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2화 〉 [341화]이벤트 : 스토리
* * *
"다녀왔소."
도미닉 경은 이른 아침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응? 뭐야.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도미니카 경은 어젯밤 들어오지 않은 도미닉 경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를 물었다.
"별 건 아니오. 히메 공과 좀 각별한 시간을..."
도미닉 경은 어젯밤 있었던 일을 설명하려다가 문득 말이 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흠? 각별한 시간?"
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의 말실수를 물고 늘어졌다.
"아니, 그러니까 밤새 뜨거운... 아니, 갈 데 까지 간"
도미닉 경은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말이 자꾸 헛나오기 시작했다.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밤새 뜨거운 열정으로 연습하다가, 모히칸들과 치킨 게임을 한끝에 갈 데까지 갈 만큼 했다는 뜻이었지만 이미 말이 꼬여 버린 도미닉 경은 그렇게 조리 있게 말할 수가 없었다.
"뭐, 이해해. 우리도 성인이잖아? 그럴 수도 있지."
도미니카 경은 건수를 잡았다는 듯 도미닉 경을 놀리기 시작했다.
도미닉 경은 평소에 꽤 완고하고 재미없는 사람이었으니, 이럴 때가 아니면 놀릴 기회도 없었으니까.
도미닉 경은 그런 도미니카 경의 행동에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내 말을 돌리려는 듯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새롭게 나온 스토리 모드가 있더구려."
"왜 말을 돌릴까?"
"이번에 연습하면서 느낀 건데"
"느껴? 뭘 느껴?"
"...그만 좀 하시오, 좀!"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의 말에 버럭 화를 냈다.
평정심으로 유명한 도미닉 경이 이토록 화를 내는 장면은 마족을 목격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이크."
도미니카 경은 자기가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양손을 들어 올렸다.
더 이상 이 이야기를 끌고 갈 생각이 없다는 표시였다.
"...미안하오. 화낼 만한 일은 아닌데 말이오."
"좋아, 좋아. 제대로 들을 테니 계속 말해 봐."
도미닉 경이 먼저 사과를 내뱉자,도미니카 경은 도미닉 경을 달래듯 그리 말했다.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자기가 먼저 실수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갔다.
"아무튼, 이번에 연습하면서 느낀 건데 아무래도 이벤트 스토리 모드를 깨는 것이 연습에도 도움이 될 것 같소. 팀 연습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연습하기엔 이벤트 스토리 모드만큼 좋은 것이 없어 보이오."
도미닉 경은 여기까지 오면서 했던 생각들을 내뱉었다.
"알다시피 팀이 모이긴 했지만, 각자 할 수 있는 시간대가 조금씩 다를 수 있잖소. 그러기 위해선 따로 연습할 것이 필요한데, 이벤트 스토리는 딱 이런 상황에 적합해 보이오."
"그렇긴 하지. 애초에 이런 느낌입니다. 라고 알리려는 것처럼 되어 있었으니까."
"...있었다니, 왜 과거형이오?"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의 말에 의문을 내뱉었다.
"뭐, 그야... 난 벌써 이벤트 스토리 모드를 깼으니까?"
"...?"
도미닉 경의 얼굴에 의문이 가득 들어찼다.
"어째서 혼자 간 거요?"
"뭐, 도미닉 경 네 말이 맞아. 나도 이번에 팀에 들어간 김에 연습이 필요하다고 여겼거든."
"누구 팀이오?"
"츠키. 히메 동생 분."
"아."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벌써 팀을 정했는지는 몰랐지만 팀을 선택한 것 자체는 그리 이상할 것은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벌써 이벤트 스토리 모드를 깼다니. 꽤 당황스럽소."
"뭐, 언제까지고 같이 할 필요는 없잖아? 너랑 나는 같은 개체지만, 또 다른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것도 그렇소."
도미닉 경은 도미니카 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니카 경의 말대로, 둘이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은 행동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이렇게 서로가 하고 싶은 일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겠지.
"끙. 혹시라도 안 했더라면 같이 하자고 하려고 했건만, 이미 했다니 어쩔 수 없구려."
"뭐, 이번 이벤트 스토리는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도미닉 경 혼자서 한 번 도전해 봐."
"그래야겠소."
도미닉 경은 오랜만에 이벤트 스토리를 혼자서 깨보려는 생각을 가졌다.
생각해 보면 사건이나 사고를 혼자서 해결한 적은 많았지만, 스토리를 혼자서 깬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도미닉 경은 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어디 가게?"
도미니카 경은 들어오자마자 다시 일어선 도미닉 경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왕 말이 나온 김에 가는 것이 좋지 않겠소?"
도미닉 경은 생각이 난 김에 바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보다는 바로 도전하는 것이 도미닉 경의 성격에도 더 잘 맞았으니까.
"뭐, 그럼 다녀와. 아니지. 나도 슬슬 일어나야겠네."
"도미니카 경도 푹 쉬시오."
"푹 쉴 수는 없지. 오늘 연습이 있거든."
"그러니까 하는 말이오. 잠재적 적이 될지도 모르는데 열심히 하라고 할 순 없잖소?"
"...이거 한 방 먹었네."
도미닉 경과 도미니카 경은 서로 덕담을 나누며 헤어졌다.
도미닉 경은 이벤트 스토리 모드로, 도미니카 경은 츠키가 있는 곳으로.
...
도미닉 경은 오랜만에 스토리 모드 로비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 4지역까지 해결해 놓고는 잊어버린 곳이었다.
"어디 보자... 이벤트... 이벤트... 아, 저기군."
도미닉 경은 이벤트 스토리를 어디서 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두 개의 증기 기관차 모형이 있는 곳을 발견했다.
아마 저기가 이벤트 스토리로 가는 곳이리라.
"어서 오세요! 이벤트 스토리, '레드 애로우 VS 아이언 샤크'를 즐기러 와주세요!"
도미닉 경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그곳은 이벤트 스토리로 가는 곳이었고, 역시나 몇몇 사람들이 나와 이벤트를 홍보하고 있었다.
알파 때와 다른 점은 홍보를 하는 이들이 코더들이 아니라 행정부의 공무원들이라는 점이었다.
도미닉 경은 이벤트 스토리 모드를 발견한 김에 바로 그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중간에 의외의 인물을 하나 만나게 되었다.
"...?"
"...!"
쫀득쫀득한 볼. 말랑말랑한 팔다리. 짧은 2등신의 몸매.
바로 용사와 마왕이었다.
도미닉 경은 바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용사와 마왕이 있다는 건, 바로 주변에 두 사람이 더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도미닉 경?"
"으음? 여긴 무슨 일이지?"
도미닉 경의 예상은 정확해서, 도미닉 경은 주변에 있던 참모장과 행정관을 볼 수 있었다.
"당신들도 이벤트 스토리를 깨러 온 거요?"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참모장이 도미닉 경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그 말인 즉, 너도 이벤트 스토리를 보러 온 것이겠지?"
"그렇소."
도미닉 경은 참모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도미닉 경은 힐끗 마왕 뚜 르 방과 용사 뽀 르 작을 바라보았는데, 그들은 아주 작은 기차 장난감에 탄 채 볼을 빨갛게 상기시키며 뿌뿌거리고 있었다.
그, 아이들을 위한 탈 것들 말이다.
"...그렇다면, 너도 이번 레이스에 참가하는 건가?"
"너도라고 함은, 당신들도 참가하오?"
도미닉 경은 참모장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참모장은 도미닉 경의 날카로운 반문에 입을 잠깐 다물었다가, 이내 그 사실을 긍정했다.
"그렇다. 우리 마왕님께서는 아직 한창 자라시는 분. 원래 한창 자랄 땐 추억을 쌓는 것이 가장 좋은 법이지."
"그러니까 추억을 쌓으려고 레이스에 참가한다는 말이오?"
"그렇다니까."
도미닉 경은 참모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말하는 것을 보니, 마왕은 확실히 레이스에 참가하는 모양이었다.
마왕이 참가한다는 말은, 용사도 비슷한 이유로 참가한다는 뜻이겠지.
도미닉 경은 다시 한번 마왕과 용사를 바라보았다.
뿌뿌거리며 움직이는 장난감 기차 위에서, 마왕과 용사는 아주 상기된 표정으로 양팔을 들어 올려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선로가 없는 곳에서 움직이다 보니 움직임도 제멋대로였지만, 장난감 기차는 적당히 느린 탓에 참모장과 행정관이 약간만 신경 쓰면 움직임도 조절이 가능했다.
마왕 뚜 르 방과 용사 뽀 르 작은 오히려 그런 불규칙적인 움직임이 더 재밌다는 듯 더욱 즐거워할 뿐이었지만.
"고생이 많구려."
"뭐, 우리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
도미닉 경의 말에 이번엔 참모장이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말로 마왕님의 충직한 신하처럼 보이는 모습.
도미닉 경은 참모장을 바라보았다.
참모장의 시선은 마왕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정확하게는 뿔에 달아 놓은 테니스 공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마왕이 너무 격하게 만세하다가 뿔 끝을 감싸던 테니스 공이 떨어지자마자, 참모장은 그 테니스 공을 주워 다시 마왕의 뿔에 꽂아주는 일을 반복했다.
아무튼, 도미닉 경은 저렇게나 무해해 보이는 말랑말랑한 둘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마왕과 용사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지만, 일단은 이벤트 스토리가 먼저였으니까.
마왕과 용사, 참모장과 행정관도 이벤트 스토리를 보러 온 것 같지만 지금은 바쁜 것 같으니, 도미닉 경은 인사하고 이 자리를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그럼 일단 먼저 이벤트 스토리를 하러 가겠소. 행복한 추억만 가득하길."
"!"
"!"
도미닉 경은 장난감 기차를 타고 노는 마왕과 용사에게 다가가 작별 인사를 건넸다.
마왕과 용사는 갑자기 도미닉 경이 나타나자 깜짝 놀랐으나, 이내 도미닉 경의 인사에 양팔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아주 예의가 바른 마왕과 용사였다.
"일단 먼저 가겠소. 아무래도 일이 바쁜 것 같으니."
"아, 그래. 먼저 가도록."
도미닉 경은 마왕과 용사에게서 멀어지며 행정관 옆을 지나쳤다.
그리고 행정관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는 이벤트 스토리 로비로 향했다.
이제 정말 이벤트 스토리를 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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