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79화
어느 틈엔가 신유현이 아라크니아의 등 뒤를 잡고 있었다.
그 때문에 아라크니아의 여덟 개 눈은 놀란 듯 크게 떠졌다.
지금 아라크니아는 검붉은 빛의 마법진을 발판으로 공중 도약을 하며 날고 있는 상황.
그런데 등 뒤를 잡히다니?
쾅!
키에에엑!
리빙 파워드를 장착한 신유현이 발뒤꿈치로 내려찍자 아라크니아는 괴성을 지르며 떨어져 내렸다.
“공중 발판을 만드는 건 나도 할 수 있거든.”
신유현은 하이브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아라크니아를 내려다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신발, 탈라리아.
현재 신유현이 착용하고 있는 신발이며, 탈라리아의 고유스킬 스카이스텝으로 공기 발판을 만들어서 공중도약을 한 것이다.
‘역시 전설급 신발이라니까.’
탈라리아의 성능에 신유현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고유스킬. 스카이스텝으로 만들어 낸 공기발판은 200kg에 달하는 중장갑 강화복인 리빙 파워드 아머의 무게까지 버텨 냈기 때문이다.
[이 건방진 인간 놈이!]
하이브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면서 아라크니아는 신유현을 향해 텔레파시로 악담을 퍼부었다.
그 모습에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팡!
그리고 공기 발판을 박차며 5미터 정도 더 도약해서 천장에 도달했다.
리빙 파워드 아머에 장착되어 있는 5성 마정석을 동력원으로 사용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쾅!
이윽고 신유현은 천장을 강하게 박차며 바닥에 떨어진 아라크니아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아라크니아를 향해 쇄도하며 떨어져 내리는 신유현.
키이익!
그 모습을 본 아라크니아는 텔레파시는 보내지 않았지만 분노에 찬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아직 떨어져 내리고 있는 중이었기에 피할 틈이 없는 상황.
마법진 발판을 이용해 움직여서 피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신유현이 떨어져 내려오고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아라크니아는 다급히 마나 장벽과 함께 방어결계를 전개했다.
즈즈증!
눈 깜짝할 사이에 다중 마나 장벽이 전개되었으며, 이어서 육각형의 셀 구조로 이루어진 방어 결계가 덧씌워졌다.
콰장장창!
그 직후 신유현이 방어 결계 위로 떨어져 내렸다.
속절없이 유리처럼 깨져 나가는 방어결계.
이어서 다중 마나 장벽까지 꿰뚫으며 신유현은 아라크니아의 등 위에 착지했다.
콰콰콰쾅!
신유현이 떨어져 내리는 힘을 이기지 못한 아라크니아는 다리를 쭉 뻗으면서 지면에 격돌했다.
그와 함께 충격파와 함께 하이브 바닥에 크레이터까지 생겨났다.
끼야아아아악!
그러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괴한 비명소리.
하지만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라크니아였다.
신유현에게 짓눌린 아라크니아는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무려 200kg에 달하는 리빙 파워드 아머를 착용한 신유현이 약 25미터가 넘는 높이에서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렸으니 말이다.
크르르륵.
[쓰레기 같은 인간 주제에 감히!]
아라크니아는 이를 갈았다.
비록 신유현에게 깔리면서 상당한 피해를 입긴 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7성 네임드 보스급이었기에 이 정도 데미지로는 끝낼 수 없었다.
촤르륵!
순간 아라크니아의 배에서 은색 거미줄이 뿜어져 나왔다.
“어딜 보고 쏘는…….”
휘리릭!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쏘아지는 은색 거미줄을 보고 말하던 신유현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은색 거미줄이 의지를 가진 것처럼 방향을 급격하게 꺾더니 아라크니아의 등 위에 있는 자신을 향해 날아왔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은색 거미줄은 신유현을 감싸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끌어당기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큭!”
은색 거미줄이 잡아당기는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아라크니아의 등에서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7성 네임드 유니크 보스 아라크니아의 은색 거미줄의 힘은 어마어마했으니까.
후우웅!
미처 대비를 하기도 전, 은색 거미줄에 휘감긴 채 공중으로 나가떨어진 신유현.
팔에 힘을 주며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몸을 감싸고 있는 은색 거미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역시 7성 네임드 보스인가.’
신유현은 속으로 혀를 찼다.
설마 리빙 파워드 아머의 괴력으로도 벗어나지 못할 줄이야.
하지만 곧바로 흑염을 발동했다.
화르륵! 콰지직!
그러자 은색 거미줄이 흑염에 불타면서 녹아내렸다.
‘좋아!’
자신을 옭아매던 은색 거미줄이 사라지자 신유현은 공중에서 몸을 회전하며 지면에 착지했다.
촤아아아악!
은색 거미줄이 내던진 힘이 어마어마했기에 지면에 착지한 신유현은 10미터 가까이 밀려났다.
[죽여 주마!]
아라크니아는 지면에 착지한 신유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스스슥!
그런 아라크니아의 너머로 마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키르륵!
아라크니아를 닮은 거미형 마수들.
<6성 권속 마수 타란툴라>
<6성 권속 마수 울프 스파이더>
<6성 권속 마수 베놈 스파이더>
<6성 권속 마수 아머 스파이더>
<6성 권속 마수…….>
“몇 마리나 뽑아내는 거냐?”
신유현은 혀를 내둘렀다.
아라크니아의 뒤에서 수십 마리에 달하는 6성 거미형 마수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여러 개의 붉은 눈을 빛내고 있는 거미형 마수들.
거기다 일반적인 마수가 아니라 아라크니아의 권속들인 모양이었다.
“마스터.”
아라크니아가 마수들을 쏟아 내기 시작하자 슈브와 루베르가 신유현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신유현의 소환수들 또한 재집결했다.
상공에는 헤카톤 하이퍼 비틀, 케이론과 루베르가 소환한 블러드 와이번이.
그 외 나머지 소환수들도 신유현의 양 옆으로 늘어섰다.
부웅. 부웅.
끼잉.
하지만 소환수들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케이론은 힘겹게 날고 있었고, 복슬이 또한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으니까.
다른 소환수들도 마찬가지.
‘아직도 마안의 효과를 받고 있는 건가?’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아라크니아를 노려봤다.
현재 아라크니아가 발동 중인 여덟 개의 마안은 여전히 소환수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신유현은 뒤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디아의 머리 위에 있는 까망이에게 마음 속으로 의사전달을 하며 손짓했다.
뀨-!
디아가 부르는 노래 음절에 맞춰서 뀨뀨 거리며 추임새를 넣던 까망이는 신유현의 의도를 찰떡 같이 알아듣고 귀여운 울음소리를 냈다.
스스슥.
뒤이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2차 전직을 완료한 수백기의 스켈레톤 솔져들.
그뿐 아니라 예니체리로 배정한 싸울아비, 팔랑크스, 프로스트 레인저 스켈레톤들도 소환되었다.
그리고 최소 레어급 이상의 무기로 무장한 스켈레톤들까지도.
“가라.”
잠시 후, 신유현의 모든 언데드 소환수와 아라크니아의 권속 마수들이 서로 격돌했다.
* * *
전투는 격렬했다.
7성 네임드 유니크 보스인 아라크니아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권속 마수까지 상대해야 했으니까.
‘그래도 이쪽이 유리하지.’
신유현은 분할 사고 스킬을 사용하며 전황을 분석했다.
아라크니아의 권속 마수들은 수십 마리밖에 되지 않았지만 6성급 개체들이었다.
거기다 카오스 신을 숭배하는 사도의 권속이라 그런지 일반 마수보다 월등히 강했다.
일반 마수와 보스의 중간쯤 정도.
그 때문에 2차 전직까지 한 스켈레톤 솔져들을 상대로 거의 대등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니까.’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실제로 꽤 많은 수의 권속 마수를 쓰러트렸다.
권속 마수가 강하다고는 해도 2차 전직을 한 수백 기의 스켈레톤 솔져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문제는 아라크니아지.’
신유현은 소환수들과 싸우고 있는 아라크니아를 노려봤다.
7성 네임드 유니크 보스이자 거미여신의 사도인 아라크니아는 확실히 강력한 존재였다.
단독으로 신유현의 보스급 소환수들을 몰아붙였으니까.
등급 차이가 꽤 나는 편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현재 5성 보스급들인 아이언 골렘, 레드 제너럴 앤트, 데스스토커, 스켈레톤 드래곤이 겨우 아라크니아를 상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외 나머지는 하이브 바닥에 쓰러진 채 숨을 고르며 쉬고 있는 상황.
만약 6성 보스급 존재인 슈브와 루베르가 없었더라면 이미 한참 전에 아라크니아에게 당했을 테지.
[버러지 같은 하등 생물들이……]
순간 아라크니아에게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터져 나왔다.
전체적으로 전황이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직감한 것이다.
신유현이 소환한 2차 전직을 완료한 스켈레톤 솔져들은 이미 절반 이상 파괴되었고, 보스급 소환수들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라크니아 쪽도 마찬가지였다.
아라크니아의 권속 마수들 또한 절반 이상 쓰러졌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쓰러진 권속 마수들은 신유현에게 있어 좋은 전력이었다.
언데드 소환수들이 쓰러트린 아라크니아의 권속 마수들을 리빙 데드 스킬로 되살려서 아군으로 삼은 것이다.
그 덕분에 전황은 조금씩 신유현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이대로 끝 날거라 생각하지 마라!]
하지만 문제는 역시 아라크니아였다.
아라크니아는 7성 네임드 유니크 보스의 존재.
초인으로 치면 7성 마스터의 경지다.
신유현의 아버지이자 철혈의 검왕, 신성일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이었다.
그 말은 즉,
[7성 네임드 유니크 보스 아라크니아가 카오스 리버레이션을 발동합니다.]
오직 7성 보스급 존재들만이 가능한 카오스 리버레이션 (Chaos Liberation).
혼돈을 해방시키는 능력이었다.
‘역시 그냥 넘어가지 않는 군.’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쩌엉!
그 순간 아라크니아에게서 불길하기 짝이 없는 검붉은 기운의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큭!”
신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불쾌한 느낌과 함께 공포가 떠올랐다.
카오스 리버레이션의 효과 중 하나였다.
카오스 차원의 존재와 강제로 정신을 연결시켜 버린다.
그로 인해 지성을 가진 생명체들은 카오스의 존재를 정신세계에서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 때문에 두려움과 공포에 빠지게 되고 정신력이 소모되면서 결국 광기에 물든 채 미쳐 버린다.
[카오스의 광기에 저항합니다.]
하지만 신유현은 정신력이 100이었다. 그 덕분에 카오스의 광기에 잡아먹히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세븐 아크스인 슈브와 루베르, 디아 또한 카오스 차원에서 보내오는 정신 공격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언데드 소환수들은 신유현의 정신력과 지배력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카오스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 건방진 놈들이!]
그 모습에 아라크니아는 분개했다.
설마 카오스의 광기에 빠지지 않을 줄이야.
하지만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었다.
[모조리 죽여주마.]
혼돈을 해방시킨 아라크니아의 하얀 몸에서 어마어마한 검붉은 혼돈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퍼지는 카오스의 존재감.
최소 7성급 초인이거나 정신력이 높지 않다면, 그 존재감을 감지하는 순간 미쳐버릴 테지.
그 앞에서 신유현은 한 걸음 나섰다.
“내가 상대하지.”
카오스 리버레이션을 발동했다는 소리는 아라크니아 또한 이제 여유가 없다는 의미.
여전히 리빙 파워드 아머를 장착중인 신유현은 아라크니아 앞에서 마나를 집속시키기 시작했다.
[마나 집속률 100%를 확인. 고유 스킬,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S)를 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