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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81화 (181/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81화

[붕괴 시작까지 앞으로 30초.]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하이브가 붕괴한다면서 탈출을 하라니.

거기다 붕괴가 시작되고 3분 안에 탈출하지 못하면 하이브와 함께 소멸한다고 하는 게 아닌가?

‘최대한 빨리 이동해야 돼.’

신유현은 분할 사고까지 사용하며 최대한 빨리 하이브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스켈레톤 드래곤이나 케이론을 타고 갈까?’

보스급 소환수 중에서도 공중을 날수 있으며 빠른 이동 속도를 가졌다.

하지만 이내 신유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확실히 이동 속도는 빠르지만 문제는 덩치가 컸다.

하이브가 붕괴하기 시작하면 천장에서 살점들이 떨어져 내릴 테고, 통로 중에는 좁은 곳도 있었다.

그 때문에 오히려 스켈레톤 드래곤이나 케이론으로 이동하는데 좋지 않았다.

[붕괴 시작까지 앞으로 10초.]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마음의 결정을 내린 신유현은 자신의 소환수수들을 돌아봤다.

“모두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마스터는 어쩌실 건가요?”

신유현의 말에 슈브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탈출은 나 혼자 한다.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 있어.”

결국 신유현은 자신이 직접 혼자 탈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불사왕의 모든 언데드 소환수는 까망이의 그림자 공간 속에 보관이 가능했으니까.

그리고 까망이는 신유현의 그림자 속으로 숨을 수 있었다.

그건 세븐아크스들인 슈브와 루베르, 디아도 마찬가지였다.

“알겠어요.”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시간은 이제 얼마 없었다.

그 사실을 슈브 또한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마스터만 믿고 있을게요.”

슈브를 시작으로 루베르 디아는 신유현을 바라봤다.

그녀들의 눈빛에는 신유현에 대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맡겨 둬.”

신유현은 슈브와 루베르, 디아 그리고 보스급 소환수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모든 소환수는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탈출 준비가 끝난 순간,

[붕괴가 시작됩니다.]

“타이밍 좋네.”

때마침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쿠구구구궁!

그 직후 하이브 전체가 진동하면서 기분 나쁜 살점들이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땐 이미 신유현도 파천신법을 펼치며 하이브를 탈출하고 있었다.

파천신법(破天迅法),

첫 번째 걸음, 질풍신보(疾風迅步)!

신유현은 남아 있는 모든 마나를 끌어올리며 한줄기 바람처럼 하이브 통로를 빠르게 질주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탈라리아의 고유스킬, 블링크(S)를 시전합니다.]

스슥! 스슥!

빠르게 질주를 하면서도 전설급 헤르메스의 신발이 가진 고유스킬인 블링크를 간간히 사용하며 순간 이동을 했다.

블링크는 신유현의 시야 내에서 빠른 단거리 공간 이동이 가능했으니까.

거기다 떨어져 내리는 하이브의 기분 나쁜 살덩어리들을 피하기 위해 스카이스텝도 사용했다.

그 덕분에 신유현은 통로에서 앞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 생겨나도 아랑곳하지 않고 질풍처럼 지나갔다.

‘여기서 죽을 순 없지.’

신유현은 더욱 더 발걸음에 박차를 가하며 하이브 내부를 질주했다.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하이브의 완전 붕괴까지 앞으로 10초 남았습니다.]

[9, 8……]

정신없이 질주하는 신유현의 눈앞에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카운트다운을 확인한 신유현은 이를 악물며 1문부터 4문까지 차크라에서 마나를 끌어내며 내달렸다.

‘앞으로 조금만 더!’

그런 신유현의 눈앞에 하이브의 출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3……]

한창 빠르게 달리던 신유현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2……]

그리고 다시 다리를 피며 빠른 속도로 도약했다.

신유현이 무릎을 꿇었던 이유는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1!]

[하이브가 완전 붕괴합니다.]

“허억! 허억!

신유현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봤다.

쿠구구구궁!

징그러운 살덩어리 같은 하이브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시스템 메시지가 1초 남았다고 하는 순간, 하이브의 출입구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늦지 않았구나.’

신유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그 순간,

쌔애액!

신유현을 향해 무언가 날아드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날카로운 파공성에 신유현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굴리며 피했다.

콱! 콱!

그러자 신유현이 있던 자리에 단창 두 개가 날아와 박혔다.

‘이건…….’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단창 두 개는 정확히 머리와 심장이 있던 위치에 박혀 있었으니까.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하이브 출입구에 신유현은 2차 전직한 스켈레톤 솔져들과 리빙 데드로 되살린 언데드 마수들을 풀어놓았다.

그런데 하이브 밖으로 나와 보니 한 마리도 없는 게 아닌가?

누군가가 신유현의 언데드들을 전멸시킨 것이다.

“누구냐!”

신유현은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그리고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놈이 신유현이로군.”

신유현 앞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긴 창을 어깨에 걸친 채 노려보고 있었다.

감정이 죽어 있는 눈.

세 줄기의 날카롭게 베인 상처가 나 있는 얼굴의 사내.

‘절창(切創), 박우진?’

신유현은 눈앞의 사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육합창가 내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였으니까.

그리고 육합창가에서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는 흑창대의 대장이자 5성급 초인이기도 했다.

“육합창가 놈이 여긴 무슨 일이지?”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박우진을 노려봤다.

그가 이끄는 흑창대는 오직 육합창가 직계들의 명령만 들으며 뒷공작을 전문적으로 하는 정예특수부대였다.

요인 암살, 정보 은폐 등등.

그런데 흑창대를 이끄는 대장인 박우진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날 줄이야.

“우리가 왜 왔는지 잘 알고 있을 텐데.”

“우리?”

낮은 목소리로 답하는 박우진 말에 신유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러자 박우진의 등 뒤로 검은색 코트와 복면, 그리고 흑창으로 무장한 서른 명의 인물들이 집결하며 나타나는 게 아닌가?

“역시 흑창대인가.”

약 서른 명의 무장한 인원들.

흑창대는 수많은 육합창가의 무인들 중에서 고르고 고른 정예들이었기에 꽤 강한 편이었다.

육합 창가 내에서 보기 드문 4성 중후반의 초인들이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흑창대 옆에 또 다른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외국인들.

그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붉은 정장 슈트를 입고 있는 키가 큰 20대 후반의 여인.

허리까지 내려오는 백은 빛 머리카락과 루비 같은 붉은 눈, 그리고 초콜릿색 피부를 가진 이국적인 미녀였다.

‘누구지?’

신유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눈앞에 있는 미녀는 이번 삶에서 처음 보는 인물이었으니까.

“블러드 컴퍼니, 용병이다.”

“블러드 컴퍼니? 처음 들어보는데…….”

아무래도 해외 용병 부대인 모양.

대부분의 초인은 헌터가 되어 마수들을 사냥하거나, 아니면 이름 있는 초인 가문의 일원이 되거나 한다.

용병이 되는 케이스는 드문 편이었다.

마수들의 등장으로 인해 초인 세계에서 전쟁은 거의 없었으니까.

하지만 유일하게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 있었다.

어리석게도 극단적인 종교 사상 때문에 자잘한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지역.

“중동에서 온 건가.”

분명 분쟁이 활발한 중동 지역에서 왔을 테지.

“잘 알고 있군.”

신유현의 말에 붉은 정장의 미녀, 카밀라는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이 세계에서 용병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면 분쟁이 활발한 중동 밖에 없었으니까.

“육합창가와 용병부대가 손잡고 날 처리하러 왔다고? 그것도 마수들이 점령해 있는 강릉에서?”

신유현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박우진과 붉은 정장의 미녀를 바라봤다.

“긴 말은 하지 않겠다. 육합창고를 우습게 본 죗값을 치르게 해 주마.”

“역시 썩어빠진 놈들이군. 우리 가문의 영역에 먼저 침범한 건 네놈들이 아닌가? 그런데 나를 처리하겠다고?”

“네놈의 이견은 듣지 않는다. 여기서 죽어라.”

박우진의 말이 끝나자 흑창대원들은 살기를 피워 올렸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신유현은 옆에 있던 블러드 컴퍼니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당신들도 마찬가지인가?”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기에.”

카밀라는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보기에 아직 신유현은 어려 보였다.

실제로 신유현은 올해로 20살이 되었다.

그 때문에 아직 어린 신유현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에 카밀라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게티아 숭배자들의 집단, 잿빛 교단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따르지 않는다면 아이들을 지킬 수 없으니까.

“내 이름은 카밀라 번스타인이다. 적어도 내 손으로 고통 없이 죽여 주마.”

카밀라는 자신의 정체를 말했다.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되었지만, 최소한 자신의 이름을 알려 주고 싶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죽는 것보다. 최소한 누구의 손에 죽는 것인지 아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날 암살하러 온 게 아닌가? 왜 정체를 밝히는 거지?”

하지만 신유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눈앞에 있는 놈들은 굳이 정체를 밝히지 않아도 되었다.

하나 같이 다 복면을 쓰고 와서 자신을 죽이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정체를 밝힐 줄이야.

“굳이 숨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 우리가 이곳에 와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네놈은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할 테니까.”

박우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박우진이 이끄는 흑창대와 카밀라의 블러드 컴퍼니는 신유현이 진입한 강릉의 출입구가 아니라 또 다른 루트로 산을 타고 넘어왔다.

그 때문에 강릉으로 진입하는 출입구 쪽에 있는 파천검가는 흑창대와 블러드 컴퍼니의 침입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신유현만 처리하면 아무 문제없이 끝이 난다.

“나는 살아서 나갈 생각인데?”

“쓸데없는 희망은 버려라. 네놈은 여기서 죽는다.”

신유현의 말에도 박우진은 무감정했다.

마치 신유현이 여기서 죽는 건 당연하다는 듯이.

“미친놈. 네놈 혼자서 우리들을 어떻게 감당하겠다고.”

그때 박우진의 옆에 서 있던 사내가 신유현을 비웃으며 말했다.

거만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보는 30대 초반의 사내.

그는 흑창대의 부대장으로 4성 최상급 초인이었다.

“괜한 허세는 부리지 말고 대장님 말씀대로 죽을 준비나 해라.”

흑창대의 부대장, 이승현은 신유현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확실히 지금 상황으로 보면 신유현이 불리했다.

흑창대와 블러드 컴퍼니는 신유현이 하이브를 공략하고 나오는 순간을 노렸다.

신유현이 하이브 공략을 실패하고 사망하는 게 가장 좋은 일이긴 했지만, 설령 공략을 완료한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

하이브 공략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테고 상당히 지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언데드들도 전멸한 주제에.”

이승현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들은 신유현이 여러 소환수들과 함께 하이브로 진입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다.

하지만 하이브를 공략하고 나온 존재는 신유현 한 명뿐.

특히 신유현의 곁에 있던 여자 두 명은 상당히 강해 보였기에 부담이 컸었다.

그런데 무너져 내리는 하이브 안에서 신유현만 혼자 툭 튀어 나오는 게 아닌가?

그랬기에 확신했다.

비록 하이브를 공략하긴 했지만, 신유현과 함께 들어간 일행들은 희생되었다고.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신유현은 흑창대와 블러드 컴퍼니 대원들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그 직후 신유현을 중심으로 그림자가 넓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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