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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전사-33화 (33/113)

< -- 33 회: 7장. 퍼스트 도퍼 -- >

7장. 퍼스트 도퍼(4)

“야 이. 너희들 뭐하는 거야?”

한참 최초에 나타난 웜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던 오광수는 자신의 뒤쪽에 나타난 무리를 느끼고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의 뒤쪽으로 D급 미니 웜을 상대하도록 지시했던 근딜러 둘과 힐러, 그리고 부탱인 윤재와 눈엣가시인 강현까지 일제히 다가왔던 것이다.

“리더. 슬슬 피곤하신 거 같은데 저랑 교체하시죠?”

평소 자신감 없던 윤재는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런 소리를 하면서 광수의 옆에 섰다. 그 말에 광수는 피가 거꾸로 솟아 오르는 거 같았다.

“너 이 자식이. 그보다 다른 몬스터들은 어쩌고 온 거야.”

“다 잡았습니다.”

“뭐? 그게 무슨 개소리야?”

“말 그대로예요. 이제 여긴 제가 맡을 테니까 물러나세요. 데미지 많이 입으셨네.”

그러면서 앞으로 걸어나간 윤재는 웜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냈다. 그 모습을 보고 광수는 놀랐다. 이 녀석의 본래 실력대로라면 겨우 막아낼 수 있는 공격이었다.

“그대로 잡고 계세요.”

그 말과 함께 강현에게서 웜에게 초록색의 빔라인이 그려졌다. 빛의 끝에 닿은 웜의 피부는 조금씩 녹아들어 갔지만. 그게 오히려 웜의 화를 더 돋운 듯. 마구 요동쳤다.

“우아악. 안돼.”

결국, 버티지 못한 윤재는 비명을 지르면서 웜을 놓쳐버렸다.

“정신 못 차려?”

광수가 힐러에게 치료를 받으려고 뒤로 빠지다가 윤재가 다친 걸 보고는 소리쳤다. 윤재는 괜찮다는 듯 금방 박차고 일어나 다시 웜에게 달라붙었다.

‘B급은 이 정도로는 안 통하는군.’

강현은 혀를 차며 레이저 포인터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윤재에게 가볍게 힐을 보낸 다음. 옆에 있던 근딜에게 다가갔다.

“야. 저거 방금 힐한거 아냐?”

“원래 힐러라고 했잖아.”

“아까는 원딜처럼 보이던데.”

“야 너희는 뭘 떠들고 있어. 집중해!”

혼란스러운 와중에 팀원들이 서로 강현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어이없어하면서 보던 광수가 빽 하고 소리쳤다. 그 소리에 맞춰서 자기 포지션을 잡아서 힐러들은 윤재에게 힐을 보내고 원딜들을 각자 무기를 들고 공격을 개시했다.

파상공세에 데미지를 입는 거 같아 보이긴 했지만. 지지부진했다.

한편 근딜은 웜에게 접근하기 힘들어서 뒤에 빠져서 경계하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있던 강현은 경계하고 있던 근딜에게 다가갔다.

“저기 무기 좀 빌려주실 수 있나요.”

“네? 네.”

도끼를 들고 있던 근딜이 자신의 무기를 강현에게 건네줬다. 강현이 그걸 들어보니 작은 손도끼에 공격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3단으로 접어 넣을 수 있는 봉이 달려있었다.

“야. 지금 이 상황에서 무기를 줘? 장난치냐?”

광수가 못마땅한 듯 근딜에게 쏟아 붙였다. 근딜은 난감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표정을 굳히고 강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거 써주세요.”

근딜은 금방까지 미니 웜에게 기습당해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윤재가 요청해서 보낸 강현의 힐 덕분에 미니 웜에게 당한 상처가 순식간에 나았다.

거기다 강현이 미니 웜도 일격(?)에 날리는 걸 목격했다.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부탁한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강현은 고개를 간단히 꾸벅 숙이고. 건네받은 무기에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3단으로 접힌 도끼가 순식간에 뻣뻣하게 펼쳐졌다. 거기다가 강현의 손을 중심으로 붉은 기운 스며 나와서 무기에 맴돌기 시작했다.

‘어라. 무기가 왠지 더 커 보이는데?’

강현에게 도끼를 건네준 근딜이 위화감을 느끼고 있을 때. 준비가 끝난 듯. 강현은 윤재에게 소리쳤다.

“그럼. 윤재씨 물러나세요. 돌입합니다.”

“넵.”

윤재가 힘껏 잡고 있던 웜의 이빨에 손을 뺐다. 겨우 자유를 되찾은 이빨은 자신의 소명을 다 하려는 듯. 먹잇감을 향해 쉴 새 없이 휘몰아쳤다. 그 먹잇감은 바로 강현이었다. 강현은 일직선으로 웜으로 달려가 기다란 도끼를 양손으로 잡고 크게 휘둘렸다.

그러자 웜의 강철같은 이빨이 깨진 유리처럼 하늘에 날렸다. 그와 동시에 강현은 웜을 박차고 위로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10미터 가량 뛰어 올라간 강현을 보고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입을 벌렸다.

“우와!”

“저게 가능 한거야?”

분노에 찬 웜이 몸을 비틀어 점프한 강현을 쫓아 올라왔지만. 그것은 강현이 노리는 바였다. 강현은 머리 위로 크게 들어 올린 도끼를 세차게 찍어 내리면서 소리쳤다.

“브루탈 커터!”

그러자 시커먼 도끼에서 뿜어나오는 시커먼 기운이 날카롭게 뻗어 나가 웜을 머리끝부터 튀어나온 지면에까지 두 동강 냈다.

“뭐 부랄 커터?!”

모두 입을 떡하니 벌리고 쳐다보다가 광수의 깨는 소리에 찌릿 노려봤다. 양쪽으로 쪼개진 웜은 이제는 저항할 기력을 잃었는지 미세하게 움찔거리는 모습만 보였다.

“이 정도면 끝난 거겠죠? 잘 썼습니다.”

“우와. 대단하세요.”

팀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돌아온 강현이 자신이 썼던 도끼를 근딜에게 돌려주려고 내밀었다. 하지만 근딜은 지금 그게 중요하냐는 듯이 동경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주변의 다른 도퍼들도 모여들어서 한마디씩 칭찬의 말을 했다.

모두 차원이 다른 강함을 목격했던 탓에 흥분한 상태였다.

그 모습이 못마땅했는지 광수가 옆에 있던 담당자를 닦달했다.

“칫. 김지훈. 저거 얼마짜린지나 감정해. B급 중에서도 특 B급 아냐? 저거? 분명 짭짤하겠지?”

“네네.”

쫓기듯 웜에게로 다가간 담당자는 웜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웜은 이제 생명력이 다한 듯 보였다.

‘하긴 이건 B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세긴 한데. 어?’

지훈은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웜의 제일 안쪽에서 뭔가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즉 웜의 지면 아랫부분이었다. 거기에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손전등을 비켜보니까 갑자기 기다란 지느러미가 쑤욱 하고 튀어나왔다.

“으아아아악!”

지훈이 깜짝 놀라서 뒤로 엉덩방아를 찍었다.

“무슨 소리야? 왜 그래?”

광수가 웬 소란 이느냐면서 다가왔다. 지훈이 주저앉은 채로 웜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이제 적갈색의 기다란 지느러미는 거의 다 웜을 통과해 튀어나왔고 적갈색의 껍데기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수백 개나 달린 시커먼 눈이 무언가를 찾는 듯이 기분 나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뭔가 안쪽에 더 있어요!”

지훈이 소리치는 걸 듣고 강현이 집중하자 강렬한 존재감을 느꼈다. 금방까지 상대했던 웜은 상대가 안 될 정도였다.

“야! 정신줄 챙기고 측정기나 써봐.”

광수가 지훈을 끌어 일으켜서 소리쳤다. 지훈은 황급히 품에서 몬스터 측정기를 꺼내서 손을 덜덜 떨면서 그 끔찍한 존재를 향해 겨냥했다.

벌써 반 이상 웜에게서 나왔다. 절지동물처럼 적갈색의 단단한 껍데기들이 수십 개가 이어 붙어있는 몸통에 수십 개의 자리가 촘촘하게 돋아나 있었다. 시커먼 눈동자가 지그재그로 달린 얼굴에는 끔찍한 균열로 돋아난 입들이 일제히 펼쳤다가 오므라들었다 하는 움직임을 반복했다.

“A급.”

지훈은 측정기에 표시된 수치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심각성을 느낀 광수가 지훈을 끌어 잡고 재빨리 뒤쪽으로 빠졌다. 다른 팀원들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흩어져서 리더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광수는 지시를 내리기보다 가장 시급한 일을 지훈에게 외쳤다.

“뭐해! 빨리 지원 불러 지원!”

“네넵!”

그제야 정신을 차린 담당자 김지훈이 황급히 긴급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

한편.

자신의 호텔 방을 실험실처럼 꾸며놓은 엠마는 특수용기 안에 넣은 물질을 이래저래 자극하고 있었다. 생명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이 시커멓게 꿈틀거리는 물체는 미국에서 임시로 다크매터로 불리고 있었다.

“넌 완전히 사디스트 같아. 그렇게 괴롭히는 게 재밌어?”

엠마의 침대에서 멋대로 뒹굴고 있던 정석은 엠마의 행동을 보고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뭘 어쨌다고 그래요.”

“지금도 그렇고. 아까도 우리 귀여운 채영이를 그렇게 골려 먹고.”

“걔는 골려 먹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정색하는 거 봤잖아요.”

엠마는 두 번째 다크매터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걸 밝혔을 때 채영의 얼굴을 다시 떠올리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정석 쪽으로 돌아봤다.

“그보다 미스터 노가 걔한테 너무 물렁물렁한 거예요.”

“내가 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정석에게 좀 더 쏘아붙이려고 했던 엠마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메세지 때문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메시지를 다 읽은 엠마는 잘됐다는 표정으로 정석을 쳐다봤다. 그 모습을 본 정석은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보다 미스터 노. 할 일이 생겼는데요?”

“...뭐가?”

“A급 몬스터 출현이래요. 갑자기 한국에서 왜 연속으로 A급이 생겨난 지 모르겠네요. 혹시 미스터 노 때문 아니에요?”

“설마 나 따위가 뭐라고.”

“어쨌든. 심심하다고 나 귀찮게 하지 말고. A급 몬스터 코어나 획득해 오세요. 여행 와서 A급 두 개나 가져간다면 꽤나 쏠쏠하지 않나요?”

“그 도둑놈이 훔쳐간 S급보단 못해도 말이야.”

엠마와 정석이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호텔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채영이 들어왔다. 얼마나 급하게 왔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고 평소보다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저기. 노정석님. 엠마님. 긴급상황입니다.”

“A급 몬스터 말이지?”

“그걸 어떻게...?”

정석이 자신의 용무를 바로 눈치챈 걸 보고 채영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정석이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침대에서 일어나서 엠마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나 지금부터 할 일이 있는데 어쩌지?”

“A급 몬스터 출현입니다. 그보다 무슨 급한 일이 있으신 겁니까?”

다급한 표정으로 묻는 채영에게 정석은 엠마의 허리에 손을 슬쩍 둘렀다.

“우리 엠마하고 침대에서 뜨거운.. 악.“

“어머 내 실험을 도와준다고요? 저야 환영이죠. 이 물질이랑 정석씨랑 어느 쪽이 더 고통에 잘 견디는지 확인해볼까요?”

엠마는 방금 정석의 버릇없는 손을 증징한 전기충격기를 들어올렸다. 정석은 그걸 보고 혀를 삐죽 내밀었다.

“농담도 안 통한다니까.”

“농담 아닌걸요?”

그 말에 질린 정석은 채영을 쳐다봤다.

“채영아”

“네.”

“그래서 A급 몬스터가 출현한 곳이 어디라고?”

*****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A급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지네와 비슷한 모습에 끔찍함과 혐오를 잘 버무려서 최대한 흉측하게 빗어낸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겁먹지 않고 앞장서서 나선 강현은 사람들을 향해 경고했다. 몬스터 서치가 위험한 몬스터라고 끊임없이 경고했다.

“다들 물러나세요. 여기는 제가 막을게요.”

하지만 그 사이에 온전히 회복한 광수가 강현의 옆에 나란히 섰다.

“이대로 포기하라고? 너 혼자 독식할 생각이야?”

“독식이라니 지금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

“비켜. 한 번만 방어하고 물러나도 물러날 테니까. 애당초 네가 리더도 아닌데 왜 멋대로 지시해.”

“잠깐만!”

강현이 다시 말렸지만. 광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에 나섰다. 그때 지네 몬스터가 공격을 개시했다. 주둥아리에서 지저분한 녹색의 침을 뱉어냈다. 강현은 도끼를 휘둘러서 공격을 쳐냈지만. 광수는 그대로 손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크아아악!”

찢어지는 듯한 광수의 비명이 들렸다. 양쪽 팔이 그대로 녹아 없어진 것이다.

“아니 왜... ”

강현은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지만. 지네 몬스터가 강현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들었기 때문에 몸을 빼지 못하고 그대로 도끼를 들어 막았다. 도끼를 통해서 찌릿찌릿한 전기가 흘러들어왔다. 예전의 자신이었으면 그대로 절명할 정도였다.

“지훈씨. 윤재씨. 다른 사람들 다 일단 피신시켜요. 휩쓸려도 모릅니다.”

“네.”

강현이 심각함을 인지하고 사람들을 다 물릴 걸 지시했다. 자신의 몸 하나는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여러 사람을 신경 쓰면서 싸울 자신이 없었다.

그때 광수를 간신히 빼서 들쳐 엎고 뒤로 후퇴하던 윤재가 지훈에게 물었다. 메인 탱커인 자신의 리더가 한방에 나가떨어진 공격을 연거푸 막아내는 강현을 보고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이건 강해도 차원이 다른 강함이었다.

“저기 담당자님. 저 강현이라는 사람 전에 한번 보신 거 같은데 원래 저렇게 셌나요? 그런데 왜 랭킹에도 없던 거죠?”

“글쎄요. 전에 봤을 때는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래요 저 정도라면. 퍼스트 도퍼와 맞먹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반대편으로 지네 몬스터를 끌어낸 강현은 조금씩 공격을 피해 가면서 자신의 몸에 하나둘 버프를 걸었다.

< 생명령 증가 II >

< 방어력 증가 II >

< 근력 증가 II >

< 무기 공격력 강화 II>

< 무기 내구성 증가 >

< 민첩, 시야, 반응 속도 증가 >

< 치명타 확률 증가 >

< 명중률 증가 >

< 데미지 감소 II >

< 회복력 증가 III >

< 실드 II 전개 >

그렇게 자신이 걸 수 있는 모든 버프를 쏟아부은 강현은 나무의 끝에 서서 지네 몬스터와 마주 봤다. 레이드라고 하지만 탱커도 힐러도 없는 지금 완전히 A급 몬스터와 1대1로 싸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버프 때문일까? 아니면 몬스터 서치로 느끼는 강함의 크기를 알고 있어서일까? 이 몬스터와 싸워도 절대로 질 거 같은 생각은 안 들었다.

-지지지지지짓

하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인 듯 수많은 발을 움직여 강현에게 달려들었다. 꿈틀대는 소리가 끔찍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강현은 거기에 주눅 들지 않고 도끼를 휘두르며 지네 몬스터에게 달려들었다.

============================ 작품 후기 ============================

업데이트가 예상보다 늦어버렸네요.;ㅁ;

죄송합니다. 그런의미에서 오늘은 연참을...

일단 급한 일부터 해야해서

다음 화는 저녁식사때는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ps. 과금전사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에피소드가 아직 다양하게 준비되어있습니다.

즐겁게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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