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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269화 (269/528)

〈 269화 〉 [268화]우리에게도 권리가 있다.

* * *

도미닉 경은 환한 미소와 함께 간부를 향해서 말했다.

"저 자를 흠씬 두들겨 패달라는 의뢰받아서 말이오."

그 말이 너무 황당한 나머지 간부와 마간은 순간 뇌가 멈춘 느낌이었다.

마간의 처지에서는 멋지게 등장해 자기를 구해주려는 구원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사실은 누군가의 청부를 받은 청부업자였다.

간부와 마간 모두 말없이 도미닉 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간은 멍한 눈으로, 간부는 무언가 확인한다는 느낌으로.

"...설마 기사도를 숭상하는 기사가 이런 협잡질을 할 줄은 몰랐는데."

간부는 입술을 혀로 핥으며 도미닉 경의 심중을 떠보았다.

"뭘 원하는 거지?"

"거기 그 남자."

도미닉 경은 손을 뻗어 마간을 가리켰다.

"거기 있는 남자를 넘겨주면 그냥 가겠소."

"그건 안 돼."

간부는 고개를 저었다.

"알다시피 저놈은 우리에게 돈을 빌린 채무자야. 돈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저놈의 신변은 우리 거라고. 우리에게 권리가 있어."

"이거 참 아이러니하군."

도미닉 경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간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그늘이 살짝 지면서 사나운 눈빛이 더욱 도드라졌다.

"나도 권리가 있소. 그의 부모가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대신, 그를 훈육할 기회를 내게 넘겨줬지."

"채무를 갚는다고?"

간부는 어이가 없다는 듯 비웃음을 날렸다.

"빌린 돈이 얼마나 될 줄 알고?"

"뭐, 그건 그들이 알아서 하겠지."

도미닉 경은 검과 방패를 꺼내 들었다.

협상이 결렬이 된다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무언의 경고였다.

"그래서, 저 남자를 내게 넘겨 주시겠소?"

"..."

간부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엄지로 꾹꾹 눌렀다.

그녀는 양산박의 간부로서, 도미닉 경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만큼 양산박과 도미닉 경의 악연은 짧지만 깊고 두꺼웠다.

비록 이 간부는 고위 간부는 아니고 고작 간부 중에서도 말단이었지만, 모든 양산박의 인원이 그렇듯 그녀도 도미닉 경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간부는 뒤로 한 발자국 빠지며 도미닉 경을 노려보았다.

도미닉 경은 아직 3성이었으나, 자체적인 스펙과 다양한 경험이 합쳐져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아니, 오히려 양산박에서 도미닉 경을 이길 수 있는 이조차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나마 무력에 자신이 있는 검사도 정정당당히 도미닉 경과 싸우면 무승부거나 아슬아슬하게 자기가 유리하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검사는 현재 결투 룰인 10분 내에 결판이 나지 않을 경우 판정으로 승부를 가린다는 가정하에 한 말이었다.

제한 없이 싸운다면 반드시 자기가 이길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으나, 자세한 설명도 없이 아랫사람들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아차리겠는가?

그런 사실들이 이 여간부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며 여간부는 방금 전의 당당한 태도에서 약간은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도미닉 경과 간부의 대치는 꽤 길게 이어졌다.

간부는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해결하려고 머리를 굴렸다.

그녀의 동공이 그녀의 생각을 대변하듯 빠르게 굴러다녔다.

"아."

그때, 여간부는 문득 도미닉 경의 말에서 활로를 찾았다.

도미닉 경의 말에는 빈틈이 있었다.

여간부는 위축된 모습에서 다시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체크메이트.

여 간부가 생각하기에 이 수는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치명적인 빈틈이었다.

"도미닉 경의 권리는 나도 인정하겠어."

"그럼 당장 그 남자를 넘기­"

"하지만 도미닉 경은 이 남자를 때릴 권리만 얻었잖아? 그 어디에도 도미닉 경이 이 남자를 데려가야 한다는 권리는 없는걸?"

여 간부가 눈을 실처럼 가느다랗게 뜨며 히죽거렸다.

"이 남자를 때리는... 그래. 말이 좀 너무하지. '훈육'할 권리는 넘겨주지. 하지만 이 남자는 빚을 다 갚을 때까지 우리가 데리고 있을 거야."

여간부는 허리춤에 양팔을 올리고 가슴을 활짝 폈다.

그리고 상체를 젖힌 채 도미닉 경을 내려다보듯 쳐다보았다.

"우린 법정 이자도 지켰고, 사업자 신고도 했어. 불법으로 신고해도 걸릴 것이 없다는 거지. 체크메이트. 이견 있어?"

"..."

방금 전까지 간부가 있는 머리 없는 머리 다 짜내어 활로를 찾았다면, 이제는 도미닉 경의 차례였다.

도미닉 경은 여간부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여간부의 말은 도미닉 경이 생각하기에 빈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과연. 말의 빈틈을 찾아 찌른 건 치명적이오. 인정하겠소. 당신은 꽤... 성가시군."

도미닉 경은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며 검을 집어넣었다.

"당신의 말 대로, 내게 있는 권리는 그 남자를 때릴 수 있는 권리요. 데려갈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사실상 도미닉 경의 항복 선언.

양산박의 간부는 페도라를 눌러쓰며 애써 웃음을 참았다.

승리의 웃음을 터뜨리는 건 지금이 아니었으니까.

괜히 웃었다가 도미닉 경을 자극하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간부는 그렇게 생각하며 최대한 웃음을 참았다.

"좋아. 그럼 이제 서로 갈 길 가자고. 시간이 좀 지체되었거든. 이게 다 돈이야."

간부는 빨리 이 장소를 벗어나려는 듯 옷깃을 여미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듯, 떠나려는 간부를 붙잡으려고 외쳤다.

"잠깐."

"...왜?"

간부는 도미닉 경이 갑자기 부르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다.

이미 모든 것이 정리되었는데 또 뭐가 남아 있단 말인가?

"방금 전 당신이 말했잖소. 내게는 그를 때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아."

간부는 도미닉 경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렸다.

"그러니까, 그 권리를 지금 쓰려고 하는 거야?"

"물론이오."

도미닉 경은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 팔짱을 끼고 간부를 바라보았다.

도미닉 경의 시선은 마치 강렬한 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어서, 만일 거절이라도 한다면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만 같았다.

"...좋아."

간부는 어쩔 수 없이 옆으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도미닉 경이 직접 가서 마간을 때릴 수 있도록 길을 비켜준 것이다.

간부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꽤 객관적인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녀의 능력으로는 도미닉 경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고맙소."

도미닉 경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마간에게 다가 갔다.

"어째서... 어째서?"

마간은 현재 심각할 정도로 패닉에 빠져 있었는데, 아마 그의 아버지 칸쿠 무사가 도미닉 경에게 마간을 손봐달라는 의뢰를 준 것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도미닉 경이 한 걸음 한 걸음 마간에게 다가 갔다.

도미닉 경의 머리 뒤로 비치는 역광이 만들어낸 그림자는 도미닉 경보다도 더 빠르게 마간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에 드리웠다.

저벅. 저벅. 저벅.

고작 스무 걸음에서 스물다섯 걸음 사이.

짧다면 짧을 수도, 길다면 길 수도 있는 그 거리에서 마간은 도미닉 경이 다가오는 소리가 천둥보다도 더 크게 들린다고 생각했다.

"자, 잠깐! 뭔가 착오가 있는 것이 분명해! 아버지가 그럴 리가 없어! 자상하신 아버지가 그럴 리가 없다고!"

마간은 이 순간을 부정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당장 멈춰! 멈추지 않으면, 멈추지 않으면­"

마간은 도미닉 경을 향해서 분노를 내비쳤다.

그가 의뢰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마간이 이렇게 처량하게 빌 일도 없었지 않은가?

그러나 도미닉 경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제발. 날 아버지에게 데려가 줘.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면 분명히 그 의뢰를 취소하실 거야."

마간은 도미닉 경에게 제안 했다.

그러나 도미닉 경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 아버지도 이런 나를 때려서라도 정신 차리게 하고 싶으셨겠지."

마간은 점점 더 다가오는 도미닉 경을 보며 체념했다.

당연하게도 도미닉 경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좋아. 좋다고. 난 준비 되었어. 있는 힘껏 때리도록 해. 아니, 하세요."

마침내 마간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팔을 활짝 펼쳐 어디라도 맞을 수 있도록 했다.

마간은 도미닉 경이 고작 다섯 걸음 정도 떨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곧 있을 고통에 대비라도 하려는 듯이 말이다.

퍽. 하는 소리가 좁은 골목길에 메아리치듯 퍼졌다.

"...?"

그러나 도미닉 경의 주먹이 마간에게 닿은 것은 아니었다.

마간은 아무리 기다려도 방금 전 퍽. 하는 소리만 들렸을 뿐 고통이 없자, 슬쩍 실눈을 뜨고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살짝 뜬 눈은 이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떠졌고, 마간의 머리가 잠시 일을 멈추었다.

"왜, 왜?"

마간이 본 광경은, 간부에게 있는 힘껏 방패를 휘두르고 있는 도미닉 경의 모습이었다.

...

방금 전, 도미닉 경은 천천히 마간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길을 비켜준 양산박의 간부의 옆을 지나가는 그 순간­

도미닉 경은 양산박의 간부에게 방패를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그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한 간부는, 도미닉 경의 방패에 달린 장비 효과, 방패로 타격시 기절로 인해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왜, 왜?"

간부는 갑작스러운 도미닉 경의 기습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맞은 부위를 부여잡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미닉 경이 자기를 공격할 이유가 없었기에 이 기습 공격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런 간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미닉 경은 간부에게 다가 갔다.

"당신의 권리를 침해할 생각은 없소. 그리고 내 권리를 확대 해석할 생각도 없소."

"그, 그럼 어째서...?"

간부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그런 간부의 모습을 내려다보던 도미닉 경은, 몸을 숙여 주저앉은 간부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다.

"그런데 말이오. 양산박과 내가 이렇게 서로 양보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가?"

간부는 그 말에 얼굴의 핏기가 싹 사라졌다.

녹슬고 고장 난 기계처럼 삐걱거리며 도미닉 경을 바라보는 간부.

그런 간부의 눈에 비친 도미닉 경은, 섬뜩하고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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