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용병라이더-159화 (159/404)

159.레드스톤 전투5

“…싸우기로 결정했군.”

안장에 올라선 카일이 고개를 들어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구름 사이를 빠져나온 두 마리의 골드 와이번이 날개를 접고는 곧장 카일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우리도 가볼까? 시카니스.’

‘고도를 올리겠다.’

낮고 빠르게 지면을 스치듯 날아가던 시카니스가 커다란 날개를 힘차게 저으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카일을 쫓아 급강하하던 두 마리의 골드 와이번도 날개를 틀어 곡선을 그리듯 방향을 바꾸더니 순식간에 카일의 머리 위로 다가왔다.

쉬익-

두 마리의 골드 와이번이 나선형으로 서로를 교차하며 떨어져 내렸다.

가장 선두에서 카일의 앞을 막아선 골드 와이번에게서 한 자루의 스피어가 빛살 같은 속도로 카일을 향해 짓쳐들어왔다.

순간 시카니스가 유연하게 몸을 비틀어 스피어를 피해 냈다.

쉭-

“큰일 날 뻔… 헉!”

카일이 옆을 스쳐 지나가는 골드 와이번을 보며 고개를 드는 순간, 뒤를 바짝 쫓아오던 또 하나의 골드 와이번에서 날아든 스피어가 카일의 머리를 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앞서 날아든 스피어를 피하는 순간을 노린 공격이었다.

‘놈들이 반전한다!’

시카니스의 짧은 경고와 함께 앞서 스쳐 지나갔던 두 마리의 와이번이 180도로 날개를 틀어 방향을 바꾸더니 곧장 수직 상승했다. 그리고는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마치 몸통 박치기를 하듯 카일의 좌우로 달려들었다.

“빠져나가!”

카일이 몸을 바짝 낮추며 짧게 소리치자, 시카니스의 거대한 동체가 연속으로 회전하며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는 두 마리 골드 와이번의 사이를 빠져나가며 더욱 높이 날아올랐다.

“빠르다.”

카일이 고개를 돌려 빠르게 지나치는 두 와이번을 보며 중얼거렸다.

‘골드 와이번의 기동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베테랑 오너들이다. 조심해라!’

‘걱정 마! 지난번과는 다를 테니.’

카일이 눈을 반짝이며 뒤를 바짝 쫓아오는 와이번을 돌아보았다.

워드와의 첫 공중전에서 카일은 공격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을 정도로 무기력했다. 골드 와이번보다 월등히 앞선 블랙 와이번의 능력이 아니었다면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때문에 카일 역시 워드의 조언을 받아 수많은 심상 훈련을 해 왔다. 비록 직접 하늘을 날며 훈련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지난번처럼 무기력하지만은 않을 거라 자신했다.

* * *

“따라붙어! 놈에게 고도를 내주면 안 돼!”

앤더슨이 급히 카일의 뒤를 쫓아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와이번 간의 공중전은 후미를 잡기보다는 누가 더 높은 고도를 선점하는가의 싸움이다. 높은 고도야말로 와이번 오너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최상의 위치일 뿐 아니라 스피어에 충분한 운동에너지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타스!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놈의 파워가 월등히 앞섭니다. 이대로 계속 상승하면 따라붙긴 힘듭니다.”

“나도 알아! 하지만 우리가 선회하는 순간이 고도를 차지한 놈에겐 가장 유리한 순간이야!”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점점 거리를 벌리는 블랙 와이번을 보며 앤더슨이 입술을 깨물고 중얼거렸다.

“젠장! 역시 블랙 와이번인가…!”

블랙 와이번보다 상대적으로 파워가 약한 골드 와이번으로서는 고도를 높일수록 속도가 줄어들 수밖에는 없었다.

이대로 블랙 와이번을 쫓는다고 해도 타스의 말대로 거리는 더 벌어질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타스와 앤더슨의 고민을 비웃기라도 하듯, 갑자기 앞서가는 블랙 와이번이 거대한 동체를 유연하게 비틀며 몸을 뒤집더니 아래로 뚝 떨어져 내렸다.

“뭐야!”

앤더슨은 옆을 스쳐 지나는 거대한 블랙 와이번을 보며 소리쳤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일어난 움직임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블랙 와이번은 높은 고도를 선점했다.

타스나 앤더슨으로선 활강하는 블랙 와이번으로부터 날아올 스피어 공격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블랙 와이번이 몸을 뒤집어 타스의 후미로 돌아가는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중전에서 후미를 잡으면 유리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앞쪽에서 강하게 불어오는 맞바람으로 인해 강화 스피어의 위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애송이!”

앤더슨이 비웃음을 날리듯 소리쳤다.

“네?”

“이제 보니 녀석은 공중전을 경험하지 못한 애송이다. 유리한 고도를 버리고 후미로 돌아간다? 공중전의 기본도 모르는 녀석이다.”

“그럼 후미로 돌아간 것도….”

“흥! 공중전을 모르니, 뒤를 쫓는 우리가 불안했겠지!”

앤더슨의 얼굴에 남아 있던 일말의 긴장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아무리 강한 와이번이라도 애송이 오너가 타고 있다면 앤더슨으로서는 더 이상 긴장할 이유가 없었다.

“놈을 그대로 구름 사이로 끌어들여라! 단번에 놈의 등짝을 꿰뚫어 버리겠다.”

“알겠습니다.”

타스가 힘차게 대답했다. 조장인 앤더슨의 말에 타스 역시 남아 있던 걱정을 날려버렸다.

앤더슨이 곧장 선회하며 구름 사이로 파고들자, 타스는 꼬리를 물고 쫓아오는 블랙 와이번을 피하려는 듯 좌로 우로 빠르게 기동하며 앤더슨의 뒤를 쫓았다.

탕-

따앙-

그때였다. 후미에서 들려온 희미한 폭음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타스의 어깨에 부딪히며 튕겨 나갔다. 그저 살짝 스쳐 지나간 것에 불과했지만, 고 합금으로 제작된 견갑에 커다란 흔적을 남길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다.

“뭐야!”

타스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거대한 블랙 와이번에 서 있는 장대한 체구의 사내가 쇠막대기로 자신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잡혔다.

탕-

또 한 번 낮은 폭음과 함께 쇠막대기가 불을 뿜는 모습을 타스는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불을 뿜는 검은 쇠막대기…?”

자신을 겨누고 있던 검은 쇠막대기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오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무엇인가 자신에게 날아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탕-

탕-

팅팅-

폭음과 함께 날아든 무엇인가가 와이번의 동체에 맞아 튕겨 나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더 타스를 기겁하게 만든 것은 놀라울 정도의 정확도였다.

공격 대부분이 안장 주변으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이지 않는 마법 무구!”

타스는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언젠가 흘려들었던 이야기가 그때서야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젠장! 녀석은 공중전을 모르는 멍청이가 아니야!”

타스는 이제야 녀석이 왜 유리한 고도를 버리고 후미로 따라붙었는지 알 수 있었다.

녀석이 사용하는 불 뿜는 검은 쇠막대는 스피어와는 사용 방식이 전혀 다르다.

맞바람을 뚫고 와이번 오너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빠른 스피드와 힘을 가지고 있는 아트팩트 였다.

스피어처럼 위에서 아래로 급강하하며 스피어를 던질 필요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후미를 잡고 따라붙으며 공격하는 것이 더 유리했다.

“무슨 일이냐? 왜 방향을 틀었나!”

구름 속에서 타스가 끌고 올 블랙 와이번을 기다리고 있던 앤더슨이 다급하게 좌우로 움직이며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타스를 보며 소리쳤다.

“놈에게 공격받고 있습니다.”

타스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공격을 받다니!”

“아트팩트입니다. 놈이 아트팩트를 가졌습니다!”

“뭐야!”

앤더슨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설마 놈에게 아트팩트가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젠장! 놈을 떨쳐내!”

“노력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타스의 골드 와이번이 다급하게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쫓는 블랙 와이번을 떨쳐내려 했지만 블랙와이번은 집요하게 꼬리를 물며 뒤를 쫓아왔다.

“조금만 더 버텨! 내가 가겠다.”

앤더슨이 급히 소리쳤다.

“서둘러… 으악!”

탕-

탕-

퍼억-

“크윽-”

어깨를 때리는 화끈한 통증과 함께 허공으로 붉은 피가 비산했다.

푸확-

빠른 기동 중에 입은 관통형 부상은 치명적이다. 공기의 강한 압력을 받자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점점 늘어났다.

“무슨 일이야! 타스, 타스!”

구름 속을 빠져나와 급강하하던 앤더슨은 통신구 사이로 들려오는 지독한 신음 소리에 다급히 소리쳤다.

타스는 어깨를 부여잡고 입술을 깨물어 고통을 참으면서도 뒤에서 이어지는 공격을 피하느라 앤더슨에게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탕-

탕-

“크윽…. 젠장!”

타스가 뒤를 힐끔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보통 강력한 위력을 가진 아트팩트는 사용 횟수에 제한이 있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불 뿜는 쇠막대기는 마치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듯 끊임없이 마법을 난발하고 있었다.

“이래선 도저히 피할 수 없어….”

타스가 절망적인 음성으로 외치는 순간, 통신구에서 앤더슨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급상승해!”

앤더슨의 외침에 타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급상승했다. 순간 타스의 뒤를 쫓아 상승하려던 카일의 머리 위로 마치 몸통 박치기를 하려는 듯 골드 와이번 한 마리가 아래로 뚝 떨어져 내렸다.

“이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골드 와이번에 당황한 카일이 잠시 주춤거렸다.

“이놈! 죽어라.”

급강하하던 앤더슨이 들고 있던 스피어를 던지더니 그대로 날개를 틀어 곡선을 드리듯 빠져나갔다.

잠시 당황한 얼굴로 주춤거리던 카일이 급히 들고 있던 라이플에 마나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떨어져 내리는 스피어를 향해 휘둘렀다.

쾅-

커다란 폭음이 일며 카일이 쓰러질 듯 주르륵 밀려나다 결국 무릎을 꿇었다.

“크윽!”

카일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면서도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폈지만, 조금 전까지 눈앞에 있었던 와이번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괜찮나?’

‘내상을 약간 입었지만 괜찮다. 놈들은?’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주변을 맴돌고 있다. 언제 다시 공격할지 모르니 조심해라!’

‘알겠다.’

시카니스의 경고에 카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들고 있던 라이플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 * *

“부상은 어떠냐?”

구름 속으로 몸을 피한 타스의 옆으로 바짝 따라붙은 앤더슨이 통신구를 통해 물었다.

“왼쪽 어깨를 관통당했지만 일단 포션으로 지혈을 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왼팔은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견갑을 관통당했단 말이냐!”

앤더슨이 깜짝 놀라 물었다.

양쪽 어깨는 고 합금 플레이트로 만든 견갑을 착용한 곳이었다. 이곳이 관통될 정도면 방어하기 힘든 대단히 위력적인 무기라는 말이었다.

“네! 하지만 그보다는 무서운 건, 놈의 공격 대부분이 제 주변으로 정확히 날아들었다는 겁니다.”

강화 스피어는 급강하하는 와이번에서 상대 와이번 오너를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었다. 그만큼 정확도가 떨어져 열 번 공격하면 절반 정도만이 상대 오너를 위협할 수 있었다. 헌데 적이 가진 아트팩트는 공격 대부분이 오너에게 집중되었으니, 강화 스피어만으로는 상대하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정확도와 위력을 모두 가졌다라…. 놈의 아티팩트를 보았나?”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불을 뿜는 쇠막대기였습니다. 녀석의 쇠막대기에서 불꽃과 폭음이 일어날 때마다 공격이 날아왔습니다.”

앤더슨이 고개를 저으며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타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애송이라 생각했던 녀석이 가진 신무기는 지금까지의 공중전 형태를 완전히 바꿀 수도 있는 위협적인 무기라는 말이었다.

“조장! 어쩌실 겁니까? 계속 놈을 공격하실 생각입니까?”

타스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상대가 가진 신무기의 위력을 직접 경험한 타스로서는 계속 전투를 이어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단장님께 먼저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왕국에 녀석과 같은 신무기를 가진 와이번 오너가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대비해야 합니다.”

타스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자, 앤더슨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라! 호승심 하나로 기시단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생각은 없다. 새로운 신무기의 위력을 확인한 것만으로 충분하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타스의 밝아진 음성이 통신구 사이로 들려오자, 앤더슨이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구름에 숨에 베링산맥으로 간다.”

“알겠…!”

끼에엑-

그때였다. 엄청난 괴성과 함께 하늘 위에서 떨어져 내린 거대한 그림자가 타스의 골드 와이번을 덮쳐왔다.

키야아악-

타스의 골드 와이번이 고통에 찬 비명을 토해냈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거대한 블랙 와이번의 발톱이 골드 와이번의 두 날개를 찢어 발기듯 움켜 잡았기 때문이었다.

“안 돼!”

타스의 비명 소리가 통신구를 통해 앤더스의 귀가에 그대로 전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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