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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전사-58화 (58/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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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또 다른 과금전사(3)

“1234. 오랜만이로군. 다시 의뢰받으러 왔나?”

게임에 접속해 중앙통로로 오자 낯익은 얼굴이 강현을 맞이했다. 플레이어에게 퀘스트를 전달하는 NPC 비스였다.

‘역시 NPC는 바로 알아보네.’

강현은 자신의 신변보호를 위해서 이름 대신 기본 스캔한 얼굴을 10만 달러라는 거액을 주고 수정했다. 1234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본으로 고를 수 있는 스킨중에 서양인처럼 보이는 하나를 선택했다.

NPC는 알아보더라도 다른 플레이어가 강현의 외모를 보고 오프라인에서 찾을 위험성을 조금은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럼 실례.”

강현은 비스 앞을 지나쳤다. 이미 이 게임의 플레이에 익숙해진 만큼 무턱대고 인던에서 사냥부터 할 게 아니었다. 강현이 찾는 건 따로 있었다. 게임 속이라 머리통만 한 공모양으로 탈바꿈한 [ 콩 ]의 안내를 받아 이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스터. 여기가 골드샵입니다.

강현이 외모변형기능을 결제했을 때, 자동으로 도퍼 카드에서 돈이 빠져나갔다. 그러면 다른 과금형 서비스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 콩 ]에게 묻자 바로 골드샵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당연하게도 게임에서 현금으로 파는 장비는 압도적으로 좋았다. 일단 가능한 모든 돈을 털어서 최대의 장비를 맞출 생각이었다. 그걸 넘어서는 장비라고 하면 보스 몬스터가 드랍하는 레어 아이템뿐이었다.

문앞에 서자. 자동으로 문이 양옆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간 순간 자연스레 감탄사가 펼쳐졌다.

무기백화점.

딱 그 말이 어울릴 정도로 각종 무기가 진열되어있었다. 단검과 장점. 양손 검과 창. 갑옷과 방패. 종류별로 가지런히 진열되어있었다. 장난감가게에 처음 구경 온 어린애처럼. 연신 두리번거렸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눈에 띄는 장검 앞에서 멈췄다. 다른 장비품과 다르게 따로 유리케이스 안쪽에 모셔져 있던 그 검은, 검은색 날을 베이스로 날 끝 부분이 마치 타오르는 붉은 화염처럼 보이게 도색되어있는 멋들어진 검이었다.

하지만.

그 가격은 끔찍했다.

“이게 100억?”

가격표를 보니 한국 돈으로 100억 가까이 되는 돈이었다. 보니까 무기들도 하나같이 금액 순으로 가지런히 분류되어있었다. 강현이 본 것처럼 따로 진열되어있는 장비들도 최소 1억부터 시작해서 천억대까지 다양했다.

“제대로 돈 뜯어내려나 보네.”

강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다. 따로 진열되어있는 장비 중 같은 모습을 한 장비가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쪽에 파는 무기들은 게임상에 하나씩 밖에 없는 거야? 만약 내가 사면 다른 사람들은 못 쓰는 거지?”

-체크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강현의 생각대로였다.

누가 이 무기를 산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못사는 거였다. 막상 돈을 들고와서 현질하려고 해도 살 아이템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살 것은 이거지.’

한참 뒤. 골드샵에서 나온 강현의 인벤토리에는 강현의 전 재산을 털어놓은 999억짜리 검이 들어있었다.

********

그리고 일주일 뒤.

강현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중앙통로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알렉스 루엘의 발표 다음날. 많은 사람의 주목 속에 접속캡슐을 공개했다. 그 가격은 한기당 1억. 일반인들이 호기심에 사서 접속하기에는 비싼 가격이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강현은 그 발표를 보고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도퍼 능력을 활성화 시켜주는 약 [ 예거 ]도 1억. 골드샵에 파는 아이템의 가격도 1억 단위. 그리고 이 접속캡슐도 1억.

‘저 알렉스 루엘이라는 녀석 혹시 1억 이하의 단위는 돈 취급을 안 하는 게 아닐까?’

어쨌든. 접속캡슐의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발표 직후부터 사람들이 접속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통로를 오가는데도 불편할 정도였다. 거기다가 통로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면면도 볼만했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거 같은 용병부터. 그 많은 사람 사이에서도 오와 열을 지키면서 움직이는 군부대단체. 그리고 강현의 캐릭터와 같이 평범해 보이는 수많은 캐릭터가 뒤섞여있었다. 정말이지 인던시스템이 아니었다면 몬스터보다 던전에 사람이 더 많았을 거 같았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은 초보퀘스트 NPC비스쪽이었다. 비스는 태블릿 피시를 흔들면서 연신 소리치고 있었다.

“아, 지금 바쁘니까 줄 서! 줄!”

비스가 고함을 치면서 소음을 증가시키자. 줄을 서고 있던 사람들 중에 성미 급한 사람들도 같이 소리를 높였다.

“어이! 얼른얼른 진행하라고!”

“C8, 어디서 새치기 하려고 꼼수 쓰고 있어? 이쪽은 한참 기다렸다고!”

“뭐어? C8? 지금 나한테 C8이라고 그랬냐? 이 C8아!”

“이 C8새끼가!”

서로 윽박지르던 두 남자는 열을 내다가 당연하다는 듯이 멱살을 잡고 주먹다짐을 시작했다. 통제에 따르듯 유난히 문제 일으키는 사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상관없다는 듯이 외면하고 있었다.

그때. [ 콩 ]과 비슷하게 공처럼 생긴 로봇 두기 천장 쪽을 통해서 날아왔다. 그걸 본 사람들은 얼른 사내들에게서 거리를 뒀다. 동그란 몸체에서 집게발을 꺼낸 로봇은 서로 시원하게 몇 번 펀치를 주고받은 사내 둘에게 다가가서 집게를 내밀었다.

그러자.

“으갸갸가갸갸가가가각!”

화해라도 한 것처럼 한목소리로 비명을 지른 사내 둘은 바닥에 털썩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이내 육체가 사라졌다.

“하루에 꼭 몇 명씩은 있단 말이야.”

비스는 괜히 저놈들 때문에 업무가 지연됐다고 투덜거렸다. 저렇게 관리로봇의 접속차단 공격을 받으면, 강제로 접속해제가 되어버린다. 거기다가 지금은 수많은 사람이 접속하기 때문에 서버 폭주 상태가 되어버렸다. 즉 접속대기 시간이 길어졌다는 뜻.

‘멍청이들.’

주위 사람들은 한결같이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이 원체 많은 탓에 이것 또한 익숙한 광경이었다.

강현은 그 소란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리고 좌측으로 꺾인 곳에는 5일 전부터 보기 시작한 NPC가 강현을 맞아주었다.

“어서 오세요. 1234님. 오늘은 어느 구역의 중급던전을 탐험하시겠습니까?”

안경을 쓰고 풍성한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중급 임무 담당 미디오였다.

중급던전.

알렉스 루엘이 예거 아머를 발표할 때 한 말이 있다.

JS 온라인의 최종우승자가 예거아머의 주인이 된다. 홈페이지에 적혀있던 최종우승자의 조건은 요약하자면 이랬다.

[ 우승자를 증명하는 아이템을 지하 100층에서 가져올 것. ]

저 한 줄은 많은 걸 포함하고 있었다.

강현은 자신이 현질한 아이템을 가지고 하루 만에 빠르게 비스의 초보퀘스트를 모두 치러냈다. 그때 알아낸 정보가 있었다. 일급기밀까지는 아니고, 플레이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정보였다. 그걸 보자 왜 [ 콩 ]이 왜 계속 이 게임을 클리어해달라고 졸랐는지도 알 수 있었다.

게임은 총 3단계의 퀘스트로 진행된다.

초보자의 퀘스트 ? 방어.

이곳 쉘터로 쳐들어오는 몬스터를 미리 차단하는 퀘스트. 비스로부터 어떤 지역으로부터 몬스터들이 쳐들어온다는 제보를 받고, 게이트를 타고 가서 몬스터를 처리한다.

중급자의 퀘스트 ? 탐사

게이트를 타고 구역마다 존재하는 던전을 탐색해서 거기에 숨어있는 몬스터를 퇴치하고 몬스터들의 보스가 있는 던전의 입구를 찾는다.

상급자의 퀘스트 ? 공략

중급퀘스트에서 발견된 지저던전을 공략한다. 그 규모는 총 지하 100층까지. 그 100층에 있는 몬스터들의 보스를 퇴치한다.

즉, 초급. 중급 퀘스트를 모두 마치고 상급자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게 진정한 우승자가 된다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3단계나 클리어하는 긴 여정처럼 보이지만. 초보자의 퀘스트는 튜토리얼이나 마찬가지로 쉬웠다. 혼자서 마음껏 진행할 수 있었던 강현은 초보자 퀘스트를 하루 만에 클리어했으니까.

이미 강현 외에도 초반에 일찍 접속한 사람들은 몇은 초보 퀘스트를 마치고 몰래 중급퀘스트에 진행하는 사람도 몇 명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강현은 초보자 퀘스트를 클리어한 그 다음 날부터 혼자서 구역별로 상급자 퀘스트 공략을 위해 숨겨진 던전 입구를 탐사하고 있었다. 나누어진 구역은 A부터 Z까지 총26 구역. 착실하게 A부터 차례대로 들어간다면 조사하는 데 채 걸리지 않을 터였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오늘은 F구역으로 가겠어.”

“알겠습니다. 1234님.”

강현의 말에 미디오는 허리를 굽히며 품위 있게 인사한 다음 뒤쪽에 있는 게이트의 다이얼을 조정했다. 게이트가 열렸지만. 강현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기를 주저했다.

왜 주저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했다. 벌써 몇 번이나 실패했기 때문이다. 중급 퀘스트 던전에 나오는 몬스터들은 초급과 수준이 완전히 차이가 났다. 그 뒤로 최대한 조심해서 싸운다고 생각했지만. 조금의 실수로도 사망했다. 오늘도 이렇게 게이트까지 열었지만. 강현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이 던전을 클리어하는 건 혼자서는 무리다. 라고.

필요한 건. 후원자와 동료.

지금 강현의 장비를 업그레이드시켜줄 막대한 재력을 가진 후원자와 함께 싸워나갈 동료가 절실했다. 하지만 이 게임의 특성상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플레이하는 개인으로서는 그 두 가지 중 어느 하나 다 갖추기 힘들었다.

그래서 혹시나 조금 더 쉬운 던전은 없을까? 해서 여러 구역을 번갈아 가면서 들어가 보는 거였다. 하지만 녹록지 않았다. 아니.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허탕일까 싶은 두려움이 강현을 주저하게 하였다.

강현이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게이트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체크했습니다. 마스터. 권채영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와있습니다.

[ 콩 ]이 알려왔다.

*****

채영이 보낸 차량을 타고 안전관리국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무렵이었다. 1층 로비에는 채영 혼자만이 강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강현은 채영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서 머리를 굴러봤지만 도통 갑작스레 자신을 부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채영이 보낸 메시지에는 [ 긴급사항 지원하는 차량을 타고 안전관리국으로 올 것 ]이라고 짧게 적혀있었다. 강현이 점퍼를 입고 1층으로 내려갔을 때는 이미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겨우 한군데 짚이는 것은 JS 온라인밖에 없었다.

‘혹시 내가 게임에 접속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나?’

카드내용을 감시했으면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갑작스레 천억이나 썼으니까.

“그간 신경을 너무 못 써드려서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지하 5층 작은 회의실에 들어가자마자 채영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왠지 취조실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던 강현은 갑작스러운 채영의 반응에 당황했다.

일주일 전.

알렉스 루엘의 예거아머 발표사건 이후로. 강현도 혼자 있고 싶으니 급한 일 아니면 연락을 말아달라 먼저 이야기했던 터였다. 그 뒤로 채영은 상부의 호출 때문에 안전관리국으로 돌아가 버렸고, 강현은 강현 나름대로 게임을 하느라 호텔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어차피 그날을 기점으로 모든 방송사가 그 알렉스 루엘에 대해서 다루느라 정신이 없었다. 일부 강현을 찾는 방송도 있었지만. 가볍게 사양할 수 있었다.

“강현님도 그때 방송 보셨겠지만. 알렉스 루엘과 예거아머. 정부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당연하다. 저 예거아머의 무한한 가치를 생각하면 어느 나라나 단체라도 군침 흘릴 터였다. 문제는 정부가 강현을 굳이 왜 여기까지 불러들였나 하는 거였다.

“바쁘실 테니 바로 본론을 이야기하겠습니다. 혹시. 알렉스 루엘을 아십니까?”

우문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자는 없을 테니. 그래도 그 사건 이전까지는. 그저 금수저 물고 태어난 괴짜 부자라는 이미지가 다였다.

강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한 채영이 말을 이었다.

“이전까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렉스 루엘은 부자이기 이전에 천재입니다. 16개 국어를 할 뿐만 아니라. 각종 영역에 연구하고 있죠. 예거도 그가 개발했다는 게 정설이죠. 거기다 이번 예거아머도 그가 개발했다고 대부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금시초문이었다. 호오라고 감탄하기 전에 이어진 채영의 말에 강현은 경악했다.

“다현 양이. 그 알렉스 루엘의 약혼녀라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혹시 들으신 거 있으십니까?”

============================ 작품 후기 ============================

오늘 아니면 내일.

연참이 가능할 듯합니다.+_+

(다른 작가분들에 비하면 소소한 2연참이겠지만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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