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51화
쌔애액!
공기를 날카롭게 찢는 파공성이 숲속에서 울려 퍼졌다.
현무전에서 조금 떨어진 넓은 공터.
그곳에서 황금 화살 길드원들이 사격 훈련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현무 금궁대인가.’
신유현은 사격 훈련장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황금 화살 길드가 정식으로 현무전 소속이 되면서 명칭이 현무 금궁대로 변경됐다.
황금 화살 길드가 신유현의 이끄는 현무전의 산하로 들어왔다는 의미다.
그리고 금궁 대원들이 훈련할 장소도 만들었다.
현무 검대 사용하는 야외 연무장은 위험했기에 사격 훈련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신유현은 사격장 입구 부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인물을 발견했다.
금궁대 대장, 김성훈이었다.
“쉬고 있나?”
“아, 전주님 오셨습니까?”
신유현의 방문에 김성훈은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전 훈련이 끝나서 잠시 쉬고 있는 중입니다.”
“휴식도 중요하지. 그런데 사격장은 어떤가?”
“그야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김성훈은 눈앞에 펼쳐져 있는 사격장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황금 화살 길드 시절 때는 가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자신들만의 사격장.
그들은 활이 주무기인 초인들이었기에 스킬까지 써 가면서 사격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는 한정적이었다.
그런데 설마 이렇게 넓은 야외 사격장을 가지게 될 줄이야.
“그럼 다행이고. 다른 대원들은 잘 지내고 있나?”
“네. 다들 좋아 죽으려고 합니다.”
김성훈은 웃으며 말했다.
현무전에 들어오고 나서 김성훈은 물론 금궁대 대원들은 살맛이 났다.
마음껏 마나와 스킬을 사용하면서 활을 쏠 수 있었으니까.
궁수들인 그들에게 마음대로 활을 쏠 수 있다는 사실은 상당한 해방감을 선사했다.
덕분에 활 실력도 늘어났고 말이다.
“잘됐군.”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좋아한다고 하니 신유현의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대원들을 만나보시겠습니까?”
“그러지.”
김성훈의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격장 안으로 들어갔다.
하늘이 뚫려 있는 넓은 공터.
그리고 사격장에는 100미터, 200미터, 250미터 거리에 자동으로 올라왔다가 사라지는 과녁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김성훈은 신유현과 함께 부하들을 만나러 가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본래 황금 화살 길드와 신유현은 서로 협력하는 계약 관계였다.
하지만 황금 화살 길드장이었던 그는 현무 금궁대의 대장이 되었으며 신유현을 완전히 따르게 되었다.
현무전에 뼈를 묻기로 한 것이다.
그건 부 길드장인 이호성과 다른 나머지 길드원들도 마찬가지.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현무전의 지원 아래 장비가 좋아졌고, 야외 사격장까지 생겼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설마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기력개방조차 하지 못했었다니.’
김성훈은 신기한 눈으로 신유현위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 또한 보고 들을 수 있는 눈과 귀가 있었다.
현무전에 머물면서 그들은 신유현이 어떤 인물인지 확인했다.
현무전에 있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신유현에 대한 이야기는 믿을 수 없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파천 검가 밖에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신유현에 대한 여러 가지 업적을 들을 수 있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자신들이 현무전에 들어올 때쯤에 화염 마법을 다루는 것으로 유명한 적탑과, 남두그룹에서 아티팩트 개발의 천재라고 알려져 있는 남연아도 합류했다.
‘남두그룹이 전주님을 후원한다는 소문도 있었지.’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현무전에는 적탑과 남연아의 연구소가 세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김성훈이 있는 금궁대의 건물까지도.
“멀가중 멀가중 멀중가중.”
금궁대 대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주문처럼 무언가를 외우고 있는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신유현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실소했다. 사격장에서 근거리, 중거리, 장거리 과녁들이 올라오는 순서였으니까.
끼이익.
사격장에 들어선 신유현은 금궁대 대원들 뒤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물을 잠시 바라봤다.
‘분명 이시현이라고 했었나?’
최진성이 금궁대에 소속되기 전, 20대 후반으로 막내였던 인물.
그는 중거리에 있는 과녁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었다.
쉭! 쉭! 쉭! 쉭! 쉭!
눈 깜짝할 사이에 쏘아지는 다섯 발의 화살.
이시현이 가진 고속속사 스킬이었다.
그는 굉장히 빠른 손놀림으로 등에 메고 있는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 쏜 것이다.
파바바박!
어찌나 빠른지 가장 먼 거리에 있던 과녁 중심에 다섯 발의 화살이 동시에 박혀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쩌적!
그뿐만이 아니라 화살들은 마나가 실려 있었기 때문에 과녁이 버티지 못하고 박살이 나 버렸다.
‘역시.’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먼 거리에 있는 250미터 과녁을 정확히 맞추다니.
이시현만 봐도 상당한 실력을 가진 궁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니까.
“멀가중.”
그때 이시현 옆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인물이 있었다.
‘이동석인가?’
이시현 옆에 있는 30대 초반의 사내.
그에 대해서라면 잘 기억하고 있었다.
얼굴에 날카롭게 베인 자국을 가진 약간 왜소한 체격의 인물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그는 세 발의 화살을 동시에 쏘려고 하는 중이었다.
슈슈슉!
이윽고 하늘 높이 동시에 쏘아지는 세 발의 화살들.
과녁과는 전혀 상관없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쉬익!
놀랍게도 세 발의 화살이 급격하게 드리프트를 하며 꺾이는 게 아닌가?
파바박!
이윽고 세발의 화살들은 100미터, 200미터, 250미터 거리에 있는 과녁들을 한 발씩 모두 명중시켰다.
‘유도 화살인가?’
고속 속사를 선보인 이시현도 그렇지만 이동석의 유도 화살은 거의 기예에 가까웠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금궁대 대원들도 각기 자신들만의 고유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가장 위력적인 능력을 가진 인물은 당연히 금궁대 대장인 김성훈과 부대장인 이호성이었다.
김성훈은 폭발 화살을 쓸 수 있으며, 부대장인 이호성은 실체와 다름없는 무수한 환영 화살을 쓸 수 있었으니까.
‘역시.’
신유현은 속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전 삶에서 황금 화살 길드원들이 게티아 한 놈을 보내버리기 직전까지 밀어붙였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래서 영입을 했는데 과연 그럴 만 했다. 5년 뒤면 지금보다 더 실력이 좋아져 있을 테니 말이다.
다만,
콰쾅!
사격장 앞에서 지면의 흙이 튀어 오르며 폭발이 일어났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100미터 과녁조차 닿기는커녕 엉뚱한 곳으로 날아든 화살이 지면에 박히면서 터져나간 것이다.
‘여전히 제어가 안 되나 보네.’
신유현은 피식 실소를 흘렸다.
조금 전 화살을 쏜 인물이 누구인지는 자명했으니까.
다름 아닌 최진성이었다.
“이게 안 맞네…….”
최진성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다른 금궁대의 실력은 그가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다양한 스킬들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스킬들보다도 부러운 게 있다면 명중률이었다.
다른 대원들은 스킬을 쓰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활 실력이 출중했기 때문이다. 백발백중의 명중률을 자랑했으니까.
그 때문에 최진성은 무엇보다도 이동석이 부러웠다.
이동석의 스킬인 유도 화살은 어느 방향을 쏴도 무조건 100%의 명중률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유현은 낙담하고 있는 최진성을 뒤에서 바라보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여기서 가장 실력이 좋아지는 건 최진성이 되겠지.’
최진성의 고유특성, 마탄의 사수는 다른 금궁대 대원들의 실력을 압도 할 테니까.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전용 무기를 쥐어야 했다.
“다들 훈련은 잘하고 있나 보군.”
“아, 전주님!”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활시위를 당기며 과녁을 노려보고 있던 금궁대 대원들이 뒤를 돌아보고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신유현이 올 줄은 몰랐으니까.
“전주님 오셨습니까!”
“안녕하십니까!”
신유현이 나타나자 금궁대 대원들은 각자 인사를 해 왔다.
신유현은 대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이미 신유현을 따르기로 마음먹었기에 깍듯이 예의를 차렸다.
불과 몇 달 전, 기력 개방을 한 신유현이 지금까지 무엇을 이루어냈는지 그들 또한 알고 있었으니까.
“전주님. 오랜만입니다.”
최진성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조금 전 사격훈련을 하면서 거하게 실패한 모습을 신유현에게 보여 주었으니 말이다.
“여전히 활에는 재능이 없군.”
“네…….”
신유현의 말에 최진성의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목소리도 작아졌다.
‘실망하셨겠구나.’
자신이 실패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최진성도 다른 금궁 대원들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러나 신유현의 말대로 활에 대한 재능이 없었다. 훈련을 해도 실패만 하기 일쑤였으니까.
“하지만 총이라면 어떨까?”
“네?”
신유현의 말에 최진성은 움찔 놀라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런 그에게 신유현은 씩 웃어 보였다.
“오늘 아침 김상철 어르신에게 연락이 왔거든. PGM 헤카테 3가 완성되었다고.”
“어…… 그, 그럼?”
“그래. 곧 이곳에 도착할 거다.”
신유현의 말에 최진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만의 전용 무기를 만들겠다고 대장장이 어르신을 찾아가 부탁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완성이 된 모양.
하지만 최진성은 기쁨과 겁도 덜컥 났다.
“그, 그런데 제가 전용 무기를 가지면 정말 명중률이 올라갈까요?”
“쥐어 보면 알겠지.”
걱정스러운 최진성의 말에도 신유현은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신유현과 최진성의 이야기를 옆에서 들은 금궁대 대원들은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막내가 벌써 자기 전용 무기라니.’
‘선배들보다 먼저 전용 무기를 받는 거냐!’
신유현이 바로 눈앞에 있었기 때문에 금궁대 대원들은 속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눈빛만으로도 절절하게 알 수 있었다.
초인들에게 자기 전용 무기는 로망이었으니까.
“부러워하지 마라. 다른 금궁대에게도 각자 특성에 맞는 활들을 만들 예정이니까.”
“전주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유현의 말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현재 금궁 대원들이 사용하는 활들은 황금 화살 시절에 사용하던 개인용 무기였다.
다만, 성능과 품질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럭저럭 쓸 만한 수준이었으니까.
그런데 자신들에게 전용무기를 만들어 주겠다니!
‘영감님이라면 충분히 만들어 주겠지.’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최진성을 위해 헤카테 3을 만들었으니, 다른 금궁 대원들의 전용 활도 만들어 줄 터.
“전주님! 저희 왔어요!”
그때 사격장 입구에서 남연아의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사격장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마스터!”
그리고 남연아의 손을 잡고 있던 디아가 반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뒤에는 신유현의 비서인 이시아와 오랜만에 보는 김상철도 있었다.
“어르신 오셨습니까?”
“오랜만에 보는 군.”
신유현은 사격장에 나타난 일행들과 잠시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김상철이 들고 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검은색 케이스를 바라봤다.
케이스는 상당히 고급스러워보였다.
“이게 그건가요?”
“그렇네.”
김상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 작품은 내 인생 역작이네. 지금까지 살면서 이만한 품질의 작품을 완성시킨 건 처음이네.”
“그렇습니까? 잘되었네요.”
신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김상철이 건네는 검은색 케이스를 받았다.
그리고 최진성에게 다가가 검은색 케이스를 내밀며 입을 열었다.
“이게 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