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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전사-91화 (91/113)

< -- 91 회: 19장. 설계 -- >

19장. 설계(4)

세 거한이 활약이 익숙해질 즘에 강현의 눈에 들어온 건 일본팀의 모습이었다. 아니 처음부터 거슬렸지만,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는 게 옳은 표현이리라.

‘일본팀이라고 사무라이 차림? 너무 안이하지 않나?’

펄럭거리는 무사복에 일본도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일본 근접딜러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쓴웃음이 나왔다. 물론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에서 저런 코스튬을 지원해주니 사용한다고 해서 문제는 없었다.

다만. 개인으로 활동을 시작해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고 했던 강현과 달리. 저렇게 되놓고 국가 색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묘한 기본이 들었다고 할까?

이런 한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상황이었기 때문. 함정에 빠졌던 장이평의 부하 중 움직일 수 있는 자는 서로 도와가며 함정을 벗어났고, 후미에 남겨진 부하들은 우회로를 찾아 합류했다. 강현의 팀원들에 장이평과 부하들까지 합치자. 단숨에 판세가 뒤집혔다.

그 직후 짧게 벌어진 전투에서 일본팀 대부분이 죽거나 전투불능 상태에 빠졌다. 최후로 남은 건 어떻게든 장이평을 쓰러트리기 위해서 달려드는 한 명의 사무라이뿐. 장이평은 가소롭다는 듯이 사무라이의 일본도를 뿌리치고. 그대로 목을 날려버렸다.

촤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다음 장이평은 금방까지의 살의를 순식간에 집어넣었다. 그러고 강현을 돌아보며 온화한 기색으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두 번이나 도움을 받게 되는군요.”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는 감사인사에 강현은 당황해 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우연히 지나가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뿐입니다.”

강현의 겸손한 표현에 장이평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보다 이 구역 내에 계신다는 건 그 쪽팀도 중급 퀘스트에 도전의사가 있다가 봐도 되겠습니까?”

단도직입.

당연한 일이다. 일본팀을 격퇴하긴 했지만. 규모를 생각하면 후속팀이 이곳을 다시 공격해올 가능성도 있었다. 그 외에 다른 적들이나 몬스터가 있는 이곳에서 환담할 시간은 없었다. 거기다 장이평이 묻는 건 이곳에 있는 누구에게 물어봐도 같은 대답이 나올 질문이었다.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저희 중국팀과 연합해서 중급 퀘스트를 공략하는 건 어떻습니까?”

이것도 예상된 제안. 하지만. 다른 팀원들은 의외였던지 숨을 집어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하긴 비공식적으로라도 막대한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함부로 결정하기 힘들겠지.’

강현은 알지 못했지만. 미국과 일본팀이 JS온라인 안에서 협력관계를 맺는데도 상부에 재가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장이평은 마치 즉석에서 생각한 듯. 연합제안을 해왔다? 달리 말하자면. 그 정도의 권한이 장이평에게는 있다는 말이었다.

어쨌든.

장이평의 제안에 대해 강현은 어떤 대답을 할지 미리 생각해 뒀었다.

“그….”

강현이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을 때. 장이평과 강현의 사이에 끼어드는 존재가 있었다. 비교적 단정한 모습의 장이평의 중국팀과 달리. 옅은 무채색의 복장을 베이스로 자유분방한 차림. 클라우드와 떨어진 그레이팀의 일원이었다.

“안됩니다.”

그의 출현에 강현은 의아했고, 장이평은 불쾌했다. 장이평은 간신히 표정을 무너트리지 않고 그레이팀의 팀원에게 타이르듯이 말했다.

“지금 대화에 끼어드는 건 적절치 못하신 거 같습니다만.”

“동맹에 대해서는 우선 클라우드님과 합류해서 상의하시죠.”

중국팀에서는 장이평의 말에 모두 꼼짝을 못하지만. 그레이 팀원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했다. 문제는 그 말이 정론이라는 것. 장이평이 그레이팀과 먼저 중급퀘스트 공략에 대해 협력관계를 맺었으니 추가로 협력을 맺어서 이익을 나눠야 하는 상황에서는 장이평 혼자서 결정해선 안 될 일이었다.

“끄응.”

장이평이 불만스러운 듯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지금 클라우드는 멋대로 행동하고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 중이지. 이번 작전에 그레이가 도움이 되는 게 하나라도 있었던가?’

금방까지의 상황을 복기한 장이평이 속으로 그런 불평을 했다. 거기에 비하면 눈앞의 플레이어는 자신을 두 번이나 도와준 전력이 있었다. 장이평은 평소 은원관계는 확실히 하는 성격. 강현에게 빚을 지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게다가 강현의 신원을 확실히 알 수 없기에 가능하면 그 은원관계는 이 JS온라인안에서 정리하는 게 확실했다.

그거라면 소규모의 한국팀을 지원해주는 걸로 충분할 터였다. 그런데 제대로 도움 안 된 그레이팀에서 이의를 제기한다? 용납할 수 없었다. 장이평의 분위기를 보고 있던 강현은 점점 험악해지는 장이평의 표정을 보고 먼저 치고 나왔다.

“두 팀 사이에 괜히 끼어서 불편한 관계가 되긴 싫으니까. 다음 기회를 기약하죠. 그럼 저희는 이만 다른 곳으로 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강현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 곧바로 팀원들을 이끌고 숲 속으로 사라지려고 할 때. 장이평이 강현의 등 뒤로 외쳤다.

“그럼. 오늘 이야기는 추후에!”

장이평의 말에 화답하듯 강현이 손을 들어 올렸다. 강현의 대답에 안심한 장이평은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그레이 쪽 팀원을 슬며시 노려보았다.

*****

“레드파이어님. 다시 한 번 물어보지만. 어떻게 이렇게 세진 건가요?”

중국팀을 도와주고 서쪽 숲 속으로 이동 중. 중국팀이 멀리 떨어진 걸 확인한 강현이 물었다. 당연히 세졌다는 건 수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다이내믹 코리아팀의 남성 삼인조를 이야기하는 거였다. 수지는 그 말에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세 사람을 쳐다봤다. 처음에 강현을 팀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미묘한 기 싸움을 했던 세 사람이었다.

그런데 한 달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변했다. 단순히 근육만 달고 나타난 게 아니라. 금방 벌어졌던 전투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쌓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건 한계가 있어서 말이삼.”

수지는 강현의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세 거한은 그런 수지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접속 가능할 때는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에서 열심히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린 다음.”

“오프라인에서 쉴 때는 육체단련을 했습니다.”

“그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그 인고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하군요.”

세 사람은 한마디씩 던졌다. 빅사이즈가 그때의 고생이 떠올랐던지 주먹을 꽉 쥐었다.

“이게 다 수지님이 열심히 지도해 주신 덕분이죠.”

“야. 너!”

빅사이즈가 가 실수한걸. 황급히 인텔파이브가 지적했다. 빅사이즈의 실수라는 건 바로. 함수지. 레드파이어의 이름을 밝힌 것. 수지라는 흔한 이름만 안다고 해서 현실에서의 레드파이어의 정체를 알아낼 수는 없었겠지만.

어디까지나 관리자격으로 와있는 채영 외에는 개인정보는 상호 간에 모르는 걸 전제로 하고 있던 터였다.

문제는 수지와 세납자는 모르지만. 강현은 JS온라인에서 수지의 캐릭터를 처음 봤을 때부터. 수지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은근히 연상되는 패션스타일도 그렇지만. 그 특이한 말투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을 테니까.

어쨌든. 강현은 그 말을 못 들은 척했다. 그러자 황급히 수지가 사태의 수습을 위해 나섰다.

“다들 그렇게 휴식시간도 없이 끊임없이 단련해 여기까지 온 거임.”

“거기다가 캐쉬템을 써서. 육체를 현실에서 여기와 같이 맞췄죠.”

채영이 나서서 보충해 줬다.

‘그럼 게임 밖에도 이런 모습인 건가?’

멋진 초콜릿 복근과 떡 벌어진 어깨로 남성미를 풍기는 부분에 대해서 동경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이건 과해도 너무나도 과했다. 애당초 강현은 도퍼가 된 뒤로 몸에 군살이 빠지면서 꾸준한 트레이닝으로 맵시 있게 단련한 몸매가 되었는데, 거기에 무척 만족했다.

“그리고 사실 능력도 그렇게 센 것도 아니삼.”

“기본 신체능력이 어느 정도 반영되긴 하지만. 게임상에서의 능력치는 등급에 따라 대체로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채영은 세 거한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 자신도 이 정도의 극적인 변화는 예상 밖이었으니까.

“단련해서 얻은 건 아마도…. 수치화하기 힘든 박력과 기세. 카리스마로 표현되는 그런 것들일까요?”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 제일 중요한 건 자신감이니 말이삼.”

그 말에 강현도 납득이 됐다. 긴장 때문에 제 실력 발휘를 못 하는 경우는 비단 레이드뿐만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운동했다고 저렇게까지 자신감을 찾는단 말이야?’

“그보다 1234님이야말로 대단하삼. 여기 퍼스트영에게 들었삼. 저 세력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인 게 1234님이었다고.”

“그러게요. 누님. 네 개 세력이 여러 정보를 줘서 동시에 움직이게 하다니. 탐나는 인재입니다.”

“군 작전부에 들어와도 될 거 같습니다. 그려.”

그 말을 강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엄청난 고차원의 수를 부린 게 아니었다. 겨우 가상세계의 일이라고는 해도. 걸려 있는 상품이 큰데다가. 나라별로 투입된 자원도 무시 못 할 정도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현실 세계에서처럼 국가단위의 정보망을 가동할 수 없었다. 결국에는 한정된 정보로 안전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보수적이고 단순한 선택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었다.

“그럼. 리더.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스타로드가 변함없이 물어왔다. 운동 때문에 더욱 험악해진 얼굴을 들이미는 바람에 순간 깜짝 놀랐다. 간신히 진정한 강현은 입을 열었다.

“지금 충돌한 일본팀과 중국팀은 전력을 가다듬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겠죠. 특히 중국팀의 반격을 받은 일본팀은 전력을 재정비하는데 더욱 시간이 걸릴 겁니다. 문제는 아직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미국인데. 미국은 아마도 일본을 미끼로 쓰고 본인들이 직접 중급 퀘스트 공략을 나서고 있을 거 같습니다. 아마도 중급퀘스트 중에 방해만 받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중급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자기 생각을 정리할 겸. 폭풍처럼 쏟아냈다. 그 말에 다들 일리 있는 판단이라고 생각했는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현의 생각이 맞았다면. 미국팀이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 돈독한 한미관계를 생각하면 타국 팀이나 그레이팀에서 앞서나가는 상황보다는 나았지만. 꼭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꺼내는 강현에게는 별로 초조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되려 초조한 것은 정부 측 인사인 스타로드였다.

“그러면. 벌써 미국팀에서 중급퀘스트를 클리어해버린 게 아닙니까?”

스타로드의 물음에 강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정도 상황에 미국이 클리어할 수 있다면 진작에 클리어했을 겁니다. 아마도 중앙에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를 지키고 있는 몬스터는 A+급 아니면 S-급에 육박할 것이고. 호위하는 몬스터도 적지 않겠죠. 단독으로 처리 중이라면. 다소 시간이 걸릴 테죠. 적어도 반나절 이상? 이 정도 시간이 클리어하지 못하겠죠. 그리고 높은 확률로.”

그렇게 잠깐 숨을 돌린 강현은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아마도 그레이팀에서 미국팀을 방해하는 인원을 파견해뒀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초 이 구역 안에서 조용히 상황파악에 주력했던 강현일행은 그레이팀이 일본닌자들을 따라가는 걸 보고 있었다. 하지만. 수리검을 빗발치는 상황에 놓여있는 장이평과 달리 위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있었을 때. 그레이팀의 움직임은 수상했다. 처음에 여력이 남아있을 텐데도 쫓는 움직임이 둔했다. 마치 쫓아는 가지만. 잡을 생각은 없었다는 듯한 움직임.

아마도 전력을 최대한 온전 시켜놓기 위한 움직임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생포해서 정보를 캐낸 그레이팀의 진이 말한 것보다 그레이팀의 인원이 너무 적었다.

그렇다는 건?

“다음 전장은 이미 정해졌네요.”

채영의 말에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연참에 성공했습니다?!

원래 12시쯤 올릴려고 했는데 늦어버렸어요...ㅠㅠ

아직 다른 작가분 연참속도에는 못 미치지만 힘내고 있어요.

어제는 작가분들이 후기에 작품 추천하는게 유행이라는 말을 들었네요.

노블 정액 끝난지는 오래됐고 요즘은 주로 옆동네글을 보는데요.

옆동네 작가분들이 조아라에도 연재하시는 분들이 늘어났어요.

완전 환영합니다.

아무래도 결제를 한 곳에 몰아서 하는게 편해서...;ㅁ;

어쨌든. 최근에 옆동네서 유료결제해서 보고있는 소설중에

담화공님의 "알파 플레이어"가

조아라 일연에 연재중인걸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는 글이에요.

현대레이드물인데 회귀물의 특징을 가졌지만. 회귀물도 아닌 독특한 설정에다가

과격하고 나쁜남자 스타일의 주인공이 나옵니다.

언젠가는 저도 저런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쓰고 싶네요.;ㅁ;

곧 조아라에서도 프리미엄 전환이 된다고 하니 그전에 얼른 보세요.

그럼 오늘도 연참을 위해 달려보겠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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