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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용병라이더-56화 (56/404)

56.새로운 몬스터 2

쉬이익-

-좌측

카일이 달려가던 가속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몸을 비틀었다. 날카로운 발톱이 카일의 가슴 위를 스치듯 지나갔다. 뒤이어 새하얀 웨어 울프의 가슴과 배가 그대로 드러났다. 강력한 항마력과 질기고 두터운 웨어 울프의 몸에서도 가장 약한 곳이었다.

카일은 오른손에 들려있던 검을 그대로 가슴에 박아 넣었다.

“카아앙~.”

고통스럽고 처절한 웨어 울프의 단말마가 평원을 울렸다.

카일이 가슴에 박아 넣은 환도를 바로 빼내지 않고 힘을 줘 아래로 내려 웨어 울프의 배꼽까지 그대로 갈라버렸다. 이로 인해 내장이 피를 콸콸 쏟아내며 바닥에 처박혔다. 그러나 웨어 울프는 아직도 힘이 남았는지 바닥을 한참이나 구르더니 몸을 파르르 떨다가 이내 멈췄다. 하지만 카일 역시 불안정한 상태에서 받은 공격이라 바닥을 뒹굴다가 겨우 멈춰 설 수 있었다. 그때 카일의 머릿속으로 시카니스의 고함이 울렸다.

-뛰어!

시카니스의 외침에 카일을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여 앞으로 굴렀다 일어나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크아앙~.”

그때 우측에서 달려온 웨어 울프 한 마리가 카일이 있던 곳을 할퀴고 지나갔다.

웨어 울프들이 좌측과 우측은 물론이고 뒤에서 맹렬하게 포위망을 좁혀 오고 있었다. 특히 좌·우측의 웨어 울프들은 비록 숫자는 적지만, 가해지는 공격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에서 이루어지며 도주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만약 시카니스가 미리 공격해 올 곳을 경고 해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카일은 벌써 웨어 울프에게 포위당해 있었을 것이다.

-조금만 더 빨리 달려라. 곧 오크 무리가 보일 것이다.

‘우두머리가 어디 있는지 아시겠습니까?’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아공간석 안에서 주변을 파악할 수 있는 거리는 그리 넓지 않다.

‘할 수 없죠. 그래도 시카니스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방심하지 마라. 언제 다시 공격해 올지 모른다.

‘알고 있습니다.’

흘깃 뒤를 돌아본 카일은 더욱더 속도를 내며 빠르게 달려나갔다.

개별적으론 카일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웨어 울프들이지만 집단으로 포위해 공격을 해오는 건 카일로서도 무시하기 힘들 수준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진형을 이루고 공격해 오는 기병들처럼 조직적이면서도 민첩하고 위력적이었다. 특히 스피드에선 아무리 다리에 오러를 밀러 넣어도 웨어 울프들을 압도할 수가 없었다.

-오크다.

잠깐의 상념에 빠진 카일에게 시카니스가 말을 걸어왔다.

“아!”

카일은 멀리 보이는 오크 무리를 보며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뒤따라오는 웨어 울프와 오크가 근접해 서로를 인지하는 순간, 카일은 오크 무리의 외곽을 돌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생각처럼 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급작스럽게 만들어진 계획은 더더욱 그렇다.

“크와아악!”

갑자기 사나운 울음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시커먼 웨어 울프 한 마리가 떨어져 내렸다.

우두머리 웨어 울프였다.

시카니스가 미처 위협을 알려 주기 전 벌어진 공격이었다. 카일도 파악하고 있지 못했기에 황급히 검과 도를 교차하며 공격을 막는 게 고작이었다.

카강! 캉-

우두머리 웨어 울프의 사나운 공격에 카일은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측면에서 달려온 웨어 울프 한 마리가 다리를 물려 주둥이를 들이밀었다.

더 이상 우두머리와의 일대일 싸움이 아니라 웨어 울프 무리와의 싸움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카일은 우두머리 웨어 울프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카일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라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덕분에 다리를 물려던 웨어 울프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지만, 뒤에서 쫓아오는 웨어 울프들과의 거리는 더욱 좁아졌다.

“놈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조금만 더 가면 오크 때가 있는 곳인데….”

카일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다가오는 우두머리 웨어 울프를 노려보았다.

“크르르….”

그때 양옆에서 웨어 울프 십여 마리가 압박을 가하듯이 다가왔다. 더는 카일을 놓치지 않으려는지 웨어 울프 한 마리 한 마리가 카일이 빠져나갈 수 있는 모든 위치를 선점하며 압박해 들어오고 있었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어디 해보는 데까지 해보자!”

카일이 검과 도를 들어 올리며 자세를 낮추었다.

그리고는 크게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흙이 비산하며 카일의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순간적인 가속을 위해 오러를 두 다리로 잔뜩 밀어 넣었기 때문이었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카일이 자신에게 똑바로 떨어져 내리자 우두머리 웨어 울프 역시 하늘로 뛰어올랐다.

“크아앙~.”

괴성을 지르는 웨어 울프와 검을 세운 카일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였다.

“파워 업.”

카일의 나지막한 말소리와 함께 카일이 손에 끼고 있던 가죽장갑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어리다가 사라졌다.

콰아앙-!

빛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카일의 검과 웨어 울프의 발톱이 부딪혔다. 커다란 충격음과 함께 우두머리 웨어 울프는 뛰어올랐던 것보다 더 빠르게 아래로 떨어져 바닥에 처박혔다.

“케헤엑.”

거칠게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해낸 웨어 울프가 비틀비틀 일어났다.

생각 같아서는 곧장 달려가 목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우두머리가 죽어버리면 지금까지 웨어 울프를 끌고 온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리기에, 카일은 숨통을 끊어버리는 대신 우두머리 웨어 울프를 지나쳐 그대로 오크 무리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조금 전 웨어 울프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쉬익 쉭- 쉬이익

“취익~.”

“크아악~.”

갑작스러운 카일의 난입에 허둥지둥거리던 수십의 오크들이 피를 뿌리며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후위에서 달려온 웨어 울프가 워낙 지척까지 다가와 있어 카일로서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오크 무리로 뛰어든 것이다.

* * *

“헉헉~.”

힐튼 남작이 지친 얼굴로 주변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눈앞으로 앞서 죽였던 오크들과는 다른, 수천 마리의 오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힐튼 남작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던 얼굴로 옆에 서 있는 일칸을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제 힐튼 남작에게 남은 사람은 일칸밖에 없었다.

“쯧, 그러게 서둘러 피하라 하지 않았나. 자네라도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후회막심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갈 걸 그랬습니다.”

“뭐라!”

힐튼 남작이 역정을 내려 하자 일칸이 어처구니없단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렇게 화내실 거면 왜 그런 말을 하십니까. 아무튼 지난 일은 그만 들먹이시란 말입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여기서 살아남을 방법이나 생각하시지요.”

항상 자신의 말에 순응하던 일칸이 짜증을 내자 힐튼 남작이 입술을 벙긋거렸다. 하지만 일칸의 말에 틀린 점은 없었다. 그의 말대로 인제 와서 후회한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결국은 눈앞에는 다가오는 수천의 오크 때만 있을 뿐이었다.

“허허…. 그래 일단 살아남은 뒤 두고 보도록 하지.”

힐튼 남작이 제법 화가 난 듯 말했지만 일칸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다가오는 오크들의 포위망을 뚫고 살아남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힐튼 남작도 일칸도 모두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우우우~.”

그때였다.

힐튼 남작과 일칸이 묵묵히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하려 할 때, 높은 하울링 소리와 다가오는 오크 무리 좌측이 소란스러워지는 소음이 들려왔다.

“취익~.”

“크아아악~.”

힐튼 남작의 귀에까지 들려 올 정도로 오크들이 괴성을 내질렀다. 수천 마리의 오크 무리 전체가 혼란에 휩싸여 출렁이기 시작했다.

“저… 저길 보십시오!”

오크 무리 주변을 샅샅이 살피던 일칸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엔 혈혈단신의 사내가 오크 무리 사이로 뛰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백여 마리는 되어 보이는 몬스터, 정확히는 웨어 울프 무리들이 사내의 뒤를 따라 오크의 무리로 뛰어들어 주변의 오크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며, 의문의 사내를 따라 무리를 가로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저, 저….”

힐튼 남작이 입을 떡하고 벌렸다. 웨어 울프 무리가 사내의 뒤를 따른 것보다 놀라운 것은 두 자루의 검을 종횡 무신으로 휘두르며 오크 때를 베어 넘기는 사내의 존재였다.

사내가 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두세 마리의 오크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지고 있었다.

* * *

사아악-

정면을 가로막는 오크의 가슴을 베어버린 카일이 급히 머리를 숙였다.

간발의 차로 날카로운 발톱이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카일은 몸을 낮게 숙이더니 한쪽 무릎을 축으로 삼아 몸을 좌측으로 회전시켜 굽혔던 다리에 힘을 주고는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올라 바로 앞에 있는 오크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푸확

오크의 가슴을 갈라버린 뒤 카일이 옆으로 빠져나가자 카일을 공격하려던 우두머리 웨어 울프의 몸뚱이가 녹색의 핏물로 뒤덮었다.

“크러렁.”

카일의 뒤를 쫓다 별안간 오크의 피를 흠뻑 뒤집어쓰게 된 우두머리 웨어 울프가 화가 난 듯 거칠게 으르렁거리자, 뒤를 따르던 웨어 울프들이 앞으로 튀어나와 오크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며 카일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백여 마리의 웨어 울프들이 본격적으로 오크들을 죽이기 시작하자 오크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악-

“켁~.”

“취익~ 컥.”

웨어 울프 한 마리는 초급 엑스퍼트에 이를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였다. 그러니 오크 따위가 상대될 리 없었다. 오크들은 종종 반격을 시도했으나 속수무책으로 처참하게 죽어 나갈 뿐이었다.

그러나 오크들 역시 호전적인 몬스터, 그중에서도 사납다고 할 수 있는 오크 랜드의 오크들이라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웨어 울프에게 달려들었다.

“헉, 헉~.”

카일이 앞을 막아서는 오크의 가슴에 검을 박아 넣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는 손에 끼고 있는 가죽장갑을 바라보았다. 이제 시간이 다 되었는지 마법은 사라지고 일반적인 장갑으로 돌아와 있었다.

최대한 오러와 체력을 안배하고는 있지만 오크 무리를 뚫고 지나가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마 마법 장갑이 아니었다면 오크 무리를 뚫고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주변의 오크들이 웨어 울프들에게 몰려들면서 상대적으로 포위망이 옅어졌기 때문에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젠장! 생각한 것 보다 일이 커졌어.”

가슴에 검을 박아 넣은 오크를 발로 걷어찬 카일은 반동을 이용해 뒤로 빠르게 물러나 양 측면에서 떨어지는 클럽(곤봉)을 피했다. 다시 다가오는 오크의 무기를 쳐내려는 순간, 누군가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카일의 고막을 울렸다. 동시에 우측에 있던 오크들의 진형이 급속도로 무너졌다.

“이놈들 죽어라, 죽어!”

“쿠에엑~.”

“취익~.”

일칸이 눈에 보이는 오크들을 모두 죽여 버리겠다는 듯이 검을 휘두르며 카일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뒤를 힐튼 남작이 느긋하게 따르며 다가오는 오크들을 향해 가볍게 검을 찔러 죽이고 있었다. 정확하면서도 단호한 손속이었다.

“서둘러 저 아이와 합류해야 한다. 아무리 웨어 울프라도 오크들이 저렇게 몰려들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

힐튼 남작이 크게 외치자 일칸의 검에 속도가 붙었다. 웨어 울프가 백여 마리에 달한다고 하지만 수천의 오크들을 모두 상대하기에는 숫자가 너무 적었다. 더군다나 넓게 퍼져 있던 오크들이 피 냄새를 맡고 웨어 울프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어, 오히려 웨어 울프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으아아!”

일칸은 다가오는 오크의 모습에 괴성을 지르며 검을 더욱 빠르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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