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금전사-41화 (41/113)

< -- 41 회: 9장. 서브웨이 스트리트 -- >

9장. 서브웨이 스트리트(2)

“자. 어서 가죠.”

강현이 다급한 마음에 채영을 재촉했지만. 채영은 아직 인원이 다 안 모였다면서 기다리라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대부분 요원은 다현을 경비할 두 명을 빼고는 해산하는 중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성제를 잡고 싶었던 강현은 요원들이 해산하는 걸 보고 채영을 붙잡고 물었다.

“저 사람들은 왜 가는 거죠? 같이 잡으러 가면 될 텐데.”

“다른 업무 때문에 이동하고 있는 겁니다. 추적조는 범죄자에게 따라 붙었고요.”

“그럼. 대체 누굴 기다리는 거예요?‘

강현이 연신 재촉하자 채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강현님은 서브웨이 스트리트를 너무 쉽게 보시네요. 거기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시는 거죠?”

채영의 말에 강현은 입을 다물었다. 평소 게임에만 몰두하느라 시사에 관심 없고 집안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하며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거기에 사람들이 산다고 지하철 이용 못 하게 됐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왜 그렇게 된 것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어차피 집 근처에 지하철도 없어서 매번 버스만 타고 다니기도 했고.

“지금은 정부에서도 손을 못 쓰는 무법지대입니다. 물론 공권력을 동원하면 어떻게든 몰아낼 수 있겠지만. 세계 곳곳에 비슷한 사람들이 있어서 인권 문제도 있고. 이제는 자기네들끼리 살겠다고 독립을 인정해달라고 하고 있고요.”

“독립이요?”

“네. 지금은 정부 측에서도 반쯤 포기한 상태로 그쪽을 개척하느니 차라리 북한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말도 안 되지만.”

몬스터의 등장 이후. 미국의 적극적인 원조대상에서 제외된 북한은 완전히 붕괴해버려서 이미 몬스터로 뒤덮여있었다.

가끔 군소속 도퍼들이 팀을 짜서 국경을 넘어 북한의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있다고만 들었다. 하지만 국경 인근에만 진출했을 뿐 깊숙이 진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단지 북한의 몬스터들이 넘쳐서 이곳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는 정도일 뿐.

중국이 의도적으로 북한에 몬스터를 퍼트리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지만. 어디까지나 확실하지 않은 정보였다.

“그런데 지하에도 몬스터들이 나오잖아요. 예거도 못 구할 텐데. 도퍼들도 없이 어떻게 버티는 거죠?‘

강현이 그렇게 물었다. 몬스터는 대체로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오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산속 계곡이나 호수. 혹은 바다를 중심으로 정부 측에서 장벽을 쌓고 관리하고 있었다. 예전에 강현이 도퍼 연수받았던 곳도 그런 곳 중 하나였다.

채영의 대답은 의외였다.

“거기에도 능력자들은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상보다 능력자들이 많을지도 몰라요.”

“그래요? 금시초문이네요.”

“그건...아. 함께 가실 분이 오셨네요.”

채영은 말을 하다말고 손을 크게 흔들면서 다가오는 남자를 향해서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강현이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이었다.

스포츠머리에 가벼운 점퍼 안에 입은 나시티. 느슨한 카고바지가 리드미컬 하게 움직이면서 다가오는 남자는 탱커 길태훈이었다. 강현이 연수 때 교관을 담당하기도 했었다.

“어이. 오랜만이다이.”

“오랜만입니다.”

반갑게 자신의 어깨를 툭툭 내려치는 태훈을 향해 강현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태훈은 급하게 나왔는지 덜 깎은 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어이없제. 그 자식이 고딴 일을 벌였을 줄이야. 예전부터 싹수가 노란 녀석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태훈이 이번 일에 이렇게 소환된 건. 연수 당시에 성제의 교관이기도 했기 때문인 것도 하나의 이유 같았다.

그렇게 태훈이 투덜거리고 있는 걸 듣고 있자니 이내 저 멀리서 쿵쾅거리면서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이번에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투 블록 컷의 짧은 붉은 머리에 붉은 재킷.

땅딸막하지만 단단한 체형.

그야말로 한 마리의 붉은 하마.

함수지였다.

“안녕하삼!”

“안녕. 또 보네.”

“그, 그러게. 이것 참 이런 우연이 있다니 인생이랑 알 수 없는 거셈.”

강현이 손을 들어 인사하니. 수지가 답지 않게 시선을 엉뚱한 소리를 했다.

‘또 얼굴은 왜 붉히고 있는 건지. 풋.’

강현은 수지가 자신의 머리카락 색과 비슷하게 달아오른 뺨을 볼 때마다 왜 그런지 당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수지의 모습을 보니 왠지 웃음이 나와서. 조급함이 조금 가라앉는 거 같았다.

그때. 뒤에 있던 태훈이 손을 번쩍 들어 수지를 반겼다.

“오. 수지양. 오랜만아니가.”

“오. 선배 반갑삼.”

“요즘도 잘 지내나?”

다행히 두 사람은 안면이 있는 듯. 금방 어울려서 이야기했다. 강현은 조금 걱정스러워져서 채영에게 조용히 물었다.

“탱커만 두 명인 거예요?”

“어디까지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여러 포지션을 하실 수 있는 강현님과 탱커 두 분. 그리고 딜러 한 분이 더 오시기로 했습니다. 수지님도 그렇고 강현님이 혹시나 레이드나 미션을 하게 된다면 같이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자원하시는 분이 계셨거든요.”

“자원이요?”

강현은 누군지 전혀 감이 안 잡혀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멀리서 클랙슨을 울리며 다가오는 빨간 페라리가 있었다. 강현들 앞에서 끼익 하면서 급브레이크를 밟은 페라리는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면서 반원을 그리더니 멈춰 섰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매끄러운 다리가 쑥 튀어나왔다.

“휘유.”

태훈은 오늘 눈 호강하겠다고 생각하며 휘파람을 나직이 내질렀다. 그러다가 그 다리의 주인이 누군지 확인하곤.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우왓. 하지우 아이가.”

어제 77빌딩에서 상주하던 도퍼 중의 한 명이었던. 하지우였다. 지우는 나이트 파티에나 입고 나올만한 도발적인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등이 깊게 파이고, 허벅지를 간신히 가릴 만큼 짧은 치마였다. 거기에다가 걷는 것도 신기할 정도로 굽이 높은 붉은색 하이힐을 신고. 손에는 간단한 핸드백을 들고 있었다.

“저기 편한 복장으로 오시라고 부탁드렸습니다만.”

채영이 그 모습을 보고 불편한 표정으로 말을 했지만. 지우는 당당하게 양손을 허리에 대고 가슴을 한껏 내밀었다.

“난 이게 편해. 그럼 됐잖아?”

그러고는 주위를 둘러보곤 태훈과 수지 인상을 찌푸렸다.

“에이 뭐야. 아저씨에. 하마에. 여기 질 너무 떨어지는 것 아냐?”

“여전히 입이 험하시네요.”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전에 강현이 끼어들었다. 지우는 강현을 보자 금세 날카로운 눈매를 부드럽게 바꾸면서 미소 지었다.

“어제는 고마웠어요.”

“그렇게 심하게 다치셨는데. 좀 더 쉬시지 않고.”

두 사람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태훈이 갑자기 열을 내며 주먹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섰다.

“누가 우리 지우 씨를 다치게 했다는 겁니꺼? 내 가만 안둘라니까..”

“바보같이 당연히 몬스터가 그랬죠. 거기다가 이 그 몬스터는 여기 계신 강현 씨가 퇴치하셨고요.”

태훈의 말에 지우가 비웃듯이 이야기하면서 강현을 추켜세우려 했다. 강현은 그 말에 슬쩍 한 발짝 물러서면서 수지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수지는 움찔하면서도 강현의 손길에 따라 슬쩍 앞으로 나왔다.

“수지도 함께 퇴치했어요.”

그 모습을 본 지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 잠깐 수지에 대해서 명백한 적개심을 내뿜었다가. 금세 걷은 다음에 코웃음을 쳤다.

“흐음. 그런 능력이라도 있으니까. 다행이네요. 그쪽에 갑자기 끼어든 머슴같이 생긴 분은 어디 쓸데라도 있나요?”

뒤이어 또 쏟아내듯 태훈을 겨냥해 말하는데. 강현은 아득함을 느꼈다. 이 여자랑 같이 팀을 이뤄서 다닌다는 것 자체가 무척 피로한 일인 거 같았다. 사람 없다고 채영이 출발하지 않는다는데. 이대로 태훈이 화내서 가버리면 난감했다.

“저기. 말을 너무 심하게 하는 거 아닙니까?”

이렇게 지우를 나무라며 태훈의 편을 드는데. 이어서 부들부들 떨리는 태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걱. 청순미의 상징인 우리 지우씨가 저렇게....”

“보세요. 충격받았잖아요.”

강현이 그렇게 지우에게 보란 듯이 말하는데. 힘이 빠진 듯 콧소리 가득한 소리를 태훈이 냈다.

“저렇게 톡 쏘는 말투도 너무 조하아아아”

저렇게 내지르는 태훈의 모습은 음흉한 변태 삼촌팬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 모습에 강현과 수지. 지우가 한마디씩 했다.

“으익.”

“한심하삼.”

“당연한 일이에요. 전 미인이니까요.”

그 모습을 한쪽에 서서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채영은 뒤에 있는 시커멓게 도색 되어 있는 정부 차량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다 모이셨으니까. 출발하겠습니다.”

*****

‘이 자식. 외삼촌한테 가기만 해봐라.’

등허리에 닿은 차가운 총에 밀린 채로 안내하고 있던 성제는 속으로 이죽거렸다. 그 권총의 주인공은 외국인 소년이었다. 성제는 이 복잡한 부평 서브웨이에서 헤매고 있는 외국인 소년을 잡아다가 외삼촌에게 선물로 주려고 수작을 부렸다가 역으로 당해버린 터였다.

‘젠장 갑자기 총을 꺼낼 줄이야. 아무리 외국인이라고 해도 그렇지 꼬맹이가 함부로 총을 가지고 다니다니.’

도퍼인 자기가 불길로 위협하고 있는데, 이 소년이 갑자기 베레타를 꺼내서 머리통에 겨누는 걸 보고 성제는 지릴 뻔했다. 아니 자신도 모르게 지렸을지도 모르지만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누군데 함부로 들어와?”

일반 거주지를 지나 조직의 구역으로 들어가는 곳에는 험상궂은 애꾸눈의 사내가 지키고 있었다. 사내는 성제를 보자마자 하나밖에 없는 눈을 부라리면서 위협했다.

성제는 전혀 주늑들지 않고, 되려 애꾸눈 사내가 자신을 맞이하는 데에 안도했다. 귀찮게 이것저것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내였다. 저번에 자신이 이곳을 들락거렸을 때. 자신이 누군지 못 알아보고. 개기다가 외삼촌이 눈을 뽑아버려서 애꾸눈이 됐으니까.

-여기. 안에 있다?

“그래. 잠깐만 기다려.”

성제는 스피커 목소리로 채근하는 소년을 손을 들어서 진정시킨 다음. 사내에게 싱글거리는 얼굴을 들이대면서 말했다.

“나다. 보스 불러줘.”

“어...”

“얼른. 이성제가 왔다고 나 몰라?”

“자, 잠깐만 기다리십쇼.”

사내는 뒤늦게 성제가 기억난 듯 부리나케 안으로 들어갔다. 사내를 기다리고 있는데. 소년이 다시 한 번 못 참겠다는 듯 말했다.

-들어가자.

“조금만 더 기다려. 괜히 멋대로 들어갔다가는 안에서 총알 세례받을 테니.”

그렇게 말하고는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생각하며 속으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외삼촌 앞으로 끌려가면 죽은 목숨일 테니. 아니 내가 친히 조교 해주지.’

잠시 후에 나타난 애꾸는 성제와 소년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쪽은 깨끗하게 페인트칠해진 벽과 바닥은 타일이 깔끔하게 깔렸었다. 뭐니뭐니해도 제일 차이는. 여기가 지하라고 하는 걸 잊을 정도로 깨끗한 공기였다.

지하에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파라솔 안에 있는 사람들은 느긋한 표정으로 한 손에는 술병을 들고 있었다. 성제는 이 사람들도 문지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렇게 한가로이 있다가도 밀고 들어오는 적들이 있으면 각자 감춰둔 총기를 꺼내 들고 벌집으로 만들 준비를 항상 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이 에어리어 안의 사람들만이 자유롭게 총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부평 서브웨이의 보스이자. 자신의 외삼촌인 마영석이 정한 것이었다.

그렇게 몇 개의 통로를 지나고 한참 지나가서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는 왕좌 같은 거창한 소파 같은 의자에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곳이야말로 이 부평 서브웨이의 보스이자 자신의 외삼촌인 마영석의 자리로 항상 동경하는 자리였다.

거기에는 짙은 갈색으로 선텐한 듯 보이는 사내가 앉아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오오.”

성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지간하면 무표정한 삼촌이 벌떡 일어나면서 반가운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두 팔을 벌려가면서 말이다.

성제는 옆의 소년을 힐끔 쳐다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어다.

‘넌 이제 끝장이다. 내가 우리 외삼촌한테 이르기만 하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어느새 마영석이 가까이 다가왔다.

“외삼촌. 저 성제...”

성제가 마영석에게 화답을 하면서 안기려고 했으나. 마영석은 성제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성제를 지나쳐서 소년의 앞으로 곧장 갔다. 그리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서 예를 다했다.

“오시느라 노고가 많으십니다. 클레임 그레이시여.”

============================ 작품 후기 ============================

어제 늦게 올렸는데도.

많은 응원과 위로 감사합니다.

이대로 조금씩 페이스를 올리면 자정에 업로드

하는 사이클에 맞출 수 있을 거 같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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