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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9화 (49/528)

〈 49화 〉 [48화]패치 청문회

* * *

도미닉 경은 가격을 지급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자기 집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 건축물은 차원의 너머에 있기에 비전투 상황이라면 언제라도 들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죠. 게다가 가차랜드의 물건들은 비싼 만큼 그 값을 충분히 만족시킵니다. 행정부에 가셔서 게이트를 지정하시면 약간의 크레딧으로 어디든 가실 수 있어요."

공인중개사는 도미닉 경이 산 건물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며 계속 집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마침 이 말을 끝마치자마자 로딩창이 뜨더니, 이내 주변의 환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직사각형으로 그려진 은은한 노란색 선의 안쪽에 사진으로 본 건물이 있었다.

앞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고, 그 강을 넘어갈 수 있는 돌다리가 있었다. 그 너머에는 강을 따라 세워진 돌 울타리가 있었으며 그 너머엔 넓은 마당이, 그리고 그 마당을 지나면 바로 2층으로 된 아늑한 집이 있었다.

돌과 나무로 지어진 중세 장원 풍의 집은 옆에 창고와 탑이 붙어 있었는데, 창고에선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었고, 탑엔 풍차가 회전하고 있었다.

집과 입구 사이는 화강암이 깔린 길이 나 있었으며 집 뒤편에는 나무가 빽빽이 자라난 산이 보였다.

"이제부터 여기가 당신의 집입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물론이오."

도미닉 경은 자기 집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로 이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담았다.

"혹시라도 나중에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공인중개사가 무언가를 조작하자 중세 장원 풍의 건축물들이 동양풍의 건축물로 변했다. 또 한 번 조작하자 이번엔 장원 풍인 것은 같았으나 창고에 굴뚝이 생겼고, 풍차가 시계탑이 되었다.

"이 건물은 하우징에 진심인 사람들이 찾는 건물이라, 이런 것들도 가능합니다. 비싼 만큼 다른 건물 세네 채의 몫을 하는 법이죠. 게다가 원하신다면 새로운 건축물을 넣거나 뺄 수도 있습니다. 다른 건물은 건물 내부만 하우징 가능하지만 비싼 만큼 추가적인 하우징 요소들로 가득하죠."

도미닉 경은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 건물이 마음에 들었다.

"이 차원을 나가고 싶으시다면 여기 이곳을 누르시면 됩니다."

공인중개사는 강 너머 은은한 노란 선 밖에 있는 숲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미닉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이 집은 당신 겁니다. 다음에도 좋은 거래로 만났으면 좋겠군요."

공인중개사는 도미닉 경을 이곳에 두고 사라졌다. 이제부터는 남의 집이었으니 잘못하다간 주택 침입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도미닉 경은 공인중개사가 간 줄도 모르고 자기 돈으로 산, 자기 소유인 첫 집을 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제부터 여기가 내 집이란 말이지."

도미닉 경은 기사로서 자기 영지나 장원이 있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농노 출신의 기사로서 척박한 페럴란트의 다른 귀족 기사들을 제치고 땅을 하사받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항상 도미닉 경의 마음속에는 기사다운 집을 하나 가지고 싶다는 갈망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오늘 그 소원을 이룬 것이다.

감격에 차오른 도미닉 경은 강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 마당으로 향했다.

[새로운 주거지가 확인되었습니다. 여기를 메인 주거지로 설정하시겠습니까?]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창.

도미닉 경은 이 감동을 깨는 무뢰한 창을 바라보고는 아무 곳이나 눌러 창을 껐다.

그리고 다시금 자기 집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오기 전까지 말이다.

"실례합니다. 도미닉 경의 집인가요?"

도미닉 경은 누군가가 다리 너머에서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고개를 돌린 도미닉 경은 눈을 의심했다.

하얀 날개를 가진 천사가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부리고 있었으니까.

"혹시 도미닉 경입니까?"

천사가 강 건너에서 물었다.

"그렇소."

도미닉 경은 다시 다리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볼일이 있어 찾아온 모양이었다.

"아니, 집을 이제야 구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천사는 머리 위에 모자를 고쳐 쓰며 말했다. 모자엔 천국 택배라는 글자와 함께 날개 달린 택배가 그려져 있었다.

인상을 찌푸린 천사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우편물을 전달해야 하는데 주소가 없어서 한참을 찾았잖습니까."

천사는 조심스럽게 보따리를 내렸다.

"여기 지금까지 밀린 것들이구요, 이 쪽에 수령했다고 서명해주시면 됩니다."

도미닉 경은 천사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서명했다.

서명을 확인한 천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모자의 끝을 잡고 도미닉 경에게 인사했다.

"천국 택배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이용해주세요."

그렇게 말한 천사는 숲길을 통해 사라졌다.

이 일련의 상황에 놀란 도미닉 경은 남은 보따리를 바라볼 뿐, 집을 확인하려던 생각이 싹 사라지고 말았다.

"이게 다 뭘까."

도미닉 경은 보따리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겉에는 취급 주의, 개봉주의, 파손주의 등의 주의문구가 달려 있었다.

도미닉 경은 주의에 적힌 대로 조심스럽게 보따리를 펼쳐보았다.

그리고 보따리에서 쏟아지는 물건들에 휩쓸려 파묻히고 말았다.

[1­1 클리어 보상­]

[1­1 퍼펙트 보상­]

[1­2 클리어 보상­]

[성좌 백수의 거인이 당신에게­]

[연맹 클랜에서 알려드립­]

도미닉 경은 보따리에서 쏟아지는 홍수 속에서 이리저리 구르고 있었다.

시스템 창이 끊임없이 알림을 보내는 바람에 더욱 정신이 없었다.

마침내 보따리에서 나온 물건들이 집의 마당을 거의 다 차지하고 나서야 도미닉 경은 그 물건들의 산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게 다 뭘까."

도미닉 경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방금 전 똑같은 대사를 했지만, 전혀 다른 감정을 담고 있었다.

도미닉 경은 자기 키보다 두 배는 높은 물건의 산을 바라보고는 그 압도적인 광경에 넋을 잃었다.

중간중간 가차석과 크레딧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부피가 큰 물건들과 편지가 대부분이었다.

도미닉 경은 무의식적으로 그 물건의 산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크레딧과 가차석이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재화를 전체 수령하시겠습니까?]

[물건을 제외한 모든 재화가 정리됩니다.]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창에 도미닉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보물의 산을 일일이 정리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오히려 도미닉 경은 이 제안이 반가워질 지경이었다.

크레딧과 가차석이 인벤토리에 저장되며 남은 물건들이 땅에 널브러졌다.

조금 전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물건들은 도미닉 경의 키만큼이나 높이 쌓여 있었다.

도미닉 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정리하는 것이 좋겠지."

그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

[성좌 백수의 거인이 당신의 공헌에 감사하며 다음과 같은 물건을 보냈습니다. 보상 : 타이탄급 기함 아틀라스 1/2000 모형(★★★)]

[연맹 클랜에서 당신에게 호감을 표하며 다음과 같은 물건을 보냈습니다. 보상 : 연맹 클랜 깃발(★★)]

[도미닉 경의 열렬한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성좌가 다음과 같은 물건을 보냈습니다. 보상 : 애꾸눈 기사의 피규어(★)]

가장 큰 물건부터 꺼내 정리하자 대부분은 얼마 전 전장에서 만난 인물들의 선물이었다.

그중 타이탄급 기함 모형은 얼마나 큰지 마당 한 켠을 완전히 차지하면서 자기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대부분의 물건들을 치우자 이제 남은 것은 편지 몇 장이었다.

[발신 : 행정부]

라고 적힌 몇 장의 편지들.

도미닉 경은 그중 하나를 꺼내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조만간 총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소중한 한 표가­]

첫 번째 편지는 선거 독려 편지였다.

끝까지 내용을 읽은 도미닉 경은 총선과 선거에 대해서 한참 고민했으나, 그런 게 있나보다 생각하고 다음 편지를 펼쳤다.

[안녕하십니까, 도미닉 경.]

그렇게 시작한 편지는 꽤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최근 전장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잘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성급과 장비, 그리고 특성에 비해 너무 과도하게 성능이 잘 나온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저희 행정부에서는 청문회를 열어 당신의 성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불참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으며, 그 불이익은 본인의 결정으로 인한 것이니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하십시오.]

[청문회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미닉 경은 일정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편지에 머리를 가까이 대며 더 자세히 보았다.

편지에 적힌 날짜는 오늘이었다.

[늦게 이 편지를 읽으셨거나 혹은 편지를 파기하고 못 보셨다고 하실 수 있으니, 이 편지를 찢으면 바로 청문회장으로 이동되도록 해놨습니다. 그럼, 청문회 때 뵙겠습니다. ­ 탱커 노조 소속 의원 빅 머슬만.]

도미닉 경은 청문회에서 자신에 대해 무엇을 논의할지는 몰랐으나,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문구를 보고 바로 편지를 찢었다.

세상이 변화하며, 도미닉 경은 새로운 풍경을 보았다.

도미닉 경은 푹신한 소파에 앉은 모습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던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이 있는 방 안.

모르는 사람들의 초상화와 사진들, 그리고 엄청난 양의 훈장과 트로피.

도미닉 경은 이 방 안이 마치 귀족들의 집무실처럼 느껴졌다.

"오셨군요. 제시간에 맞춰서 오시는 걸 보니, 역시 탱커가 될 자격이 있으신 분입니다."

도미닉 경은 뒤에서 들린 엄청나게 낮은 저음의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반갑습니다. 의원, 빅 머슬만이라고 합니다."

그곳에는 가슴에 방패모양의 금뱃지를 단 엄청난 근육질의 남성이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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