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57화]청문회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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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 노트]
[이벤트 패치]
[이벤트 : 가차랜드 총선거]
가차랜드의 선거는 언제나 노력하는 자에게 미소 짓는 법입니다. 모두에게 기본적으로 한 표를 드리며, 총선 기간 동안 스테이지를 돌 때마다 추가적인 투표권을 얻으실수 있습니다.
당선된 의원에게 투표하신 분들 중 가장 많은 표를 투표한 만 명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돌아갑니다! (한 명의 의원 당 1만 명.)
평등한 선거에 위배된다구요? 가차랜드의 투표란 이런 겁니다.
[이벤트 : 평행세계]
선거에 필요한 표가 부족하시다구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평행세계에서 또 하나의 당신이 찾아옵니다!
하나의 표보단, 두 장의 표가 더 나은 법이죠.
비록 당신과 평행세계의 당신의 성향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게 또 재밌는 거 아니겠습니까!
[새로운 지역]
[밀림의 왕 콩가(레이드)]
마침내 밀림의 왕 콩가의 흥겨운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블린 머리의 랩터를 태운 오크 래퍼를 피처링하는 트리케라톱스와 랩 배틀을 펼치고, 음악의 거장 밀림의 왕 콩가와의 음악 대결에서 승리를 쟁취하세요!
[타락한 의원(레이드)]
아군일 때 그는 비열하고 사악한 의원으로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려고 했으나, 적이 된 지금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엉망진창인 양산형 보스가 된 의원을 처치하고 희귀한 보상을 얻어보세요!
[밸런스 패치]
[★★ 도미닉 경][3코스트]→[★★ 도미닉 경][5코스트]
※도미닉 경이 인사할 때, 방어 관통력 15%
최근 가성비 끝판왕으로 불리는 탱커는 우리의 예상보다 더 인기가 많았습니다.
아직 가챠 풀에 들어가지도 않은 캐릭터가 이렇게나 인기가 많은 것은, 컨셉과 성능 모두 출중하면서도 초반에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대로 도미닉 경이 출시되면 거의 모든 카드풀에 도미닉 경이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적당한 타이밍에 들어갈 수 있도록 코스트를 너프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도미닉 경의 스탯이 너무 높아 탱커로서의 가치가 흐려질 것이라고 판단, 방어 관통력을 과감하게 너프시켰습니다.
이제부터 도미닉 경이 방어구를 입은 이들을 상대할 때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버그 패치]
·가수 뉴웰러 케이브가 3 번째 곡을 부르지 않던 버그를 수정했습니다.
· 검은학자가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하던 버그를 수정했습니다.
· 검은학자가 하루에 다섯 편의 소설을 쓰던 버그를 수정했습니다.
도미닉 경은 시내에 있는 카페에서 옥수수 수염차를 마시며 이번에 나온 패치 노트를 읽었다.
이름이 신기해서 시켜본 이 차는 페럴란트에서 자주 먹던 나무뿌리 맛이 났다.
추억이 떠오르는 맛을 음미하며 도미닉 경은 어제 있었던 청문회에 대해서 생각했다.
가차랜드는 참 이상한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
'어제 청문회에서 근접 딜러 연합 소속 의원 트롬의 비리가 공개되었습니다. 트롬 의원은 양산박과 거래, 여론 조작, 그리고 뇌물 수수 혐의로 고발되었습니다.'
어딘가에 라디오가 있는 것일까.
가차랜드의 모든 방송 매체에서는 온종일 트롬의 비리에 대해서 보도하고 있었다.
"이미 보스가 되어 벌을 받는데, 이렇게 할 필요가 있소?"
도미닉 경은 반대편에 앉은 근육질의 남성에게 물었다.
빅 머슬만 의원이었다.
"각 차원마다 예절이 조금씩 다르듯, 가차랜드에는 가차랜드만의 예절이 있는 법이죠."
빅 머슬만은 자기 물통을 꺼내 프로틴을 가득 탄 미지근한 물을 들이키며 환하게 웃었다.
"가차랜드에서 가치는 중요한 법입니다. 이제 그는 보스라는 가치를 가지게 되었죠."
다시 프로틴 음료를 한 모금 마신 머슬만은 책상에 조심스럽게 물통을 내려놓았다.
물통이 얼마나 무겁던지 책상이 순간 물통이 있는 쪽으로 살짝 기울었다.
"보스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강력함? 컨셉? 아니면 기믹?"
"보스의 가치는 인지도를 얻어 잘 잡히는 거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오?"
도미닉 경이 선수를 쳐 말했다.
머슬만은 그 하얀 이빨을 반짝이며 박수를 쳤다.
"그런 셈이죠. 이제 가차랜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신 모양입니다."
도미닉 경은 어제의 광기를 기억했다.
자신에 대한 너프안이 확정되기까지 트롬은 무려 13번이나 잡혔다.
그런데도 부활하고, 다시 부활하고... 어쩌면 트롬은 자신이 겪은 죄를 다 씻어냈을지도 모를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었다.
"가치가 사라지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 가차랜드의 근본이지요."
도미닉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머슬만은 도미닉 경의 지속적인 질문에 짜증이 날만도 하지만 오히려 그는 도미닉 경을 마음에 들어했다.
탱커라면 모름지기 여러 분야에서 향상심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모르는 것을 알고자 노력하는 도미닉 경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우리 탱커 노조에 가입할 생각 있으십니까?"
머슬만은 은근슬쩍 운을 떼었다.
"10년. 아니, 5년이면 의원직에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런 말 마시오. 어제 겪어 봤더니 정치는 어지러워 도저히 할 일이 못 된다는 걸 알았소."
도미닉 경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얼마나 표정이 일그러졌는지 안대 아래에 찌푸린 표정이 그대로 보인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도미닉 경은 정치는 알 수 없는 것이라며 투덜거리다가 문득 무언가 궁금한 점이 생겼는지 화제를 돌렸다.
"또 하나 궁금한 것이 있소."
"얼마든지 물어보시죠."
도미닉 경은 문득 떠오른 어제의 광경을 돌이켜보며 의문을 표했다.
"어제 의원들의 광기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소. 정치란 원래 그런 거요?"
"아."
머슬만은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그런 일은 드물긴 합니다만, 다들 제정신은 아니긴 하지요."
저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라며 자조적으로 웃은 머슬만이 말을 이었다.
"의원이 되려면 최소 4성 이상이어야 합니다. 사실 원래 법률은 성급 제한이 없습니다만..."
머슬만은 먼 과거를 회상하는지 눈을 감고 나직이 말했다.
"가차랜드는 할게 많아 보이지만, 뜻밖에 궤도에 오른 사람들은 오히려 할 게 없는 법이죠. 그런 잉여 인간이 되는 기준점이 4성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시간 때우라고 만든 임시직이 의원직이죠. 시간 남으면 일좀 도와라, 뭐 그런 느낌으로 뽑기 시작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머슬만은 다시 물통을 들어 안에 든 내용물을 한 모금 마셨다.
"생각해 보니 트롬도 오해했던 것이, 가차랜드의 의원직은 권력과 거리가 멉니다. 워낙 다른 부서들이 일이 많으니 일부를 저희가 대신 해주긴 하지만 의원직이라는 게 사실 얼굴마담이나 다름없단 말이죠. 애초에 총선 자체가 인기 투표에 가깝다 보니..."
머슬만은 말을 흐렸다.
말하고 보니 좀 머쓱해진 탓이었다.
"말이 좀 많았군요. 아무튼, 그렇게 심심함에 젖어 있는 탓에, 무언가 재밌는 게 나타나면 너나 할 것 없이 컨텐츠에 진심을 담는 편입니다. 하도 컨텐츠가 귀하다 보니 과도한 경향은 있지만, 원래 모습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머슬만은 최대한 의원들에 대해 실드를 치고 싶었으나, 정작 생각해 보니 원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머슬만은 정정하는 것을 포기하는 그대로를 이야기했다.
"그렇군요. 뭐, 의원들은 모두 제정신은 아닌 모양입니다."
또다시 머쓱해진 머슬만은 헛기침하며 살짝 변론을 넣었다.
"뭐, 가차랜드는 정상인 사람이 비정상이고 비정상인 사람이 정상인 곳이니까요."
도미닉 경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차랜드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 멀쩡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아무튼, 저희는 모든 목표를 이룬 셈이군요."
머슬만이 화제를 돌렸다. 아무래도 계속 화제를 유지했다간 논란이 될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당신의 너프를 어느 정도 컨트롤 하는 데도 성공했고, 트롬을 혼내주는 것도 성공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탱커의 부흥을 위해 당신을 스타로 만드는 것이죠."
"그 말 진심이었소? 난 당신이 도청을 교란하기 위해 대충 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리가요."
머슬만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툭 튀어나온 눈썹뼈와 움푹 파인 눈이 합쳐져 그늘이 졌다.
"탱커의 부흥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반의반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5%. 5%까지만 올라와도 가차랜드의 풀이 넓어질겁니다."
도미닉 경은 그늘진 눈 속에서 이글거리는 열정을 보았다. 마치 불꽃 같은 열정이 타오르고 있었다.
"탱커들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어딘가 사람들을 주목하게 하는 힘이 있어요. 그 힘을 제대로 쓸 줄 알게 된다면 탱커의 부흥은 일도 아닙니다."
머슬만은 책상에 기대어 상체를 도미닉 경에게 숙였다. 책상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뻔하면서 머슬만도 미끄러졌으나, 그는 공중에 턱을 괸 자세를 취하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말했다.
"그러니 탱커 노조 측은, 당신에게 응원과 후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혹시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전화하세요. 노조 측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그는 도미닉 경에게 자기 명함을 넘겨 주고 떠났다.
[★★★★☆ 빅 머슬만 (23세)][10코스트]
23세구나.
순간 그냥 넘어갈 뻔했으나, 도미닉 경은 다시 명함을 바라보았다.
23세. 도미닉 경은 그가 40대는 되는 줄 알았으나 뜻밖에 젊은 사람이었다.
도미닉 경은 그 혼란스러움에 순간 현실을 도피하고 말았다.
열정이 가득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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