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7 회: 10장. 프리 서버 -- >
10장. 프리서버(2)
- 형. [ 몬스터 레이드 온라인 ]에 접속하는 방법 찾았어요.
불똥이 보낸 메시지였다.
그 뒤로 이어지는 메시지를 본 강현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자신의 능력을 강화할 길이 열린 것이었다.
처음부터 강현이 가지고 있는 백억 조금 넘는 돈 가지고는 게임을 인수하긴 무리였다.
점점 대형 게임들의 제작비가 증가하는 추세에 컨트롤 헬멧이라는 컨트롤러에 대응하는 게임은 그 제작비만 해도 몇천억에 달했다. 그것도 [ 몬스터 레이드 온라인 ] 만 있는 게 아니라. 몇 개의 게임이 더 있었다. 그걸 다 합치면 이 게임산업에 투자된 제작비만 수조에 달했다.
지금은 컨트롤 헬멧의 안전성 문제와 게임보안의 취약점을 파고든 흉악범죄 때문에 컨트롤 헬멧을 사용하는 게임들은 죄다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하지만 막대한 금액이 게임에 들어간 만큼. 금지된다고 해서 게임 업체들이 쉽게 개발한 게임을 버릴 순 없었다. 어떻게든 서비스를 재개하기 위해서 게임회사의 로비스트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고 있었다.
하지만 강현은 재미삼아 게임을 하는 처지가 아닌 만큼 게임이 언제 재개될지도 모르는 채로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강현은 불똥에게 자세히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답메세지를 보냈다. 이걸로 채영의 제안은 재고하지 않고 거절해도 괜찮을 터였다.
채영의 제안에 대해서 생각하자 강현은 아까 부평 서브웨이 스테이션에서 채영과 단둘이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괴물을 키우고 있다니 대체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저한테 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그건....”
채영은 말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내 결심한 듯 눈을 내리깔며 입을 열었다.
“전 관리자로서 강현 님이 일반적인 도퍼 능력자들과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채영의 말에 강현이 움찔했다.
‘혹시 내 비밀을 눈치채고 있는 걸까?’
강현의 비밀은 [ 몬스터 레이드 온라인 ]이라는 게임에서 얻은 능력이 현실에서도 반영된다는 거였다. 현재 상황에서는 만렙에다 능력적으로 퍼스트 도퍼인 노정석과 맞붙을 정도로 강해서 크게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특이한 능력을 분석한다고 멋대로 억류하거나 하는 걸 국가적으로 나서면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가볍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국가가 그런 ‘괴물’을 키우고 있다는 말까지 들었을 때는. 그보다 더한 어떤 짓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경계심이 배가 됐다.
‘혹시 혼자만 아는 거라면 여기에서 제거하는 것도.’
“그리고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강현님 한 분만 있으신 것도 아닙니다.”
‘뭐라고?’
최후의 방법까지 생각했던 강현은 이어지는 채영의 말에 깜짝 놀랐다. 나 말고도 다른 사람도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도퍼 능력을 편하게 부른다고 탱커, 원딜, 근딜, 힐러의 능력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만. 그 외에 다른 능력을 갖춘 도퍼들도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들을 [ 특이체 ] 라고 부릅니다.”
채영은 그래도 아직까지 국내에서 특이체로서 판단된 건 강현뿐이라고 말했다.
“그중에서 강현 님은 극단적인 성장형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기존의 능력이나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 전천후 능력자로서요.
물론, 도퍼들이 자주 약을 먹고 능력을 발휘할 경우에 어느 정도는 강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만. 이 정도까지 성장하는 건 어디에도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 이유가 뭐죠? 엄청난 군사 기밀 아닌가요? 애당초 그런 괴물 이야기가 새어나갔다는 것만으로도 징계 대상 아닙니까?”
강현의 추궁에 채영에게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징계받을 뿐만 아니라 이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처분되겠지요. 하지만. 이런 위험을 무릅쓰는 것도 국내의 유일한 특이체로서 강해지고 있는 강현님을 저 개인적으로 더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괴물보다 훨씬. 개인적인 투자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불현듯 강현은 채영을 한 대 쳐 날려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엮어버렸다.’
분산투자하라는 격언 중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두지 말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강현은 억지로 달걀 취급을 당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돌려봐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일단은 채영과 손을 잡고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수밖에.
강현이 강해지고 싶은 건. 힘을 얻으려고 했던 건. 몬스터를 박멸해서 부모님의 원수를 갚는 거였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과 하나뿐인 동생 다현을 지키는 것. 돈과 명예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거였다.
하지만. 자신이 이런 능력을 얻는다고 해서 세계를 구하고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하는 건 원치 않았다. 그런 정의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진작에 다른 일을 찾아봤으리라.
강현이 대답이 없자. 채영이 누군가 오지 않을까 주위를 경계하면서 다시 말을 꺼냈다.
“그래서 제가 제안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
“제가 알고 있는 다른 능력자를 통해서 강현님의 성장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싶습니다. 그는 뛰어난 교사거든요. 도퍼로서도 더욱 강해진다면 강현 님께서도 손해 볼 것 없지요.”
채영의 말에 강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에게 배운다고 해서 그렇게 능력이 향상될까? 채영 씨는 현재 날 성장형 특이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틀렸지만. 굳이 채영 씨한테 전부 알려줄 필요야 없겠지.’
여기까지 이야기를 꺼낸 마당에 채영이 딱히 거짓말을 하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지만. 이제까지의 행동을 생각하면 무언가 다른 꿍꿍이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강현의 거절은 예상했다는 듯 별다른 토를 달지 않고 생각 있으면 언제든지 다시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할 이야기가 없는지 나가자고 하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강현은 궁금한 게 있었다.
“그럼. 전 이전처럼 지내면 되는 겁니까?”
“네. 강현 씨에 대한 정보는 지금처럼 제가 가로막고 있을 테니까요.”
“그런 거면 굳이 오늘 이야기는 할 필요 없었잖아요.”
“하긴 그렇네요. 단순히 제가 후련해지고 싶어서 말한 것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기에는 벌써 계속해서 강해지고 계시니까요.”
“...”
“그래도 더욱더 강해지셔야 할 겁니다. 이 모든 것을 지켜내기 위해서 강현 님은 결국에는 싸우시게 될 테니까요.”
“결국에는?”
채영은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강현은 이내 짐작되는 게 있었다. 그 말의 무게를 생각하니 거기서는 채영에게 더 물어볼 수 없었다.
*****
“세컨드 웨이브 때문인가.”
불똥의 답장을 기다리면서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올려다봤다. 부평 서브웨이의 주민들뿐만 아니라. 채영도 같은 말을 한다면. 단순한 루머가 아니라 정부에서도 신경 쓴다는 거였다.
‘하긴 내가 걱정해봐야 어쩌겠어.’
도퍼로서의 능력이야 뛰어나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차원일 뿐이다. 거기다가 세컨드 웨이브. 세컨드 웨이브라고 해도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강현이 어렸을 때.
최초에 몬스터가 출현했을 때만 해도 세상이 멸망한다 어쩐다 말이 많았다. 하지만. 인간은 도퍼라는 능력자들로 그런 불안을 순식간에 불식시켰다.
15년이 지난 지금. 몬스터 레이드는 조금 위험한 돈 벌리거나. 티비 프로그램의 인기 소재일 뿐이었다.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한 힘인 도퍼능력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몬스터의 내부에서 나온 몬스터 코어로 무기를 만들고 폭탄을 만들고 하는 건 결국 인간이었다.
‘결국, 인간이 모든 문제의 씨앗이 아닐까?’
강현이 답지 않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밖에서 우당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다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오빠.”
다현이 집으로 들어온 소리에 강현이 문을 열고 맞이하러 나가려고 하기 전에 다현이 강현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오빠. 이거 무슨 말이야?”
강현이 쳐다보니 채영이 보낸 문자메시지였다. 내용은 미국행 비행기가 수배가 끝났으니까 공항으로 오라는 거였다. 몇 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벌써 처리하다니 빠르네.’
칼 같은 채영의 일 처리에 새삼 감탄했다. 하지만.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했다. 원래 돌아오는 길에 다현이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아까 클레임의 EMP공격 때문에 휴대폰이 고장 난 상태였다.
“채영 언니한테 전화하니까. 오빠한테 물어보라고 그러잖아. 오빠가 이 비행기 구해놓으라고 한 거지? 우리 해외여행가는 거야?”
뜬금없는 여행에 불안함 반. 기대 반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다현을 보면서 차라리 해외여행이면 좋겠다고 강현은 생각했다. 이 해외비행기는 강현이 채영에게 부탁한 것으로 이성제가 들고 도망친 S급 몬스터 코어로 만든 초대형 폭탄에 대비해 다현을 피신시키려고 한 거였다.
“여행은 아닌데. 아니. 너는 여행가는 기분으로 잠깐 미국에 가 있으면 되겠다.”
“나 혼자? 오빠는?”
“일 때문이라서 그래. 내 한 몸은 어떻게든 지켜낼 수 있겠지만. 다현이까지 지킬 자신이 없어서 내가 부탁한 거야.”
“뭐야. 그 쳐들어온 사람이. 그렇게 위험한 사람이야?”
강현은 다현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성제를 한참 쫓아갔다가 와서 하는 소리니까. 다현이 그렇게 생각할만했다. 더군다나 딱히 틀린 소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위험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위험하게 됐지.”
다현은 강현의 표정이 심각한 걸 보고 이제는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은 달았다.
“그럼 먼저 가 있을 테니까. 이번 일 끝내고 미국에서 같이 관광 다니는 거다? 알았지? 응?”
강현은 다현이 그렇게 매달리는 걸 보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결국, 비행기는 다음 날 아침에 출발했다.
다현이 갑작스러운 해외여행이 결정되자 준비한다고 부산떠느라 늦은 것도 있지만. 다현이 혼자 가는 것도 아니라서 다른 이들이 모이는데 오래 걸렸다고 했다.
다현은 뭐가 신 났는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연신 메시지를 보냈다. 새로 산 휴대전화로 다현의 메시지만 가득 채워졌다.
다현> 오빠·오빠. 내 옆에 가슴 대박 큰 여자 있다? 대~박. 아니 수~박만 해.
다현> 사진 찍어 보내줄까?
강현> 됐네요. 그보다 까불다 다치지 말고 조심해서가.
다현> 오빠도 조심해야 해. 그리고 얼른 일 끝내고 와.
강현> 응.
약속장소로 가느라 길거리를 걷고 있던 강현은 남자로서 그 가슴 크다는 여자의 사진을 보고 싶긴 했지만. 차마 여동생한테 도촬하라는 이야기를 할 순 없었다.
‘뭐 어차피 설마 소유씨 보다 큰 여자도 있을까?’
그러다가 오늘 중에 소유 씨에게도 어디론가 여행 가는 게 어떠냐고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휑한 빌딩 앞에 서 있는 불똥이 나타났다.
“아크로...”
강현을 보고 반갑게 손 흔들며 오던 다가오려던 불똥이 강현이 주먹을 쥔 걸 보고 입을 다물었다.
“야이 불똥아. 게임 캐릭터 명으로 부르지 말랬잖아.”
“형도 그럼 저 본명으로 불러주던가요.”
“됐고. 그래서 여기야? 그 게임회사라는 곳이?”
“네. 들어가시죠.”
강현은 불똥의 안내를 받아서 빌딩으로 걸어갔다. 정문은 이미 닫혀있었고 뒤쪽으로 빙 돌아갔다.
“그나저나 고생이 많았다. 용케도 허락을 얻어냈구나.”
“네 메시지로도 보냈지만. 푼돈으로 게임인수는 어차피 불가능하니까. 대신 사람을 노렸죠. 사람을.”
“그래?”
“아참. 여기서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면 되요.”
불똥이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왜 마중 나오는 사람이 없지? 거기다 저 비밀번호 저걸 저놈에게 막 넘겨줘도 되는 거야?’
결국, 아무리 철저한 보안 시스템이라도 사용하는 사람이 이따위면 쓸데없다는 생각만 확인했다.
“예전에 같은 게임을 했던 사람 중에 이 게임의 GM이 있더라고요.”
“그래도 GM이라고 해도 이럴 권한이 있는 건 아닐 텐데.”
“지금은 GM 아니구요. 그냥 관리원으로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거랬어요. 그것도 혼자 시간 때우면서 근무하고 있다나.”
“아하.”
강현은 왜 상대가 마중 나오지 않았는지 이해가 갔다. 그보다 이어지는 불똥의 말에 깜짝 놀랐다.
“어쨌든. 대박인 게 뭔지 아세요?”
“뭐야. 뜸 들이지 말고 말해봐.”
“이미 추가 컨텐츠가 개발이 끝나있어서. 이 게임 만렙이 100렙까지 확장되어 있댔어요.”
“그래?”
강현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금 최고 레벨인 50렙일 때도 도퍼 1급의 강함에 준하는데 만약 100렙까지 찍는다면 얼마나 강해질지 강현도 짐작이 안 됐다.
“좋아. 어서 플레이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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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전에 올렸으니까. 연참 성공...?
이라고 말하면 너무 뻔뻔한 거겠죠.ㅠㅠ
잠깐 눈붙인다고 한게 기절할 정도로 자버릴 줄은 몰랐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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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다음화는 이제 겨우 다써서 14일 자정에 올릴 예정입니다.
망함.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