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용병라이더-376화 (376/404)

외전 - 110. 탈취(3)

“영주님…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부관인 기사 퍼드가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역시… 당한 것인가?”

차갑게 굳은 네드 자작이 낮게 중얼거렸다. 벌써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적 와이번을 추적하던 헨치 남작뿐 아니라 부하들까지 되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작님과 부하들이 모두 당했다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일단 이곳을 벗어나 무어 자작님과 다시 합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허허, 그냥 돌아가자… 아쉽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군.”

“영주님까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기사 퍼드가 네드 자작을 다급하게 설득했지만 남작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무어 자작과 합류했다간, 그 녀석의 위치까지 노출시킬 수 있다. 절대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

“하지만….”

“단단히 마음먹게, 이미 놈들은 우릴 지켜보고 있을 거다.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녀석들이 먼저 모습을 드러낼 테지.”

네드 자작의 단호한 말에 기사 퍼드도 어쩔 수 없는지 고개를 저었다.

“적 골드 와이번 발견! 우측 후방입니다.”

좌측 후방을 경계하던 기사의 외침에 네드 자작이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좌측 아래! 골드 와이번 빠르게 접근 중!”

또 좌측을 경계하던 기사의 다급한 외침에 네드 자작의 얼굴이 찌푸려 졌다.

“유인책인가?”

“영주님! 명을 내려 주십시오.”

“흩어지지 마라! 적의 계략에 말려선 안 된다. 진형을 유지하라!”

“진형 유지! 공격에 대비하라!”

마크와 비터가 낮고 빠르게 원을 그리며 네드 자작의 진형을 위협했지만, 네드 자작과 부하들은 단단하게 진형을 구축하며 두 와이번의 도발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녀석들 되게 신중한데? 이래선 쫓아오지 않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되도록 공격을 자제하려 했는데… 일단 놈들을 흩어 놓는 게 먼저 같다.”

“후미에 있는 녀석부터 공략한다. 어디 언제까지 방어만 할 수 있는지 보자!”

커다란 원을 그려 네드 자작을 압박하던 비터와 마크의 와이번들이 갑자기 기수를 올려 나선형을 그리며 하늘 위로 솟구치더니 날개를 접어 빠르게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영주님!”

퍼트의 외침과 동시에 네드 자작의 고함 소리가 통신구를 통해 울렸다.

“지금이다. 일제히 흩어졌다가 녀석들을 포위해라!”

자작의 외침과 동시에 진형을 형성하고 있던 와이번들이 아래로 떨어지는 두 마리의 와이번을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녀석들이 흩어졌다.”

마크가 다급히 기수를 당기자 접고 있던 날개를 활짝 편 마크의 와이번이 바람을 가득 안고 하늘 위로 솟구쳤다.

“비터, 속도 줄여! 포위되면 끝이다.”

옆을 빠르게 스쳐 지나는 비터를 향해 마크가 다급히 외쳤지만 비터는 오히려 속도를 가중시키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너나 걱정하세요.”

비터가 피식 웃더니 포위망을 뚫고 추락하듯 아래로 떨어졌다.

“저런 미친 녀석!”

마크가 지면을 스치듯 다시 솟구쳐 오르는 비터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마크가 급격히 속도를 줄여 포위망을 피했다면 비터는 오히려 가속을 실어 포위망을 뚫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포위망에 걸리지 않았다고 안전한 건 아니다. 흩어졌던 와이번들이 두 무리로 나눠 비터와 마크의 후미로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쉬익-

빠르게 스치며 지나는 강화 스피어를 가까스로 피한 마크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맹추격하는 두 마리 와이번을 노려봤다. 이전 추적자들이 생포를 목적으로 공격을 자제했다면 이번엔 죽이겠단 의도가 명확하게 느껴졌다.

“마크! 그쪽이 아니잖아!”

“나도 알고 있어! 빌어먹을, 이 녀석들 전에 만났던 녀석들과 완전 다르단 말이야!”

쉬익-

마크가 급히 방향을 틀려 했지만, 또다시 날아든 강화 스피어를 피하며 약속했던 매복 장소와 다른 협곡으로 들어가 버렸다.

“젠장! 이러다 내가 사냥당하게 생겼군.”

“기다려! 내가 갈 테니.”

“쓸데없는 소리! 넌 약속대로 두 녀석 데리고 먼저가! 난 어떻게 해서든 알아서 빠져나오겠다.”

“하지만….”

“멍청한 녀석! 너한테 붙은 두 마리는 어떻게 하고 여길 오려 해!”

마크의 고함 소리에 통신구에선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절대… 잡히지 마라! 곧 돌아올 테니.”

“걱정 마라! 이 마크, 쉽게 잡힐 사람이 아니다.”

마크가 호기롭게 외치며 복잡하게 얽힌 협곡을 빠르게 날았지만 좀처럼 후미에 붙은 와이번을 떨어트리기가 쉽지 않았다.

쉬익-

쉬익-

마크의 뒤를 쫓던 두 기사의 스피어가 마크의 머리를 직접 노리며 연달아 날아들자 마크가 다급히 기수를 틀었다. 순간 마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런!”

눈앞에 수직으로 솟아오른 높은 절벽이 우뚝 솟아 있었다.

“녀석! 잡았다.”

마크의 후미를 두 마리 와이번이 틀어막았다. 뒤이어 거대한 그림자가 마크의 머리 위를 뒤덮었다.

“레드 와이번!”

상공을 맴돌던 거대한 레드 와이번이 천천히 마크를 향해 하강했다.

“…몰이 사냥을 당했군.”

마크가 차갑게 굳은 얼굴로 앞뒤를 막아선 와이번을 노려보다 안장 꽂아둔 라이플을 천천히 뽑았다.

“반항이라도 해볼 생각인가?”

마크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던 네드 자작이 물었다.

“그냥 죽어 줄 순 없지.”

“하하! 그래서 반항을 하면 이길 것 같은가?”

“이길 순 없어도 한 명쯤은 저승길 길동무는 할 수 있겠지.”

“재밌는 친구로군. 아쉽지만 이야기를 오래 끌긴 어려울 것 같으니 짧게 물어보겠네. 헨치 남작과 부하들은 어떻게 되었지?”

네드 자작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하하! 웃기군, 이미 짐작하고 있는 것 아닌가?”

“역시… 죽었단 말인가?”

네드 자작이 쓴웃음을 지으며 마크를 노려봤다. 마크는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한편으론 라이플의 볼트를 당겨 탄환을 장전했지만 퍼드와 네드 자작 모두 마크의 행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마크가 도망칠 수 없다는 확신도 있었고 또한 라이플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전무해 마크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다.

“이곳에 온 와이번 나이트는 얼마나 되지?”

“내가 말해주면 살려 줄 텐가?”

“수없이 죽어간 부하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럴 수는 없지. 대신 고통 없이 단번에 죽여주지?”

기사 퍼드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마크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좋아! 말해주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곳에 온 와이번은 날 포함해 모두 셋이다.”

“셋이라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마크가 사실대로 말했지만 퍼드와 네드 자작은 믿지 않았다. 아무리 함정으로 와이번들을 몰았다고는 해도 헤치 남작을 비롯한 열다섯의 부하 모두를 죽이려면 적지 않은 와이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대로 말대도 믿지 않는군.”

“이놈! 끝까지 거짓을 말하다니….”

화가 난 퍼드가 고함을 치며 스피어를 들어 올리는 순간이었다.

“피해!”

네드 자작이 다급한 외침에 깜짝 놀란 퍼드가 다급히 와이번의 기수를 틀어 강화 스피어를 피했다. 그러다 생겨난 틈을 놓치지 않고 마크의 와이번이 재빨리 포위망을 벗어났다.

“카일!”

“다친 곳은 없습니까?”

“물론!”

“다행이군요.”

카일이 마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네드 자작과 함께 두 마리의 와이번이 카일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레아토…!”

“당신이 레아토를 알아보다니 놀랍군요.”

“이제 보니, 베지톤 백작의 와이번을 강탈한 놈들이 자네들이었군!”

“강탈이란 말은 좀 어폐가 있군요. 레아토는 엄연히 승자의 권리로 얻은 전리품이랍니다.”

“상급 엑스퍼트인 베지톤 백작을 상대로 이겼다? 흥! 어림도 없는 소리, 분명 암수를 썼겠지! 비겁한 크로노스 놈들! 그러고도 너희들이 명예로운 와이번 나이트라 할 수 있나!”

분노한 얼굴로 퍼드가 고함을 질렀지만 카일의 얼굴엔 오히려 미소가 어렸다. 카일이 비록 크로먼 백작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긴 했지만, 그는 명예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용병으로 퍼드의 비난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하하! 비겁하게 티엘 백작가의 후방을 기습하려다 발각당한 기사가 명예를 들먹이고 있으니 웃긴 일이군요.”

“뭐라!”

퍼드가 당장이라도 카일을 향해 달려들려 했지만 네드 자작이 퍼드의 앞을 막았다.

“그만!”

“하지만 영주님!”

“상대는 레드 와이번, 자네의 상대가 아니야!”

단호하게 퍼드를 밀어낸 네드 자작이 카일과 함께 안장에 앉아 느긋하게 자신을 살피는 보일을 주시했다.

“그대가 레토아의 주인인가?”

“나 말인가?”

보일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곧 레드 와이번의 오너가 될 것 같긴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곧?”

눈을 빛내며 자신의 와이번을 바라보는 보일의 시선에서 네드 자작은 저들이 자신의 와이번을 노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네놈들 이제 보니… 너희들 처음부터 와이번을 노리고 있었구나!”

네드 자작이 차갑게 굳은 얼굴로 카일과 보일을 노려봤다.

“겸사겸사라고 할 수 있죠.”

“이런 도둑놈들! 그러고도 너희들이 기사라 할 수 있나!”

“아까부터 계속 우리보고 기사라고 하는데! 우리가 언제 기사라고 했소?”

마크의 말에 기사 퍼드가 놀란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럼 네 녀석들이 용병이란 말이냐!”

네드 자작의 물음에 카일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 거짓말입니다. 어찌 용병 따위가 상급 엑스퍼트인 베지톤 백작을 죽이고 와이번을 강탈할 수 있단 말입니까? 분명 녀석들은 이번 일을 숨기려 간교를 부리는 겁니다.”

“우리가 굳이 간교를 피울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이곳에서 살아 돌아가기는 힘들 텐데?”

보일이 등 뒤로 매고 있던 자신의 중절식 라이플을 꺼내 탄환을 한발씩 장전하자 카일 역시 이번에 새롭게 제작한 중절식 라이플을 꺼냈다. 고기동 근접 전투에선 단발식 라이플보단 산탄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비터도 곧 돌아올 겁니다.”

“걱정 마라!”

마크가 카일에게 걱정 말라는 듯 손을 흔들며 점점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쉽지 않은 전투가 되겠군.”

“제가 옆에서 돕겠습니다.”

퍼드의 말에 네즈 자작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소리! 레드 와이번과의 전투다. 함부로 끼어들었다간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너흰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 저 녀석을 죽여라!”

네드 자작이 마크를 가리켰다.

“걱정 마십시오.”

퍼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네드 자작이 보일과 카일을 한번 노려보더니 곧장 와이번의 기수를 올려, 하늘 위로 천천히 날아올랐다. 좁은 협곡에서의 싸움 대신 넓은 하늘을 전장 터로 택한 것이다.

“일단 통성명부터 하지 않겠나? 난 남부 페라네트 항의 주인이자 페네시스가의 가주인 네드 자작이라고 한다네.”

“페라네트 항이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폰타 아일렌드와 해양 무역을 통해 막대한 골드를 벌어들인다지요.”

“하하! 맞네, 바로 그곳의 주인이 바로 나라네.”

“정말… 페라네트 항의 주인인 네드 자작이란 말입니까?”

“왜? 아닌 것 같은가?”

“이해할 수 없군요. 막대한 골드를 벌어들이는 페라네트 항의 주인께서 이곳에 와 있다니요.”

카일의 말에 네드 자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부의 귀족 대부분도 네드 자작의 참전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건, 개인적인 일이라 말해주긴 어려울 것 같군.”

네드 자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보일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난 보일이라 합니다. 크로먼 백작가의 장원가이자 용병 가문의 가주인 동시에 레드 와이번 용병대의 대장인 보일이라 합니다.”

“부단장인 카일입니다.”

“크로먼 백작가의 카일! 설마 자네가 도자기와 옹기 공방을 운영한다는 바로 그자인가?”

“절… 아십니까?”

카일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네드 자작을 바라보았다. 설마 바란트 왕국의 남부 귀족이 자신을 알아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허허! 기가 막힌 인연이군. 네가 이 전쟁에 참전한 이유는 단 하가지! 바로 자네 때문이네.”

“네?”

카일이 당황한 얼굴로 네드 자작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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