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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용병라이더-151화 (151/404)

151.아킨스 자작령3

챙-

마크는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가볍게 검을 뽑아 날아드는 나이프를 쳐냈다. 나이프가 튕기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골목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용병들이 검과 창을 들고 달려들었다.

“와-!!”

고함을 치며 달려든 용병들이 앞을 막아선 마크에게 무작정 달려들었다.

“죽어라!”

용병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마크를 향해 찔러 넣었다.

“뭐야! 이 자식들…!”

마크가 검을 뽑아 달려 나가려다 급히 뒤로 물러났다. 비터 역시 달려드는 용병들을 피해 뒤로 주춤 물러났다.

“크크크, 아무리 소드 유저라도 이 좁은 골목에서 우리 모두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밀런이 음침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말했다.

밀런의 작전은 의외로 간단했다. 좁은 골목길 앞뒤에서 네다섯 명이 하나의 조를 이루어 길이가 서로 다른 검이나 창으로 상하좌우를 동시에 공격하는 방법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검사라도 좁은 골목 안에서는 딱히 피할 방법이 없는 공격이었다. 더구나 중간중간 날아드는 밀런의 날카로운 나이프 공격은 뒤로 연신 물러나는 마크와 비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놈들!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마크가 연신 찔러 들어오는 검과 창을 바쁘게 쳐내며 소리쳤다.

“하하! 그런 말은 거기서 살아남은 뒤 하는 게 어때!”

밀런이 고함을 치는 마크를 보며 재밌다는 둣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아! 혹시 모르지. 너희들이 갑자기 엑스퍼트에 올라 소드오러로 사정없이 검과 창을 잘라 버리면 말이야.”

밀런의 말에 시끄럽게 고함과 욕설을 내뱉던 마크가 갑자기 입을 꾹 다물고는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들었냐?”

“들었다.”

비터가 큰 소리로 대답하며 검을 뽑아 다가오는 검과 창을 향해 휘둘렀다.

까강-

갑작스러운 이질적인 소리와 함께 비터에게 다가오던 검과 창이 수수깡처럼 잘려져 나갔다.

“바꿔!”

서로 등을 맞대고 있던 비터와 마크가 반 바퀴를 회전하며 자리를 바꿨다. 원래 마크를 향해 찔러 들어오던 검과 창이 이젠 자리를 바꾼 비터에게로 몰려들었다.

까강-

또다시 비터가 검을 휘두르자 강한 불꽃을 튀기며 검과 창이 부러져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 자식들! 죽었다 복창해라!”

마크가 곧장 용병들에게 뛰어들었다.

“으… 으아악! 엑스퍼트다!”

부러져나간 검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던 용병이 갑자기 겁에 질린 듯 소리를 지르며 몸을 돌리려 했지만 이미 마크의 검이 사정없이 목으로 파고든 이후였다.

“한 명도 살려두지 않겠다.”

분노에 휩싸인 마크가 사정없이 검을 휘두르며 닥치는 대로 용병들의 목을 베기 시작했다. 비터 역시 용병들을 사정없이 베어 넘겼다. 비터가 휘두르는 검에는 인정이 없었다.

“죽… 어라!”

더는 도망칠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안 용병이 부러진 검을 들고 비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까아앙-

고함을 치며 찔러 들어간 검은 비터가 휘두른 검에 또다시 반 토막이 나더니, 결국 용병은 비터의 검에 목이 잘려 쓰러져 버렸다.

“녀석은 이미 도망간 것 같다.”

“약삭빠른 놈이군.”

비터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용병들을 돌아보았다.

“돌아가자. 아무래도 이대로 떠나긴 힘들 것 같다.”

마크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여기저기 묻은 피와 먼지를 털어냈다.

“휴…. 일이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모르겠군.”

비터가 손에 들려있는 검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크와 비터가 사라지고 얼마 뒤, 바닥이 들썩이더니 머리 하나가 불쑥 솟아올랐다.

“젠장!”

주변을 둘러본 밀런이 신경질적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몸에 붙은 오물을 털어냈다. 밀런이 숨어 있던 곳은 바로 성에서 버려진 각종 오물이 흘러가는 하수도였기 때문이었다.

“죽일 놈들!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밀런이 바닥에 떨어진 부러진 검을 들어 올려 단면을 살폈다.

“역시!”

밀런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부러진 검을 들고 달려갔다.

* * *

“잡지 않아도 될까요?”

붉은 가죽 코트로 몸을 감싼 이엘이 멀리 달아나고 있는 밀런을 보며 물었다.

“흠…. 잠시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카일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용병들을 보며 눈썹을 찌푸리더니 말을 이었다.

“나중에 어떤 변명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 * *

“누구냐!”

“비켜!”

밀런이 앞을 막아서는 병사를 밀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

“놔둬! 밀런이잖아!”

“…밀런?”

“핀크 단장을 만나러 온 것 같은데…. 아무래도 누구한테 당한 것 같지?”

“그냥 당한 게 아니라 아주 된통 당했나 본데? 몰골이 말이 아니잖아! 더구나 몸에서도 악취가 진동하더라고.”

“저런 녀석은 당해도 싸지, 헌데 불쌍하게 됐군.”

“누구? 밀런 저 녀석?”

“그럴 리가! 저 녀석이 왜 왔겠냐? 핀크 단장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왔겠지.”

“아휴…. 그럼 괜한 사람 하나 또 잡겠군.”

병사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는 밀런의 귀에도 똑똑히 들어왔지만,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다. 더구나 여긴 기사들이 수련하는 곳이라, 괜히 병사들과 드잡이질했다가는 오히려 밀런이 더 손해였다.

“너, 꼴이 그게 뭐야?”

집무실로 들어온 밀런의 몰골에 핀크가 얼굴을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 엉망이군! 술 먹다가 어디 하수도에라도 빠졌냐?”

“당했습니다. 형님!”

“…당해?”

핀크가 밀런의 말에 어이가 없는지 한동안 말없이 밀런을 노려보았다.

“지금 장난하는 거냐?”

“장난이 아닙니다. 밑에 있던 용병들도 모두 죽었습니다.”

“뭐야!”

퍽-

핀크의 주먹에 맞은 밀런이 바닥을 뒹굴었다.

“이 멍청한 녀석, 지금 용병단을 맡겨 놓았더니 아예 말아먹었단 말이냐! 분명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엑스퍼트 이상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죽고 싶어 환장했냐!”

원래 핀크는 용병 출신으로, 지금 밀런 용병대라 불리는 자들 대부분이 핀크가 용병대를 이끌던 시절에 직접 받아들인 용병들이었다. 밀런은 당시 부단장으로, 핀크가 용병을 그만두고 남부 아킨스 자작령의 기사 단장이 되자, 부단주였던 밀런이 용병대를 이끌다가 최근 아킨스 자작령으로 오게 된 것이다.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생각이 없다고 해도 엑스퍼트를 건들겠습니까? 놈들은 분명 소드유져였습니다. 골목으로 유인해서 한참 밀어붙이고 있었는데….”

“왜! 녀석이 갑자기 소드오러를 마구잡이로 뿜어내며 용병들을 죽이기라도 했냐?”

“비… 슷합니다.”

“뭐?”

핀크가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들어 올렸다.

“너 지금 날 놀리는 거냐!”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여기 증거도 가져왔습니다. 한번 보십시오.”

밀런이 서둘러 탁자 위에 잘려나간 검을 올려두었다.

“놈이 잘라낸 검입니다. 보십시오. 잘린 검면이 소드 오러로 잘렸다고 보기엔 너무 거칩니다. 녀석이 가진 검, 보통 검이 아닐 겁니다.”

밀런의 말에 핀크가 잘린 검을 들어 올렸다.

“이건…!”

핀크가 급히 검을 뽑아 마나를 주입했다. 옅은 녹빛의 소드오러가 핀크의 검 위로 솟아났다.

쉬익-

핀크의 검이 반토막 난 검 위로 떨어져 내렸다.

샤악-

마치 부드러운 치즈처럼 검이 잘려나갔다.

“역시!”

핀크가 심각한 얼굴로 잘려나간 검을 바라보다 밀런에게 말했다.

“이 녀석들 어디에 있지!”

“어떻습니까? 제 생각이 맞습니까?”

밀런이 환하게 밝아진 얼굴로 물었다.

“그래! 녀석이 가진 검은 보통 검이 아니다.‘

“어쩌실 겁니까?”

“용병단의 용병들을 모두 죽였으니, 대가를 받아야겠지.”

핀크가 잘린 검면을 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이 검만 있다면 영지의 제1기사단장인 로하스를 넘어, 어쩌면 남부 제일 기사라 할 수 있는 다핸 남작가의 켈토 기사단장까지 넘어설 수 있을지 몰랐다.

“아직 영지에 있을 겁니다. 곧 떠날지 모르니 서둘러가시지요.”

밀런의 말에 핀크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 * *

밀밭의 여인은 3층으로 이루어진 여관으로, 1층은 식당, 2층과 3층은 여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여행자들이나 용병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중목욕탕도 운용하고 있었다.

물론 공중목욕탕이라고 해서 여러 사람이 한곳에 들어가 함께 목욕하는 곳은 아니었다.

여관 바로 뒷쪽으로 흐르는 강 한쪽에 돌로 벽을 만들고, 나무를 이용해 격자 형태로 작은 방과 발판을 만들어 목욕할 수 있게 만든 곳이었다.

“휴! 오랜만에 목욕을 하니 그나마 기분이 풀리는군!”

마크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뜨겁게 달궈진 돌을 물 안으로 던져 넣었다.

치이익-

뜨거운 돌이 물속으로 사라지며 뿌연 연기가 작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자 뜨겁게 달궈진 돌을 이용해 물을 데우고 있는 것이다.

“넌 걱정도 되지 않냐? 아무래도 사라진 녀석이 마음에 걸려.”

마크는 바로 옆에서 들려 온 비터의 음성에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그런 놈들은 얼마든지 와도 걱정 없어. 단칼에 죽여버리면 되지 무슨 걱정이야. 더구나 여긴 용병길드까지 있잖아. 걱정할 것 없어.”

마크의 말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던 비터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마크의 말대로 사라진 녀석이 다시 나타난다고 해도 충분히 물리칠 자신이 있었다. 더구나 길드까지 있으니 문제가 생기더라도 길드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알겠다. 하지만 여기서 오래 지체하고 싶지는 않으니 식사만 마치고 곧장 떠나자.”

“쯧! 넌 너무 걱정이 많아. 하지만 덕분에 위기도 많이 넘겼으니 네 말대로 하자.”

“그럼 곧바로 가자.”

비터 물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조금 더 있다 가면 안 돼?”

“가자!”

비타가 마른 천으로 몸을 닦으며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비터의 성화에 몸을 일으킨 마크가 투덜거리며 몸을 닦고 옷을 입었다.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곧장 1층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두 분 식사하시겠습니까?”

하얀 두건에 남색으로 물들인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재빨리 다가와 물었다.

“가장 빨리 되는 게 뭐냐?”

“호밀빵, 토마토 스크램블, 그리고 콩소메가 가장 빨리 됩니다.”

“좋아! 바로 2인분 가져다 줘!”

비터가 마크의 의견도 묻지 않고 주문을 해버리자, 불만이 가득한 마크가 돌아가는 소녀를 불렀다.

“잊지 말고 시원한 맥주부터 두 잔 가져다 줘.”

“너, 아침부터 술을 마실 생각이야!”

“맥주가 무슨 술이야? 그리고 고작 한 잔이잖아. 그 정도는 봐줘야지”

마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기쁜지, 예전의 활기찬 마크로 돌아와 있어 비터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줬다.

“맥주 나왔어요.”

소녀가 커다란 맥주잔에 맥주를 가득 담아 비터와 마크 앞에 가져다 놓았다.

“크으! 역시 맥주는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란 말이야!”

마크가 단번에 맥주잔까지 삼킬 듯 입안으로 시원하게 맥주를 쏟아부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비터까지 덩달아 침을 꿀꺽 삼기며 마크를 바라보았다.

“맛있냐?”

“죽여주지! 마셔 봐.”

마크가 비터 앞에 놓인 맥주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럴까?”

비터가 맥주잔을 들어 올리며 막 입안으로 맥주를 부어 넣으려는 순간, 날카로운 기운이 곧장 날아와 맥주잔을 산산 조각냈다.

와장창-

맥주잔이 비산하며 사방으로 맥주를 뿌렸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비터는 아무런 상처도 없이 뒤로 물러나 있었다.

“크크! 녀석들 역시 여기 있었구나!”

밀런이 나이프를 흔들며 비릿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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