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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50화 (150/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50화

“쓰레기 같은 놈들.”

카밀라는 차가운 얼굴로 마을 중앙 지면에 쓰러져 있는 극단주의 무슬림들을 내려다봤다.

그들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사지가 잘려 죽어 있었다.

그녀의 혈계마법 때문에.

혈계마법의 무서운 점은 상대의 피를 조종한다는 사실이었다.

상처를 통해서 피를 뽑아낼 수 있고 다양한 무기를 만들 수 있으니까.

다만,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려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말이다.

‘조금만 더 일찍 왔었으면 전부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카밀라는 시선을 뒤로 돌렸다.

극단주의 무슬림들의 시신이 모여 있는 마을 중앙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어린 아이들과 여성들이 있었다.

극단주의 무슬림들에게 납치당하고 억류되어 있던 인질들이었다.

카밀라가 어린 아이들과 여성들을 구해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희생자가 발생한 후였다. 극단주의 무슬림들에게 포로가 된 마을 사람들 중 남성들은 살해당했고, 여성들은 극단주의 무슬림들에게 농락당했다.

좀 더 일찍 왔다면 전부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이들이 팔려가기 전에 구했다는 사실 정도.

하지만,

“히익!”

아이들은 카밀라를 보고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극단주의 무슬림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장면을 보았으니까.

그리고 극단주의 무슬림들의 피를 쥐어 짜내서 살해한 카밀라는 전신에 피칠갑을 한 상태였다.

그 때문에 아이들은 카밀라를 무서워했다.

‘음.’

카밀라는 아이들을 바라봤다.

그녀는 아이들을 귀여워하고 좋아했다. 어렸을 적 자신을 따르던 귀여운 여동생 때문에.

그래서 여동생 같은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든지 간에 아이들은 두려운 표정으로 카밀라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거라면…….’

카밀라는 붉은 정장 바지에 손을 넣고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을 만지작거렸다.

최근 지인에게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조언 받고 준비한 물건이 있었다.

이거라면 아이들이 좋아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카밀라는 아이들을 향해 다가가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히익.”

아이들은 가까이 다가온 카밀라를 바라보지도 못했다.

두려운 표정으로 눈을 감아 버리거나, 고개를 옆으로 돌리거나, 옆에 있는 여성들에게 안겨 들거나.

특히 카밀라는 아이들을 안고 있는 여성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죄, 죄송합니다.”

아이들의 반응에 여성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들은 카밀라가 자신들을 구해 준 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카밀라는 실망한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는 아이들에게 내밀었던 물건을 무안한 듯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사이 여성들은 아이들을 다독이며 물러났다.

그리고 카밀라가 몸을 돌리는 순간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실패하셨나 보군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 사내.

위장용 군복 위에 베이지 계열 코트를 입고 있고 있었으며 왼쪽 눈을 검은색 안대로 가리고 있다.

카밀라는 혼자서 마을을 점령하고 있던 극단주의 무슬림들을 처리한 게 아니었다.

그녀가 이끄는 용병대, 블러드 컴퍼니도 함께 있었으니까.

“응.”

카밀라는 중년 사내, 블러드 컴퍼니의 부대장 미하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사탕을 주면 친해질 수 있다고 했으면서.”

카밀라는 항의하는 표정으로 미하일을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봤다.

“보통은 그렇죠.”

카밀라의 말에 미하일은 헛기침을 흘리며 말했다.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미하일이었던 것이다.

“단지,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미하일은 카밀라를 바라봤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 붉은 정장을 입고 있는 덕분에 전신에 묻은 피가 티 나지 않았다.

하지만 전투가 끝난 직후 카밀라의 기세는 미하일이 느끼기에도 간담이 서늘했다.

하물며 이제 열 살 전후인 아이들은 어떻게 느끼겠는가.

무서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구할 수 있었으니 됐어.”

카밀라가 이끄는 용병대 블러드 컴퍼니는 극단주의적 이슬람 종파와 전쟁 중이었다.

그녀가 속해 있는 잿빛 교단에서 극단주의 이슬람 종파를 말살해 달라고 명령을 내렸으니까.

중동에서 이슬람 종파는 극단주의 사상을 가진 무장세력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비교적 온건한 이슬람 종파들은 이미 멸망했다.

극단주의 이슬람 종파들에 의해.

그 때문에 잿빛 교단은 중동에서 극단주의 이슬람 종파와 대립 중이었다.

중동에서 잿빛 교단이 해야 하는 일에 극단주의적 이슬람 종파가 방해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밀라는 잿빛 교단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

그녀 또한 극단주의 무슬림들에게는 원한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마수들과의 전쟁, 이슬람 교도들의 종파 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고 전쟁고아들까지 생겨났다.

그 때문에 카밀라는 전쟁고아들을 모아서 고아원을 설립했다.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렸을 때 자신을 따르던 귀여운 여동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모른 채 비참하게 죽어 가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아원을 유지하고, 소수정예라고 해도 용병부대를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잿빛 교단에게 고용되었다.

카밀라는 잿빛 교단이 스폰서가 되어 준 덕분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잿빛 교단은 카밀라를 마음대로 다룰 수 없었다.

임무이외에는 카밀라가 따르지 않았고, 그녀가 가진 혈계마법은 유니크한데다가 강력했으니까.

“전부 처리했어?”

“네. 마을에 있던 잔당들은 한 놈도 남김없이 처분했습니다.”

카밀라의 물음에 미하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이끄는 소수정예 용병대, 블러드 컴퍼니는 전부 20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에 반해 마을을 점령하고 있던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배나 많은 60명이 넘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3성과 4성에 걸쳐 있는 초인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극단주의 무슬림들은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도륙되었다.

블러드 컴퍼니의 용병들은 전부 최소 4성 상급 이상의 실력자들이었으니까.

대장인 카밀라와 부대장인 미하일은 무려 5성급 실력자였다.

“보너스 좀 챙겨줘야겠네.”

“부하 녀석들이 좋아하겠군요.”

미하일은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화르륵!

그때 마을 중앙 광장에 모아놓은 극단주의 무슬림들의 시신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시신을 그냥 놔둔다면 점령지역에 있는 마수들이 피 냄새를 맡고 올지도 몰랐고, 전염병이 돌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잠시 카밀라와 미하일은 마을 중앙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화염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작전을 시작하기 전 잿빛 교단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잿빛 교단에서? 무슨 일로?”

미하일의 말에 카밀라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일 때문이겠지만 잿빛 교단의 연락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의뢰를 하나 부탁해 오더군요.”

“언제나 있는 일이군. 이번 일은 뭐지? 던전 공략? 아니면 극단주의 무슬림 놈들을 토벌하라든가?”

중동에서 그녀에게 오는 의뢰는 뻔했다. 거의 대부분이 마수들을 토벌하거나, 아니면 극단주의 무슬림들을 처리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암살 의뢰입니다.”

“암살? 우리보고 암살이라고?”

미하일의 말에 카밀라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자신들이 누구인가?

마수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막 나가는 극단주의 무슬림들조차 자신들이 나타나면 비명을 지르고 도망치려고 한다.

중동 최강의 무장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그런 자신들에게 암살의뢰라니?

“교단 놈들이 드디어 미친 건가?”

“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래서 암살 대상이 누구지? 따로 암살을 해 달라는 걸 보니 극단주의 무슬림 놈들은 아닌 것 같은데.”

“네. 극단주의 무슬림이었으면 암살이 아니라 토벌을 의뢰했겠죠. 이번 대상은 한국인입니다.”

“한국? 한국이 어디지?”

“아시아에 있는 작은 나라라고 하더군요.”

“우리보고 아시아까지 가라고?”

“네.”

고개를 끄덕이는 미하일의 말에 카밀라는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에게 암살의뢰를 할 뿐만이 아니라 아시아에 있는 나라까지 가라니.

“미하일.”

“네.”

“우리 목적이 뭐지?”

“극단주의 이슬람 종파를 중동에서 뿌리 뽑는 일이죠.”

카밀라가 이끄는 용병부대 블러드 컴퍼니는 전원 극단주의 무슬림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대원들 모두 놈들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거나 살고 있던 고향이 박살 났으니까.

그 때문에 그들은 극단주의 무슬림을 박멸하기 위해 모였고, 현재 블러드 컴퍼니는 용병부대가 되었다.

그 사실을 잿빛 교단도 알고 있기에 블러드 컴퍼니를 고용한 것이다.

그런 자신들을 중동이 아니라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누군가를 암살하라니.

“듣기로는. 이번 암살 대상이 극악무도한 놈이라고 합니다. 이미 놈의 손에 의해 수십 명이 넘는 인원이 학살당했다고 하더군요. 아시아에서 잿빛 교단과 협력하고 있던 단체도 괴멸했다고 하고요. 그리고 직업이 네크로맨서라고 합니다.”

“흠.”

미하일의 말에 카밀라는 생각에 잠겼다. 암살대상이 극단주의 무슬림들과 같은 놈이라면 조금 생각해 볼 문제였다.

“그리고 열 살 전후의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소리도 있었습니다.”

“뭐? 아이?”

미하일의 말에 카밀라의 표정이 변했다. 잿빛 교단의 말을 전부 믿는 건 아니지만, 암살 대상이 수많은 초인을 학살하고 네크로맨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니?

대체 네크로맨서 밑에서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미하일.”

“네.”

“준비가 끝나는 대로 한국으로 향한다.”

“의뢰를 받아들일 생각입니까?”

“그래. 아이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그곳이 어디든 갈 생각이었다.

하나밖에 없던 여동생이 극단주의 무슬림 놈들에게 유린당하고 끝내는 굶어 죽던 날.

여동생 같은 아이들을 지키겠다고 맹세했으니까.

“알겠습니다.”

미하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하일 뿐만이 아니라 블러드 컴퍼니의 용병 대원들은 카밀라가 어째서 아이들을 지키려고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의 결정에 따를 터였다.

‘이번에는 친해지고 싶었는데.’

미하일에게 잿빛 교단의 의뢰를 받겠다고 말한 카밀라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에서 구한 아이들은 상처 입은 강아지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손을 내밀어주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그녀를 무서워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탕까지 준비했었지만 친해지는데 실패한 것이다.

‘다음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카밀라는 네크로맨서에게 붙잡혀 있다는 아이를 떠올렸다.

그 아이를 구해 준다면 친해질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라도 일단 한국으로 가서 네크로맨서를 격퇴할 필요가 있었다.

‘응?’

그때, 카밀라는 자신의 등 뒤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경계심을 가졌다.

하지만 이내 경계를 풀었다.

잠시 후 누군가가 살며시 그녀의 손을 양 손으로 포개며 붙잡았다.

“언니. 고마버요.”

자신의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카밀라는 시선을 아래로 내렷다.

그곳에 허름한 원피스를 입은 대여섯 살 된 어린 소녀가 카밀라의 손을 붙잡고 올려다보고 있었다.

“고맙기는. 내가 더 고맙단다.”

카밀라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몸을 숙이고 소녀와 눈을 마주치더니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사탕 먹을래?”

그리고 바지주머니 속에서 막대사탕을 꺼내 소녀에게 건네주었다.

“와.”

카밀라가 내민 막대사탕을 입에 넣은 소녀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잘됐군요.”

그 모습을 미하일은 흐뭇한 미소로 바라봤다.

그로부터 수일 뒤.

중동지역에서 악명을 떨치는 블러드 컴퍼니 용병대는 한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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