 경은 매우 피곤한 상태였으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러니까. 어제는 왜 안 들어왔던 걸까?"
도미니카 경과 앨리스 백작 영애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고작 며칠이 지났다고 도미니카 경과 앨리스 백작 영애는 서로 말을 놓고 꽤 친해진 상태였다.
"...설마 여자라도 생겼나?"
앨리스 백작 영애가 무시무시한 얼굴로 말했다.
"그럴 리가. 도미닉 경의 성격을 잘 알면서 말이야."
도미니카 경이 고개를 저었다.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평행세계의 도미닉 경이었기에 도미닉 경에게 여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인가하는 바로 그게 문제인가?"
"그럴지도."
"도대체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가 뭐길래 도미닉 경을 30시간 이상 붙잡을 수 있었던 거지?"
앨리스 백작 영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버럭 화를 내었다.
"그것도 저렇게 지치게 만들면서까지 말이야."
"글쎄."
도미니카 경은 어깨를 으쓱하며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사실,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의 모습을 보며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앨리스 백작 영애에게 있어선 문제가 되는 모양이었다.
앨리스 백작 영애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어떠한결론을 내린 듯 결연한 태도로 도미니카 경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에 대해 알아봐야겠어."
"?"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하잖아? 그러니 적을 일단 알아야 하는 게 먼저 아니겠어?"
앨리스 백작 영애는 이미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를 적으로 규정하는 듯 날카롭게 말했다.
"뭐, 그러시던가."
도미니카 경은 그런 앨리스 백작 영애의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
"좋아. 같이 가자."
앨리스 백작 영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어디 나가게?"
"시내에. 그런데 나 혼자 나가긴 좀 그러니까, 같이 좀 나가 줘."
앨리스 백작 영애는 저번에 힘을 잘못 쓴 것 때문에 경찰서에 잡혀간 이후로 혼자서 밖에 나가는 것을 꺼렸다.
무엇보다도, 밖에서 한 번 납치 당했던 전적도 있지 않던가.
그런 상황이었으니, 앨리스 백작 영애가 도미니카 경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크게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도미니카 경은 앨리스 백작 영애가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를 꺼냈다.
"도미니아 경은 어쩌고."
"아, 맞다."
앨리스 백작 영애는 도미니카 경의 방에서 새근새근 자는 도미니아 경을 생각했다.
아직 어린 만큼 잠이 많은 도미니아 경이었으나, 일어났을 때 도미니카 경과 앨리스 백작 영애가 없으면 얼마나 당황하겠는가?
어쩌면, 너무 무서운 나머지 울어버릴지도 몰랐다.
"데려가기도 그렇고... 어쩌지..."
앨리스 백작 영애는 고민이 된다는 듯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고민은 그다지 길지 않았는데, 도미니카 경이 묘수를 낸 덕분이었다.
"뭘 걱정해.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되지."
"아."
도미니카 경은 그렇게 말하며 인터넷으로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를 검색했다.
모드 자체는 알파 테스트 때에도 있었던 모양이지만, 베타 테스트가 시작된 이후 잠시 사라졌다가 최근 2.0으로 다시 돌아온 모양이었다.
"게임 모드네. PC로도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는데?"
"PC로?"
그날 저녁, 천국 택배는 두 대의 게이밍 컴퓨터를 도미닉 경의 집으로 배송했다.
물론 인체 공학적인 의자와 책상, 그리고 이런저런 주변용품도 함께.
...
며칠 뒤.
"백작, 백작을 잡아!"
"회유 쿨이야. 아. 죽었다."
"아, 졌네."
"뭐, 난 여기까지."
"뭐? 한 판만 더 해!"
앨리스 백작 영애는 정말 딱 한 판만 하고 일어나는 도미니카 경에게 거의 애원하듯 소리쳤다.
앨리스 백작 영애의 몰골은 상당히 엉망이었는데, 머리는 부스스했고 옷은 백수나 다름없었으며 컴퓨터 주변에는 과자 부스러기와 쓰레기가 가득했다.
누가 보더라도 게임에 빠져 폐인이 되어 버린 모습이었다.
"한 판만 하기로 했잖아."
그에 반해 도미니카 경은 멀쩡했다.
사실, 이 엄청난 모드는 도미니카 경을 끝없이 유혹했으나, 도미니카 경의 놀라운 정신력은 이미 성좌들의 위협도 막아 낼 정도였기에 이 정도의 유혹은 어렵지 않게 이겨 낼 수 있었다.
위의 상황에서 알 수 있겠지만, 이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라는 모드는 아주 중독성이 강했다.
다양한 캐릭터와 다양한 스킬들.
특수 기술에 의존해 몸으로 치고 박는 것보다는 몸이 편하면서도 화려한 이펙트를 바로 볼 수 있는 AOS 모드에 중독되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가차랜드에서 AOS모드가 모드 점유율 45% 이상을 차지하는 이유였다.
그렇게 도미니카 경과 앨리스 백작 영애가 게임을 한 판 더 하느냐 마느냐로 말다툼을 하고 있을 때, 방에서 도미닉 경이 나왔다.
도미닉 경은 평소와 다르게 해적 복장을 입고 있었는데, 도미니카 경은 그게 어떤 복장인지 잘 알고 있었다.
"언찬트 복장이네?"
"응? 언찬트? 어? 해적? 어째서 해적?"
도미니카 경은 한눈에 그것이 해적 기사 도미닉 경 스킨임을 알아보았다.
앨리스 백작 영애는 뜬금없이 해적 복장을 한 도미닉 경을 보며 어리둥절해했다.
"해적 복장을 입다니, 무슨 이유라도 있어?"
"아, 별 건 아니오."
도미닉 경은 머리에 붉은 이각모를 쓰며 말했다.
"오늘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와 언찬트의 콜라보가 있는 날이라서 말이오."
"그렇구나... 응?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
도미닉 경은 앨리스 백작 영애의 반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이번에 마침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에 출전하게 되어 말이오."
"언찬트라. 오랜만에 들어 보는 이름이네."
도미니카 경이 언찬트라는 말에 추억에 잠겼다.
정확하게는 도미닉 경 버전의 언찬트를 머릿속에서 생각했다.
해적 기사, 닌자, 프로토타입안드로이드가 연구실을 탈출하려는 이야기.
이 게임은 도미닉 경이 1성에서 2성으로 올라가도록 해준 인디 게임이기도 했고, 히메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게임이기도 했으며, 제로를 통해 동생인 레미를 찾을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언찬트라는 게임은, 도미닉 경에게 있어서 가차랜드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그런 기념적인 게임과 콜라보를 했으니, 이렇게 분장에 힘이 쫙 들어가 있는 거겠지.
"잠깐만, 그럼 거기까지 어떻게 가게?"
도미니카 경이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도미닉 경에게 물었다.
"걸어가려고 했소만... 무언가 좋은 제안이라도 있소?"
"있지."
도미니카 경이 도미닉 경에게 꽤 재미있는 제안 했다.
"네가 가진 비행선 있잖아. 그거 도색을 해적들이나 쓸 법한 검은 바탕에 흰 해골을 그려서 타고 나타나는 거야. 그럼 더 멋지지 않을까?"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도미니카 경의 말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했다.
"그렇겠구려. 하지만 지금 시간이 급해서 말이오. 도색 재료를 사러 가기엔 시간이 좀 부족하지 않겠소?"
"뭘 고민하고 있어?"
도미닉 경의 고민은 합리적이었지만,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의 말을 일축하며 이렇게 말했다.
"창고를 찾아보면 도색 키트가 있을 거야. 우리 보상 받으면 언제나 다 확인하지 않으니까, 보상 중에 도색 키트 하나쯤은 있겠지."
도미니카 경의 말은 그럴싸하게 들렸다.
"과연. 한 번 찾아봐야겠소."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창고로 향했다.
그리고 정말 도색 키트 몇 개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거, 하늘이 우릴 돕는 기분이로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도색 키트로 비행선을 칠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도미닉 경의 집에서 무시무시한 해적 비공정이 떠올라 위엄 넘치는 비행을 선보였다.
그 목표는, 바로 블랙 그룹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