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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투자천재-3화 (3/300)

3화 계속 담배 피우면 나처럼 된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종태 형은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제가 영입한다고 해서 저를 따라와 줄까요? 지금의 저에게는 아무것도 없잖아요.”

내가 운영하는 공장은 종업원 20명밖에 안 되는 작은 공장이었다.

직원들의 월급은 평균 9만 원 정도.

반면 대기업에 다니는 종태 형은 아무리 못해도 25만 원 이상의 월급을 받고 있을 것이다.

공장 사장으로서 내가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더 많이 벌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러니 종태 형을 영입하는 것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힘들겠지. 하지만 주식으로 돈을 번 다음에 30만 원 정도의 월급을 제시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거다.)

“30만 원이요?”

(대기업 직원을 스카우트하려면 그 정도는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30만 원이면 시다(보조 재봉사) 4, 5명을 고용할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노인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종태 형 같은 인재를 영입하려면 그 정도는 써야 했다.

“근데 그렇게 많은 월급을 준다고 해서 작은 공장에 오려고 할까요?”

(공장을 키워야지. 네가 혜성 그룹에 입사하게 될 것도 이야기해주고.)

“……차라리 공장을 팔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게 어떨까요? 종태 형도 창업을 함께 하는 거라면 저를 따라와 줄 거 같은데.”

어머니 앞에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봉제 공장을 운영하는 것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남는 것은 얼마 없는데 일은 쓸데없을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고참 직원들과 원청회사를 상대하는 것도 스트레스였고.

그래서 나는 이참에 공장을 팔아먹을까도 생각했다.

노인이 말한 것처럼 주식으로 자금을 몇 배씩 불릴 수 있다면 굳이 봉제 공장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다.

(이놈아. 어머니가 고생해서 키운 공장을 그리 쉽게 포기하려 드느냐?)

“하지만 봉제는 사양 사업이잖아요? 꿈에서 본 것처럼 한국의 경제가 발전한다면 재봉사 임금 맞추기도 힘들어질 겁니다.”

지금이야 노동자 임금이 10만 원이 안 돼서 버티고 있다.

만약 노동자 임금이 2배로 오른다면?

도저히 공장을 돌릴 수가 없게 된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니까.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은 내수 시장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꼭 나쁜 일만은 아니야. 임금이야 동남아나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 되는 일이고.)

“……그렇습니까?”

(네가 이때쯤 공장을 운영하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당연히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도 계획이란 게 있으니 내년까지는 계속 공장을 운영하도록 해.)

내년까지라.

어차피 나도 지금 당장 공장을 팔 생각은 없었다.

1년 정도 기다리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르신.”

(왜?)

“앞으로 어르신을 뭐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호칭이 영 어색했다.

계속 어르신이라고 부르기가 뭐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내 이름을 붙여서 부르는 것도 서로가 어색한 일이고.

(호칭은 네가 편하게 아무렇게나 불러라. 난 그런 거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 노사라고 부르겠습니다.”

(노사? 늙은 스승이라는 뜻이냐?)

“예, 스승님처럼 모시겠다는 의미입니다.”

내 말에 노인은 피식 웃었다.

(귀신인 나를 모셔봤자 뭐하겠냐. 그냥 네 인생이나 살아라. 네가 성공하는 게 나를 위하는 일이다. 물론 원수 놈들에게 복수하는 것만 잊지 말고.)

앞뒤 다른 노사의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노사.”

* * *

이틀이 지나고 마침내 병원에서 퇴원하였다.

“몸은 괜찮니? 아픈 곳은 없고?”

“어머니.”

나를 반겨주는 어머니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혀졌다.

어머니가 멀쩡히 살아계신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하게만 느껴졌다.

(잘 해드려라. 나처럼 후회하지 않게.)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코 꿈처럼 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남부럽지 않게 성공해서 어머니를 호강시켜드리리라.

“아무렇지 않습니다.”

“지현이가 이상한 소리를 하던데……. 계속 멍한 표정을 짓는다면서.”

“생각할 게 많아서 그랬습니다.”

“그러니? 다행이다.”

“어머니는 몸 괜찮아요? 어제도 공장 일 보셨다면서요.”

“네가 아픈데 나라도 공장에 나가야 하지 않겠니? 밀린 작업이 얼마나 많은데.”

“……내일부터는 제가 가겠습니다. 어머니는 집에서 쉬세요.”

“아니야. 나도 이제 몸 다 나았으니, 괜찮다.”

“다 낫기는요. 제가 갈게요. 공장은 걱정하지 마시고 건강 챙기세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화제를 전환하였다.

“밥 먹게 어서 씻고 와라.”

“오늘 뭐예요?”

“된장찌개다.”

“오오.”

식탁에 앉아 가족끼리 식사를 하였다.

어머니의 된장찌개는 역시 맛있었다.

환자식만 먹다가 어머니 밥을 먹으니 더 맛있는 거 같았다.

“잘 먹었습니다.”

지현이가 먼저 식사를 마치고 제 방으로 돌아갔다.

나도 지현이를 따라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노인이 말을 걸었다.

(어머니에게 말씀드려라.)

의미를 알 수 없는 노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장을 담보로 은행 돈 빌리는 거 말이다.)

‘아.’

병원에 있을 때 노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연히 주식에 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 나기 전에 고림 건설이라는 곳의 주식을 사야 했다. 남은 시간은 많아 봐야 보름.

하지만 지금 내가 가진 현금은 고작해야 백만 원뿐이다.

고림 건설의 주가가 폭등할 것을 알고 있는데 백만 원만 투자하기에는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노인도 마찬가지였는지 봉제 공장을 담보로 은행의 돈을 빌리라고 하였다.

‘근데 어머니가 과연 허락해 줄까?’

공장 명의야 나에게 있었다.

그렇지만 공장의 실질적인 주인은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허락 없이 공장을 담보로 맡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

“응? 다 먹었니?”

“……예.”

입술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과연 어머니가 대출을 허락해줄지 걱정스러웠다.

애초에 올림픽이 개최된다는 마땅한 근거도 없지 않은가.

(뭘 망설여! 겨우 몇백만 원 벌고 말 거야? 대출만 받으면 몇백이 아니라 몇천을 벌 수 있어!)

몇천이라.

그 정도의 돈이 있다면 대금 결제가 밀려서 공장이 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망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서 직원을 몇 배 이상 늘리는 것도 가능했다.

자금이 조금 더 늘어난다면 내 목표인 ‘제조부터 유통까지’도 가능해질 거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고 합니다.”

망설이던 나는 용기를 내서 말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는데 더 망설일 수는 없었던 까닭이다.

“공장을 담보로 대출받겠다는 거니?”

“예.”

“지금은 급한 게 없는데……? 어디다 쓰려고?”

“주식을 하려고요.”

어머니는 놀란 기색 없이 물었다.

“대기업에다 하려는 거니?”

“예, 고림 건설이라고 건설 계열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입니다.”

“올림픽 때문에 그런가 보구나.”

놀랐다.

설마 바로 맞출 줄이야.

하기야 어머니도 사업가시니 경제를 보는 안목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시점에 건설주를 투자하는 이유야 뻔하기도 했고.

“그래. 나는 주식을 잘 모르지만, 신중하고 조심성 많은 아들이니 알아서 잘하겠지. 대기업이니 안전하기도 할 테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쉽게 허락을 해주다니.

괜히 망설였나 싶다.

(너를 그만큼 믿는다는 뜻이겠지. 바닥을 기었던 작년에 비하면 주가가 많이 오른 편이기도 하고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됐건 대출받는 것을 허락받았으니 다행이었다.

이제 돈 버는 일만 남았다.

‘오랜만에 한 대 피워야겠다.’

어머니와의 대화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서랍을 뒤졌다.

서랍 어딘가에 있을 담배를 찾기 위함이었다.

(뭘 그렇게 찾아?)

“퇴원했으니 한 대 피우려고요.”

(담배? 이때쯤 금연했던 거로 기억하는데.)

“금연 중이긴 해도, 오늘 같은 날은 펴야죠. 나름 기념일인데.”

가볍게 그리 대답하자, 갑자기 노인이 성을 냈다.

(오늘만은 무슨! 그냥 끊어!)

“끊기는 할 건데, 있는 거는 마저 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 나중에 공장 망하고 다시 담배 피워서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내가 다시 흡연자가 된다고?

뭐, 공장이 망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큰일인가?

담배 좀 피울 수도 있는 거지.

“어떻게 되는데요?”

(병원에 가서 수술받고 퇴원한 이후에도 기침을 달고 산다! 내 정수리 봐라. 조금만 더 늦게 관리했으면 탈모까지 왔을 거다.)

노인이 고개를 숙여서 자신의 정수리를 보여주었다.

풍성하다고 생각했는데, 정수리 부분이 살짝 비어있었다.

심한 편은 아니지만, 탈모는 탈모였다.

‘탈모라니. 내가 탈모라니.’

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담배가 그렇게 몸이 안 좋습니까?”

몇몇 의사들이 담배가 해롭다고 주장하기는 했다.

하지만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서 솔직히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어떤 의사는 담배가 오히려 몸에 좋다고도 주장할 정도였다.

내가 금연하려는 것도 어머니와 동생이 담배 냄새를 싫어해서이지 내 건강을 걱정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탈모에다 각종 암까지 유발한다. 정자에도 문제가 생기고 말이지. 아마 네가 자식이 없는 원인 중의 하나가 담배도 포함될 거다.)

담배를 피우려는 생각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결혼은커녕 여자도 못 만나 봤지만, 언젠가 자식을 낳겠다는 생각은 확고하게 갖고 있었다.

그런데 담배 때문에 자식을 못 낳게 될 수도 있다니?

“……알겠습니다. 담배가 그 정도로 건강에 안 좋다면 다시는 피지 않겠습니다.”

(이참에 운동도 해라.)

“예?”

뜬금없는 노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부터 간단한 산책이라도 해. 팔굽혀펴기 같은 간단한 근력 운동까지 해주면 더 좋고.)

“갑자기 운동은 왜요?”

(건강을 챙겨야지. 오래 살기 싫어?)

“노사는 충분히 건강하신 거 같은데요?”

노인은 6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얼핏 보면 40대처럼 젊어 보였다.

양복 차림도 모델만큼이나 잘 어울렸고 말이다.

(내가 이 상태를 유지하려고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 알아? 잔병치레도 많이 했었다. 돈도 많이 썼었고. 네 나이 때 조금만 건강에 신경을 썼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다.)

하기야 내가 운동 같은 것을 소홀히 하기는 했다.

나도 이제 20대 중반이니 슬슬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무슨 하드 트레이닝하라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잠시뿐이었다.

(운동뿐만이 아니야. 식사도 이제부터는 규칙적으로 먹어. 건강을 위해서 어떤 것을 먹어야 할지도 줄곧 신경 쓰고.)

노인의 잔소리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건강을 챙기라는 잔소리는 약과에 불과하였다.

자신이 추천해주는 도서들을 꼭 읽으라는 주문부터,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라, 컴퓨터란 것을 공부해라, 여유가 되면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공부해라 등등.

온갖 자기계발을 주문하였다.

‘서, 설마 앞으로 계속 이렇게 잔소리를 받아야 하는 건가?’

끔찍한 일이었다.

잔소리 많이 하는 시어머니와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셈이 아닌가.

차라리 군대를 한 번 더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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